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폴란드 게임쇼 출장 보고서 혹은 견문록
폴란드 현지 시각으로는 21일, 한국 시각으로는 아마도 22일부터 현지 시각 25일까지 진행되는 두 개의 행사가 있습니다. 사실, 출장을 간 저도 이전까지는 처음 듣는 행사이기도 했습니다. Game Industry Conference (GIC)와 Poznan Game Arena (PGA)가 그것입니다.
이전 기사에서도 설명한 바 있지만, 폴란드 게임은 널리 알려져 있더라도 사실, 폴란드 게임 시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장 저도 그랬으니까요. CDPR의 타이틀이나 올해 발매된 레벨 울브즈의 ‘블러드 오브 던워커’ 그리고 11bit 스튜디오의 타이틀 몇 개를 제외하면 ‘아 이게 폴란드 게임이구나’ 하는 인식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득 돌이켜보면, 우리가 플레이 했던 게임 중 폴란드 소재의 개발사가 많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게임 회사가 어디 소재인지까지 파악하고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모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문득 돌이켜 봤을 때 내가 했던 게임들 중 인상 깊었던 게임들이 폴란드 소재의 인디 개발사, 중형 개발사임을 알게 되었을 때. 바로 이 순간 폴란드 게임 시장이란 것을 다시금 바라보게 됩니다.
잠깐 시간을 돌려서 2015년 즈음부터 역산을 해보겠습니다. 다잉 라이트 시리즈를 개발한 테크랜드 또한 폴란드 소재이며, 인디 게임인 ‘60초’를 만든 로봇 잰틀맨도 폴란드 소재의 개발사입니다. 2016년에는 ‘슈퍼핫’과 ‘배니싱 오브 에단 카터’, 2017년에는 ‘옵저버’. 2018년에는 ‘하우스키퍼’, 2019년 ‘그린 헬’, 2020년 ‘캐리온(Carrion)’, 2021년 ‘더 미디엄’과 ‘미디블 다이너스티’, ‘헬리쉬 쿼트’, ‘팀버본’, ‘리프트 브레이커’ 그리고 2025년 ‘크로노스 뉴 던’에 이르기까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중에서 몇 개는 들어봤을 이름들이 폴란드 소재 개발사로 이름을 올립니다.
문득 이 중에서 했던 게임 혹은 관심이 있었던 게임들이 있었다면, 이제 폴란드 게임 시장과 거기서 개최되는 게임 쇼 ‘포즈난 게임 아레나’와 BTB 행사 겸 컨퍼런스인 ‘게임 산업 컨퍼런스’를 다시 볼 준비가 된 것입니다. 한국에서 직항이 있는 바르샤바. 거기서 버스로 약 세 시간 반(비행기로는 아마 1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 포즈난에서 진행되는 동유럽권 최대의 게임쇼를 말입니다.
● 게임 산업 컨퍼런스(Game Industry Conference, GIC) - 10월 21일~24일
GIC는 후술할 포즈난 게임 아레나 (PGA)에 앞서서 진행되는 일종의 BTB 행사입니다. 다수의 컨퍼런스가 관을 나눠서 진행되고 다양한 동유럽 게임 업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컨퍼런스는 꽤나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구성됩니다.
복합적으로 구성되었다고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게임의 개발 과정을 되짚어보는 포스트 모템이나 기술적인 성취를 공유하는 것 보다는 산업 전반과 부차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에 조금 더 무게감이 실려 있습니다. 조금 더 동유럽 혹은 폴란드 게임 산업이라는 환경에 맞춰서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한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행사가 시작된 첫 날인 21일은 일종의 법률 서밋이 주로 진행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바르샤바에서 버스로 포즈난까지 이동했기에 한참 시간이 지난 오후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강연 일부는 진행이 되었었고 법률 측면에서 게임 회사의 어려움을 해결하거나 고민을 하는 시간들이 마련됐습니다.
22일부터는 각 개발사나 스폰서의 이름을 딴 홀에서 각종 강연들이 진행됩니다. 일종의 노하우 공유이자, 리서치 결과의 공유 및 토의 그리고 각종 상담과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무척이나 다양한 테마와 주제로 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세션이라면 세션인데, 중세 무기 강습도 하루에 두 번 (12시, 15시) 한 시간씩 대련을 포함하여 받을 수도 있습니다.
