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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와는 관계 없는 일이여. 우리들의 토지로 돌아갈 뿐인 거지.」
「관계 있지. 내가 인간이고 당신이 오컬트인 이상!」
렌코는 허리에 달려있는 전원 스위치를 누르고 주머니에서 부적 몇 장을 꺼내들었다. 부적을 양손으로 집었을 때 목에 달려있는 무선 장치에서 소리가 울렸다. 응답하기 위해 턱으로 누르니 치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렌코, 들려? 긴급 연락이니까 간단히 전한다구. 오컬트가 침입한 것 같아. 메리가 그 녀석한테 당해서 지금 병원으로 옮기고 있어. 목숨이 위태할 정도도 아니고 의식도 있으니까 괜찮긴 해.』
쓸데없는 내용이었으면 화낼려고 했던 렌코였지만 제대로 된 내용을 듣고 놀랐다.
『특징은 장신, 장발, 둥근 안경에 상대를 깔보는 성격. 개체명은 「후타츠이와 마미조」라는 거 같아.』
「아…… 있어. 눈 앞에. 그래보이는게.」
『이름이라도 물어봐봐. 대답해주면 운 좋다고 생각하라구.』
「넌 오컬트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 후로 치유리의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치하고 있다면 자신이 방해 된다고 판단 한 것이겠지.
「부장은 그 애를 데리고 도망쳐.」
「뭐? 넌 어쩔건데!」
「물론 이 녀석을 막아야지. 잘만 되면 메리를 끌어내서 저 편으로 보내버릴테니까.」
「도, 도망쳐도 될까요? 저 사람 명백하게 저한테 용무가 있는 것 같은데.」
소녀는 망설이면서 말을 했다. 기억이 없어진 후에 갑자기 인외와 얽히니까 깜짝 놀란 것이겠지.
「걱정하지마. 저 녀석은 널 노리고 있는 거니까.」
「노려질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요.」
「그건 아마 잊어버려서 그런 거겠지. 아무튼 내 정보에 의하면 오컬트라는 건 대부분 변태니까 저 애를 노리는 건 틀림 없을거야. 범죄 냄새가 풀풀 풍기니까.」
「그 정보를 채용해도 괜찮은 거야……?」
그렇다고 이러쿵저러쿵 거리고 있을 여유도 없다. 오컬트가 있고, 어린 아이가 있고, 그 오컬트는 아이를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들이 취할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
「뭐 일단 제대로 해봐. 특별 보수도 검토할테니까.」
「기대하고 있을게. 그 애는 잘 부탁해.」
두 사람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뭐가 웃긴데.」
렌코는 눈 앞에 있는 여성을 째려봤다. 마미조라 했던 그 여성은 배를 움켜집으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눈물이라도 흘린 것인지 눈을 비비고 있다.
「……아니 사정을 알고 있는 자가 보면 이만큼 웃긴 여흥도 없지. 좋은 선물을 받았다 생각하고 기뻐하고 있는 중이여.」
「그럼 빨리 돌아가라고!」
땅을 걷어차며 간격을 좁히면서 집고 있는 부적째로 휘두르는 것 같이 오컬트의 배를 노렸다. 견제를 위한 공격이었지만 오컬트는 그 공격을 뒤로 물러나 쉽게 피했다.
「그러고는 싶지만…… 그럼 그 애를 돌려주지 않겠나? 이번 일이 들켜버리면 나도 여러가지로 혼나게 될 거 같으니.」
「그러니까 혼자 돌아가면 되잖아. 오컬트의 사정따윈 모른다고.」
「그건 내 대사여. 나야말로 이 세계의 사정 같은 건 알 필요 없다고. 자네도 깨달았을텐데? 그 애는 이 세계의 주민이 아니여. 애초에 나랑 알고 있는 관계였고. 무슨 인과인지 그 애가 기억을 잃어버려서 일이 꼬여버렸지만.」
렌코는 생각한다. 확실히 말하고 있는 건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기억을 잃었다는 걸 포함해도 그 소녀는 어딘가 분위기가 다르다. 그걸 알고 있어도 인간으로서 인정할 수가 없었다.
