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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틀림없나 보네요. 그리고 그 기색으로 보아, 방금 만났던 메리 씨도 동료였던거군요…… 그래도 실질적으로 손을 댄 건 당신인 것 같으니 책임은 당신이 받는 걸로 하죠.」
「큭…….」
「예, 『다른 사람의 땅에서 멋대로 난동을 부렸으니까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요. 그렇네요. 그래도 그런 인간의 이치를 꺼내오는 것이 잘못 된 거예요. 저희들 요괴는 저희들만의 법칙으로 움직이기 때문이죠. 걱정 안 하셔도 당신과 동료 이외의 인간에게 손을 댈 생각은 없어요. 얌전히…… 당신도 벌을 받으시죠!」
소녀는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냈다. 카드를 찢은 순간 주위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상기 「테리블 스베닐」
「자! 공포의 기억속에 잠들어 버리세요!」
「큭…….」
방어를 할려고 해도 어디에서 공격이 날아오는지를 모른다. 바로 근처에 있던 소년을 내쳐냈지만 그 이상 렌코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덮쳐올 고통을 각오하고 그 충격을 상상하며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1초.
2초.
5초가 지나도 아무 일도 없었다.
그 사이에 빛의 소용돌이는 점점 사라져 주위가 보이게 되었다.
렌코와 팔을 높이 들어올린 소녀와 내팽겨쳐진 소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 채 그저 망연히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응?」
교착 상태를 깬 건 렌코의 눈 앞으로 내려온 한 장의 종이였다. 아무래도 프린지 용지 인 것 같았다.
「뭐야 이거.」
딱히 위험한 느낌은 안 들어 렌코는 그걸 집었다. 종이를 펼쳐서 확인하니 자신이 어렸을 때 적었던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빨간 펜으로 채점이 되있었다. 틀림없이 학생들이 싫어하는 그것이다.
「이건……!」
「뭔데?」
소년의 질문에 렌코는 심호흡을 하고 외쳤다.
「초등학생 시절, 답을 하나 밀려써버렸던 시험지잖아……!」
「뭐?」
「무섭구만…… 끔찍한 걸 떠올리게 하고 있어…….」
「애써 잊어버렸었는데…….」
「뭐야. 이상하네. 보통 인간한테 쓰면 저렇게 되는 건가.」
트라우마를 자극 당해 풀죽은 인간 둘과 너무나도 예상 외의 전개로 당혹한 요괴가 있는 기묘한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소녀는 당황하면서도 다시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그녀도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다. 카드에 강한 마음을 담아 있는 힘껏 찢었다.
「……뭔가 잘못된 것 뿐이야! 다시 한번! 이번엔 제대로 된 걸 보여줄게!」
──상기 「공포최면술」
다시 렌코의 시야는 새하얗게 물들었다. 렌코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트라우마 때문인 것인가. 아니면 아무 일도 없다는 걸 알기에 그런 것인가.
1초.
2초.
5초.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똑같이 빛이 사라지고, 종이가 떨어졌다.
「마치 편지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 같네.」
「의외로 로맨티스트네. 너. 이번엔 또 뭐야, 정말…….」
렌코는 맥이 풀린 상태로 종이를 집었다. 그리고 얼굴은 더 파랗게 질렸다.
「왜 그래?」
「이건…… 대학 때, 수강신청을 까먹어버린 내 시간표…….」
「완전 백지구만…… 그렇게나 무서운 거야?」
「무섭지. 엄청 무서워.」
「당신 얼굴이 더 무서운데.」
「뭐야…… 역시 이 세계에선 내 스펠은…….」
무섭긴 무서운 것이다. 분명 무섭긴 한데 목숨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나니 이 공격은 조금 김빠진다. 부끄러운 비밀을 폭로당하고 싶지 않으면 살인을 하라 해도 실행으로 옮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비밀의 강도에 따라 있긴 하겠지만.
