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이걸 이렇게 하면 돼.」
「와, 잘 하네. 역시 전 잡화상 점원 인건가.」
「전 인게 문제지……. 나는 아직 그만 둘 생각은 없었는데. 빨리 팬시한 가게의 점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경찰을 한시라도 빨리 그만두고 싶다고.」
「상관이 허락만 해준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상관이 허락해준다면 말이지.」
「그게 문제인 거잖아…….」
사람들에게 숨어살고 있는 『비봉구락부』도 제대로 된 사무소가 존재한다. 애초에 다른 경찰들이 전부 까먹고 있기에 모르는 것이지만 비익과에는 사무원 1명이 재적하고 있으며 이 곳이 그녀의 본거지다. 사무원의 일을 아예 하지 않기에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도 당연한 거지만.
그리고 그 사무소도 꽤 눈물을 자아내는 요소가 있다. 형사과와 같은 층의 창고를 정리해서 방을 빌린 것이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특명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지금 이 방에 있는 건 사무원 마에리베리 한과 부장의 비서인 키타시라카와 치유리 두 사람이다. 부서의 가장 말단인 메리와, 오컬트 사건의 책임자인 부장의 비서가 같이 있는 의외라면 의외인 조합이지만 뜻밖에도 두 사람은 사이가 좋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면 「두 사람 다 불쌍하니까 그렇지」라고 말할 것이다.
애초에 치유리는 어디까지나 『비서』이며, 부부장이나 부장 대리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즉 그녀에게 어떠한 결정권도 없으며, 비익과장인 렌코와 비슷한 포지션을 지니고 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잡일이나 연락을 하는 역할이라 말할 수 있다. 어느 의미로는 그녀도 말단이다.
그런 두 사람이 여기서 뭘 하고 있냐면 치유리가 「심심하다」고 비익과 사무소를 지나가는 길에 손뜨개 인형을 만들고 있던 메리를 우연히 만났다.
「근데 이런 곳에서 시간 떼우고 있어도 괜찮아? 부장 님한테 혼나는 거 아니야?」
「괜찮아. 어차피 평소엔 할 것도 없고, 서내를 너무 돌아다녀서 눈에 띄는 짓은 하지말라고 했으니까. 그나저나 메리가 남 걱정 할 때야?」
「난 아무 상관 없잖아. 그야 사무원인걸. 정리할 서류가 없으면 할 일은 내가 마실 홍차를 타는 정도 밖에 없어.」
치유리는 그 말을 듣고 책상 위로 시선을 향했다.
두 사람이 안자있는 건 접객용……손님이 오는지는 둘째치고……소파다. 사무용 책상은 별도로 있다. 메리가 쓰고 있는 책상에는 서류의 산이 수북히 쌓여있다.
「……서류가 뭐라고?」
「저건 내게 아니라 상관 없어. 렌코가 개인적으로 쓴 영수증 더미고. 회계에 보낼 수도 없어.」
「아 그랬었지. 그러고보니 무급이었던가. 다음 달에 카드값이 빠져나갈 때가 기대되는구만.」
「뭐 그 처분도 얼마 전에 끝났어. 일단은 급료가 들어왔으니까 그 돈으로 내겠지.」
「그리 간단히 넘어갈 거 같진 않은데. 어차피 또 앞뒤 생각하지 않고 마구 사대서 머리가 안 돌아가게 될…….」
복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에 치유리는 말을 도중에 끊었다. 추측을 안 해도 규율이 많은 경찰서 안에서 이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인물은 몇 없다. 치유리는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안녕~ 메리! 잘 지내고 있어!?」
물론 그 인물은 비익과장, 우사미 렌코다.
「안녕 렌코. 네 덕에 오늘도 일을 그만두고 싶어지는걸.」
「시끄러운 걸로 기네스에 오를 수준이라고. 안녕.」
「왜 치유리가 여기에 있는 거야. 한가하면 빨리 부장한테 돌아가서 내 월급을 올려줄 노력이나 해.」
「가족이 인질로 잡혀도 그런 건 안 한다구…….」
「안 해도 돼! 드디어 월급을 받게 됐으니까! 내 시대가 온 거야!」
「시끄러…….」
「근데 진짜 텐션 높네. 돈 말고 또 뭔 일 있어?」
메리는 일말의 표정 변화 없이 홍차를 마셔가며 시선을 렌코에게 향했다. 그녀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도 않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건 평소부터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더욱 더 심한 것 같았다. 그런 인간이 경찰서의 과장이어도 괜찮은 건가. 아니, 괜찮지 않다.
「잘 물어봤어. 메리! 역시 내 파트너야! 말을 꺼내지 않아도 알아주는구나. 정말 기뻐!」
렌코는 눈에서 별이 나올 정도로 윙크를 하며 포즈를 잡았다. 치유리는 그 별을 내려치면서 말을 꺼냈다.
