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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그것은 이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괴이를 말한다.
유령, 망령, 요괴, 마녀, 폴터가이스트에, 동물의 유령.
인간은 자기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그들을 『오컬트』로 한데 묶었다.
인류가 진보하고 과학 세기가 된 지금도 그들은 우리의 근처에 숨어있다. 인간을 속이며, 괴롭히고, 오컬트도 살기 위해 계속 진화해왔다.
이 영적 도시 쿄토에도 당연하게도 오컬트는 출현한다.
나라의 수도라는 사실은 그들에게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틈이 있으면 인간을 먹기 위해 눈을 밝혀온다.
그러면 인간에게 수단은 없는 것인가.
유린 당해가며 절망의 미래를 기다리는 것 밖에 없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과학의 거점, 쿄토.
그 곳에 미지이며 공포의 존재인 『오컬트』에게서 인류를 지키는 하나의 팀이 존재했다!
「아하핫! 이런 곳까지 쫓아와 주다니 기뻐. ○○!」
어딘가의 숲 속에서 누군가가 외치고 있다. 주위는 불 타고 있으며 우사미 렌코는 불에 에워싸인 채 쓰러져있는 메리를 안고 있었다.
「너 말이야, 일의 중대함을 알고 있는 거야? 날뛸거면 저 쪽에서 날뛰면 되면서 왜 이런 짓을……. 이번엔 벌을 세게 줘야겠네. 각오해둬.」
날아다니는 2개의 그림자.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에 렌코는 넋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뒤집히고 있다. 인간이 아닌 것들이 이 세계에 들어오고 있다. 오컬트 동아리로서 활동 하고 있어도 이런 사태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봐! 그러니까 좀 더 놀자고? 얘, ○○!」
사람들이 우왕 좌왕하고 있다. 유탄에 맞아서 죽어간다. 부적이 날아가 이형의 생물을 붙잡고, 이형의 생물이 그걸 부수면서 싸움이 지속 된다. 추진력을 잃은 부적 한 장이 렌코의 근처에 떨어졌다. 렌코는 그걸 집고 넋 놓은 상태로 말을 했다.
「이거…… 꿈, 아니지……?」
「일어났어?」
글쎄.
렌코는 방금 전까지 메리를 끌어 안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메리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장면의 전환으로 인해 렌코는 희번덕거렸다.
「잘도 자네. 꿈이라도 봤어?」
메리는 렌코에게서 떨어져 테이블에 놓여 있는 홍차 컵을 집고 조용히 마셨다. 렌코는 현 상황에 대해 인식이 제대로 안 되는듯, 뺨을 손으로 밀면서 머리를 흔들고 있다.
「아~ 봤어. 옛날 꿈이야. 조금 기분이 안 좋아지네.」
「그래. 그럼 잠이라도 깰 겸 뉴스라도 봐 봐.」
메리는 표정의 변화 없이 태블릿을 집고 화면을 렌코에게 보여줬다. 화면에는 빨간 글자로 긴급 신호가 비추고 있었다.
「비익과 출동 요청. 오컬트 사건 의심 있음……이래.」
『경보! 경보! 경계 외 존재 출현을 확인! 지점은 산죠히가시! 교통과, 기동과는 즉시 출동, 민간인의 피난 유도를 해라! 반복한다…….』
쿄토.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 굴지의 영적 도시.
영적 도시가 뭔지 단순히 말하자면 인간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그 것을 전제로서 만들어진 도시를 말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육체와는 등지고 정신을 보살펴주는 도시다.
그렇다고 해서 육체적인 접촉 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다. 그저 사람은 정신 안식의 중요함을 깨달아 어수선한 인생을 버리고 느긋한 인생을 얻었다. 그 뿐이다. 그 대신 삶에 대한 집착이 없어졌지만, 긴 인생을 보내게 된 사람들은 그걸로 만족 하고 있다.