「음…….」
렌코는 소녀를 봤다. 뭔가 중얼중얼 거리고 있어서 말을 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애초에 말을 안 걸어도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까 의미는 없겠지만.
렌코는 일단 옆에 있는 소년의 등을 두들겨 도망치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골목에서 나갔다. 아무쪼록 저 소년이 갱생하도록 빌며, 갱생 안 하면 어차피 이 근처에서 만날 수 있을 테니 렌코는 딱히 섭섭하진 않겠다만.
소년이 안 보이게 되어서 렌코도 도망칠려고 했다. 소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천천히 살금살금──
「어디 가시는 거죠?」
「윽.」
멈춰 세워버렸다.
「걱정 안 하셔도 그에게 피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어요. 오린은 정도를 몰라서 날뛰어버렸지만, 저는 나름대로 신경쓰면서 하니까요. 그러니 안심하고 당해주시지요.」
「아니 그건 좀 참아줬으면 하는데. 그리고…….」
「제가 별로 강하지 않은 것 같다고요?」
「그렇게 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렌코는 그렇게나 강해보이게 필살기 같은 걸 썼으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실패한 것이라 생각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일본인에게는 본심과 배려심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후후, 후후…… 좋아요. 보여드리지요. 전 지령전의 주인이라고요. 애완동물한테는 안 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테니까!」
그녀는 오른손으로 자세를 잡았다 이번엔 정말로 위험하다고 이해한 렌코는 달리기 시작했다.
폭발음.
굉음.
파열음.
온갖 소리들이 렌코의 주위에서 들려오고 있다.
「오오오! 위험해 위험해! 도망치자!」
골목에서 다른 골목으로 뛰어들어 간다. 슬쩍 뒤를 돌아봤지만 그녀는 따라오지 않았다.
「이거 원. 따라오지도 않으니 저 쓰레기통 그림자에 숨어있자.」
그림자에 다가간 순간, 갑자기 쓰레기통이 터졌다.
「오오오!?」
「많이 움직이지 말아 주실래요? 뛰는 것도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요…….」
상공에서 들려온 소리에 이끌려 올려다보니 방금 전의 소녀가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당연하다는듯 떠있는 모습에 순간 사고가 멈춰버릴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버텨서 바로 잡았다.
「저런게 가능해……? 애초에 생각을 읽을 수 있으면 내가 어디로 도망가는지도 알고 있겠네?」
어딘가에서 「알고 있어요~」라는 맥빠진 소리가 들려온다.
「장난이 아니구만! 이렇게 되면…….」
자켓에서 코드가 달려있는 부적 여러 개를 꺼내면서, 벨트에 달려있는 전원을 켰다. 부적에서 소리가 나며 빛나기 시작했다.
렌코와 유메미가 개발한 대 오컬트 용 전자 부적. 효력은 이미 확증 완료. 오컬트를 죽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게 아니라 움직을 봉쇄하고 경계 저편으로 날려보내기 위한 부적이다.
좁은 골목에서 자세를 잡아 상대의 기척을 찾는다. 방금까지 시끄러웠던 것이 거짓말 같이 조용해졌을 즘, 다시 한번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저와 정면에서 싸우실 생각인가요? 당신의 신체 능력도, 무기의 특성도, 부적으로 섬광을 일으켜 제 눈을 멀게할려는 것도 다 들켜있는데도?」
「음, 무리다. 도망가자.」
부적을 허둥지둥 집어넣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어딜 가도 승산은 없다. 하지만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다. 렌코는 무전기를 꽉 눌러 전용 라인으로 연결했다.
