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클리어하고 감상 같은건 잘 안쓰는 성격입니다만 워낙 재미있게 한 게임인지라 뭔가 남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쓰는 글입니다. ^^;
원래 저는 특정 장르를 가리지는 않습니다만 비주얼 노벨/어드벤쳐 장르는 그다지 해본게 없네요.
그런데도 이 게임을 하고 나서보니 스토리만 잘 만들어져 있다면 그것만으로 다른 장르에 뒤지지 않는 재미를 준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이 게임은 일본어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주인공을 둘러싼 미스테리/서스펜스/연애의 절묘한 조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인 작품입니다.
다만 선택지의 인과관계가 꽤 복잡한 편이라 자기 힘으로 엔딩을 보고 싶은 분이 아니라면 공략을 참고하시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벤트 컴플리트는 공략과 스킵을 활용하지 않으면 절륜한 볼륨으로 인해 1년 내내 이 게임만 플레이 해도 가능할 지 의문이 듭니다(...)
볼륨이 높은 편인데도 게임이 지루하지 않게 되는 이유는 워낙 시나리오가 잘 짜여져 있어서 최소 3주차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1~2주차가 재미 없는 내용이 되느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의식의 흐름이
1주차 클리어 > 아~이런 내용이구나. 근데 뭔가 이상한데?
2주차 클리어 > 아~~그랬었구나 이런 반전이 있었다니 소름~!
3주차 클리어 > 와 거짓말 같은데 진짜 이렇게도 말이 되는구나;;
하고 시나리오 라이터가 정말 천재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몰입하게 됩니다.
주인공 캐릭터가 우연히 저랑 생일이 같아서(!!) 더 몰입하게 된건 안비밀 ㅋㅋㅋ
이하 내용 누설 있습니다. 헤비(어나더 루트) 클리어 안한 분들은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전시나리오 공통적인 사항으로 주인공의 선택에 의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희생을 하게 됩니다.
1주차는 타이틀 히로인인 노엘 고정 시나리오(라이트)로 인해 유즈리는 병을 그대로 짊어지고 가게 되고(1주차 클리어 시점에서는 생략되서 모름)
2주차에 들어서 비로서 코토리라는 다른 자아를 극복하고 유즈리를 구원하게 되지만 사실 진짜 코토리는 주인공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이 주인공을 포기합니다.(이것도 2주차 클리어 시점에서는 모름)
3주차에서는 히무라기가 코토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두가 구원 받을 수 있는 진행이 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절친 리치가 흑화(...)해서 코토리와 주인공을 갈라놓으려하다가 결국 자신이 죄를 짓는(혹은 악역을 자처하는) 결말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은 캐릭터는 주인공의 절친인 리치네요.
남성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1, 2주차와 3주차의 캐릭터 성격이 180도 달라지는 입체적인 인물이라는게 백미입니다.
마지막까지 리치를 구할 수 있는 루트도 있나 했지만 그런 것은 없더군요.
애초에 주인공이 리치와의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자신은 리치에게 졌다고 말하는 것을 볼 때 리치의 계획 저지에는 성공했지만 리치를 구하는 것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군요.
리치는 주인공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았으나 그 이유인 코토리가 사라져서 주인공과는 싸우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1, 2주차 내용, 즉 헤비 어나더 이외의 루트) 코토리가 다시 나타나면서 주인공과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가 되고, 이와 달리 자신과 주변인물들이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랬던 카사네와 여동생 유즈리를 져버리는 결과가 됩니다.
1, 2주차만 해보고 아 정말 좋은 녀석이네 > 3주차 플레이시 헐??? 하게 되더라고요.
더불어 3주차 해보고 얘한테 데인분들은 DLC인 유즈리 애프터 시나리오를 플레이하면 3주차에서 말하지 못한 사정을 고백하는 부분에서 치유받게 됩니다(...)
제일 섬뜩한 장면은 유즈리 엔딩 분기 직전의 노트를 칼로 서걱서걱 찢어발기는 장면(이때 새벽에 혼자 게임하다 소름;;)과 스나오 엔딩 분기의 베드 엔딩들에서 정신이 망가진 스나오(일러스트의 위화감 때문에 자세히 보니 스나오 눈에서 빛이 사라져 있음;;)였네요.
가장 의외였던건 설마 칸자키 미사키(노엘 괴롭히는 양키녀들의 두목)와도 플래그가 있을 줄은...
노엘 시나리오에서 미사키에 대해 주인공이 뭔가 무섭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가 여기서 밝혀집니다..
히로인 중에서 누가 제일 마음에 드는가는 사람에 따라 심하게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즈리 시나리오가 제일 감동적이었으며 캐릭터 자체에 대한 애정도 가장 높습니다. 리치가 절친으로 계속 남을 수 있는 점도 한몫하구요~
개인적으로 본작이 제가 평생해 본 게임중 가장 몰입해서 한 게임인데 시리즈는 완결되더라도 이 게임을 만든 제작진이 앞으로도 계속 다른 게임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3월 말에 팬디스크 나온다고 하니 그것도 기대가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