「솔직히 말해서 더럽게 기분 나쁘구만.」
「치유리, 그런 건 말로 하면 안 돼.」
「조용히 해! 상관한테 대들면 평가를 낮출 거야!」
「난 네 부하가 아니라구. 그래서 대체 뭔 일인데?」
치유리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겨가며 말했다. 이 시점에서 어차피 대단한 일은 아닐 거라는 걸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렌코도 알고는 있지만 이런 상황 일수록 대화를 잘 주도해나간다. 즉 별 거 아닌 일이어도 알고 싶도록 유도하게끔 대화 한다는 것이다.
「헤헤헤. 나 이사 했어! 지금 까지 살던 낡아 빠진 곳에서 좋은 곳으로 말야~」
「그래? 잘 됐네. 어디로 이사 했는데?」
치유리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옆에 있는 메리의 눈썹이 조금 움직였다.
「얼마 전에 쿄토 역 앞에 있던 요도바시를 허물고 맨션을 지었잖아. 거기로 이사 했어.」
「응? 거기 집세 비싸지 않던가?」
「괜찮아. 절대 안 팔릴만한 사건이 일어났다던가 그랬다던데.」
「그게 괜찮은 거냐…….」
「난 오컬트 대책의 전문가잖아? 그런게 무서우면 일을 어떻게 했는데.」
「뭐 그렇네.」
「그래서 모처럼이니 가구도 전부 새로 사버렸는데…….」
「잠깐.」
메리의 태클이 들어왔다. 과연 무슨 일인가 싶은 치유리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더니 무표정이면서도 무거운 오라를 풍기는 메리가 렌코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가구를 전부 새로 샀다고?」
뭔갈 눈치 챈 것 같은 치유리는 입가에 손을 댔다. 한 편 렌코는 신경 쓰지도 않고 자랑을 계속 늘어놓았다.
「응. 침대랑 옵션으로 포함 된 정수기! 좋은 기회니까 단말도 바꿔서 장막형 전기 출력기도 갖추게 되었어~ 뭐라 해야되나? 나도 어른의 방을 만들고 싶다 해야하나? 이대로는 좀 아닌 거 같아서 바꿨어!」
「그래…….」
메리는 짧게 답을 하고 컵을 받침에 내려 놓았다. 치유리는 이 방에서 탈출하고 싶어졌다. 가볍고 무거운 공기가 섞여서 숨이 턱턱 막히게 되었다.
「너, 잘도 그런 걸 살 돈이 있었네.」
말했다!
치유리는 그렇게 외치고 싶어했다.
「응? 아 그건 그러니까…….」
「애초에 이사 비용도 어디서 난건데. 무급 생활동안 카모 강에서 낚은 배양(클) 복제어(론)를 먹었던 네가 그런 돈이 있을리 없잖아. 그 맨션도 아무리 싸다고 해도 반값이 최대라 생각하는데, 그 반값도 다른 곳이랑 비교하자면 꽤 비싼 집값에 들어가지 않나? 이 나라 수도의 역 앞인데.」
「바, 반값 아냐! 정확히는 5분의 1정도…….」
「그런 이야기 할려는 거 아냐.」
메리는 렌코의 말을 바로 가로막고 말을 계속 했다.
「너, 이번에 무급 처분이 끝나고 월급 나왔지?」
「아, 예. 그렇습니다. 헤헤헤…….」
정말로 비굴하다. 저게 이 세계 최고의 경계 외 생물 대책가의 모습인 것인가. 오컬트를 상대할 땐 나름대로 멋이 있는데 인간을 상대할 땐 이렇게 되버린다. 치유리는 눈물을 닦았다.
「그거 아직 남아있어?」
「존재 유무를 묻는다면 대답하기 좀 어렵네요. 애초에 지폐 같은 건 시대착오적인 물건입니다 메리 님. 통장에 적혀 있는 0의 개수를 세는 건 검지 하나면 될 정도로 간단한 일입니다.」
「세금, 식비, 소모품…….」
「제가 좋아하는 건 말이죠. 합성 백미와 후리카케예요.」
「그런데 내 책상 위에 영수증 더미가 있지?」
「있네요. 상관으로서 말하겠는데 일거리를 처리 안 하고 쌓아두는 건 나쁜 거예요.」
「저걸 경비로 청구할 생각은 없으니까 알아둬.」
「그건 너무 하잖아!」
드디어 큰소리를 내며 책상을 두들기는 렌코. 이것만큼은 흘려 넘길 수 없었나본지 눈을 부릅뜨고 아랫입술을 물면서 메리에게 들이댔다.