「……증거가 없어. 그 애에게서 『저는 다른 세계에서 왔습니다』던가, 『이 언니는 제 친구예요』같은 걸 들었으면 괜찮지만 그렇질 않았잖아. 네가 말하고 있는 것이 맞다는 가능성도 있지만 네가 그저 변태 오컬트 여자일 가능성도 아직 있다고.」
「하나 묻고 싶은데, 그 이상할 정도의 변태 이미지는 누구에게서 얻은 건가?」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오컬트들은 머리에 나사가 빠져버린 것 같으니까 어차피 다 똑같지!」
렌코는 땅에 부적을 몇 장 뿌려놨다.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방어하기위한 조치일 것이다.
그녀는 지금에 와서야 유메미와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대량 학살도, 생각을 읽는 것도, 핵열을 다루는 것도, 오컬트로서의 개성. 그러면 이 요괴는 어떤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메리를 혼내주는 정도로 내버려둔 것이 개성인 것인가. 렌코는 계속 경계 하며 마미조에게 따져봤다.
「……우리들은 인간이야.」
「그렇겠지. 조금 특수한 것 같다만.」
「오컬트는 인간을 간단히 죽이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그래서 인간들은 과민해졌기에 오컬트에게 그런 이미지를 붙이는 거지. 네가 아무리 믿어달라고 말해도 그 인식을 없애는 건 불가능해. 그래서 이 세계의 주민이던 아니던 인간인 이상 오컬트에게서 지켜내야만 해. 그것이 제일 좋은 안전책이고, 자위가 되는 것이지.」
렌코는 이 오컬트가 분간을 잘하는지, 아니면 인정 같은 걸 기대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행동을 취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은 물러나주는게 어떤가. 그런 이유로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마미조는 가려운듯 눈을 긁으면서 엉뚱한 방향을 보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끝내 숨을 내쉬고는 손을 흔들어가며 말했다.
「이래 뵈도 나도 인간 사회를 오래 살아왔지. 자네들의 사정도 대강은 알겠어.」
「그럼…….」
「그래도 역시 안 돼. 있어야 할 존재는 있어야 할 곳에. 감독으로서의 책임은 져야만 하니.」
그리고 그녀는 크게 도약했다. 렌코가 설치해둔 지뢰를 넘어 렌코의 어깨까지 다다랐다.
「윽!」
「미안하구먼.」
그대로 그녀의 어깨를 밟아 다시 뛰었다. 향하고 있는 방향은 물론 유메미와 소녀가 도망친 방향이다.
「잠깐 거기서…… 아야야, 어깨 엄청 아프네.」
땅에 엎어져버린 렌코는 재빠르게 일어나 뒤를 쫓았다. 하지만 상대는 오컬트다. 속도가 예사스럽지 않아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 있었다. 주위는 이미 어두워지고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찾을려고 하면 분명 뼈 빠질 것이다. 초조해진 렌코는 목에 걸려있는 무전기를 뽑아 무선을 연결했다.
「치유리! 치유리!」
『어머, 렌코.』
「응? 메리?」
뜻 밖이게도 무전에 응답한 건 파트너 사무원, 메리였다.
『뭐야 그 반응은.』
「아니 병원에 실려갔다며…… 뭐 의식은 있다고 들었지만.」
『그렇게 크게 다치지도 않았어. 그래서 뭐야? 놓치기라도 한 거야?』
심장을 찔린 것만 같았다. 메리가 벌써 꿰뚫어 본 것에 식은땀을 흘려가며 대답했다.
「아냐. 부장이 걱정 되서 연락 하려고 한 것 뿐이야.」
『고집부리긴. 도망쳤다는 것하고 완전 같은 소리잖아. 그리고 연락은 치유리가 계속 해보고 있었지만 응답이 없어.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필사적인 거겠지. 자랑하는 마도과학도 안 쓰고 있으니까. 그래서 오컬트는 도망친거지?』
아무래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 외에는 눈감아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마지못한 렌코는 그 질문에 대답을 했다.