『민간인의 피해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대로는…….』
하지만 내면에 눈을 돌린 건 인간 뿐만이 아니었다. 인간과는 다른 시간을 살며, 인간과는 다른 것을 먹고, 그런 이형의 존재들이 들끓게 되어 멋대로 날뛰고 있다.
『뭐야…… 미쳤어…… 어떻게 저렇게 즐거운듯이, 기쁜듯이 사람을 죽…….』
그런 인류의 적을 『오컬트』라 부르고 있다.
「상황 확인. 출동한 부대의 명칭을 알려줘. 그리고 날뛰고 있는 오컬트의 정보도. 피해 상황은 어떻게 됐어?」
넓고 넓은 집무실 같은 방. 옛날부터 높은 지위의 인물은 왠지 모르겠지만 넓은 방을 좋아하는 특색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지휘관은 예외라 할 수 있다.
매우 젊은 연령. 빛나는 빨간 머리. 머리를 흔들어가며 현재 상황을 대처할려고 분투하고 있다.
「민간인의 사망자 수는 이미 수십 명. 부상자는 어림잡아도 몇 배 이상. 엄청 큰 피해라고 해도 된다구.」
「이미 막으러 출동했었지? 그건 어떻게 됐어.」
「급하게 출동했던 관할서는, 불과 몇 초만에 고깃덩이가 되어버렸지. 먼저 공격 했던건 우리 쪽이어서 적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대.」
세일러 복을 입은 소녀가 지휘관 앞에서 카페의 메뉴판 같은 걸 두들기고 있다.
그 판에서는 문자가 나왔다 사라지면서 정보가 즉석으로 흘러가는 것과 같았다. 소녀는 그걸 두들기면서 정보를 가려내면서 말하고 있다.
그런 소녀의 말을 듣고서 빨간 머리의 지휘관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그런 것쯤은 이미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듯 턱을 괴고 있었다.
「상대는 오컬트야. 적의의 유무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고. 중요한건 오컬트와 교전 상태가 되면 오컬트는 기뻐하면서 싸운다는 거지.」
「귀찮구만.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교섭이나 해볼까.」
「내가 안 한다면 상관없어. 치유리가 한다면 말리진 않을게.」
「머릿속이 꽃 밭으로 가득찬 녀석도 그런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진다면 무리라고 말한다구. 아무리 유메미 님의 부탁이라도 그 것만큼은 거절하겠어.」
두 사람은 이 방을 맡는 관리직이다. 그 중 빨간 머리의 지휘관이 특수 대책 부장, 오카자키 유메미. 세일러 복의 소녀가 키타시라카와 치유리다.
「뭐, 그 얘기는 이제 됐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날카롭게 째려보는 시선. 보통 사람이라면 주춤 했을 것이다. 기분이 안 좋아서 저러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기분이 안 좋을 때 저런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단순히 너무 착실하며 표정 관리에 서투른 것 뿐이다.
그런 유메미의 표정을 살짝 흘려보며 치유리가 말했다.
「상대는 경계 외 존재.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오컬트』라구.」
「그렇네. 그래서?」
「평범한 인간이 무기를 지니고 있어도. 단단한 무장을 하고 있어도 의미가 없어. 일단 대책으로써 두 사람을 보냈으니까 슬슬 현장에 도착하지 않을까.」
유메미의 눈썹이 아주 살짝 튀어 올랐다.
「……그래.」
「걱정하는 거야? 하지만 그런 걱정 하고 있는 사이에도 사망자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역시 전문가에게 맡기는게 최고라고.」
치유리는 메뉴판처럼 생긴 타블렛을 유메미에게 보여줬다. 그녀의 취미인지는 몰라도 『사망자 누계 카운터』라 적혀있는 곳에 귀여운 글자가 적혀있다. 카운터는 경찰과 민간인으로 분류 되어있었고, 유메미가 보고 있는 사이에 민간인 사망자가 또 한 명 늘었다.