「메리. 이건 경비야. 과장인 내가 말하는 거니까 틀림 없어. 알겠어?」
「낚시대 같은 걸 조사에서 쓰던가…….」
「그거는 오컬트 사건을 해결하려면 내가 필요하잖아. 나라는 존재를 유지시키기 위해선 식재료라는 에너지가 필요하잖아? 그 에너지인 클론 메기를 낚기 위해선 낚시대가 필요해. 역시 경비네.」
「같은 돈으로 합성 쌀이라도 샀으면 끝날 일이잖아……. 아니 그래도 안 될려나.」
한숨 섞인 치유리의 목소리는 렌코의 콧바람에 의해 없어졌다. 그리고 책상 위의 영수증은 낚시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외에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경비면 되지 않겠냐고 타협해서 산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리고 메리를 구슬려봤자 유메미 님이 그걸 허락해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구.」
「맞아. 나는 제 1 관문밖에 안 돼. 그런데 그걸 돌파하지도 못하는 시점에서 이미 결말이 보이는걸.」
「윽……. 그래도 혹시 부장이 갑자기 이상해져서 허락해줄지도 몰라…….」
「이상한 건 네 머리겠지.」
두 사람의 연달은 공격으로 인해 렌코는 한 발자국 뒤로 밀려났다. 지금이 몰아붙일 시간이라 생각한 메리는 웃음을 띄우며 조용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괜찮아. 렌코, 이사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가구 정도는 주문취소 해버리면 이 영수증 정도는 어떻게 넘길 수 있어. 일본에는 쿨링오프라는 제도가 있으니까…….」
그 순간.
방에 설치 되어있는 경보기가 크게 울려 퍼진 직후에 사람의 목소리가 그녀들에게 비상 사태를 알렸다.
『긴급 연락입니다.』
무선 모니터에 전원이 들어와 오퍼레이터의 모습이 비춰진다. 이 방을 향해 비춰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서를 한번에 송신하고 있는 영상이다. 메리도 렌코도 서로 눈을 떼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비과학 체계 부정 조직의 과격파에게서 테러 예고가 왔습니다. 수도 곳곳에 폭발물을 설치해뒀다는 소명이에요.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만, 빠르게 수사를 진행해주세요. 매스컴에 보내진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화면이 전환 되었다. 이번엔 해골 같이 여윈 검은 옷의 남자가 비춰졌다. 적의 두목인지 아니면 간부인지 아무튼 그럴 것이다. 뭔갈 떠들어대고 있지만 연설의 요령이 없어서 말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렌코는 자켓의 깃을 다듬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부적의 감촉을 확인해가며 문으로 향했다.
「안 봐?」
「어차피 과학 맹신자의 헛소리잖아. 들어줄 가치도 없어. 뭐 우리들한테 관계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가능한만큼 알아보러 가야지. 출발하자.」
「뭐? 귀찮은데…….」
메리도 불평을 말해가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녀들이 담당하는 오컬트 사건은 기본적으로 공표 되는 일이 없이 사고로 정리되어버린다. 인류를 간단히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생물이 쿄토에 간단히 침입 가능한 상태라는 걸 알리면 인류는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다. 아직까지 쿄토만 그런 것이 다행이지만 지금까지의 일이 쿄토에 한정 되어있는 이유를 아직 모른다.
전에 있었던 사건같이 대량의 사망자를 낸 경우에도 범인은 현장에서 즉사 했다던가 흉악 범죄자로 얼굴이 밝혀지지도 않은 채 사형이 되었다고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그보다도 미지의 존재를 숨기는 방법이 이 정도밖에 없다. 인터넷에 있는 언더그라운드 그룹 사이에서 「그런 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냐」는 억측이 돌고 가끔은 목격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정도다. 그 목격자한테는 제법 반응이 있긴 하지만.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범죄자들 덕분에 쿄토의 치안은 매우 악화했다. 그것들은 눈에 보이는 범죄를 불러들여, 이 도시의 범죄율을 세계 1위의 위치까지 끌어 올렸다.
그래도 이 도시에 아직 대량의 시민이 있는 것은, 쿄토가 수도인 것,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간의 죽음이 가벼워진 것 때문이다. 목숨의 가치관은 전국 시대 정도로 돌아가 있거나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모든 걸 다 한 인간이란 생물은 길고 긴 따분한 시간 속에서 죽는다는 것에 동경을 가지게 되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넘고, 여러 번의 전쟁을 결험하고, 천도를 끝낸 후의 인간들은 죽는 것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래도 여기 있는 소녀들은 명랑하다. 질릴 정도로 사람이 죽는 걸 봐왔어도 생사의 밸런스를 외부에서 무너트리는 건 싫어하기 때문이다.