23일인 오늘은 아시아권 시장을 주목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 이를 중심으로 강연이나 관련 활동들이 설계되었습니다. 강연들 또한 아시아 시장을 살펴보는 것부터 한국 게임 시장 종사자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등 직접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강연 자체도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미팅과 네트워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 시기 포즈난에서는 정말로 많은 미팅들이 함께 이루어집니다. 관련해서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공식 어플리케이션의 존재입니다.
해외 게임쇼 혹은 컨퍼런스의 경우, 공식 어플리케이션을 비롯한 미팅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스컴이나 GDC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것을 통해서 미팅을 잡거나 컨퍼런스 일정을 체크하는 등 직접적인 운영을 하게 됩니다.
GIC의 어플리케이션은 개인적인 느낌을 이야기 하자면, ‘컨퍼런스 판 틴더’ 같습니다. 참관객이 입력한 정보와 직군을 바탕으로 관심이 있을 법한 사람을 추천해주고 어떤 사람이 나를 관심 목록에 등재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스와이프로 진행됩니다. 관심이 있으면 오른쪽으로 스와이프, 스킵하려면 왼쪽으로 스와이프를 합니다. 익숙하면서도 어색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아무튼, 어플리케이션이나 웹을 통해서 미팅을 신청하고 성사가 된다면 자동으로 미팅 라운지에 자리가 배정이 됩니다. 다른 게임쇼에서도 어플리케이션이나 웹 시스템으로 미팅을 잡았을 때도 많았지만, 자리까지 아예 배정을 해주는 것은 처음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에 맞춰서 테이블에 가 있으며 되니까, 꽤 간편하고 직관적이며 사용하기 쉽습니다. 아 그리고 이미 미팅을 잡는 중이거나 잡아뒀다면, 다른 미팅 요청 시에는 해당 시간대가 아예 선택지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일정이 중복되는 것도 방지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 와서 안 것인데, 폴란드 친구들은 파티를 정말로. 정말로 좋아하고 많이 진행이 됩니다. ‘공식적인 파티’라고 명명된 것이 당장 21일부터 22일 그리고 23일 등 매일 존재합니다. 심지어 이런 ‘공식적인 일정’은 어플리케이션 푸시로도 도착합니다. 당장 기사를 작성하는 중인 현지시각 23일 오후 9시 50분에 푸시가 왔는데… 메시지가 이렇습니다. ‘Party People! karaoke stars now’. 이 친구들은 오늘도 파티를 하고 여기서 네트워킹을 합니다.
자 그리고 ‘공식적인 일정’ 이외에도 ‘비공식적인 파티’도 많습니다. PRE 파티 말고도 애프터 애프터 파티라고 부르던데, 각 회사들이 어디 장소를 빌려서 파티를 진행하고 서로 네트워킹을 합니다. 실제로도 꽤 많이 부르고 사람들이 방문하며, 같은 날에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서로를 만나기도 합니다. 당장 오늘도 한 네 번 즈음 각기 다른 파티에 올거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입니다. 주종은 보통 맥주이고 공식적인 경우 맥주는 무료.(중요) 무알콜부터 IPA와 필스너까지 다양하게 갖춰뒀습니다.
네트워킹 측면에서 엄청나게 강하다. 라는 인상을 받기에는 충분합니다. PRE GIC 파티라고 명명된 ‘공식적인’ 파티에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는 현장 곳곳에서 얼굴을 만나고 인사를 했었고 이 친구가 다른 친구를 소개하고 미팅을 한다거나. 어디 길을 가다가 “너 여기 와서 새로운 친구는 만났니?” 물어보길래, “음. 좀 만나기는 만났어” 이러니까, “그래? 여기 또 다른 새로운 친구가 있어. 그게 바로 나야.”라고 하는 등 온갖 예상치 못한 랜덤 인카운터식 미팅과 네트워킹은 보너스로 찾아옵니다.
강연이 진행되는 1층 (국내 기준 2층)에서는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커피와 다과가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며, 술에 쩌든 사람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ZEN ROOM (진짜 조용함), 부모가 BTB 관련 미팅을 진행하는 동안 아이를 돌봐주는 데일리 케어 센터 등 부대 시설도 아주 충분하게 갖춰 뒀습니다.
