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원 에디션이 처음 발매되었을때 구입했는데 잘 안맞아서 한동안 미루고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다 플레이타임 약 39시간으로 이제서야 끝을 냈습니다.
게임이 내세우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스러운 그래픽 표현과 스토리, 그럭저럭 괜찮은 BGM 등 분위기 자체는 정말 좋았지만, 마지막까지 플레이하고 나니 왜 판매량은 망하다시피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여러모로 영 애매한 게임이었네요.
우선 대상 연령층이 어디인지 감이 잘 안잡힙니다. 애초에 그래픽이나 스토리는 물론이고 게임 내 모든 한자에 요미가나가 붙어있는걸 보면 아무래도 저연령층도 노렸던것 같은데, 그렇다고 하기엔 다른 게임에 비해서 게임 난이도가 많이 높습니다.
스토리 진행만 해도 은근히 난이도가 높아서 어느정도 레벨업 노가다가 없인 진행이 힘든데, 얼굴 보기도 죽게 힘든 노가다 전용몹을 제외하면 주는 경험치도 상당히 적은 편에다 레벨업으로 상승하는 능력치가 상당히 낮은 편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마젠을 제대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상당히 고생합니다. 덤으로 아군의 AI가 정말 요즘 게임이라곤 못봐줄 정도로 멍청한데다 작전 지시라는 것도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안그래도 높은 보스전 난이도가 더더욱 짜증나게 느겨집니다.
그렇다고 이마젠을 구하는게 쉬운가 하면, 이것도 또 엄청난 노가다거리입니다. 쭉 진행하다보면 심심찮게 하트를 띄우긴 하는데, 특정 이마젠을 노리고 노가다를 하려면 이게 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게다가 그게 아닌 경우에도 확률이 그다지 높은게 아니라서 스탬프 보상으로 확률 상승 보너스도 달고 진행했는데 게임을 클리어할때까지 획득 이마젠 수가 150을 못넘었네요.
거기에 경험치 뿐만 아니라 돈도 무지 인색하게 주는데, 상점에서 판매하는 소비 아이템도 은근히 가격이 부담되는데다 무기점의 장비 가격은 진짜 진행하는 시점에서 말도 안될정도로 비쌉니다. 게다가 속성 약점이나 보스전을 생각하면 캐릭 하나당 이마젠을 최소 두마리정도는 돌려야하는데 이게 장비도 상당히 분화되어 있어 장비에 들어가는 돈이 정말 정신나간 수준입니다. 결국 합성 냄비를 잘 사용해야하는데, 개인적으론 합성 성능도 그렇게 좋다고는 못느꼈고요.
덕분에 이런 무지막지한 노가다를 감당할 수 있는 일반 게이머에겐 스토리가 유치해서 못하겠다는 소리를 듣고, 그 아래 연령층한텐 접근성이 나쁜 애매한 물건이 된것 같네요.
그 스토리도 그냥 평범한 지브리 애니메이션스런 스토리라고 보면 딱 괜찮은 스토리로 적어도 제겐 잘 맞긴 했는데, 요즘 플3 게임치곤 음성의 비중이 상당히 적어서 심심한데다 그 음성도 시즈쿠, 쟈보, 여왕등을 제외하면 모두들 묘하게 연기를 대충하는 느낌이라 몰입이 잘 안됩니다. 차라리 이번에 나온 영문판쪽이 음성 연기가 훨씬 괜찮은것 같더군요.
클리어 특전은 좋습니다. RPG에서 이벤트 영상은 물론이고 게임내 모든 이벤트를 감상할 수 있는 클리어 특전은 지금까지 킹덤하츠 시리즈 정도밖에 없었으니까요. 거기까진 좋은데 이것들이 다른 것도 아니고 이 클리어 특전을 카지노 경품으로 팝니다. 그것도 엄청난 고액에. 나름대로 JRPG를 많이 플레이해봤는데 이정도로 등신같은 클리어 특전 요소는 처음 경험해보네요.
차라리 테일즈 시리즈의 그레이드 포인트나 최근 팔콤 게임의 실적 포인트같은 경우면 납득이 가는데, 이 기초적인 이벤트 감상 특전을 보려고 의미없는 카지노 노가다, 그것도 다른 게임 카지노에 비해 은근히 빡센 노가다를 하려니 오히려 저런 특전이 없는것보다 두배로 열받아서 뒷맛이 무지막지하게 안좋군요. 결국 2시간쯤 건드리고 2만 중반대에서 포기했습니다.
물론 (조금만 다르게 보면 다 노가다 요소긴 하지만) 수집 요소도 상당히 많고, 진화, 능력치, 기술 등 이마젠 성장 시스템 자체는 상당히 괜찮은 요소였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이런 요소들 덕분에 플래티넘까지 즐겁게 플레이하신 분들도 많이 계신것 같지만, 적어도 제겐 영 안맞는 게임이었네요. 나름대로 잘 만든 게임은 맞다고 인정하지만, DS판과의 연관성을 제외하고도 게임이 왜 안팔렸는지 간단히 이해가 될 정도로 거슬리는 요소가 많이 보여서 참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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