「아, 지금 이야기는 아직 안 끝났어. 돌아오면 계속 할 거야.」
「음. 뭐 그렇겠지 그 이야기는 돌아오고 나서 하자. 그러니까 돌아갈때까지 꺼내지도 말아줘.」
「하아……. 뭐 됐어 그럼 갔다올게. 치유리.」
「갔다 와.」
두 사람이 나간 방에서 치유리는 기지개를 쭉 피면서 하품을 하고 난 뒤에 혼잣말을 했다.
「자 그럼…….」
지령전.
작열 지옥의 관리자가 살고 있는 서양식 건물의 이름이다. 그 건물의 주인인 코메이지 사토리는 침대 위에서 조용히 책을 일고 있다. 그녀의 몸에는 응급 처리를 한 사람이 솜씨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붕대가 대충 감겨있다. 미라 같은 모습이 되어있지만 그녀는 별로 아픈 것 같은 표정을 띄우고 있지는 않다. 그냥 단순히 과장되게 처치를 해둔 것 일거다.
사토리는 평소에는 의자 위에서 앉아있기만 한 생활을 보내기에 침대 위에 누워있어봤자 활동하는 곳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이다. 그녀의 평온한 일상은 변함없다.
하지만 그 평온을 방해하는 것 처럼 복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울려왔다.
「사토리 님!」
목소리의 주인공은 방 문을 떼어버릴 것 같은 기세로 열어서, 그대로 방에 들어왔다. 빨간 머리에 동물 귀, 고딕 풍의 옷을 입고 거친 숨을 내뱉는 사토리의 애완동물, 카엔뵤 린이다.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오린의 앞에서 사토리는 책에서 눈을 돌리지도 않고 「시끄럽다」고 말했다.
「큰일이에요. 사토리 님!」
「시끄러워.」
「방금 작열 지옥에 연료를 넣으러 갔는데요! 그 녀석이.」
「시끄럽다고.」
큰 소리가 나며 오린이 바닥에 뭉개졌다. 갑자기 떨어진 구슬을 피하지 못해서 그 자리에 엎어져버렸다.
「소리를 내지마. 머리에 윙윙 울려서 짜증난다고. 말 안 해도 넌 알거라 생각하는데?」
사토리가 오린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그 압력으로 오린은 바로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아 그럼 다시 말할게요…… 큰일이에요. 사토리 님!)
「그건 아까 말했잖아.」
(방금 작열 지옥에.)
「그것도 말했어.」
(그럼…… 요점만 말하자면 오쿠가 없어져버렸어요!)
「어머, 그건 처음 듣는데.」
사토리는 숨소리를 내면서 볼에 손을 댔다. 그녀가 없으면 작열 지옥의 온도 관리를 할 수가 없다. 연료만 넣으면 폭주 할 일은 없기에 큰 문제는 없지만 불안함은 다른 곳에 있다.
「드디어 내가 싫어진 건가. 지령전도 작열 지옥도 내버려두고 도망친 거야? 설마 그런걸 결심할 줄이야.」
(드디어라니 뭐에요. 뭔가 걸리는게 있으신 거예요? 그만 둬주세요. 제가 모르는 곳에서 괴롭히고 다니는 가정 같은 건 싫다고요.)
「음. 좀 더 인간 취급을 해줬어야 했나.」
(애초에 인간이 아니잖아요. 저는 커녕 사토리 님도 인간이 아니신걸요.)
「어찌됐든 간에 갑자기 사라질 이유가 안 떠오르는데. 넌 알겠어?」
주인의 질문을 듣고 오린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있긴 하다. 그보다는 그것 밖에 안 떠오른다. 그리고 그 대답은 말하기 전에 주인에게 읽혔다.
「……아아, 앙심? 내가 그 세계에서 이렇게 당하고 왔으니까, 복수를 하기 위해서 뛰쳐나갔다고? 그럴 수도 있겠네.」
사토리는 침대에 누워서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그나저나 뛰쳐나갈 거면 너한테 뭐라도 말하고 갔으면 좋을텐데. 갑자기 없어지면 폐를 끼치잖아. 그리고 복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야. 앞뒤 생각하지도 않고 싸움을 걸러 가다니 어쩔려고 그러는 걸까.」
(사토리 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호되게 당했다는 걸 들어서 거기로 복수하러 가셨잖아요? 이번엔 오쿠가 똑같은 걸 하는 것 뿐인데 사토리 님도 좀 기뻐하시는 게…….)
다시 한번 눈동자가 오린에게 향했다. 얼어붙을 것 같은 시선을 받아 고양이는 시선을 황급히 돌렸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애완동물들에게 있어서 화난 주인은 뭣보다도 무섭다. 밥도 알아서 해먹고 자는 곳도 알아서 준비하는 애초에 방임 주의라서 그렇게 돌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들은 확실한 주종 관계다. 애완동물은 그 관계를 가볍게 부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쿠도 그건 알고 있을텐데…….)