GIC 2026은 PGA와는 별개의 장소에서 진행되지만, 한편으로는 하나의 흐름을 구성합니다. BTB의 역할을 GIC가 담당하여 강연과 미팅 전반을 진행하고 운영하는 구조이고 일반 관람객이 방문하는 BTC는 PGA가 담당하여 게임 전시와 상품 구매 그리고 관련 기기 전시 공간 등을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 포즈난 게임 아레나 (Poznan Game Arena, PGA) - 10월 23일~25일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PGA는 중동부 유럽 (Central and Eastern Europe, CEE) 최대의 게임 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람객 숫자는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68747 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집계 방식의 차이도 있을 수 있고 체류 시간 등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에 실제 현장의 밀도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PGA는 현지 시각으로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며, 하루 관람권은 50 즈워티니까, 우리나라 돈으로는 약 1만 5천 원이 좀 안 됩니다. 3일권이 140 즈워티니, 하루에 약 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PGA 2026은 7개의 홀에서 행사가 개최됩니다. 이 중에서 작은 규모의 한 홀은 오롯이 푸드코트를 위한 장소로 활용됩니다. 조금 의아하기는 했으나, 비가 내리는 경우가 있고 생각보다 추운 편이며 (올해는 덜 추운 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음) 바람도 불기 때문에 내부에 공간을 마련했나 싶기는 합니다.
공간 구성은 크게 보자면 가장 긴 5홀이 주요 전시 공간입니다. 여기서는 폴란드 및 CEE 지역의 주요 게임들이 출품되며, 신작이나 기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올해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위쳐 3의 두 번째 확장팩, ‘송즈 오브 더 패스트’ / ‘유로트럭’ / 매트로 2039 / 어쌔신 크리드 블랙 플래그 리싱크드 /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3 / 레이맨 레전드 / 레거시 오브 발러 와 같은 타이틀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다이남코의 경우 건담 로그 오비트의 시연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닌텐도 부스도 게임스컴 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로 있었고요.
이외에도 소규모 타이틀들도 시연이나 인터뷰, 초대 등이 이루어집니다. 레거시 오브 발러의 경우 거산 배우인 하프소르 비외르손을 초청해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다른 매체 인터뷰 중이라 별도의 사진은 찍지 못 함. 눈 눌러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마블의 경우 둠스데이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고, 메인 스폰서 중 하나인 자프카(Żabka, 초록 개구리 로고 편의점)는 게임을 이용한 홍보를 중심으로 부스를 꾸렸습니다.
나머지 공간을 채우는 것은 게이밍 기기와 관련 상품 판매, 각종 레트로 게임 판매, 인디 게임 부스 등입니다. 레트로 게임의 경우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만날 수 있는데, 게임 만이 아니고 각종 애니메이션 등의 음반(LP)도 여기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폴란드 소재 인디 게임의 경우 엄청나게 큰 규모는 아니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뒀습니다.
게이밍 기기나 관련 상품 판매는 구분되어 있습니다. 음.. 구분되어 있다는 말은 게이밍 기기 관련 홀이 따로 있고 나머지 애니메이션이나 부가 상품 판매 중심의 홀이 따로 있다는 의미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파는데, 북미 코믹북부터 레트로 서적, 고스 패션 관련 상품, 애니메이션 굿즈 등 생각보다 다종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것 말고도 e스포츠 경연이나 스트리머 팬 미팅, 다른 홀에서 진행되는 밴드 콘서트, 인간이 집게가 되는 인간 인형뽑기 등 뭔가 색다른 행사들이 현장을 채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점 때문에 국내 기준으로는 Playx4와 어느 정도 같은 지향점을 가진 행사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대신 규모가 조금 더 크고 밀도가 있습니다. 실제로 전시 면적이나 게임의 숫자 등은 PGA 쪽이 더 많은 편입니다.
추가적으로 몇 개 언급하고 싶은 것들은 시스템 측면입니다. PGA 2026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알 수 있는데, 홈페이지 내에 ‘현재 주차 가능한 자리가 몇 개가 남아있는지’를 표시합니다. 실시간 반영이 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일단 시간이 지날수록 숫자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반영은 되는 것 같다는 추측입니다.
