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초반 다섯시간 정도 했고요. 저에겐 이게 이번달에 가장 재미있게 즐긴 게임이 될거 같네요. 스퀘어에닉스라는 간판을 달고 나와서 풀프라이스 가격을 받으니 평가가 좋지 않은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저예산 인디게임이라 생각하고 가격도 절반정도에 나왔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 되었을 겁니다.
유튜브 리뷰를 보면, "성우 목소리가 안나온다", "8방향 움직임", "생활 컨텐츠가 너무 단순하다" 라는 혹평들이 있는데요. 제가 보기엔 어느정도 해명이 가능한 요소였습니다. 일단 요즘 게임에서 보기 드물게 대사와 이벤트씬이 알차게 꽉꽉 차있습니다. 이걸 다 성우를 쓰는건 아주 힘들었을거 같습니다. 방향키를 이용해 움직일 때 8방향으로 케릭터가 돌아가는건 농사나 물건을 놓을 때 바둑판으로 된 지형을 의식해 단순화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시점을 돌릴때 방향키를 유지한 채로 360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전투나 이동할 때는 거의 불편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복잡하지 않고 단순화한 생활 컨텐츠가 저에겐 오히려 장점이었던거 같네요. 배우는데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으면서 필요한 요소들은 다 갖춰져 있습니다. 오히려 단순하기에 필요한 물자를 빠르게 조달할 수 있었네요.
그리고 이 게임 레벨디자인이 굉장히 짜임새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전투와 스토리 그리고 제작 및 농사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서 게임을 즐기는데 모든 요소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사용하게 되더군요. 진입장벽이 낮아서 적당히 힐링하면서 도전 정신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다만 6만원이 넘는 풀 프라이스 가격은 말이 안됩니다. 그러면 풀 보이스 더빙과 더 화려한 그래픽과 정교한 게임성을 가져야 하죠. 이게 스팀에서 스파이더맨이나 갓오브워보다 비싸면 안되죠. 회사가 양심도 없고 제정신이 아닌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이 게임의 앞길을 망친거 같네요.
여튼 이 게임 재미있습니다. 반값 이하로 할인하면 꼭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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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컨텐츠가 단순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원인은 꽤 복합적입니다. 그 하나로 작물의 시세가 너무 편차가 심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하다보시면 알겠지만 구매/판매가가 월등하게 낮은 작물들과 반대로 매우 비싼 작물들이 주로 있으며 중간쯤 되는 작물이 적습니다. 이 상황에서 전투에 쓸 식재료도 챙기면서 비싼 작물들을 키운다는건 좀 어려운 편입니다. 그래서 사실상 농사로 돈을 번다? 진짜 스토리 진행할만큼만 벌립니다. 그런 주제에 엔딩이 끝나고 특정요소가 완전히 해금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농사가 가능한게 현실이라 골치가 아프죠... 결국 농사의 비중이 초반부- 후반부로만 나뉘고 중반부를 고려를 안해놓은 티가 많이 납니다. 서서히 성장하기보다는 급성장하는 방식이랄까요... 이어서 위와 관련된 내용으로 게임 중 요정이라는 놈들의 부탁을 들어줘야만 능력개방, 자동화시설 오픈이 됩니다. 문제는 요정들의 부탁이 특정 계절에 한정되는게 태반이라 타이밍이 어긋나면 중반 이후까지도 특정 능력 개방이 안되서 빌빌대는 경우도 허다하죠... 심지어 요정 부탁 최종에 가서야 개방되는 제작템이 중-후반부쯤 되면 필요함에도 모든 내용을 클리어한 후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게 일반적인 방식이라 사실상 없으니만 못한 상황이죠. 이 부분과 연계되는 내용이 스태미나 관리와 하루 시간 흐름인데 게임에 있어서 하루 시간이 전투비중때문에 잡아먹히는 시간이 길어 적어도 스태미나 아끼면서 전투에 투자하고자 하면 자동화시설을 갖춰야 되죠.(이 게임에서는 스프링쿨러)이 반드시 필요한데, 위에서 말했듯이 요정부탁 문제도 있고 실제로 하다보면 특정 자원 채취에 있어서 불균형이 있다보니 계속해서 농사에 불필요한 시간을 투자해야됩니다. 이게 한두계절이면 이해하는데 거의 1년 내내 해야해서 좀 많이 귀찮습니다. 이외에도 농사의 어디칸이 비어있는지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점이나 수확시 차지시간이 너무 길다거나 하는 등의 소소하지만 불편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 23.01.27 11: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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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했지만 말씀하신것처럼 생각외로 레벨디자인 짜임새가 좋아서 저는 꽤나 재미있게 했습니다. 농사하고 전투하고 맵을 자연스럽게 밀다보면 딱 성장하고 수확할 정도의 디자인. 이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거든요. 스토리도 엄청 좋다고는 못해도, 나쁘지 않기도 하고 요즘에 보기 드문 스토리라고 느끼기도 했구요. 다만 풀프라이스로 산 입장에서 현재 패키지 가격이 25000원 정도 하는 상태라 제 지갑은 좀 심정 타격을 받았더라죠. 저정도면 사실 무난한 수준이 아닐까 싶긴합니다. 그래도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게임이기는 하지만요. 아마 게임이 중간중간 불친절한 부분이나 미흡한 부분들이 있다보니 하다가 뭔가 막히시는 부분이 꽤 있으실텐데 여기 게시판을 찾아보시면서 하시면 훨씬 수월하게 가능하실것 같네요. 즐거운 하베스텔라 되시길 바랍니다. | 23.01.27 11: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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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공감되는 내용이 참 많네요. 저는 이 게임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 스케줄 매니지먼트입니다. 겉으론 아주 캐주얼한 게임이지만, 하드하게 플레이하면 짧은 시간동안 주어진 물자와 지식을 가지고 최선의 결과를 내야하는 압박이 상당하더군요. 이런 게임 방식이 저는 아틀라스의 페르소나를 본뜬 디자인이라고 느꼈습니다. 상당히 공들인 대화와 NPC들의 스토리도 그러하지만, 이 게임은 서브퀘스트가 거의 필수라는게 똑닮았습니다. 초반에 섭퀘를 통해 버는 돈과 물자가 단순 농사 이상의 버팀목이 되더군요. 상술하신 여러 어려움들(재정적 문제라던지)이 사이드 퀘스트들 보상을 통해 숨통이 트였습니다. 페르소나의 아르카나;커뮤시스템이 명시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NPC들의 스토리나 전투원들의 업그레이드 까지 거의 페르소나의 게임 디자인을 따르도록 의도되었습니다. 페르소나가 오전/오후로 나뉜 타임스케쥴에서 하루에 2개씩의 커뮤니티 레벨을 올리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저도 하루에 1~2개의 서브퀘스트들을 수행하게 되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게이머들은 밀려오는 텍스트를 견뎌야 합니다. 페르소나는 유저의 흥미를 유지하고 집중하게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하베스텔라는.... 제 생각엔 그 재미의 60%정도 충족한 게임 같네요. 가격이 좀 저렴하거나, 페르소나처럼 더 고퀄로 만들었다면 이 게임은 80점대는 무난히 찍었을 게임인거 같습니다. | 23.01.28 03: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