「음, 뭐 그렇지?」
『괜찮아. 실을 남겨뒀으니까. 지금부터 이걸 렌코에게 보여줄 테니까 제대로 알아내서 쫓으라고.』
「한동안 잠이나 자고 있게나. 눈이 떴을땐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여.」
마미조는 양손으로 유메미의 얼굴을 잡고 들어올려 서로의 눈을 마주봤다. 환각이라도 보여주는 것인지 유메미는 한동안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지만 금방 안 움직이게 되었다.
「히익…….」
어딘가의 막다른 골목. 렌코와 떨어진지 15분도 안 지났을 무렵. 두 사람은 오컬트의 추적에 어찌할 도리 없이 한밤 중의 골목에서 궁지에 몰려버렸다. 유메미는 일단 소녀를 지킬려고 감쌌지만 맥없이 잡혀버렸다. 애초에 운동을 못하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공기가 이상한건가. 눈이 침침하구먼.」
마미조는 안 움직이게 된 유메미를 놔두고, 눈을 휴식 시키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봤다.
「많이 번거로워졌었지만, 돌아가자고.」
그리고 손을 내밀었지만 소녀는 완고하게 거절했다.
「싫어! 갑자기 나타나서 돌아가자는 의미를 모르겠어! 유메미 씨를 재우고, 하늘을 날고, 아무리 봐도 당신 인간이 아니잖아! 그런 사람한테 돌아가자는 소리를 들어도 따라갈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뭐 분명 그렇긴 헌데……. 보호자로서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는 말을 지키는 아를 칭찬해줘야 하는 건가…….」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당신 대체 뭐야.」
「나말인가?」
팔짱을 끼고 엷게 웃는 마미조. 그녀에게 있어 소녀의 반응조차도 여흥의 일환이다.
「난 자네의 아는 사이고, 근처에 사는 언니이기도 하고, 지나가는 『이세계 매니아』지. 자네와의 사이도 좋았건만…… 정말로 기억이 안 나나 보구먼. 확실히 지금 요괴인걸 들켜버린 건 좀 안 좋네.」
「그런 이상한 친구가 있을리 없잖아! 하아, 대체 어떻게 돼먹은거야.」
「기억을 잃은 것 치곤 팔팔하구먼. 질릴 정도로.」
「알 바 아냐. 원래 이런 성격인 거겠지.」
「그 말대로여. 그야말로 평소의 자네답군.」
그녀는 박수를 치며 다시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도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 소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겁줄 생각은 없어. 자네가 날 따라오기만 하면, 아무 일도 안 할테니까.」
「……그럼 왜 렌코 씨나 유메미 씨를 뿌리친 거야.」
「그건 뭐 생물의 천성이란 거지. 녀석들은 설명을 해도 들어주지 않았을 거거든.」
「그럴지 몰라도. 그렇다고 해서 그럴 것 까진…….」
뾰로통한 소녀에게 마미조는 한 발 더 다가섰다.
「기억 상실증도 치료해주지. 걱정 할 건 없어.」
소녀가 한 발자국 물러선다. 마미조가 한 발자국 다가선다.
다시 한 발자국── 움직이려는 순간 마미조의 귀에 뭔가가 들려와 뒤를 돌아봤다. 마미조의 표정엔 초조함이 약간 보였다.
「……하루에 두 번이나 따라 잡힐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군.」
시야 앞.
골목의 출구.
그곳에 서있는 그녀는 드높이 소리지르며 손가락을 들이댔다.
「드디어 찾아냈어!」
「방해 하지마라. 그건 무린가. 인간다운 끈질김도 또 마음에 드는군.」
「공교롭게도 인간은 끈질긴게 장점이지.」
렌코는 모자의 차양을 누르고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잘도 여기에 있는 걸 알았군. 설마 자네도 특수한 눈을 가지고 있는건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미조는 그럴만 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천 년 전의 쿄토와는 너무 다르니까. 환상을 대하는 것도, 처리 방법도 뭐든게 다르다. 그리고 렌코가 말한 대답은 어느 의미로 그녀의 예상대로였다.