「비익과에서 본부에!」
『네, 말씀하세요.』
「경계 외 존재와 접촉! 장소는 시조 카라스마 남서, 목표를 제 1종 경계 재해로 인정하고, 제 1종 경계 재해 대책 준비를 요청합니다!」
『요청을 확인……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심의를 하겠습니다.』
「서둘러요! 현재 진행형으로 위기란 말이에요!」
『회답합니다.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제 2종 배치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에 맞춰서 행동을 부탁 드립니다.』
「2종!? 저는 1종을 부탁했는데요! 빨리 지원 보내라고요! 2종은…….」
『결정은 본부에 자세한 정보가 들어올때까지 변경 없습니다. 제 2종 배치입니다. 비익과 봉인계는 목표의 무력화, 다른 인원은 주민의 피난에 응합니다.』
「우리만으로 해결 하라는 거잖아. 우리 사무원은 오늘 비번인데?」
『무운을 빕니다.』
「아 정말! 끊…… 꺄악!」
통신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소녀에게 뒤를 잡힌 것 같다. 재빠르게 갈림길로 뛰어들어 날아오는 탄을 피했다.
어떻게 할지 생각을 굴려봤지만, 괜찮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생각한 시점에서 읽혀버리니 실행으로 옮길 수가 없다. 어찌 됐든간에 계속 뛰는 것 말고는 가능한 것이 없다.
「젠장, 왜 이런 일에 휘말려버린 건데…….」
울기 시작했을 즘 렌코의 무선기에서 통신음이 울렸다. 본부라도 누구라도 좋다. 아니면 부장인 유메미나, 그 부하인 치유리여도 좋다. 누가 구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며 무선을 받았다.
『안녕~』
「메리!?」
긴장감이 없는 목소리. 이 목소리는 파트너, 마에리베리 한의 목소리였다.
『통신하는 거 들었어. 꽤 위기인 것 같은데.』
「그 정도가 아니라 죽을 것 같다고! 지금도 바로 뒤에서 쓰레기 더미가 폭발했어! 이대로라면 나 진짜로 죽을지도 몰라!」
『그런 것 같네. 그럼 열심히 해봐.』
「잠깐, 잠깐, 잠깐, 기다려봐! 도와주러 오는 게 아냐?」
『그럴 생각 없는데……. 그리고 괜찮을 거야. 진짜 아무 일 없을 거야. 아마도.』
「아니 왜 그러는데. 이상하잖아. 보통은 도와주는게 정상이잖아.」
『렌코, 가능하면 죽지 말아줘. 죽어버리면 마음에 상처를 받은 내가 경찰을 그만두고 귀여운 잡화상에서 느긋하게 트라우마를 치료할 거야.』
「죽게 되면, 가능한 만큼 널 증오하면서 죽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 메리가 좋아하는 테디베어에 빙의해서 매일 밤마다 머리맡에 서있어 주겠어…… 으아악!」
『움직이는 곰은 그것대로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내용물이 렌코라고 생각하면 의욕이 생기지 않네. 아~ 토라야의 양갱 먹고 싶네. 20개 정도.』
「의욕하고 양갱 때문에 내 생사가 갈린다니! 알았어! 알았다고! 나중에 사줄 테니까 빨리 와!」
『좋아. 녹음 해뒀으니까 잊으면 안 돼.』
쉽게 당하지 않는 렌코에게 화가 치밀었는지 소녀의 공격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종횡무진하게 도망치지만, 이대로라면 맞게 되는 것도 얼마 안 걸릴 것이다.
「친구 분이랑 상담하시나요? 뭐 상관 없지만 말이죠!」
「난 동아리 시절부터 도망치는 거에 익숙해졌다고. 정체 모를 키메라와, 세미나의 교수와, 집세를 받으러 온 집주인한테 말이지! 아무리 오컬트래봤자 허약소녀한테 질 거 같아!」
『쓸데없는 말을 하면 숨이 거칠어져. 렌코 일단은 남쪽으로 가. 그리고 가능하면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달리는 거에만 집중 해. 내가 보고 있을테니까 도망치는 방향은 내가 지시할게. 그리고 상대가 뭔가 중요한 말을 할 것 같으면, 다시 말해서 내가 알 수 있도록 알려줘. 모습은 보여도 소리는 안 들리니까.』
「……알았어! 근데 지금 어디에 있어?」
『그걸 지금 말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무심코 말해버리면 나까지 노려지잖아. 그럼 의미가 없는데. 아무튼 지리적 우위는 우리한테 있어. 포기하는게 너무 빠르다고.』
같은 시간.