사토리가 생각을 읽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오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나저나 사토리 님. 이대로 내버려둬도 괜찮을까요? 뭐라 하긴 그렇지만 오쿠는 전과가 있잖아요. 예전에 지상을 태워버릴려고 했었죠. 이번에도 안 그럴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럴려고 하겠죠.)
「뭐 괜찮겠지.」
애완동물의 근심을 사토리는 흘러넘겼다.
「만약 확실히 그랬을 거라면 너도 이런 곳에서 느긋하게 있는게 아니라 당장 데리고 왔겠지. 그냥 걱정하는 정도니까 내게 판단을 물으러 온 거 잖아? 그리고 그 세계가 불타버리든, 초토화가 되버리든 우리들하곤 관계 없잖아. 그런 일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분명.」
(과연 그럴까요.)
「그럴 거야. 그리고 오쿠도 최근엔 지상의 요괴나 인간들하고 지내면서 자제심을 많이 가지게 됐잖아. 세상 물정이 어두운 점도 있으니 좋은 기회야. 이번 기회에 사회 공부 하러 갔다 생각하고 조용히 지켜보자.」
그 이후로 주인은 이 문제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 같았다. 그만큼 내버려둘 수 있는 건 신뢰가 있어서 그런건가, 아니면 방임 주의었기에 그런 것인가.
(적어도 얌전히…… 아니 일이 커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녀도 일이 커져봤자 자기한테 일어난게 아니면 아무 상관 없지만서도.
1일 전.
「여기가! 다른 세계인가!?」
소녀가 푸른 하늘 위에서 외쳤다.
양 손을 크게 뻗어 아래에 펼쳐지는 쿄토를 바라보면서 내뱉은 숨을 다시 마시는 것 처럼 빨아들리면서 콧소리를 냈다.
인간에겐 없는 새까만 날개.
쓸데없이 무거워보이는 오른발과, 뭔가가 묶여있는 왼발.
가슴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빨간 눈.
그리고 오른팔에 달려있는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커다란 제어봉.
소녀의 이름은 레이우지 우츠호. 별명은 『오쿠』이며, 상대가 그렇게 부르기도 하고 자기도 그 별명을 좋아하며 쓰고 있다. 공중을 떠다니는 시점에서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당연히 요괴다.
그녀의 주위에는 사역마 같은 까마귀 한 마리가 날고 있었다. 만족스러워하는 오쿠에게 다가가 까악하고 울었다. 그 말을 이해한 것 같은 그녀는 까마귀에게 뒤돌아 크게 끄덕였다.
「좋아. 잘 해줬어. 일단 너는 이 세계의 안내를 해줘. 사토리 님을 다치게 만든 녀석을 새까만 숯으로 만들어버릴 거야!」
이 시점에서 오린의 걱정은 거의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토리의 낙관도 맞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는 말을 바로 뱉어냈다.
「근데 그 녀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넌 알고 있어?」
사역마 까마귀에게 물어봤지만 까마귀는 모른다는 식으로 짧게 대답했다.
「뭐 됐어. 정 못찾겠으면 이 마을째로 태워버리면 되니까. 좋아, 배고프기도 하니 일단 먹고 시작하자!」
「까악…….」
오쿠는 기가 막혀하는 까마귀의 말을 무시한채 미끄러지듯이 땅으로 날아갔다. 시선을 신경 쓰지도 않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땅에 발을 붙였다. 평범한 인간이 그걸 목격했으면 「하늘에서 사람이 내려왔다」고 엄청난 소동이 됐을 것이다. 애초에 살짝만 잘 봐도 인간이 아닌 걸 바로 알 수 있을테지만, 어찌됐든 간에 인간의 형태를 한 것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떨어져도 충격 하나도 없이 멀쩡하게 내려온 것도.
「흐음.」
그녀가 도착한 곳은 카모가와 시치죠 거리의 뒷골목이었다. 예전에는 산쥬산겐도가 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기왓조각이 쌓여있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있다. 이 근처의 건물은 높이가 낮다. 좋게 말하자면 풍경이 좋다. 나쁘게 말하자면 시대에 뒤떨어진 장소다. 재개발이 우선시 된 곳은 카모가와 서쪽이 주로 됐고, 이나리야마, 히가시야마 주변은 거의 전 세대의 모습이 남아있다. 물론 그런 걸 알 필요도 없는 그녀는 코를 의지하며 음식 냄새를 찾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까악.」
오쿠는 사역마가 재촉하는 걸 신경도 안 쓰고 계속 걸어나갔다. 도중에 지나치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여긴가?」
살짝 들여다본 곳에는 하얗고 작은 포렴이 보인다. 가게의 입구같아 보인다. 그 옆에는 뭔가를 굽기 위한 망이 있어 노점처럼 되어있었다.
