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장 돌파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특징 다시 보기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이 출시된지 두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은 오랫동안 이어진 시리즈 작품을 한데 모은 집대성으로서 훌륭한 게임이었고, 그만큼 많은 변화를 추구해온 시리즈 타이틀 다운 변혁과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여러 편을 거치며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선보여왔고,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은 이 두 캐릭터를 빌어 그동안 모든 시리즈의 게임 플레이를 하나의 타이틀에 압축시켜 놓았다. 레온의 플레이는 4편의 시스템과 가장 큰 유사점을 찾을 수 있고 그레이스의 플레이는 2, 7편과 가장 큰 유사점을 보인다. 그리고 1, 2편 등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전작들의 테이스트 역시 두 캐릭터 모두에게 잘 녹아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의 플레이는 이전작들의 장점만을 버무려 완성해낸 정제된 느낌을 잘 보여준다. 특히 이 현대적인 느낌으로 정제된 게임플레이는 ‘바이오하자드’ 리메이크 시리즈인 ‘RE:’ 시리즈에서도 보여주는 특징이기에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은 이후 리메이크 시리즈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되어준다.
1. 시리즈 최고로 발전한 레온의 액션 플레이
레온 S. 케네디는 이번작에서 액션을 담당하는 캐릭터다. 레온은 전작 ‘바이오하자드 2’ 에서 처음 등장해 꾸준히 높은 인기를 얻어왔고, 1편의 주인공인 크리스 레드필드와 함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대표하는 남성 캐릭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레온은 시리즈가 TPS로 크게 피봇했던 타이틀인 ‘바이오하자드 4’ 의 주인공이기도 했기에 이 시리즈가 보여주는 액션의 전통을 정립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레온을 상징하는 액션이라고 한다면 역시 다양한 총기/무기를 전환하며 싸우며, 적이 그로기 상태에 빠졌을 때 발동하는 돌려차기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슈팅 게임이 아니라 적의 그로기 상태와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하는 ‘바이오하자드’ 의 액션을 보여주는 요소로 탄환과 자원이 부족한 공포 게임 특성상 최소한의 투자로 적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그로기를 유발하고 발차기로 처치하는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의 자원도 넘쳐나지 않기에, 탄환 합성이나 사용, 도구를 활용할 때에도 고민이 필요하기에 탄환이 여유있는 총기를 활용하게 되는데 총기마다 위력, 특성이 다르다보니 상황마다 플레이어는 다른 방식으로 싸우게 된다. 예를 들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산탄총 탄환이 넉넉하더라도 이를 단순한 일반 좀비 한마리를 잡는데 쓰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이럴 때는 권총이나 근접무기를 활용하게 된다.
이처럼 ‘바이오하자드’ 의 액션은 그저 아무렇게나 화끈하게 싸우는 방식이 아닌, 전략적이고 지능적으로 최대한의 효율로서 싸우게 되는 재미를 보여준다. 특히나 ‘레퀴엠’ 에서는 액션의 표현이 향상되어 전기톱을 들고 싸우게 되는 중간 보스전, 각종 화기의 위력, 근접전의 화려한 동작이 박진감을 더한다.
여기에 패링으로 상대의 패턴을 쳐내고 그로기 수치를 높여 돌려차기 같은 강력한 특수 액션을 발동시키는 재미가 추가된다. 때문에 레온의 액션은 숙련될수록 더 효율적이고 화려하게, 더 빨리 적을 처치하는 높은 리턴을 보여준다.
이렇게 강력한 레온인 만큼 레온은 게임 내 대부분의 보스전을 담당한다. 보스로는 이번 작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존재부터, 과거작에서 이어지는 존재까지 다채롭게 등장한다. 보스전은 액션 전투의 꽃으로 플레이어가 갈고닦은 실력을 뽐낼 때이다. 모든 보스는 패링 액션에 큰 리턴을 돌려주게 설계되어 있고, 특히 효율이 높은 무기가 많다. 그리고 싸우는 환경 상 지능적인 플레이도 요구된다.