마에리베리 한.
그녀의 눈에는 몇 개의 특수한 능력이 있다.
일단 『경계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물건과 물건의 사이. 물건과 물건이 아닌 것의 사이. 세계의 틈새나 이공간의 문까지. 그녀는 이 능력을 구사해 대학 시절에는 렌코와 둘이서 경계를 찾아다녔다.
그 눈의 힘은 렌코가 「기분 나쁘다」고 했다. 그리고 메리의 존재를 오컬트 계에 알리기도 했다. 경계 탐방을 하며 활약한 두 사람은 오컬트 동아리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소문이긴 하지만 이세계에 도달한 사람 취급을 받았었다.
다른 능력은 『시야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학 졸업 직전, 『경계를 보는 능력』을 이용해 위성 토리후네에 침입해, 그 안에서 어느 사건으로 인해 메리의 눈이 성장해서 얻은 능력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시야를 공유해, 상대에게 자기가 보고 있는 광경을 보여주는 것도, 상대의 시야를 지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장소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시야 공유 능력과 같은 시기에 얻은 능력. 방해물에 지배되지 않는 시야. 천리안을 뛰어넘어 좌표만 맞으면 다른 세계의 광경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공유와 맞춰서 다른 사람과 같이 멀리 떨어진 장소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그 희귀한 눈덕에 지금 이 조직에 들어와있지만 지금은 상관 없는 이야기다. 중요한 건 지금 메리가 이 능력을 써서 자신의 파트너를 도와줄려는 것이다.
「뭐 그 애를 렌코에게 보낸 책임도 있으니까. 양갱이 아니라 평범하게 인형을 부탁할 걸 그랬나. 음, 뭐 지금은 먹는 거나 생각해 둬야지.」
메리는 현재 서있는 장소에서 남쪽을 바라봤다. 도시는 평소처럼 아무일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걷고 있다. 여기있는 전원은 이 도시에 오컬트가 숨어드는 걸 모르고 있다.
「……시작하자.」
두 눈동자가 빛난다.
고주파 같은 소리가 머리속에서 울려퍼진다.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건 세 능력 중 하나, 천리안 능력이다. 그녀는 준비를 갖추고 나서 몸짓과 함께 말을 했다.
「두번째 눈.」
능력을 발동 시킨 순간, 건물의 그림자가 사라져갔다. 초점을 맞춘 렌코만이 떠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녀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다 보인다. 물론 렌코를 쫓고 있는 오컬트의 모습도 보인다.
「거기서 오른쪽. 좋아. 상대도 당황하고 있어. 네가 어디로 도망갈지 예상이 안 되는 것 같아.」
『그건 괜찮긴 한데!』
「앞으로 조금만 더 힘내봐. 시치죠 거리에서 끝낼 거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달리고 달려.」
쿄토 역.
쿄토 역 상층에 메리가 있었다. 쿄토의 거리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장소이기에 렌코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 방해물에 저해받지 않고 시점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렌코의 길안내를 해주고 있다. 눈 밑에는 경찰 차량이 느긋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주위 시민의 피난은 끝난 모양이라 렌코와 대상의 주위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에 메리의 주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쿄토 역 전체로 보자면 이곳저곳에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좀 난폭해졌네. 뭐 잘만 되면 뭔 일이 있어도 용서해주겠지. 2종 배치를 한 건 본부니까 그 책임을 받아야지. 그리고 난 사무원이니까 실패해도 책임 같은 건 없고.」
메리는 집고 있던 찹살떡을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읍, 케헥.」
『뭘 먹고 있는 거야. 넌!』
무선이 시끄럽게 울린다.