「아, 민간인이…… 잠깐 지금 경찰도 죽었어.」
「돌격이라도 한 건가? 근데 뭐 두 사람이 도착해도 사건이 금방 해결 되진 않을 테니, 사망자는 좀 더 늘을 것 같아.」
치유리의 말을 들은 유메미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녀는 『특수 대책 부장』이라는 지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유메미에게 오는 책임도 제법 커다랗다. 비서인 치유리에겐 그렇게까지 중압감은 오지 않아서 즐거운 듯이 일을 하지만, 어깨엔 경찰과 민간인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다.
「아아, 빨리 해결 해줬음 하는데.」
「꺄아아아악!」
「사, 살려줘요! 누가 좀!」
「제 아이가 어딨는지 아시나요!? 어디로 가버린 거지…….」
사람들이 물 흐르듯 흘러가고 있다. 마치 하나의 의사를 가진 생물처럼. 그런 무리 속을 한 대의 구형 오토바이가 거슬러 가고 있다. 분명히 경량형 오토바이로 분류 될 것에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
「사람이 꽤나 북적이네.」
렌코가 말했다. 고글을 통해서 보이는 그녀의 시야에는 사람들의 표정만 보였다. 사람들의 표정은 예외 없이 공포에 질려있어 자기가 내뱉은 말과는 너무나도 심한 차이를 자각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늦어버릴 거야.」
뒤에 앉아있는 메리가 말했다. 말하는 것과 달리 억양은 굉장히 느긋해서 정말로 서두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사람들을 흘깃 보고서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흐흐…… 늦는다고? 괜찮아 괜찮아. 오컬트는 안 도망가니까.」
「……그런 의미로 말한게 아니야. 도착이 늦어질 수록 우리들의 월급이 줄은다고. 한 명 죽을 때마다, 네 후쿠자와 유키치도 한 명씩 없어진다고.」
「시끄러워! 애초에 커브에 두 명이나 탄 시점부터가 이상한 거야. 자동차는 예산이 없으니까 타지도 못하고…….」
「만년 가난 생활을 하는 주제, 내연기관 차를 쓰니까 연비가 안 좋은 거지.」
「그런 건 로망의 문제라고. 그리고…….」
철퍼덕 땅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브레이크를 걸은 오토바이의 옆에 교복이 걸쳐진 검붉은 살덩어리가 굴러가고 있다.
「저 녀석을 처리하면 예산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고층 건물 위에 있었다.
남자의 목덜미를 양손으로 잡아 휘두르고 있었다. 아까 날아온 살덩어리도 저 생물이 던진 거겠지.
일상 생활을 보내고 있던 인간의 조각이 날아오는 일은 좀 처럼 없다.
「흐음…….」
「이번에도 제법 귀여운 손님이네.」
「오컬트에게도 개체가 있다는 것의 증명이지. 높으신 분들 처럼 미지의 위협이라는 한 마디로 정리해버리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야.」
「뭐 저런 식으로 인간을 찢어 발기고 있으면, 그 평가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뭐. 저 쪽도 우리랑은 사이 좋게 지낼 생각도 없겠지. 그건 지금의 이 상황이 말해주고 있어.」
오토바이에서 내린 둘은 느긋히 대상을 바라봤다. 마치 주위의 공포와 비명과는 동떨어진 것 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이 그런 걸 신경 쓸리는 없다.
「목표를 확인. 대상을 경계 외 존재 『오컬트』로 단정. 민간인의 피해 다수인 현 상황을 보아 제 1종 경계 재해로 설정…… 메리?」
「근처에 경계의 흔적 없음. 현 시점에서의 침입 경로는 불명.」
「알았어. 그럼 시작해볼까.」
두 사람이 의기양양하게 걸어가기 시작했을 때, 근처에 있던 경찰이 놀라서 뛰어왔다. 표정은 동요로 가득차 있었다. 그 와중에 남아있던 이성이 일반인을 피난 시킬려고 취한 행동인 거겠지.