처음으로 레온이 상대하는 보스 청크는 좁은 복도를 끼고 이동하면서 데미지를 누적시켜 그로기를 만들고 토마호크로 머리를 내리치는 처형 공격을 가하는게 기본 골자다. 이를 위해 산탄총과 권총이 주어지지만, 실력만 뒷받침 된다면 레온의 패링을 적극 활용해 청크의 공격을 쳐내면서 더 빠르게 그로기를 쌓을 수 있다. 이후의 보스전에서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적 패턴은 패링으로 이득을 가져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레온이 상대하는 보스는 매우 다양하다. 초반부터 그레이스를 위협하는 보스 더 걸을 제외하면 모든 보스가 레온의 몫이며, 앞서 언급한 청크를 비롯해 후반부 라쿤 시티에서 마주하는 보스들은 모두 과거작부터 레온과 연이 있는 존재들이다. 특히나 타이런트 같은 존재는 이미 인터넷 상에서도 매우 유명한 레온과의 악연으로, 드디어 제대로 맞붙게 된다.
2. 무력이 아닌 지략으로, 신입 그레이스 애쉬크로프트
그레이스는 FBI 의 조사관으로서, 현장직이 아닌 사무직을 담당하고 있다. 그만큼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주인공들을 통틀어도 신체 능력이 약한 편에 속하고, 현장에서 겪는 여러가지 돌발상황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한 배경에 걸맞게, 그레이스의 플레이는 퍼즐과 은신, 생존에 맞춰져 있다.
한편 본작의 서사적 배경에는 그레이스가 가장 핵심적인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의 시작점 역시 그레이스가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 당했던 호텔로 조사를 떠나며 시작되며, 게임 내내 그레이스가 핵심 캐릭터로서 극을 이끌어 나간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도 그레이스가 왜 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는지 납득할만큼 깊은 연결점이 들어난다.
그레이스의 비극은 8년전에 시작됐다. 8년 전, 아직 학생이던 그레이스의 어머니 알리사 애쉬크로프트는 엄브렐러의 비밀을 파헤치는 기자였고, 제보를 받고 함께 도착한 렌우드 호텔에서 습격을 받아 알리사가 사망하게 된다. 후일 FBI의 내근직 요원이 된 그레이스는 렌우드 호텔에서 벌어진 또다른 실종사건으로 과거 어머니의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의심을 품고 조사에 나서고, 여기서 본작의 흑막인 빅터 기디언 박사를 마주치고 납치당하며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그레이스의 전투력은 지금까지 시리즈 중에서 최하위를 다툴 정도로 낮지만, 역경을 해쳐나가기 위한 강점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로즈힐 요양병원에서 획득하는 코인을 사용하거나 수색을 통해 다양한 도구를 획득하고 이를 써서 지능적으로 게임을 풀어나간다.
대표적인 능력으로 적의 혈액을 채집하여 각종 효과를 지닌 약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중 몇몇은 게임 내에서 매우 핵심적인 요소로 쓰인다. 용혈독 주입기는 죽고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B.O.W. 로 변하는 좀비들을 흔적도 없이 해치울 수 있어 변이의 위험을 없앨 수 있으며, 자신의 능력을 영구적으로 강화하는 혈청도 제작할 수 있다. 또한 수집하는 각종 재료를 가지고 탄환과 락픽 등을 조합해 사용한다.
이와 함께, 그레이스 파트는 가장 전통적인 ‘바이오하자드’의 퍼즐을 보여준다. 1편과 2편이 대표하는 고전적인 ‘바이오하자드’ 와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일신한 7편, 8편의 플레이와 닮아 있어, 퍼즐 중심의 호러라는 게임 시스템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느낄 수 있다.
탈출을 위한 큰 퍼즐 아래로 각각의 퍼즐 재료를 모으기 위한 작은 퍼즐이 맵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형태이며, 이를 위해 반대편에 있는 자원을 가지고 맵을 횡단해야하는 일도 있다. 물론 그 사이에는 좀비들이 득실거리며, 이 때문에 그레이스 또한 한정적인 용혈독 주입기, 탄환 같은 자원을 가지고 어떠한 동선을 안전하게 만들어야 가장 수월하게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리스크 계산을 잘 해내야 하는 재미가 있다.
라쿤 시티가 주 배경이 되는 후반부에서는 레온이 보다 중심에 서게 되지만, 그레이스는 스토리의 핵심으로서 레온을 보조하고 게임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처럼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은 그동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창조한 플레이들을 집대성하고 가장 발전시켜온 게임인 만큼 새로운 플레이어가 하나의 작품 만으로 ‘바이오하자드’ 를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3. 로즈힐 요양병원과 라쿤 시티, 극과 극의 오마주 무대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에는 두 지역이 게임 무대로서 등장한다. 바로 로즈힐 요양병원과 라쿤 시티다. 렌우드 호텔 같은 지역도 등장하지만 튜토리얼의 느낌이 강하며, 본격적인 무대는 이 둘로 압축할 수 있다.