「후우. 허둥대면 안 돼, 허둥대면. 자 드디어 나를 믿을 시간이야 렌코. 시치죠 거리에 도착하면 움직이지 말고 각오하고 있어.」
이상하다.
요괴 사토리는 생각했다.
분명 그녀는 돌아다니는 걸 잘못한다. 이 땅도 처음 오는 곳이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인간 하나를 죽이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애완동물인 오린은 뭔가 방심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린이 인간한테 당할리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잘도 도망치셨네요…….」
중간부터 렌코의 움직임이 바뀌었다는 것 즘은 사토리도 알고 있다. 그게 「친구」가 도와줘서 그렇다는 것도. 그래도 아무리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하더라도 사토리가 생각을 읽는 것 보다 빠를 정도로 진행 방향을 정할려면 계속 보고 있어야만 한다.
「하아, 하아, 그거 고맙구만.」
「한계이신가요? 그렇게는 보이진 않은데…… 아직 달리실 수 있으신 거 같네요. 뭔가 꾸미고 계신게 있나요?」
「하아, 하아……글쎄? 생각을 읽어서 확인 해보면 되잖아?」
그런 건 진작에 하고 있다. 하지만 렌코의 머릿 속에는 얻어낼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 안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필사적으로 무를 만들어내 문을 닫을려고 하는 것 정도다.
「설마……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그것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없다.
어떠한 방법으로 친구가 렌코를 보고 있고 도망칠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거기까진 알 수 있다. 모르겠는 건 왜 렌코가 여기서 서있는 것인가.
저대로 서있으면 반드시 당하게 될 것인데 렌코는 움직이질 않았다. 무슨 작전이 있나 싶으면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 행동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행동과 준비를 실패하지 않으려면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지금 여기에 가만히 서있기만 한다. 꾸미고 있다면 렌코가 아니라 친구인 메리일 것이다.
「말도 안 돼…… 터무니 없는 일만 잔뜩이네. 죽을지도 모르는데 태평하게 서있는 것도, 친구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바보같이 서있게 만드는 것도, 말도 안 돼는 일이야.」
사토리는 떠있는 몸을 땅으로 내렸다. 그대로 힘을 모아 나른해보이는 제 3의 눈을 움직였다.
「응, 그럴리 없어. 이렇게 내 앞에서 평범한 인간이 서있는 건. 좋아. 보여줄게. 마침 이 근처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으니까. 내 온 힘을 담아 당신의 생각을 완전히 읽어주겠어.」
반 정도 열려있던 눈꺼풀이 올라갔다.
「당신은 정말로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어. 그럼 질문을 바꿔야겠네. 친구는 지금 어디에 있어?」
「글쎄. 모르는데.」
「거짓말! 허튼 짓은 안 하는게 좋을 거야!」
「진짠데. 확인해보면 되잖아.」
「말하지 않아도 그러고 있어. 아무런 생각을 안 하고 있어도 무의미야. 작전을 모르니까 준비 행동을 하지 않는 것 겠지만 친구가 있는 곳은 내가 진심으로 찾아내면 찾아낼 수 있어. 이 거리라면 아무리 이상한 지시를 내려도, 부적으로 공격을 할려해도 닿지 않아. 후회 해봤자 이제 뒤는 없어!」
제 3의 눈이 완전히 열렸다. 동시에 렌코의 의식은 강제적으로 열려져 사토리가 렌코의 의식 속으로 들어갔다.
『헤에…….』
무전기에서 새어나온 소리가 사토리의 귀에 닿았다. 걱정이 전혀 없는 듯한 목소리로 인해 사토리는 초조해졌다.
「상당히 여유로운데. 그게 아니라 박정한 건가?」
「후훗.」
이번엔 몸인 렌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웃긴건데.」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박정하다 하면 맞긴 한데. 그게 아니라 한동안 내가 계속 말하고 있어도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게 됐다 싶어서.」
제 3의 눈이 흔들린다.