「뭐 그렇지. 어차피 대단한 힘도 아니니까 알려줄게. 내 눈은 달을 보면 내 위치를 알 수 있고, 별을 보면 시간을 알 수 있어. 그 정도의 능력이야.」
「자기의 위치 말인가? 그럼 내가 있는 곳을 알아낸 설명이 안 되지 않은가?」
「과연 그럴까?」
렌코의 발소리가 울려퍼진다. 달빛에 비춰진 길을 걷는 그녀를 보며 소녀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 렌코는 침착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너, 눈에서 위화감이 안 느껴져?」
「!?」
마미조는 바로 자신의 양눈을 만졌다. 계속 느끼고 있던 눈이 가려운 것 같은 뭔가. 공기가 이상해서 그런 걸지 모른다고 이유를 붙여 납득할려고 했던 것이 전혀 다른 원인이었다면.
「설마…….」
「흐흥!」
렌코는 득의양양하게 손가락을 돌렸다.
「메리는 계속 네 꼬리를 잡고 있었어. 시야 공유의 힘을 지속하면서 네 시야를 보고 있던 거지. 내가 널 놓쳐버린 후, 자신을 중계역으로 써 내게 네 시야를 보여준 거야. 그리고 네가 무의식 중에 한 순간이라도 달을 봤으면…… 내가 장소를 알아 낼 수 있는 거지!」
「그렇군…….」
「메리에게 너무 무리 시켰어. 부담이 많이 걸렸는지 방금 전에 기절했거든. 이 보답도 해줘야겠어.」
렌코는 돌리고 있던 손을 다시 마미조에게 들이댔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대단하다면서 박수를 쳤다.
「훌륭해. 인간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구먼.」
그리고 웃으면서 고개를 들어올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말하지만, 자네의 존재는 내 목적과 관계 없어. 이 이상 어울려주는 것도 득도 없고. 실례지만 지금은 빨리 작별해야겠군. 코스즈는 데리고 돌아가겠어!」
마미조는 렌코에게 등을 돌리고 소녀를 향해 날아갔다. 그대로 소녀를 끌어안아 도망칠 생각이겠지. 놀란 소녀는 히익!? 소리를 질렀다. 렌코는 더 빠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전류를 감싼 부적을 던졌다.
「조용히해, 변태! 이 이상 얌전히 네 얘기를 들어줄 의리도 없어!」
등을 돌린 지금이 기회. 렌코가 이 기회를 놔둘리 없다.
유메미의 마도과학으로 만들어낸 이 부적이 공중에 있는 마미조를 속박한다. 그대로 구속해 움직을 멈추는 것은 성공했지만 오컬트의 웃음기를 지우는 건 해내지 못했다.
「제법 괜찮은…… 구속술이구먼. 하지만 이 정도는…….」
「쫑알쫑알 시끄럽네!」
렌코의 꾸짖는 소리에 의해 마미조가 눈치 챘다. 구속하기 위해 연결한 부적말고 흘러넘치는 것 같아 보이는 무언가가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 하나 하나가 빨갛게 충혈하는 것 같이 빛나기 시작했을 때 묶는 것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불꽃 놀이는 폭발을 해야 시작이라고. 이거나 먹어라!」
렌코가 외치면서 스위치를 눌렀다. 그 순간 연쇄하듯 모든 부적이 터졌다. 굉음이 울리며 섬광이 퍼지고 오컬트 하나를 위한 화력이라기엔 과도할 정도의 파괴력을 보였다.
「굉장햇.」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소녀는 입을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렌코도 맞은 반응이 있는 것 같아 엷어지는 빛의 소용돌이를 조금은 안심한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모기향을 피운 방에서 생물이 도망치는 것 처럼 뭔가가 슬쩍 나왔다. 그 생물은 하늘을 몇 번 찍고 당연한듯이 공중에 서있었다. 잘못 본 것이 아닌 그 모습은 확실하게 마미조였다.
「이걸로도 안 돼나…….」
분명 반응은 있었다.
움직임을 봉쇄했다.
하지만 지금 그 오컬트는 멀쩡히 서있다. 이젠 요괴인 사실을 숨길려하지도 않고 유유히 멀쩡하게 있었다.
(죽겠구만…….)