「흠 만두인가. 아무도 없나. 실례합니다.」
말을 해봤지만 아무도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어찌 된 건지 생각에 잠겨있더니 옆에 있던 사역마가 울었다.
「뭐? 이 세계의 화폐? 그런 건 모르는데.」
「까악.」
「없으면 못산다고? 까마귀 주제 정직하네. 광물이나 그런거 모으지? 나눠줘봐.」
「까악.」
「없다고!? 애초에 그런 걸 가지고 다닐 필요가 있는건가? 오니들은 맨날 주인한테 외상으로 안주를 먹고 있잖아. 아 됐어. 이렇게 된 이상 불태워버려서…….」
「어머, 손님이니.」
「윽.」
갑자기 바로 옆에서 말을 걸어와서 오쿠는 뒤로 물러나며 제어봉을 휘두를려고 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다시 보니 허리가 굽은 노파가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아, 안녕하세요.」
이것이 방금 전까지 다 불태워버리겠다고 한 자의 모습이다. 가게를 불태우지 않아도 평화적으로 만두를 먹을 수 있으면 그런 짓을 할 필요는 없다. 사역마는 그녀의 어깨에 올라서서 소리를 내지 않고 엉뚱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본 적 없는 얼굴이네. 어디서 왔니.」
「지옥에서.」
「어머나, 저세상에서 일부러 내 만두를 먹으러 왔다고? 고마워라.」
「다른 볼일이 있는데 배가 고파서 왔어.」
「그럼 저세상에 선전이 잘 되도록 맛있는 만두를 먹여야겠네.」
(이 노인은 어떻게 구지옥에 대해 알고 있는 거지. 언제 만났었나.)
오쿠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노인은 오쿠가 농담을 말해서 대충 대답한 것뿐이다. 이 세상에서 「지옥에서 왔다」고 하면 믿어줄 인간은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어쩐담.」
「뭐가?」
노인은 망의 밑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전기 레인지의 상태가 나빠서 말야. 엄청 옛날부터 써온 거기도 하고, 계속 고치면서 써왔는데 마침내 고장나 버린 것 같아.」
「전기? 레인지? 아아 만두를 굽는데 쓰는건가.」
「그래 군만두야. 맛있어. 근데 이래선.」
「못먹어?」
「그래. 전기상인 시게 씨를 불러야겠네. 내일엔 올려나.」
「그건 좀 곤란한데.」
오쿠는 조금 생각을 한 뒤에 다시 말을 했다.
「열이 있으면 되는 거지?」
사역마인 까마귀가 그 말을 듣고 소란스러워졌다. 오쿠는 시끄럽다면서 까마귀를 때리고 멍하니 있는 노인을 보며 웃었다.
「할머니. 사실 말야 난 신이야.」
「어머나.」
「할머니는 계속 이 가게를 해온 거지?」
「그렇지. 죽어버린 영감하고 50년 정도 해왔지.」
오쿠는 의외로 얼마 안 했다고 생각했지만 말을 하진 않았다.
「그럼 선물을 하나 줄게. 신의 힘을 보도록 해. 새가 쓰는 신의 불을 말이야.」
그녀는 겨드랑이로 까마귀를 누르고 레인지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억누르고 억눌러서 가능한 만큼 약하게. 주위를 녹이지 않도록. 충분히 머릿속에 띄워놓고 주문을 영창했다.
──폭부 「피코 플레어」
레인지 위에 오렌지 색의 고무 같은 것이 올라갔다. 표면에는 뾰루지 같은 것이 떠있고 작은 폭발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
「뭐야 저건.」
「오쿠 특제, 작은 불 구슬. 피코 플레어! 뭐 2,3일 밖에 안 가겠지만 만두를 구울 정도의 열은 나올 거야! 조심히 다루라고!」
「어머, 굉장하네. 요즘 젊은 애들은 신기한 것도 가능하구나.」
「응? 아니 뭐라고?」
「편리한 시대가 됐구만. 이거라면 시게 씨가 올때까지 가게 열어둬도 되겠어. 아가씨, 만두 몇 개 구워줄 테니까 좀만 기다리고 있어. 찾아와줬으니 대접은 해줘야지.」
노인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뭔가 잘못 된 것 같지만 제대로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신이라는 말은 안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만두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걸로 된 것이다.
「음. 역시 난 굉장해.」
자신을 칭찬하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겨드랑이에 조여지고 있던 까마귀가 깍깍 울기 시작했다.