이외에도 관련 이벤트를 홈페이지에서 바로 확인하고 캘린더 (구글이나 애플 등)에 일정을 추가할 수 있다거나, 행사 자체에 폴란드 은행 기업 중 하나인 ‘알리올 은행(Alior Bank)’이 스폰서로 참여하고 부스를 꾸려 사람들을 맞이하는 등 여러 분야의 업체들이 함께 움직이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행사 첫 날인 오늘 (현지시각 23일)에는 별도의 어워드 행사도 함께 진행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놀라움을 던질 만한 것이자, 국내와 비교해서 다른 지점들이 꽤 많은 행사처럼 느껴졌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 중동부 유럽 게임 어워드 (Central and Eastern Europe Game Awards, CEEGA)
CEEGA는 말 그대로 중동부 유럽 게임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시상식입니다. 16개 국가가 참여해서 의견의 취합하는 형태이기에, 꼭 올해 나온 게임들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상작을 기준으로 선정 기준을 역산하면, 대략 지난해 하반기 ~ 올해 상반기에 나온 타이틀 중에서 수상작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문은 크게 비주얼아트 / 오디오 / 디자인 / 앰네스티 인터네셔널 (베스트 게임 및 스페셜 어워드) / 내러티브 / 테크놀로지 / 히든 젬 / 베스트 모바일 / 베스트 게임 까지 9개 부문, 총 10개의 상이 주어집니다. 부문별로 네 개의 작품들이 공개되고 이 중에 하나의 게임에 상이 주어지는 구조입니다. 일단은 올해 각 상에 언급된 타이틀과 수상작 (볼드처리)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주얼 아트 : 마피아 올드 컨트리 / 마우스 PI / 리플레이스드 / 루 밸리 (Rue Valley)
오디오 : 크로노스 뉴 던 / 메탈 에덴 / 리플레이스드 / 루 밸리
디자인 : All will fall / 리플레이스드 / 스타마이너 / 스타럽쳐(StarRupture)
앰네스티 인터네셔널 : 베스트 게임 ‘Phonopolis’ / 스페셜 어워드 ‘LIBERATED’
내러티브 : 크로노스 뉴 던 / 마피아 올드 컨트리 / 리플레이스드 / 루 밸리
테크놀로지 : 다잉라이트 : 더 비스트 / 마피아 올드 컨트리 / 리플레이스드 / 우크라이나 전투 드론 시뮬
히든젬 : 캣츠 아일 / 루트 루프 / TROLEU / 돈 슬립 위드 피쉬스
베스트 모바일 게임 : A difficult game about letters / Highway heroes / Off the Road 2 / Uanamon : hero ranking Survivor
베스트 게임 : 크로노스 더 뉴 던 / 다잉라이트 : 더 비스트 / 마피아 올드 컨트리 / 리플레이스드 (3관왕)
남의 나라 잔치라서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겠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습니다. 적어도 수상작으로 언급된 타이틀은 물론이고 후보작으로 언급된 타이틀 모두가 나름대로 확실하게 플레이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각 상을 주기 전에는 짧지만 확실하게 상을 주는 기준을 언급합니다. 디자인의 경우 퍼즐이나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기준으로 삼은 이후, 게임 내에서 제공한 디자인을 통해서 퍼즐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아이디어를 어떻게 빛나게 빚어냈으며, 이것이 다시금 플레이어들의 흥미를 어떻게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구성했는지를 본다는 식입니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의 배경이 되는 생각에 있습니다.
이러한 기준들은 궁극적으로는 ‘어떠한 경험을 만들어 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트, 오디오, 디자인과 내러티브 등 모든 부문에 있어서의 기준은 다를지라도 도달하는 것은 결국 각 부분의 요소들이 어떻게 빛나는 경험을 만들었고 이것이 이후에도 언급되거나 영향을 미칠만 한 것이었는가? 하는 지점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지점이 CEEGA의 기조를 엿볼 수 있는 것이자, 게임에 대한 진지한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라 판단합니다.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앰네스티와 히든 젬입니다. 앰네스티가 주는 상의 경우, 사회적인 의미를 강조한 게임들이 목록에 자리합니다. 인권이나 전쟁에 대한 비판. 평화를 위한 게임들이나 인간의 권리를 억압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게임들이 여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히든 젬의 경우 크지는 않지만 빛나는, 말 그대로 숨겨진 보석들에게 주는 타이틀이며, 주로 인디 게임들이라 부를 수 있는 타이틀들이 목록에 있습니다.
또 하나의 특이한 점. 혹은 국내 게임쇼 기준의 어워드와 결정적으로 자른 점이 몇 개 있습니다. 일단은… 시상식이 짧고 간결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다 하고 났을 때의 시간은 약 45분 정도. 어워드 자체만을 보자면, 거창하게 하지 않고 빠르게 발표하고. 수상자들은 올라와서 간결하게 이야기를 하고 (물론 다잉라이트는 관람객 파도를 요청했지만) 휙휙 지나갑니다. 나머지 음악 쇼 같은 것은 이제 전체 수상이 다 종료된 이후에 부대 행사로 진행하는 식입니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진행을 하는 사람들 두 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이 굳이 길게 마이크를 잡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수상작을 발표하는 사람 대부분이 ‘현업 혹은 전설이라고 부를만 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이게 개인적으로 정말 놀랐던 지점이기도 합니다.