소리가 엇갈리지 않는다.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생각과 말이 같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되지 않을 것이다.
사토리는 더 강하게 제 3의 눈에 힘을 모았다.
아직 뭔가 숨기고 있을 것이다. 절대 마음 깊숙한 곳에 숨기고 있을 것이다.
사토리는 기를 쓰면서 마음 깊숙히 들어갔다.
『렌코, 질문이야.』
「응, 뭔데.」
『그 근처에서 제일 가까운 역이 어딜까? 내가 지금 거기 있는데.』
「아아…….」
생각이 읽히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이 한 명 더 있는 것 같은 감각이 맴돈다. 하지만 이 술래잡기도 이제 곧 끝난다. 렌코는 뒤에 있는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확실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메리는 쿄토 역 안에 있는 거네.」
뭔가가 분출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
사토리가 눈치 챈 순간에는 발밑에 피웅덩이가 고여있었다. 그게 자신의 코피라고 이해했을 땐 이미 그녀의 눈은 뒤집힌 후였다.
「아……아…….」
사토리는 바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한동안 관찰한 후 그녀가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 한 다음에 렌코는 자켓에서 부적을 꺼냈다.
「메리…… 지금 역에 사람이 어느 정도 있어?」
『글쎄? 구경꾼이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어. 천 명은 넘지 않을까?』
「정말 지독한 짓을 하는구만…….」
렌코는 사토리에게 부적을 붙였다.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르니까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다.
「자, 봉인.」
「지금 생각해도 역시 너무 심한 걸 한 거 같아.」
「왜?」
해질녘의 오픈 카페. 뒷정리를 끝낸 두 사람은 우아하게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었다.
완전히 기절한 요괴 사토리는 메리가 수색을 해서 발견한 경계의 틈으로 돌려보냈다.
이번엔 일반인, 경찰의 희생자도 없었기에 아무리 사람들과 동떨어진 비봉구락부라 해도 어느 정도의 상은 받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기분은 매우 좋은 상태였다.
「주위의 모든 사람을 치운 다음에, 부추길 만큼 부추겨서 능력을 전개한 상황에서 한번에 천 명 이상의 생각을 읽게 만들다니…… 뭐 확실히 처리 능력이 못따라가 펑크가 나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인간은 분명 뭔가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을 거야. 난 그걸 역으로 이용했을 뿐이지. 렌코가 내가 있는 곳을 모른 상태로 그런 행동을 취한다는 걸 믿을 수 없으니까, 역을 가리키니 초조해서 건물 전체를 들여다 본 거잖아. 뭐 그렇게 생각하니…… 좀 나쁜 것 같기도 하네.」
「그래도 나라고 순순히 죽어줄 수도 없는 거잖아. 근데 뭐 잘도 성공했네. 메리가 그렇게까지 머리가 잘 돌아가는지는 몰랐어.」
「나도 할 땐 한다고. 렌코가 내 말을 잘 안 듣기도 하고. 그리고 그 애, 의외로 알기 쉬웠는 걸. 뭐랄까…… 커뮤니케이션을 못한다 해야하나……. 능력을 억제한 상태로 여길 지나갈때도 쓰러질 것만 같았으니까 그 정도의 소리를 들으면 머리가 터지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아무튼 이번엔 메리의 활약이 컸네.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으니 특별 수당이 나올 거야. 그걸로 양갱을 잔뜩 사줄게! 30개라도 50개라도 말이야!」
「와~ 이러면 휴일 출근도 나쁘진 않네.」
「유메미 님, 렌코의 특별 수당은 어쩔 거야? 그 녀석 지금 무급 처분이라구.」
「아…… 그거면 되겠지. 오봉에 받았던 양갱이 아직 잔뜩 남아있을 거야. 그걸 처리해버리면 렌코의 식비도 줄을테니, 울면서 기뻐하지 않을까?」
「확실히 그렇겠네. 그럼 이거 갖다주고 올게. 유통기한은 괜찮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