렌코는 직감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마미조의 표정은 방금 전까지의 소탈한 표정이 사라져있었다. 오컬트로서의 당연한 표정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을 차갑게 깔보는듯한 표정이다. 렌코는 가지고 있는 부적을 거의 다 써버려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여기까진가 싶어서 눈을 감은 순간.
「거 훌륭하구먼. 계속 내 예상을 뛰어넘는 게 참으로 감복스럽네.」
「응……?」
방금 전까지의 표정은 어디 갔는지 마미조는 상당히 유쾌하게 웃고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렌코와 소녀를 신경쓰지도 않고 계속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지금은 물러나도록 하지. 이렇게까지 날 반하게 만들면, 그에 대한 관람료는 지불해야지. 요괴라는 것도 들켜버렸으니 운이 다했기도 했고.」
렌코는 숨을 내쉬고 다시 한번 들이마셨다. 자신이 긴장과 이완 상태의 사이에 있다는 걸 생생히 느끼고 있었다.
「뭐 이런 것도 그 애에게 있어서 좋은 공부가 되겠지. 그럼 렌코라 했나? 뒤는 부탁하지. 난 제대된 변명을 생각해야 되니 바빠지겠구먼.」
마미조는 훌쩍 날아올라 빌딩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1초.
5초.
10초.
마미조의 기습은 오지 않고 그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렌코도, 소녀도 움직이지 않고 긴장의 끈을 계속 잡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한계가 온 것인지 먼저 소리를 낸 건 렌코였다. 그대로 쓰러져버려 얽어매고 있던 실을 풀어버린 것 처럼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아…… 돌아가준 건가…….」
「끝난 건가요. 결국 뭐였던 걸까요. 그 사람은.」
「변태가 생각하는 건 알 수가 없지. 뭐 어쨌든 넌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는 일은 피하게 됐네.」
렌코는 사건을 해결했다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눈 앞에 있는 소녀는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영문도 모른채 이렇게 남겨져버렸는데요?」
그녀는 천천히 일어서서 제대로 렌코를 향해 걸어왔다.
「응? 아아, 뭐 확실히 그렇긴 하지.」
「저를 구해준 건…… 책임을 질 각오가 있다고 생각해도 되는 거겠죠? 정말인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아까 그 사람은 저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당신은 간과할 수 없다고 그 사람을 막으셨죠?」
소녀는 앉아있는 렌코의 앞에 서서 싱긋 웃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미소를 보고 렌코는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음 그건…… 그렇네.」
체구와는 다르게 상당히 심한 장사꾼 기질 같은 것이 보일락 말락하고 있다. 역시 귀찮은 사건이었다고 생각한 렌코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장소라 미안하지만 비익과 및 특대부 전체 회의를 시작할게.」
병원의 병실. 안에는 침대가 2개 놓여있고, 여행이라도 하는 것 마냥 기쁜 표정을 띄우고 있는 붕대를 잔뜩 감고 있는 메리와 상반신만 일어선채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유메미가 있었다. 렌코와 치유리는 그 옆에서 의자에 앉아 병문안 용 과자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유메미 님, 어디 다쳤었나?」
「아니. 내가 도착했을 땐 애벌레마냥 땅에 엎드려있었지. 일이 다 끝나고 죽어버린게 아닌가 싶어 초조해졌었는데, 그냥 자고 있었던 거였어.」
「그 상황에 잘 수 있는 거야? 굉장하구만.」
「재워진 거야! 누가 좋아서 그런 곳에서 잘 거 같냐고!」
소리를 외치고 난 후 헛기침을 하고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유메미는 메리의 침대를 가리켰다.
「아무튼 회의를 시작할게. 음, 현재 의제는 그거야.」
「그건가.」
「그거겠지.」
그거.
그렇게 불리고 있는 건 옆 침대에서 메리에게 만지작거리고 시달리고 있는 소녀였다. 광경만을 보자면 평범함과는 매우 동떨어진 세계와 같이 보인다. 등 뒤에 꽃이 피어있고, 그걸 일부 떼어내면 다시 피어나고 있는 그런 이미지다.
