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살펴볼 게임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여덟번째 정식 넘버링 타이틀,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입니다. 바이오하자드 세븐에서 이어 에단 윈터스가 주인공을 맡게됐죠. 선행 체험판인 메이든을 플레이하다 드미트리스쿠 부인이 등장했을땐 저도 모르게 어? 이 눈나 개쩔잖아?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후 온갖 밈이 생산되는 걸 보면서 역시 제 눈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신하게됐죠. 유명한 시리즈인만큼 거두절미하고, 바로 장점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액션이 강화되어 적의 공격을 가드 한 후, 다시 가드 버튼을 눌러 반격하는 시스템이 추가됐고, 저격총, 샷건, 매그넘, 유탄 등 무기의 종류도 이전작보다 많아졌는데요. 무기의 입수 시점도 굉장히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필요없는 총은 상인에게 매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몹들이 돈을 꽤 넉넉하게 드랍할 뿐만 아니라, 정산 아이템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상인을 이용하는데도 부담이 없죠. 물론 재고량이 정해져있긴 하지만, 이전작처럼 탄환이 부족해서 곤경에 처할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게다가 적들이 화폐와 구급약 조합에 필요한 아이템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난이도에 대한 걱정도 많이 줄어들었죠. 반격을 잘 사용한다면 저처럼 조준을 잘 못하는 사람도, 나이프를 이용해서 수월하게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스탠다드 난이도 기준으로 적당히 막고 때리다가 화면이 빨개질 즈음에는, 구급약 두 개 조합분 정도는 인벤토리에 굴러다니거든요.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에서는 개체 수를 늘려서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게임의 분위기에 익숙해질법한 후반부에서는 핀 포인트를 노려야 쓰러지는 녀석들을 배치해서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게 만들죠.
퍼즐 요소도 굉장히 직관적입니다. 아이템이 필요한 곳에서는 어떤 게 필요할지 짐작이 가능하고, 미니맵에서는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까지 표시해주죠.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상호작용한 물체에는 노란색 표시를 해놨는데, 초반의 이벤트부터 이 노란색 표시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는 노란색을 보면 자연스럽게 뭔가 해야한다는 걸 깨닫게되죠. 플레이어가 길을 찾지 못할 수는 있어도, 퍼즐때문에 막혀서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최소화해놓은 셈입니다. 아, 물론 공을 굴리는 미니게임은 은근히 짜증났지만 말이에요.
여기까지가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장점이었고, 다음은 단점에 대해 살펴볼 차례입니다.
몹은 일정 구간 안에서만 돌아다니도록 프로그래밍되어있어서, 어느정도 도망치다보면 자기가 있던 지역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몬스터들이 다 똑같지만 특히 중간에 등장하는 커다란 늑돌이에게서 두드러지는데요. 처음에는 물레방아간까지 어떻게 돌파할지 고민했었는데, 원래 자리를 찾아서 돌아가는 모습을 몇 번 보니 권총으로도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나니까 이 친구만 괜히 개죽음 당한 것 같아서 불쌍하더라구요.
이번 시리즈는 이전작에 비해서 공포감이 확 줄어버려 몹시 아쉬웠습니다. 제가 공포게임으로써의 바이오하자드를 좋아했기때문에 단점으로 꼽았지만, 이전작인 바이오하자드 세븐이 너무 무서웠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팬 분들한테는 오히려 장점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이전작이 공포게임으로 회귀해서 너무 좋았단말이죠. 물론 이번에도 공포게임스러운 파트가 있기는 합니다. 바로 엔지가 등장하는 인형의 집 파트인데요. 베이비에게 쫓기는 파트는 굉장히 좋았지만, 보스전에서는 약간 허망해서 아쉬웠습니다. 처음에는 엔지가 주변의 인형들 중 하나로 변신해서 숨어있는 줄 알고 하나하나 아이컨텍하면서 찾아다녔는데, 알고보니까 그냥 방 한 구석에 숨어있더라구요.
인형의 집 파트와 호수 파트는, 저택 파트와 공장 파트에 비해서 상당히 짧았는데요. 다른 파트의 절반 정도죠?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추격전이 길어질수록, 플레이어를 지치게 만들기때문에 고려한 설계가 아닐까 싶긴 합니다. 각 지역에 퍼즐 파트와 추격전 파트를 섞어서 배치하는 방법도 있기는 했겠죠. 하지만 네 개의 지역이 각기 다른 컨셉으로 구성한만큼,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버리면 플레이어를 지루하게 만들어버렸을 겁니다. 결국 추격전이 메인인 두 파트의 분량이 짧은 게 이해는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아쉬웠습니다.
정리해보면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공포 요소가 많이 줄어들어 공포 게임으로써의 바이오하자드를 좋아하는 팬들은 조금 아쉽겠지만, 이전작의 공포 요소나 난이도로 인해 난항을 겪었던 플레이어들도 부담없이 바이오하자드 7의 이후 얘기를 볼 수 있는 게임이었네요. 게임을 시작하면 7에서 있었던 스토리도 영상으로 짤막하게 보여주니까말이죠. 바이오하자드7이 너무 공포게임스러워서 플레이하지 못했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팬 분들이라면, 이번 빌리지를 플레이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