「어이! 이런 곳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빨리 피난 해야 된다고…….」
「……쳇.」
둘 중에 누가 혀를 찼는지 모를 정도로 두 사람의 표정은 「귀찮다」는 기색이 가득 찼다. 괜한 방해를 받게 되어서 초조함이 더욱 심해졌다.
「뭐야 그 태도는…… 잘 들어. 여기는 피난 구역이라고. 지금 뭐라 해야하나, 머리가 조금 돌은 녀석이 날뛰고 있어. 다치기는커녕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아.」
운전하고 있던 소녀가 헬맷을 벗는다. 오토바이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핼멧은 크게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틀림없어. 여기에 있으면 죽을지도 몰라. 하지만 저런게 있으면 쿄토의 어디를 가도 도망칠 곳은 없다고.」
학생 시절과 다를게 없는 옷에 커다란 트렌치 코트. 트레이드 마크인 모자. 검은색과 갈색의 사이인 조금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눈동자.
그녀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눈 앞에 있는 경찰에게 내밀며 말했다.
「비익과의 과장, 우사미야. 지금부터 대 오컬트용 작전을 펼칠거고. 즉 여기의 책임자라는 거지. 됐어?」
흩날리는 예쁜 금발의 머리카락. 차가운 눈동자에 위에 걸치기만 한 재킷. 치안이란 말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은 기묘한 여성.
「……비익과, 봉인계, 사무원, 마에리베리 한.」
오컬트는 춤춘다.
오컬트는 웃는다.
그녀들이 나타나기 전까진.
남자는 한 발 뒷걸음쳤다.
뒤에는 괴물.
앞에는 서내에서 손꼽히는 재앙.
「비익과라니…… 설마…….」
비익과가 출동 했다는 것. 그것은 평범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오컬트가 죽이고, 비익과에게 죽는 현장에 있는 경찰은 목숨이 10개 있어도 부족하다고 한다. 그런 전설적이고, 잔혹하고, 은폐되어있는 여경 2인조의 이름.
「너희들은…… 비봉구락부……?」
쿄토 경찰 본부 특수 대책부 비익과 봉인계. 그것이 그녀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 그럼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하자. 쿄토 시민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는 됐어?」
「냐옹.」
제약이 없다.
자신을 얽매이는 모든 것이 여기엔 없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 것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세계의 모든 것이 빛나 보인다.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 세계 특유의 문제인지도 모르고 무녀의 태만이 불러낸 사태일지어도 감흥이 없다. 설령 자신의 주인이 원인일지어도 그녀는 그걸 가지고 뭐라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자기 주위에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왼손에 집은 살덩이가 요동칠때마다 그녀는 너무나도 기뻐서 몸을 떨었다.
「시체 운반은 재밌구만…….」
시체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
예전엔 그랬었다. 지상과의 연결이 되고난 이후로는 시체를 만들어내는게 어려워졌던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 이 상황은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다.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가져가고, 숨기고, 핥고, 베고, 먹고, 태우고, 버리고 원령이 되는 거야.」
손에 있던 살덩이가 질척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손수레에 떨어진 살덩이는 다진 고기처럼 갈려 뭐가 뭔지 모르게 되었다.
「……후냐앙.」
초파리를 때려 잡았다.
그녀는 이 세계의 파리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일직선으로만 날아오는데 생물조차도 아니다. 파리는 지옥에서 질릴 정도로 봤지만 이렇게까지 둔해빠진 파리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녀는 손에 달라붙은 납을 쳐내고서는 씩 웃었다.
「좋아, 같이 놀자고? 놀고 난 뒤에 살덩어리가 되어버려도, 내가 즐겁게 구워줄게.」
그녀가 이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다른 사람에겐 알 바 아니다.
현실의 세계에선 젊은 경찰이 소녀에게 총을 겨누면서 후들후들 떨고 있는 모습으로 밖에 안 보인다.