「후후…… 귀여워 …… 정말 귀여워…….」
「꺄악! 도와줘요! 당해버려요! 안 좋은 느낌으로 당해버릴 거라고요! 이거 놔요!」
큰 소리로 울며 어떻게든 침대에서 떨어질려고 하는 소녀와, 도망치지 못하게 허리를 잡는 메리. 이 광경을 보자면 그야말로 수상한 행위지만, 메리는 그저 귀여운 것을 근처에 두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그렇다고 수상한 행위가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즐거워 보이는구만.」
「체포하지 않아도 되나? 그나저나 메리 골절 아니었어?」
멍하니 감상을 말하는 두 사람과는 대조적으로 유메미는 이마를 누르며 움츠리고 있었다.
「왜 그래 유메미 님? 머리라도 아파? 다치지도 않았는데?」
「머리가 아프면 위도 쓰려온다고……. 자 전원 주목.」
모두의 시선이 유메미에게 집중된다. 바로 다시 시끄러워졌지만 유메미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거기 너.」
「저 말인가요?」
소녀는 배에 메리가 머리를 파묻고 있는 상태로 답을 했다.
「그래. 넌 이제부터 우리 특대부의 보호 하에 놓일 거야. 기억 문제도 있지만, 여러가지를 봐버렸으니까 그냥 놔둘 순 없지. 그 대신 자유롭게 행동 할 순 있어.」
「그런가요.」
소녀는 이해를 한 건지 못한 건지 애매한 대답을 했다. 이 조치는 물론 오컬트를 목격하고 그 오컬트에게 노려진 인간기에 내려진 조치다. 이 사실을 렌코와 유메미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지만 소녀는 그런 걸 자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뭐 이대로 내버려져도 곤란하기도 하니, 그 편이 낫겠네요. 좋아. 결정 됐으면 힘내볼게요! 도와주신 답례로 뭐든지 할게요!」
원래부터 성격이 뻔뻔한 걸지도 모른다.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달라 붙어있는 귀여운 걸 매우 좋아하는 생물은 그러지 않은 것 같았다.
「응? 우리 과에 두는 거야!?」
묻고 있는 얼굴을 빠르게 문지르고 있는 메리. 갑작스런 스킨십으로 인해 소녀가 다시 비명을 질렀다.
「둔다니, 너 대체 그 애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아무튼 특대부에 재적하려면 이름이 없으면 안 되는데.」
「아, 그거라면.」
렌코가 엉뚱한 방향을 바라보면서 이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뭔가 짐작가는 거라도 있어?」
「그 오컬트가 뭔가 말했던 걸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정말인가요!?」
소녀도 그걸 물었다. 잊어버린 자신의 이름을 알지도 모르는 기회에 조용히 있을리가 없었다. 그 기대에 어떻게든 응하기 위해 렌코는 소녀를 지긋이 바라보며 힌트를 꺼내기 시작했다.
「응. 음, 코……코, 코? 코…… 뭐였더라? 코? 스즈코였던가? 그런 거 같은데. 스즈코 였던 것 같아. 응.」
전원이 렌코를 수상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치유리는 명백하게 의심하는 눈초리였다.
「진짜 그게 맞아? 뭐라해야하나 꽤나 고풍적인데.」
「맞다니까! 아마도. 아니 어쩌면 틀렸을지도 몰라. 틀렸다더라도! 제법 비슷할 거라고 봐!」
「이미 틀린 시점에서 의미 없지 않나?」
「어때? 스즈코는 이 이름이 맞다고 생각해?」
스즈코라 불린 소녀는 쓴웃음에 가까운 표정을 띄우고 있다. 그 표정이 렌코의 네이밍 센스 때문에 그런 것인지, 자신의 이름이 정말로 그런 것인지는 모른다.
「음, 뭐 그렇네요. 그거면 되지 않을까요? 방울, 좋아하기도 하고.」
그녀는 머리에 달린 방울을 흔들며 말했다. 누군가가 착하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결정 됐으면 축하 파티를 하자구. 그게 끝나면 부장과 메리의 완쾌 축하도 해야겠구만~」
치유리는 메리의 침대에 뛰어들어 메리와 함께 스즈코를 만지기 시작했다. 비명의 양이 늘었다. 간호사가 혼내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이걸로 잘 된 거겠지?」
「뭐 그렇네.」
렌코는 의자를 조금 움직여 유메미의 옆으로 붙였다.
