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삼국무쌍은 게임의 특성상 삼국지 관련 작품들 중에서도 유독 여포를 부각할수밖에 없습니다. 하루종일 사람 도륙내는것밖에 할게 없는 게임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무의 정점인 여포는 진삼국무쌍에서 단순히 힘세고 멍청하고 초선에게 낚인 머리큰 초딩이 아니라, 힘은 '무지하게' 세고, 연의나 실제 역사보다 '덜' 멍청하고(이 부분은 여포를 똑똑하게 만들었다기보다는 여포의 멍청함이 드러나는 순간들을 작중에서 애써 안보여주던 것에 가깝습니다만), 초선에게는 '미인계라는걸 알면서도' 낚여주는, 초딩이 아니라 다크히어로 로맨티스트 간지가이로 등장해왔습니다(특히 5편부터). 이런 미화의 과반 이상은 초선과의 로맨스로 부각됩니다.
그런데 7 맹장전부터 노선이 약간 변경됩니다. 여포와 초선 개개인의 로맨스스토리가 아니라 여포'군' 시나리오로 진행하게 된거죠. 단순한 무의 정점이 아니라 한 진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여포를 보여준다는 것은, 여포가 얼마나 멍청한지를 안 보여줄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메가포스는 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미화를 포기하지도 않았죠.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그들은 우선 초선을 정사 스토리라인에서 과감하게 빼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진궁과 여령기가 추가됩니다.
클론무장이던 시절의 진궁은 그저 npc였습니다. 여포가 자기 머리로 계획을 짜서 움직인다는게 말이 안되니까 여포가 어디로 움직일지 게이머에게 설명해주는 역할로 진궁을 설정한겁니다. 하지만 7 맹장전에서 추가된 진궁에게는 야망이 있습니다. 그저 여포가 책략을 쥐어짜내는 클론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가 따로 있고 자기 이름이 세상에 울려퍼지길 바라는 욕심이 있는 캐릭터죠. 욕심이 있다는건 다시말해 목표가 있다는 뜻입니다. 진궁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든 윗사람인 여포를 제어하려 들고, 잘못된 길로 가려하면 태클을 걸고, 대전략을 짜서 앞으로 어떤 단계를 거쳐 여포와 진궁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지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여포는 당연히 씹습니다. 왜냐면 여포는 대전략의 개념이 없으니까요. 그저 눈앞에 좀더 빡센 전장을 내놓길 원합니다. 아마 여포가 최후를 맞이하는 하비낙일전이 여포에게 있어서는 가장 만족스러운 전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전까지는 전투가 끝날때마다 진궁과 장료에게 재미없었다, 피라미들이랑 싸우기 귀찮다고 불평을 늘어놓거든요. 여포의 욕망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진궁은 어떻게든 여포의 욕망과 현실 사이에 다리를 놓기 위해 연주도 훔쳐보자하고, 서주도 훔쳐보자하고, 원술과 동맹도 맺어보자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진궁의 제안들 역시 여포가 수틀리지 않아야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정말 장기적으로 군웅할거에서 패자가 될 수 있는 길은 아닙니다. 8에서는 이걸 여령기의 대사(우리는 도둑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겠군)를 통해 드러내죠.
여령기는 여포군에서 제3자입니다. 그리고 여포의 딸이며, 여포가 무지하게 아낍니다. 여포의 딸이기 때문에 여포의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여포가 엄청난 딸바보이기 때문에 여포의 눈치를 봐야할 일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령기는 스토리 내에서 여포와 진궁의 입장을 둘 다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캐릭터입니다. 다만 여포의 행동이라는 것이 굉장히 막나가고 앞뒤를 안가리기 때문에, 주로 여포를 제지하고 진궁을 돕는 장면이 부각되죠. 원술이 자기더러 원술 아들이랑 혼인하라고 제안할 때도 당장 여포가 소리지르면서 날뛰려는걸 본인이 제지해서 파국을 막았고, 하비에서 최후가 다가오는 순간에도 아버지를 이해해달라고 진궁을 달래주기도 합니다. 다만 아버지건 진궁이건 정정당당함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게 문제죠. 실제로 원술의 혼담도 상황을 모면한 후에는 대충 뭉개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령기의 개별무장 엔딩은 제가 지금까지 깨둔 캐릭터들 중에서는 가장 깔끔했습니다. 여포와 진궁은 죽었고, 여포군이라는 것은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여령기는 조조가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허창에 살고 있죠. 그러던 중 장료에게서 유품인 방천화극을 물려받습니다. 여령기는 그것을 휘둘러보고, 아버지가 결국 자기 욕망을 다 채우고 가지 못했다는 점을 슬퍼합니다. 이것은 여포의 원념입니다. 그러나 여령기는 여포가 진궁과 갈등하다가 파멸한 것을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장료에게 아버지는 누구에게도 가르침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얘기합니다. 이것은 진궁의 원념이죠. 여포와 진궁 양쪽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여령기의 캐릭터성을 압축해서 깔끔하게 두 대사로 풀어낸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귀신의 딸은 난세를 꿋꿋하게 살아나겠다고 선언하면서 방천화극을 내려놓고 걸어갑니다. 여기서부터가 이제 여령기가 자기 의지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나가는 과정일텐데, 아쉽게도 인게임에서는 여기가 엔딩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디서 뭐하고 살지는 상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맹장전이나 dlc에서 이후의 스토리를 추가해준다면 저는 6만원에 팔아도 사겠습니다.
글이 어째 여포 얘기로 시작해서 여령기 스토리가 좋았다로 마무리됐네요. 엔딩 이후에 여령기가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엔딩을 아주 잘 뽑았다고 생각합니다. 위나라에서 장수로 살아가게 될까요? 일단 프리모드는 여령기로 위나라 스토리를 쭉 달리는것을 생각중입니다. 그걸 위해 우선 위나라를 쭉 깨야하는데...적토마 뚫는다고 관우전을 너무 달려서 오늘은 어째 게임이 손에 안잡히네요. 카페베네가 뭐니 카페베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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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여령기는 그저 여포의 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이번 8편에서의 여령기는 좀 다르더군요 진궁과 함께 여포군내에서 가장 현실적인 시각을 가졌으며(장료는 음.. 그냥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런 느낌) 한편으로는 여포의 딸이기에 여포의 이상을 이해하는 이해잡니다. 어찌보면 진궁과 여포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일수도 있지만 능동적으로 여포와 진궁 사이를 조율하며 자신 나름대로 해결책을 만들려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8편으로 삼국지내 1세대 영웅(대충 군웅할거부분에서 활약하는 영웅이라 생각)의 자식으로서 나름의 캐릭터성을 확립한거 같아 좋더군요 엔딩도 깔끔하게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활약이 짧은듯 싶어 장료와 함께 조조군으로 귀순하는 내용도 좋았지 않나 싶지만... 아버지를 죽인 조조의 밑으로 들어간다는게 무리긴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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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령기 이쁩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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