무리도 아니다. 총을 제대로 다뤄보지도 않았고, 쐈다 싶으면 총알을 간단히 잡고 있다. 총알을 잡았으면 적어도 손에는 맞았을텐데 상대는 피해를 입은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대는 전투의욕이 더욱 더 커지며 먹잇감을 발견한 매와 같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의 세계에선 또 다르게 보고 있다.
이것은 「그저 놀이」에 불과하다. 놀다가 죽어버려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 것이 자기가 죽여버렸어도.
「나, 구워버리는 건 잘 한다고? 그야 던져버리면 뭐든지간에 숯이 되어버리니까.」
소녀가 경찰에게 다가간다.
가냘픈 팔을 뻗는다.
「안 피해? 이건 놀이라고?」
경찰은 떨고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움직이질 못한다.
그걸 안 순간, 소녀의 눈에서 흥미가 사라져버렸다.
「……뭐, 오빠가 원해서 고깃덩어리가 되고 싶다면 말리진 않을 거야. 정말 누구든 간에 인간이란 것들은 이상하네.」
소녀의 팔이 경찰의 머리에 닿았다.
「아~ 또 죽어버렸어.」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렌코는 소형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녀가 움직이자마자 경찰의 머리가 튀어오르는 것 까지.
「뭐 그래도 머리는 남았네……. 몸은 가져가서 갈려버릴지 몰라도.」
렌코는 딱히 시체를 보는 것에 저항감은 없었다.
아니, 저항하지 않게 되버린 것이다.
「또 일 한 번 크게 저지르는 구만…….」
현장은 그야말로 피의 바다가 되었다, 원래 이 곳은 잔디 공원이었다. 1시간도 안 되어서 이렇게 되어선 내버려두면 어떻게 되버릴지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오른쪽을 봐도, 왼쪽을 봐도, 발 밑을 봐도 피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상당한 힘을 가진 오컬트라는 건데. 계획도 없이 달려드니까 저렇게 되지…… 아~ 아~」
또 한 번 선혈이 튀어올랐다. 덧붙이자면 팔이 튀어올랐다.
한숨을 쉬려고 할 때 갑자기 잡아 당기는 것을 느꼈다.
「……뭐야?」
오른쪽에는 처음에 말을 걸어온 경찰의 모습이 었었다. 숨이 거칠고, 핏발을 세운 눈으로 렌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녀석……!」
몇 번이나 봐왔고, 이후로도 얼마나 더 보게 될지 모르는 동료가 죽어 냉정함을 잃은 자의 모습이다.
「어떻게 그렇게 상관 없다는 듯이 볼 수 있는 거야……! 그러고 있는 와중에도 경찰들은 계속 죽어가고 있다고! 그걸 네 녀석은 어떻게 그런 눈으로 볼 수 있는 건데……!」
「방해 돼.」
경찰의 손을 뿌리친 렌코는 다시 망원경을 바라봤다. 대상의 움직임은 없이 아직 방금 전의 지점에서 이동하지 않았다. 그보다도 성가신 건 바로 옆에 있었다.
「방해라니 네 녀석…… 오컬트의 전문가잖아! 그러면 빨리 저걸 처리하러 가버리라고! 네가 여기서 느긋히 있으면 또 사람이 몇 명이나 죽는다고! 그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 이니까.」
렌코는 망원경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이런 걸 말하는 건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문제를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일을 계속 진행 할 수가 없다.