「오컬트의 세계와 이어지는 중요한 단서잖아. 만약 정말로 그 세계의 출신이라면 그것대로 굉장하다고. 기억을 잃었어도 오컬트에 대한 지식은 있으니까. 지금은 이 세계의 광경이 방해해서 제대로 기억내질 못할지 몰라도 그걸 끄집어낸다면 앞으로의 오컬트 대책도 바뀌게 될 거야.」
「그래서 오컬트를 몰아놓고, 이 아이를 우리랑 엮은 거고……. 너도 속이 완전 까맣구만. 상관인 나조차 장기말로 쓸 정도니 정말 대단해.」
한숨을 쉬는 유메미를 보며 렌코는 웃었다.
「뭐 그건 본심 반, 목적 반 이었지. 인류를 위해 저 애를 그냥 넘겨버려서 돌려 보내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그건 아니라고 봐.」
「그건 그렇지.」
「취한 행동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져야지. 이제부터 바빠지겠네.」
이렇게 비익과에 소란스러운 신인 한 명이 늘었다.
「좋아 스즈코. 이 메리 씨에게 뭐든지 물어봐. 기억이 없어서 괴롭겠지만 가능한 만큼 도와줄게.」
「아, 네! 많이 물어볼 테니 일단 떨어주실 수 있겠어요……?」
「음, 그렇네. 역시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묘미가 있어.」
「살 곳도 준비해야겠네. 일단 적당히 호적이라도 만들까?」
「저기 옷은 어떻게 해야되나요? 이거 밖에 없는데.」
「응? 양복 정도라면 유메미 님이 사줄 거야.」
「안 돼! 이 애는 일본 옷이 귀여워! 뭣하면 내가 만들어주지 뭐!」
「정말인가요!? 굉장해요!」
「그 정돈 기본이야 기본.」
「그럼 스즈코는 나와 치유리랑 쇼핑이라도 할까? 메리랑 부장은 느긋히 쉬고 있어.」
「아 잠깐 렌코.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 나도 같이 가고 싶어…….」
「바빠지는게 아니라 시끄러워질 거 같은데. 이 이후로는.」
영적 도시 쿄토.
과학이라는 것이 솟아 올라와버린 이 도시에는 「잊혀져버린 오컬트」가 존재한다.
경계를 넘어서 모습을 나타낸 그들은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고, 인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런 존재를 붙잡아, 쿄토에 평화를 가져오는 인간이 필요하다.
쿄토 경찰 본부. 지역과, 형사과, 소년과── 그런 화려한 부서와는 달리 공표되어있지 않는 과가 있다.
그것이 바로 「쿄토 경찰 본부. 특수대책부 비익과 봉인계」 통칭 『비봉구락부』다!
「아 그러고보니, 스즈코는 사무원 일을 하게 될거야.」
「알겠습니다~! 힘낼게요!」
「잠깐.」
「왜?」
「……난? 사무원은 내 일이잖아.」
「그런 메리에게 기쁜 소식이야! 메리는 이제부터 경찰관으로서 일하게 돼!」
「오~ 축하해.」
「축하해요!」
「그러니까. 이제부터 『사무원이니까』라는 변명은 쓰지 못할거라고. 착실히 제대로 일 해야 돼!」
「하……하하……털썩.」
「아, 죽었다. 간호사 불러. 간호사!」
후기
후기를 짧게 쓰면 그 만큼 수면 시간이 늘어납니다. 안녕하세요. 시라카미 메리토입니다.
이번엔 말이죠 비봉으로 새로운 시리즈를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이 『결계전선』이에요. 목표로 한 건 일단 큰 틀이 『중2』스러운 것. 중2병은 부끄럽지 않아! 어중간하니까 부끄러운 거야! 중2를 뚫고 나가는 거야! 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는데, 기술명이 난비하는 스카이프를 참아낼 수 없었습니다. 벌 게임인가. 그 외로는 만화처럼 만들기 위해 양면 삽화를 채용해보기도 했습니다. 그 쪽은 아직 발전할 수 있기에 좀 더 힘내보겠습니다.