「아아, 미안. 까먹고 있었어.」
빠르게 까마귀를 풀어주고 휘휘 휘둘렀다. 의식을 되찾은 까마귀는 날뛰다가 오쿠의 손을 뿌리치고 쏜살같이 도망가버렸다.
「어이! 어디가는 거야! 같이 못있겠다니 뭐야……!」
까마귀의 관점으로 보자면 오자마자 목적을 잊어버리고 자기가 한 충고를 무시하니까 참을 수가 없던 것일 거다. 지극히 당연한 판단이다.
까마귀를 따라갈려고 한 순간 바로 옆에 뭔가가 그녀에 시야에 들어왔다.
「응?」
소녀다. 나이는 10살도 안 될 것이다. 옷차림은 깔끔하지 않지만 얼굴을 빼꼼히 내밀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왜 그래?」
오쿠는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소녀에게 이상하다는듯 물어봤다. 그리고 소녀는 작은 입으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불이 나왔어.」
노인이 만두를 굽고 있는 레인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쿠는 고작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는 느낌으로 고개를 크게 저었다.
「당연하지. 나는 신이니까 말야.」
오쿠가 말한 순간 어딘가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바로 배를 잡았지만 자신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럼 누군가 싶어 소녀에게 눈을 돌리니 소녀가 배를 잡고 오쿠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만두의 좋은 냄새가 자욱하다.
「그렇게 바라봐도 안 줄거야.」
이건 일을 해서 얻은 정당한 보상이다. 요괴조차 초월한 그녀가 인간 소녀를 신경 쓸 필요 따위 없다. 하지만 요괴를 초월해서 더 강해지면 누군가가 꼭 이런 식으로 찾아온다. 주인이 자신을 주워준 것 처럼.
「……뭐, 신이니까. 자비로운 것도 신이지.」
「왜 이렇게 된 걸까.」
카모가와 강 부지의 다리 밑. 오쿠는 지금 이곳에서 물고기를 굽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됐는지는 간단한 일이다. 배가 고파하는 소녀가 있어서 자신을 신이라고 자랑하면서 만두를 나눠준 것이 잘못 된 것이다. 먹을 것을 먹어 진정 된 소녀는 오쿠에게 관심이 쏠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질문을 비처럼 쏟아냈다.
「어떻게 불을 나오게 하는 거야!?」
「물도 나와?」
「사탕은?」
「신이면 빛나거나 하지않아?」
「왜 그런거야?」
「왜?」
오쿠도 나름대로 아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많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달라붙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제어봉을 걷어차면 짜증이 난다.
「계속 그러면 신에게 벌 받을 거야!」
오쿠는 으름장을 놔봤지만
「신은……자비로워.」
「윽.」
자기가 우쭐해져서 내뱉은 말을 되받으니까 할 말이 없다. 날아서 도망갈려고 했지만 이 세계에선 날아다니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눈에 띄는 행동을 해봤자 좋을 것 같지도 않았다. 어차피 서두를 필요도 없기에 일단은 포기하고 멋대로 놔두기로 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아니 잠깐만. 애초에 어디로 갈려고 했었더라.」
이 오쿠라는 소녀는 기억력이 파멸적으로 나쁘다. 만두를 얻고, 자신을 따라다니는 소녀와 술래잡기를 한 그녀의 머릿속엔 이 세계에 온 이유는 거의 사라져 있었다.
「모처럼 이런 곳에 왔으니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네.」
급기야 관광하고 싶다는 말까지 나와버렸다. 그런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 소녀는 오쿠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다. 그걸 관광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긴 하지만.
「저건 뭐야?」
「수레.」
「……저기에 시체 넣고 다녀?」
「뭐야 그게?」
「저건?」
「신사.」
「하쿠레이? 아니면 다른 곳인가?」
「뭐야 그게?」
이러고 있는 상태다. 오쿠는 신사를 그 두가지 밖에 모르니까 저렇게 될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다.
그리고 그 최종 지점이 다리 밑이였다. 갈지 안 갈지를 말하지도 못하고 이 곳으로 끌려와 불을 만들어 낼수 있냐면서 어딘가에서 물고기를 가져오고 현재에 이르렀다.
「설마 이런 식으로 힘을 쓸 날이 올 줄이야.」
그녀는 작열 지옥의 화력 조정이라는 일을 종사해왔다. 그 일을 재미없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핵을 물고기를 굽는데 사용하는 건 상상조차 못해본 일이었다.
「그 물고기는 어디서 난 거야.」
「경찰서 앞에 낚시대가 버려져 있었어. 그걸 주워와서 잡은 거야.」
「인간은 죄가 많구만. 우리는 영혼이 빠져버린 몸까지도 재활용 하는데.」
소녀가 물고기를 꽂은 꼬치를 오쿠에게 넘겼다. 그걸 받은 오쿠는 만두 외의 첫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우웩.」
물고기는 꽤 좋아한다. 애초에 까마귀니까 뭐든지 먹고 가리는 음식은 없는 편이다. 그래도 뱉을 수 밖에 없는 맛이었다.
