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을 하는 국내의 어느 기업이 휴가철을 맞아 한국에 머물고 있는 각국의 외교관들을 여수로 초대했다. 외교관들은 비행기로 여수에 도착해 해수욕장 근처의 호텔에서 1박을 한 뒤 쾌속정을 타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돌아보고 제주도로 자리를 옮겨 계속 피서를 즐길 계획이었다.
이 여행에 참가한 외교관들은 모두 13개국 25명이었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이스라엘, 태국,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의 외교관들이었다.
그런데 여수에서 출발해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돌아보던 쾌속정이 어느 순간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다. 해군과 경찰의 경비정이 출동해 수색을 했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바다 위에 기름띠가 넓게 퍼져 있는 것으로 보아 사고로 침몰한 것이 아닌가 추정되었다.
이 사건의 조사에 은요일 요원이 투입되었다. 배에 탔던 사람들을 조사해보니 알카에다 조직원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한 달쯤 전에 입국한 이집트인 외교관이었다.
이번 여행에 참가한 사람들은 공교롭게도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한 나라의 외교관들이 대부분이었다. 알카에다의 표적이 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각국의 외교관들이 탄 배를 침몰시키면 테러가 일어난 한국은 물론 외교관들을 한국에 파견한 각 나라에 커다란 충격을 줄 수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지 1주일쯤 지나서 고기를 잡던 어선에 의해 외국인 한명이 구조되었다는 소식이 접수되었다. 인근에 머물고 있던 은요일 요원이 급히 현장으로 달려갔다.
무인도에서 구조된 외교관은 서른 살 정도 먹은 이집트인이었다. 1주일 동안 무인도에서 빗물만 먹으며 견뎠다는데 건강상태는 양호했다.
구조된 이집트인의 말에 의하면, 고속으로 달리던 쾌속정이 갑자기 밀려온 높은 파도에 뒤집혀 침몰했고 겨우 탈출한 자신은 인근의 무인도로 헤엄을 쳐가 1주일을 버티다 구조되었다는 것이었다.
은요일 요원은 그가 알카에다 조직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꼼꼼히 조사를 했다. 하지만 이집트인은 자신은 결코 알카에다 조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저는 이슬람교도가 아니라 기독교인입니다. 알카에다 조직원은 모두 이슬람교도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까. 중동사람들이 모두 테러리스트고 이집트인들이 모두 이슬람교를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고정관념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콧수염도 기르지 않았잖습니까?”
이집트인이 시커먼 수염자국이 있는 코밑과 턱을 손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은요일 요원이 이집트인 앞에 여권을 하나 내밀었다.
“이 사람 당신 아닙니까? 이 여권사진은 콧수염을 길게 기르고 있는데요?”
이집트인의 여권에 붙어 있는 사진에는 다른 사람으로 보일정도로 콧수염과 턱수염이 무성했다.
“맞습니다. 이집트에서는 기독교인들도 대부분 콧수염을 기릅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에 와서 귀찮은 콧수염을 말끔히 밀어버렸습니다. 기독교인인데 뭐 상관없잖아요.”
그의 말이 맞는지 은요일 요원은 증인을 찾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와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사람들은 모두 휴가를 받아 이집트로 돌아가고 없었다.
은요일 요원이 이집트인을 조사하고 있을 때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이집트인이 발견된 무인도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다른 무인도에서 외교관들의 시체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시체는 모두 다섯 구였는데 모두 날카로운 칼에 찔려 살해되었다. 죽은 뒤 시체가 파도에 밀려온 것이 아니라 살아서 무인도에 상륙해 해안가의 동굴에서 햇볕을 피하며 휴식을 취하던 중 누군가에게 갑자기 살해된 것이었다.
은요일 요원은 이집트인을 더욱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집트인과 외교관들의 시체가 발견된 무인도는 바닷물이 빠진 간조 때는 불과 100미터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수영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배를 타지 않고도 이동 가능한 거리였다. 이집트인이 침몰한 배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죽이고 나서 구조되기 직전 다른 무인도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러나 이집트인은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전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겨우 몸만 빠져나왔는데 칼이 어딨어서 사람들을 칼로 찔러 죽인단 말입니까? 칼을 가진 다른 누군가가 그 사람들을 죽이고 도망친 겁니다. 저는 운 좋게도 그들과 달리 다른 섬으로 헤엄을 쳐간 탓에 목숨을 건진 것이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은요일 요원은 이집트인이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이집트인이 구조된 무인도 어디에서도 칼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집트인이 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말은 분명 거짓말이었다.
[문제] 은요일 요원은 이집트인이 칼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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