「반대로 물어보겠는데. 당신, 아무 생각없이 달려들어서 저 오컬트를 붙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건…….」
「못하겠지. 이미 몇 명이나 그걸 증명해줬는걸. 우리 비익과…… 아니 비봉구락부의 역할은 오컬트랑 맞서 싸우는 상대가 아니야. 뭐 필요해지면 그러기는 해. 상대가 공개 되지 않은 존재인 이상 그럴 경우가 더 많지만. 그래도 원래는 관찰하고, 계획을 세워서 행동하는 것이 원칙이야. 당신들하고 똑 같은 행동을 하면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는게 당연하잖아. 감정으로 행동하면 오컬트의 상대를 할 수 없어.」
「그러면…… 다른 녀석들을 통제하는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다른 경찰들의 숙련도가 좀 더 높다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런 연락을 돌려봤자 전부 겁 먹어버려서 끝나버릴테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오컬트는 누가 지시를 내리는 것 즘은 금방 알아버릴테니까. 나는……우리들은 아직 죽어버리면 안 돼. 우리들이 죽으면 오컬트의 상대가 가능한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어버리잖아.」
대상은 손수레에 손을 집어넣어 시체를 만지고 있다. 아마 시체가 너무 많아서 다 집어넣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어느 정도 정리하고 선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장면을 마지막까지 바라본 렌코는 망원경에서 눈을 떼, 경찰을 바라봤다.
「그리고……비봉구락부는 현장 통괄의 권한 같은건 가지고 있지 않아. 그걸 판단하는 건 경찰에서도 높은 사람들. 오컬트 같은 건 없다고 하는. 비익과 같은 건 인정하지도 않는. 그냥 좀 정신이 이상한 흉악범이라 생각하는 것들. 일본의 경찰은 대단해. 현장에서 대처가 못할리가 없어……라고 생각하고 있지. 즉 당신들은 높은 사람들의 체면을 위해 죽는 거야. 지금 죽은 사람들도 이제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당신도.」
「그럴수가…….」
「죽기 싫어?」
비쳐보일 정도로 투명한 표정이었다.
웃는 것과 무표정의 사이인 것 같은 감정을 억누른듯한 표정.
「당연하지…….」
「그래.」
렌코는 가볍게 답을 하고 난 뒤 다시 망원경을 바라봤다.
「그럼 지금부터 당신에게 개인적으로 부탁을 하나 할게. 경찰로서 하는 게 아니라. 메리?」
『……뭔데?』
옷깃에 붙어있는 기계가 진동한다. 기계에서 불쾌함을 감출려고 하지도 않는 파트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니…… 상황은 어때?」
『별로 좋지 않아. 아직까지 대상의 침입 경로는 불명. 주위를 제법 넓은 범위로 탐색하고 있지만 경게가 열린 흔적도 없고 일그러진 흔적도 없어. 침입 경로를 잘못 짐작한 거 아냐?』
「경로를 잘못 알아내서 오컬트가 마구 들어오게 되버리면 일본이 순식간에 붕괴하게 될 거야. 말하는 건 됐으니까 빨리 움직여서 발견이나 해.」
『…….』
통신기의 파동이 멈췄다.
「뭐야.」
『아무것도 아냐. 그저 아까 말했듯이 너는 내 상관이고 나는 사무원이잖아. 사무원이라면 사무소에서 차나 끓이면 되는 거고. 현장에서 경계를 찾는 게 일이 아니야. 더구나…….』
「시끄럽네! 이 이상 시끄럽게 굴면 월급 깎을 거야!」
『……직권 남용으로 보고 할 거야.』
「어차피 내 월급은 깎을 만큼 깎여있으니까 상관 없어. 열심히나 해.」
렌코는 통신을 끊었다.
「침입 경로가 모르면 조금 힘들겠네. 뭐 어쩔 수 없기도 하고 나중에 천천히 찾으면 되겠지.」
렌코는 주머니에서 전자 기계를 꺼냈다. 10년 전 정도의 고기능 휴대폰과 같은 모양을 지니고 있다.
「야, 야…….」
「응?」
방금 전의 회화를 듣고 불안해진 것이겠지. 경찰이 주뼛주뼛 거리면서 렌코에게 말을 걸었다.
「어떻게 저런 걸 쓰러트린다는 건데? 인간을 간단히 찢어버리는 생물이라고. 저걸…….」
「으음……. 지금 그걸 생각하고 있어.」
렌코는 다시 망원경을 바라봤다. 몇 명이 대상의 주위로 모이는 것이 보인다.
