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
-시이나 타키와 이상한 녀석들
#2 [시이나 선배, 안녕하세요]
#3 [시이나 타키의 잔액은 0이다]
#4 [시이나 타키는 루포족 소녀를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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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탈출한 고양이를 며칠째 수소문 한 결과, 고양이를 찾아서 집에 데려왔더니, 며칠 후 자기 고양이가 제 발로 돌아왔다' 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제 고양이가 2배 이벤트를 겪었어요' 라던가 '그럼 이녀석은 누구야' 같은 제목으로 올라오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지금, 내 눈 앞에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시이나 선배, 안녕하세요"
"하?"
"다른 분들은 아직 안 오셨나 보네요, 차 한 잔 부탁드려요. 캐모마일로요"
내 눈 앞에 놓인, 이 오드아이 고양이는 누구지. 일단 라나는 아닌거같은데, 아무래도 내가 드디어 미쳐가려는 모양이다.
내가 아는 카나메 라나, 아니 노라네코는. 평소에는 연락두절이다가, 잊을 만 하면 어느샌가 불쑥 나타나서는 라이브 하자-라며 조르는, 말차 파르페-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맛챠 파-훼-를 좋아하는 고양ㅇ...아니 소녀였다.
아니, 상식적으로 카나메 라나가 나를 "시이나 선배"라고 부르는 일이 있겠는가. 그래. 저건 라나가 아니다. 라나를 닮은 다른 고양이일 것이다. 일단 정체를 물어보자.
"...누구?"
"선배, 농담도 참, 후배 얼굴도 못 알아보시나요"
아 그래 그럼 그렇지, 내가 모르는 후배인가보-
"저잖아요, 카.나.메.라.나"
쨍그랑-
RiNG으로 라나가 들어오는 것을 보며, 오늘은 진짜 일찍 왔구만-하면서 대견한 마음에 만들고 있던 말차 파르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치우는 것도 잊은 채로 눈을 비비고, 뺨을 가볍게 때려보고, 살을 꼬집어봤다. 틀렸다. 이건 꿈이 아니다.
"자...잠시만...기다려봐?"
네! 라면서 웃는 저 미소와 초롱초롱한 눈동자. 뭐가 잘못되었다는지 모르겠다는 저 눈빛. 난생 처음 마주하는 당혹스러운 순간에 잠시 굳어있던 순간,
위이잉-
"릿키-! 나 왔-으에에?"
타이밍 좋게 들어온 아논 녀석을 잡고 주방 뒷쪽의 창고로 들어갔다.
"아니아니, 무슨 일인데? 애초에 나 여기 들어오면 안되는 거 아냐?"
"라나가 이상해."
"라나쨩이? 보기에는 평소 그대로인데..."
"나를 시이나 선배라고 불렀어"
"뭐? 그럴 리가, 릿키는 릿키잖아!"
"애초에 릿키는 네가 붙인 별명이잖아!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저 녀석 오늘은 갑자기 캐모마일을 주문하더라니까!"
그 말을 들은 아논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창고에 있는 작은 창을 통해 라나를 살펴봤다.
"자세히 보니까, 행동에 매너가 배어있어. 릿키! 어떡하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아논 녀석이 말했다. 아, 나도 사실 두렵다. 문제가 나한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아논을 통해 알게 된 순간부터 더 떨린다. 트윈테일을 한 우미리를 보았을 때보다 더 두렵다. 아닌가, 그것도 이정도는 되었던가.
"자 여기."
일단 캐모마일 차를 가져다줬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여러모로 눈치 보이니깐 말이다. 대책은...일단 다 모이기까지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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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그럼 정리해보자. 타키쨩이 봤을 때는 이미 저 상태였고, 왜 저렇게 된 건지는 모른다는거니?"
"어. 왠지 일찍 온 게 신기하다 싶더니만..."
"라나 쨩...평소랑 달라서...이상해..."
"나도 알아챘을 때 깜짝 놀랐다니까!"