관이 어느 정도 주도하는 행사임에도 실제 수상에는 현업의 인물들 (코스프레이어까지 포함해서) 자리하여 수상작을 발표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현장에서 스티븐 메레츠키 (Steven Meretzky,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게임 제작, King VP 등 역임)가 등장해서 수상작을 발표할 때 개인적으로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게임 역사 전반을 관통할 수 있는 인물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고 수상작을 발표한다는 행위 자체는 분명히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기관 측 인물이 자리하는 것은 그 이후입니다. 시상식 마지막에는 마르타 치엔코프스카(Marta Cienkowska) 폴란드 문화국가유산부 장관이 자리하여 베스트 게임을 발표하는 식이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언급한 것은 시장에 대한 이해나 미래가 아니라 ‘앞으로의 지원 계획 공개’였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것도 길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 프로그램을 늘릴 것이고 이르면 다음 달부터 할 것이다’라는 말만을 언급한 다음, 베스트 게임을 발표했습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길어야 1분 정도였을 것 같습니다. 기관은 이 워드의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마이크는 베스트 게임 수상작인 리플레이스의 개발사 새드 캣 스튜디오에 더 오랜 시간 머물렀습니다.
바로 이러한 몇 가지 차이들이 국내와 비교했을 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폴란드는 매출이나 시장 규모라는 숫자 측면에서 보자면 분명히 국내보다 작은 시장입니다. 누군가는 국내 게임 하나의 매출액보다 폴란드 대표 게임사의 매출액이 작다는 사실을 가지고 국내 게임 시장이 우위에 있다고 평가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스스로 게이머라는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봤을 때에는 매출 기준으로 우위를 점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 없게 다가오는 것인지는 말을 하면 입이 아픕니다.
처음으로 도착한 폴란드 포즈난의 게임쇼. 방문객 기준으로 작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임쇼는 내가 모르는 것과 잘 알지 못하는 게임. 처음 보는 성향의 사람들. 완전히 다른 판단 기준. 하지만 진지하게 게임을 바라본다는 지점에서는 명확하게 공유되는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기준으로는 폴란드에서 진행되는 게임쇼가 분명히 생소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방문했을 때, 느껴지는 것은 기존의 게임쇼 그 이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관점의 해상도가 한층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으며, 이들이 던지는 진지한 시선과 관점들이 국내 개발사나 시장에도 시사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 마르타 치엔코프스카, 폴란드 문화국가유산부 장관 인터뷰
CEEGA가 종료된 이후,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BTB 공간에서는 국내 및 일본의 매체들이 자리하여 마르타 치엔코프스카(Marta Cienkowska) 폴란드 문화국가유산부 장관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만이 주어졌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전한 것을 정리하고자 했습니다.
● 올해는 폴란드와 한국 간 장기적인 협력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 해라고 생각합니다. 폴란드와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관계를 내다볼 때, 양국 게임 산업 간 협력에 대한 궁극적인 비전은 무엇인가요?
= 무엇보다도, 저는 한국의 문화부 장관님을 찾아뵙고 이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협력과 실질적인 합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창작 분야와 문화 분야에서 점점 더 많이 협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만 더 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작업 그리고 더 많은 실질적인 계약이 필요합니다. 분명 저희는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고 그것이 저희에게 매우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제는 이야기하는 단계에서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게이머들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 저희 개발자들은 진정한 예술가이기 때문에, 그 작업물을 폴란드에서 수많은 세계로 떠나보는 것은 정말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의 주제이자 소재이기도 합니다. 폴란드에서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을 직접 보시고 지켜보시기를 부탁드리며, 폴란드 비디오 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해 보시기를 권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아까 CEEGA 무대에서 새로운 지원이 있을 것이라 짦게 언급하셨습니다. 이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 네. 역사상 처음으로 폴란드 문화부에 게임 지원 프로그램이 생깁니다. 게임 산업에는 폴란드 정부의 어떤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규모 개발팀에게 말입니다. 저희는 게임 산업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보고 있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때로는 성장을 위해 처음에 작은 지원만 있으면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저희가 실제로 계획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공모를 이르면 다음 달부터 진행하고자 합니다.
|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