지금 다시 한번 공세를 펼칠 생각인지, 냉정한 판단이라고는 생각 되지 않는다. 동료를 잃고, 머리에 피가 올라간 것이겠지. 바로 옆에 있는 남자와 같이.
바로 옆에 있는 이 남자는 렌코의 말을 듣고 바로 낙심했다. 오컬트의 전문가라 생각했더니 지금부터 대책을 세운다고 하니까. 그걸로 저 괴이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
「……하나만 충고해둘게.」
「응?」
「일단 나는 저걸 쓰러트린다고 말한 적은 없어. 상대를 한다고 말했을 뿐이지. 같은 뜻이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많이 다르다고?」
「그건 즉…….」
「글쎄. 우리들은 비봉구락부. 그건 이름이기도 하고, 대답이기도 해. 자 그럼 난 갈게. 정보라 할만한 것도 없고, 이 이상 방관할 수도 없으니까. 아 그래 그리고…….」
『화차?』
「그래. 간단히 말하자면 고양이가 변화한 요괴야. 틈을 보인다면 바로 긁어버릴 거야. 저 힘이라면 살을 떼어버린다는 표현이 괜찮으려나. 뭐 엄청 옛날의 정보만 걸리니까 틀림 없이 화차일 거야. 단정은 못 하겠다만. 그게 고양이의 요괴라서 고양이 귀를 하고 있다고 밖에 안 적혀있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다른 건?』
「음~ 그렇네.」
렌코는 왼손에 지니고 있는 단말을 바라 봤다. 희미하게 빛나는 화면은 어느 요괴의 종류를 비추고 있다. 이거야말로 지금 현재 쿄토 거리를 공포에 빠뜨린 화차라는 요괴임이 틀림없다.
「일단 시체를 모으는 것을 좋아한대. 말하자면 시체 페티시의 변태지. 시체를 모으기 위해 인간을 죽이니까 빨간 마스크나 인면견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자가 많았어.」
『드디어 비익과도 놀고만은 있지 않게 되었네. 그래서 어떻게 할거야? 결국 내가 계속 돌아다녔는데도 틈은 발견해내지 못했고 말이야.』
「상대가 상대니까. 어중이떠중이 같은 요괴나 동물령과는 차원이 다르지. 살인의 감정은 솔직하니까 그걸로 머리를 꽤나 쓰고 있을 거야.」
『성가시겠네. 이제 돌아가면 돼?』
「상부는 산재 처리조차 안 해줄 것 같아. 어쨌든 현재 상황으로는 작전의 속행은 곤란하니까. 몰아넣는 건 그만하고 공격을 시작해. 알겠지?」
『횡포 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구체적으로는 어쩔건데?』
「경계에 대한 건 나중에 하고. 일단 상대를 무력화 시킬거야.」
『알았어.』
「빨리 돌아올 수 있지?」
『뭐 괜찮을 거라 봐. 최대한 서두를거고.』
「최대한 빨리 와줘. 전속력으로.」
『전속력, 알았어.』
렌코는 코웃음을 쳤다.
상대는 도깨비불과 시체를 조종하는 이세계의 고양이. 지금까지의 별 볼일 없는 오컬트를 상대 해왔던 두 사람에게 있어서 처음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을 확실하게 죽이러 온 종족」이다. 렌코는 넥타이를 조금 풀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화차.
시체를 가지고 다니는 자.
고양이가 변이한 이형의 괴물.
항상 곁에 있는 차에 시체를 담아 옮긴다고 한다.
「저 중 하나가 되고 싶진 않네…….」
그렇다고는 해도 자기만 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그 경찰이 말한 말이 잘못 된게 아니다.
여기는 이미 쿄토가 아니다. 오컬트가 내려온 오컬트의 세계. 인간의 죽음 같은 건 종잇조각 이하의 가치밖에 없으며, 죽어도 오컬트만이 기뻐해준다.
허리를 손으로 돌려 붙어있는 기계의 스위치를 눌렀다.
