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추리국방과학연구소에서 ‘프로젝트Q’라는 암호명으로 불리는 첨단 군사기술이 유출되었다. 한 달 전쯤 추리국방과학연구소의 연구원들이 5년에 걸친 연구 끝에 구리나 납으로 된 총알 대신 압축한 물방울을 쏴서 적을 살상할 수 있는 새로운 휴대용 무기 개발에 성공했는데 누군가가 핵심기술을 빼낸 뒤 보관중인 나머지 자료들을 모두 파기해버린 것이었다.
사건이 벌어지자 첨단무기 기술을 다시 회수하기 위해 국정원의 은요일 요원이 파견되었다.
은요일 요원의 조사결과 첨단무기의 핵심기술을 빼내간 유력한 용의자는 추리국방과학연구소의 전직 연구원이었던 김성종이었다. 선임연구원이었던 김성종은 1년쯤 전에 연구소를 그만두고 벤처기업을 설립했는데 예상 외로 회사가 부도나 빚에 시달리게 되자 범죄를 저지른 것 같았다.
김성종의 범죄에 대한 증거가 어느 정도 확보되자 은요일 요원은 김성종을 검거하기 위해 아침 일찍 김성종의 집으로 향했다. 김성종이 혼자 살고 있는 집은 서울 외곽의 외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니!”
김성종의 집 앞에 다다른 은요일 요원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성종의 집이 불에 타 재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직 잔불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어젯밤에 일어난 화재가 틀림없었다.
잔불 정리를 하고 난 잿더미 속에서 김성종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누군가 김성종을 살해한 뒤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집에 불을 지른 것이 틀림없었다.
조사결과 김성종을 살해했을 만한 용의자는 3명이었다. 모두들 김성종의 집에서 15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추리마을에 살고 있었다. 용의자들은 젊었을 때 모두 이름을 날리던 산업스파이였는데 나이가 들자 손을 털고 시골로 내려와 전원주택 단지에 모여 살고 있었다.
목격자들의 말에 의하면 어제 낮에 김성종이 추리마을을 찾아와 세 사람을 따로 따로 접촉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아마도 추리국방과학연구소에서 빼낸 첨단기술을 팔아먹을 루트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왔던 것 같았다. 그런데 세 사람 중 누군가가 김성종이 훔쳐낸 기술을 다시 훔치고 김성종을 죽인 것이 틀림없었다.
전문가들의 감식결과 김성종이 살해되고 화재가 발생한 시간은 어제저녁 8시부터 10시 사이로 추정되었다.
은요일 요원이 용의자 세 사람을 만나 어젯밤 8시에서 10시 전후의 알리바이를 조사했다. 그런데 요의자들 모두 알리바이가 확실하지 않았다.
첫 번째 용의자 황세연의 변명은 다음과 같았다.
“난 절대 범인이 아닙니다. 나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작은 스쿠터(오토바이) 한 대 뿐인데 며칠 전부터 앞바퀴 베어링이 고장 나 앞바퀴가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저런 걸 타고 김성종의 집까지 왕복할 수는 없지요. 왕복하려면 30km나 되는데…”
은요일이 요원이 확인해보니 황세연의 스쿠터 앞바퀴가 며칠 전부터 고장 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인라인스케이트도 있지 않습니까? 걸어서 왕복하기는 힘들어도 인라인을 타면 2시간 안에 왕복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인라인은 시속 50킬로미터 이상으로도 달릴 수 있다던데…?”
“그거야 아주 잘 타는 사람들 이야기죠. 저는 도로에서 탈 실력도 안 되지만 심장이 나빠 무리한 운동을 할 수도 없습니다. 인라인을 사놓고 마당에서 슬슬 몇 번 탄 것이 전붑니다.”
“그런데 바퀴가 왜 이렇게 많이 닳았죠?”
“비록 잠깐씩이지만 날마다 타서 그런 걸 겁니다.”
“오른 쪽 바퀴만 유독 많이 닳았는데요?”
“그, 그래요…? 아, 인라인은 오른쪽 바퀴를 땅에 대고 가로로 끌어서 브레이크를 잡지 않습니까. 브레이크를 잡은 바퀴가 다른 바퀴보다 많이 닳은 건 당연하지요.”
두 번째 용의자 백휴의 변명은 다음과 같았다.
“제가 가진 이동수단이라야 경차뿐인데, 제 경차는 어젯밤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어제 낮에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았는데, 여기 자동차등록증에 찍혀 있다시피 그때 주행메타기가 33333킬로 미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33340km를 가리키고 있지 않습니까. 검사소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5km 남짓 되니, 어젯밤 왕복 30km를 갔다 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메타기를 뜯어서 조작했다던가, 아니면 후진을 했다거나,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닙니까?”
“예에? 아닙니다. 제 자동차에 달려 있는 신형 디지털 메타기는 뜯어서 조작할 수 있는 그런 종류가 절대 아닙니다.”
세 번째 용의자 최종철의 변명은 다음과 같았다.
“제 교통수단은 저 트럭뿐입니다. 그런데 김성종씨네 집으로 가는 중간에 낮은 육교가 놓여 있지 않습니까. 이 트럭을 타고는 결코 그 육교 밑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트럭높이가 2.5미터인데, 육교의 높이가 2.3미터밖에 안 되니까요. 육교보다 트럭이 20센티나 높습니다.”
“육교 직전에 트럭을 세우고 내려 김성종의 집으로 달려가서 범행을 저지르고 트럭까지 다시 달려와 트럭을 몰고 집으로 돌아온 거 아닙니까?”
“에이 무슨 말씀! 제 다리를 보십시오. 나이가 드니 걷기조차 힘들어 지팡이에 의지해 사는데 어떻게 달려 다닐 수가 있어요…”
은요일이 요원이 세 사람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조사를 해보니 그들이 증언한 말에 있어서는 거짓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택시를 불러 타고 김성종의 집까지 갔다 온 것도 아니었다.
“분명 세 명 중에 한명이 범인인데… 고장 난 오토바이, 밤새 움직이지 않았다는 경차, 높이가 높은 트럭…?”
잠시 생각을 하던 은요일 요원이 손뼉을 쳤다.
“그래! 그 방법이 있었어! 그런 잔꾀를 부렸던 거군!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문제] 과연 누가 범인이며 범인은 어떤 방법을 써서 김성종의 집까지 갔다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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