잠시 후, 라나를 제외하고 모든 멤버가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라나는 잠시 합주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그 말에도 네~시이나 선배~라며 대답하고 얌전히 합주실로 걸어가는 모습에 소름이 끼칠 뻔 했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고민 끝에 각자 해결책을 내놓았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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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대 때리자
제안자: 시이나 타키
결과: 극도의 공포감 속에 나온 발언이었으나, "폭력은...안 돼..."라는 토모리의 말에 제안자가 스스로 철회함
2. 그대로 두자
제안자: 나가사키 소요
결과: "제 시간도 잘 맞추니 이대로 그냥 두자"라는 말에 모두가 넘어갈 뻔 했으나, 뭔가 찝찝하다는 아논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며 제안은 폐기됨
3. 동물병원에 데려가자
제안자: 아논 도쿄
결과: 아무리 그래도 동물병원은 아니라는 소요의 말에 철회함. 옆에서 급하게 지도 어플을 켜서 근처 동물병원을 찾던 타키가 조용히 엎어짐
4. 이게 다 신용 때문입니다! 신용 만세!
제안자: 누구야 이거
결과: 타키의 휴대폰으로 온 스팸문자(본인의 발언에 따르면). 뭐야 이건 이라며 기각됨
5. 일단 원인부터 찾자
제안자: 타카마츠 토모리
결과: 채택(시이나 타키의 의사가 적극 반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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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단 원인을 찾아야 해결을 하지. 일단 라나한테 가보자"
그렇게 라나를 먼저 보내 둔 합주실로 향한 우리는, 또 한 번 경악했다
"아, 선배들! 늦으셨네요! 먼저 세팅해뒀어요!"
"엣"
"어?"
"옭..."
"하?"
언젠가 짐 좀 혼자서 옮기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상황에서는 대견함보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어이 노라네코. 짐 옮기는것도 모자라서 다른 사람 짐까지 옮겨두다니. 뭐지?
신이시여... 만약 존재한다면 이 상황을 좀 어떻게 해주세요. 부르신 데스와? 아니 너 말고-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발을 헛디뎠는지 중심을 잃고 라나 쪽으로 넘어지는 토모리의 몸이 내 눈에 들어왔다.
"케흑!"
"옭!"
"토모리!"
토모리는 넘어지면서 라나와 머리를 심하게(아논의 증언에 따르면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부딫혔고, 나는 급히 달려가서 상태를 살폈다.
"토모리! 노라네코! 괜찮아?!"
"응."
"옭..."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 순간, 내 귀에 믿을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릿키-"
"뭐?"
"맛챠 파-훼"
노라네코가 돌아왔다. 행동은 원래 그대로에, 나를 '시이나 선배'라고 브르지도 않는다. 다행이다... 하고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말차 파르페 조르기 공세에 나선 노라네코를 달래기 위해 주방으로 다시 향하는 나였다.
나중에 자세히 들어보니, RiNG에 오기 전에 SPACE 공터에서 고양이들과 놀다가 주차된 차에 머리를 심하게 박았다고 한다. 아팠어...라며 이야기 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으로 말차 파르페를 흡입하고 있는 노라네코를 보고 웃음이 터진 건 덤이다.
어느새 말차 파르페를 다 먹은 라나가 합주실로 향하는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생각했다. 아-연락은 무시하기 일쑤에, 내킬 때만 나타나질 않나, 말차 파르페 값은 자꾸 내 급여 카드에서만 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너는 너대로 있어달라고. 카나메 라나는, 노라네코인 편이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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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 파르페 잔을 빠르게 정리하고 합주실로 돌아가니, 문을 열자마자 아논 녀석의 안절부절한 모습이 보인다. 뭐지, 뭐 사고라도 쳤나? 라나, 는 도망 안 가고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고. 소요도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뭐야. 다들 표정이 뭔가 이상한데. 모르겠다. 일단 연습이나 시작하자.
"토모리, 준비됐어?"
타다닥-
"릿키-"
하?
토모리가 갑자기 달려오더니, 생전 한 번 본 적 없는 표정으로, 나를 '릿키-'라고 불렀다.
"릿키, 맛챠 파-훼"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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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키-맛챠-
를 하는 토모리를 상상해보시오 이 얼마나 무서운 개념인가
군대가기전에 썼던 뻘글들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캐해가 뒤틀리고 뒤틀리고 뒤틀려서 음해 덩어리인 글이 되어가는거같긴 한데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