낮은 구동음이 들리며 손목 시계에 녹색 빛이 났다.
「어이쿠……!」
시계에 얼굴을 박았다. 아주 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날아온 것이 머리를 스쳐가 그녀의 뒤로 날아갔다.
뒤로 돌아보는 건 위험하다고 머리 속의 알람이 울렸다. 어차피 날아온 것은 살덩이나 내장 같은 것이겠지. 그리고 그런 짓을 하는 생물은 예사롭지 않은 생물만이 그렇다.
「양아치도 놀랄만한 인사네. 그렇게까지 정신나간 도전장은 별로 없다고.」
머리를 천천히 들어올린다. 메리와 대화하는 것에 정신을 너무 몰두 했나 싶지만, 렌코도 대상의 관찰을 소홀히 하면서 접근 한 것이 아니다. 고양이답게 침입자에 대해 민감한 점도 있었고. 이미 들켜버린 지금에 와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렌코는 오토바이를 살짝 두들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메리…… 미안 실수 한 것 같아. 진짜 전속력으로 부탁해.」
두뇌 회전이 빠른 오컬트. 정말로 터무니 없다. 이 것은 틀림없이 격이 다르다고 렌코는 이미 이해하고 있다.
그녀가 계속 망원경으로 고양이 소녀를 관찰하고 있었던 건, 정보를 모으기만 한 것이 아니다. 물론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볼려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 가도 안전한지, 어느 지점에서 침입자를 눈치 채는지를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다.
렌코의 예측에 의하면 그 지점까지는 아직 조금 거리가 있었다고 판단했었다. 그녀의 의도를 읽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컬트는 확실하게 렌코를 노려서 일격을 날렸다. 그것은 머리가 좋은 것뿐만이 아니라 본능적인 동물의 감도 갖추고 있다는 것이라 상상이 된다.
「언니, 아무래도 다른 사람하고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네~ 미아는 아닌가 보구나.」
오컬트가 틀림없다. 현실 세계에 4개의 귀를 지닌 고양이 같은 생물은 있을리가 없다. 있으면 렌코가 연구 시설에 집어넣고 하루종일 야옹야옹 울게 시켰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아기 고양이 양. 즐기시는 도중 죄송합니다만,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흐흥. 인기 있는 사람은 괴롭구만! 그야 뭐 이렇게나 날뛰었으니까 그렇겠지만, 조금 실례인 것 같기도 하네. 사람에게 말을 걸기 전에 먼저 자기 소개부터 하라고 배우지 않았니?」
오컬트가 어디서 일반 상식을 배웠는지 흥미가 많이 생긴 렌코였지만 지금 상황에서 오컬트의 기분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모자를 쏙 집고 다리를 뒤로 빼서 정중하게 머리를 내렸다.
「제가 큰 실수를 했군요. 저는 우사미 렌코라 합니다. 뭐, 기자라 보시면 됩니다.」
「기자? 곤란하구만, 신문쟁이는 좀 싫어한단 말이지. 그 녀석들은 “프라이버시”고 뭐고 없으니까 말이야. 시체를 운반하는 걸 보이는 날에는 망한 거나 다름 없잖아.」
「어머, 그럼 덤으로 동업자의 무례를 사과드릴게요. 저는 청렴결백을 모토로 삼고 있거든요.」
「모두 말은 그렇게 하지. 뭐 됐어.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호의적이다. 방금 전까지 인간을 마구 죽였다는 것이 상상이 안 간다. 아니면 손수레가 가득 차서 기분이라도 좋은 것인가.
(저렇게 행동하는 것도 내게 흥미가 있어서 그런건가.)
아까 공격했던 것은 렌코를 죽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걸 알고있다」는 의사 표현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오컬트에게 떨어가면서 돌격해오는 병사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땅거미를 걸으며 다가오는 렌코에게 흥미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이 문답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른다. 물어볼 것은 신중히 선택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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