다음은 뭐 대강 커버 뒷페이지에 적어둔 것이 전부입니다.
저도 올해로 5년 정도 비봉을 써와서 좀 더 이렇게 하고 싶어! 저렇게 하고 싶어! 싶었던게 잔뜩 있어서. 좀 더 열혈적이고 멋있는게 좋아, 이제 비봉으로 까다로운 걸 생각해내는 것도 힘들고, 뭐라해야하나 좀 더 읽기 편한 비봉 엔터테이먼트를 쓰고 싶어! 그런 결과가 이렇네요.
이렇게 되면 사람은 욕심이 또 나기에.
전부터 비봉은 호전적인 요괴를 상대하면 대부분 도망가버리기에, 싸우는 걸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전용 무기를 갖추고 환상향의 요괴들과 싸우는 것도 해보고 싶었고. 지금까지 써본 적 없는 캐릭터를 잔뜩 내보고 싶었고. 제 유메미, 치유리 콤비의 견해를 처음으로 담아보고도 싶었고. 언젠가 설정 자료집 같은 걸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땐 각각의 세계가 펼쳐져서 즐거웠습니다.
이번엔 여러가지의 이유로 싸우는 묘사가 많았는데요 다음 권 이후로는 여러 오컬트와 만나는 걸 적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스즈예요. 코스즈는 정말 귀엽네요. 출연할 건 예전부터 결정해뒀습니다. 기억이 없어져서 스즈코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코스즈예요. 저는 코스즈를 위해 원고를 쓰고 있기에 앞으로 잘못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제게 알려주세요. 코스즈를 잔뜩 쓰는 걸 기대해주시고요!
이야기의 흐름은 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제목을 참고한 것은 「혈계전선」이라는 만화입니다. 모두들 읽어주세요! 재밌어요!
길게 됐지만 이번에 일러스트 및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주신 키쿠이치 씨, 그리고 편집 디자인을 맡아주신 키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결국 잔뜩 적어버렸네요! 그럼 다음 권에 만나요!
역자 후기
일단 예전에 사뒀던 작품들은 다 끝내버렸는데 이 소설 지금 보니까 10권까지 나와있더라고요? 처음 살땐 1권 밖에 안 보였었는데.
내가 엄청나게 놀았긴 놀았구나.
그렇다고 계속 붙잡을 것 같진 않은데. 사는 것도 문제고. 예전에 전 권 사고 다른 분에게 맡겼던 각각 한 권씩 샀었는데, 캇파라이드도 완결 나오니까 합본을 엄청 싸게 풀었었는데 이것도 그러는 거 아닐까. 근데 그러기엔 안 그래도 오래 걸렸는데 엄청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거 사놓고 읽어본 적 없다가 이번에 작업 시작하면서 읽기 시작해가지고 계속 진행 될 시리즈인지도 몰랐습니다. 사자마자 안 읽은 내가 잘못한거지 뭐.
아무튼 이 이후로는 어떤 작품이 진행 될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게임을 하거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환소몽이라던가? 그것도 지금 실행만 해보고 아직 해보지도 못했는데. 아니면 칭송받는자 시리즈를 할지도. 이건 이미 다른 번역이 있건 말건 정말로 하고 싶은 작품이긴 한데 한동안은 짧게 짧게 할만한 걸로 하고 싶네요. 요즘 모토는 한 화씩 올리다가 찍싸는 거 보다, 다 끝낼 때까지 안 올리다가 다 끝내면 한 번에 올릴려고 해서 아마 둘 다 진행 한다면 정말 한참 후에 올라오게 될겁니다.
그러므로 짧은 작품들을 소개 받습니다. 추천 주신 작품 중에 제가 괜찮다 싶은 것들은 하게 될 거예요. 연락은 덧글이나 쪽지로 주시면 됩니다. 요즘 이런 쪽을 영 하질 않으니까 있던 것들도 다 끝내두니 찾질 못하겠네요.
그럼 다음 작품에서 보거나 아마 이것도 pdf로 만들면 그때 또 볼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