「맛없잖아. 뭐야 이거. 생물의 맛이 아닌데?」
「신이 사치스럽네. 뭐 복제 생물을 방류한 거니까. 난 천연 생물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맛의 차이는 모르겠지만.」
지옥에도 물고기 정도는 있다. 오린이 잡아 온 것을 둘이서 자주 나눠 먹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기억 낼 수 있을 정도의 맛이었지만, 지금 그 맛이 사라지고 있다.
「만두가 더 맛있네.」
「그래? 난 둘 다 맛있는데.」
먹다 남긴 물고기를 소녀에게 넘기니 따분해진 그녀는 주위를 둘러봤다. 물건이 너저분하게 쌓여 있는 모습이 사람이 사용하는 장소는 아닌 것 같았다. 그 쌓여있는 물건에 천이 있었지만 천 뒤에 뭐가 있는진 안 보였다.
「집에는 안 돌아가도 돼?」
소녀는 짧게 답했다.
「여기가 집이야.」
「그래.」
오쿠에게는 그런가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녀의 지식으로는 인간은 지상에 살고 모여서 살고 있는 정도로 알고 있다. 소녀 같은 인간도 있을 수도 있다 생각해서 솔직하게 말했다.
「괜찮은 곳이네.」
물고기를 먹고 있던 소녀가 오쿠의 말을 듣고서는 조금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야.」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 그리고 불의 신이라 해도 원래는 새였으니까 자는 걸 별로 신경 안 써. 지붕만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정도인걸.」
덧붙여 말하자면 자는 것 조차도 일정하지 않았다. 사람의 모습으로 작열 지옥 근처에 있는 나무 뿌리에서 잘 때도 있고, 까마귀의 모습으로 변해 주인의 침실에 숨어들어 잘 때도 있다. 추우면 오린하고 같이 난로 앞에서 잠을 잔다. 그런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
애초에 오쿠에게 좋은 주거 환경이란걸 물으면 그녀는 긴 시간 동안 고민할 것이다.
「……그 불 이제 꺼둬.」
「더 안 먹을 거야?」
소녀는 물고기를 놔두고 안 쪽으로 들어갔다. 소녀가 말한대로 모닥불을 끈 오쿠는 소녀를 따라갔다.
「여기서 자나보네.」
커튼처럼 걸쳐진 천 안에는 이불 같은 것이 쌓여 있었다. 소녀는 그 위에 뛰어들어 뒹굴었다. 오쿠는 들어와도 되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그 위에 앉았다.
「혼자서 여기 사는 거야?」
「응. 근데 그렇게 물어보는 것도 뭔가 이상하네. 보통 부모님은 어딨냐고 물어볼텐데.」
「보통인가. 인간이 아니니까 그런 건 잘 몰라.」
머리를 기울이는 오쿠를 보고 소녀는 조금 이상한듯이 웃었다.
「신도 혼자 살아?」
「글쎄. 남들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녀석도 있고, 가족을 만든 녀석도 있어. 신이라고 해도 결국은 멋대로 살아가는 거지.」
오쿠는 산에 살고 있는 신들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그 세계의 신은 전부 다 따로 살고 있다. 종족이 달라서 같이 살고 있는 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가족?」
그 중에서 특히 생각 난 것은 자신에게 힘을 부여한 산의 신이다. 그 신들은 어째선지 신 둘하고 현인신과 함께 화기애애하게 살고 있다.
「……피가 이어져 있진 않아. 뭐 그게 가족의 조건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나도 그러고 있으니까.」
「신도 가족이 있어?」
「있지. 나도 존경하는 요괴 주인님이 있다고.」
「요괴? 신인데 요괴가 더 대단해?」
「설명하기 까다로운데…….」
애초에 오쿠는 『야타가라스의 힘을 부여 받은 지옥 까마귀』이며 실제로는 그저 요괴에 불과하다. 신의 힘을 쓸 수 있는 요괴일 뿐이지만 오쿠도 그 당시의 기억이 애매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 않다. 그저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신의 힘을 쓸 수 있기에 신과 견줄 수 있다. 즉 위대하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에 호칭을 딱히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이 설명을 적당히 하기로 했다.
「그 내 주인님은 요괴 중에서도 엄청 굉장해. 신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굉장해.」
「신이랑 같아?」
「생각을 읽을 수 있어.」
「그건…… 굉장하네.」
「그렇지. 그렇지. 사토리 님은 굉장하다고.」
오쿠는 눈을 빛내고 있는 소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녀 나름대로 뭔가 미안한 기분이라도 들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