로즈힐 요양병원과 라쿤 시티는 시리즈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새롭게 해석한 장소들이다. ‘바이오하자드’ 의 기념비적인 1편은 고풍스러운 대저택에서 벌어진 좀비 사태를 다루고 있었으며, 이 저택 사건을 시작으로 게임 시리즈가 시작됐다. 로즈힐 요양병원 역시 고풍스러운 옛 저택을 리모델링한 느낌을 주는 병원으로서 전통적인 색채가 많이 묻어난다.
한편 라쿤 시티는 ‘바이오하자드’ 의 전통이자, 상징적인 장소로서 시리즈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편에서 처음 등장하여 좀비 아웃브레이크가 벌어져 난장판이 된 도시에서 레온 케네디가 생존을 위해 고투하는 무대였고 결국 3편에서는 대규모 폭격을 통해 초토화되어 폐허가 되어버렸다. 그만큼 라쿤 시티는 시리즈 내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였음에도 3편에서 라쿤 시티 궤멸 사건을 겪고 폐허가 되면서 다시금 게임의 주 무대가 되기에는 어려웠다.
그러나 라쿤 시티에는 여전히 좀비 사태 전후로 만들어진 비밀이 가득했고, ‘레퀴엠’ 에서는 그 비밀 중 하나를 파헤치게 되며 레온과 그레이스가 모두 라쿤 시티로 향하게 된다. 이는 매우 기념비적인 일로서 3편의 엔딩에서 초토화된 라쿤 시티가 어떤 상황인지, 당시의 피해는 얼마나 되는지 확실하게 알려진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직접 라쿤 시티에 들어서서, 수십년 전의 사건이 남긴 여파를 여실히 체험하게 된다.
라쿤 시티에서는 레온이 주요한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된다. 레온은 2편에서 라쿤 시티에 새롭게 부임한 신입 경찰이었고 많은 추억이 녹아들어있는 장소이다. 이러한 장소들은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에서 다시금 등장하며, 레온과 플레이어들이 추억에 잠기게 한다. 라쿤 시티 경찰서와 그 부속 건물들이 등장하고, 단순히 장소 뿐만 아니라 라쿤 시경의 대표적인 조직이자 1편 주인공들의 소속 부대였던 S.T.A.R.S. 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작의 유명한 장소가 등장하지만, 게임 내 비중은 적절한 팬서비스의 수준을 유지하여 전작을 알아야만 플레이할 수 있는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한편으로는 이 라쿤 시티 경찰서와 라쿤 시티에 얽힌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면 ‘바이오하자드 RE:2’ 로 이어지기에 적절한 과거와의 연결선을 유지한다.
플레이가 진행될수록, 플레이어는 새로운 장소와 다 강력한 적, 그리고 복잡한 퍼즐을 마주하게 된다. 그만큼 후반부에 다다라 숨겨진 레온과 그레이스, 그리고 라쿤 시티에 얽힌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기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끈다.
4.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플레이, 다회차와 클리어 포인트 성장
또다른 ‘바이오하자드’ 의 전통 요소는 바로 특유의 다회차 볼륨이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을 한 번 완료할 때마다 달성한 조건에 따라 클리어 포인트를 얻고, 이 포인트로 회차를 뛰어넘어 플레이어를 강화하거나 변수를 추가하는 요소를 구입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게임 내에서 정상적인 루트로 입수할 수 없는 각종 무기들과 무한 탄창이 있으며 복장 등 플레이 성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요소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로 스스로를 강화하여 더 어려운 난이도에 도전하거나, 타임어택을 시도하는 것이 ‘바이오하자드’ 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이다.
또한 CP를 모으는데 필요한 여러 클리어 조건 중 숨겨진 최후의 퍼즐은, 전세계 게이머들이 다같이 달려들어도 열흘 넘는 시간이 걸려서야 비밀이 모두 밝혀지기도 했다. 숨겨진 수집 요소와 미스터리한 비밀 퍼즐은 ‘바이오하자드’ 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다.
5.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집합이자 새로운 시작, 레퀴엠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은 시리즈 정식 넘버링 9번째 작품이지만, 수많은 전작 오마주와 요소의 발전, 그리고 집대성이 한데 어우러져 전체 시리즈를 하나의 작품에 담아냈다고 봐도 무방한 타이틀이다. 이러한 역사가 긴 시리즈에서는 그 전통이 진입장벽이 될 수 있지만, 말그대로 지난 8편의 특징을 개선, 압축해 놓았기에 어느덧 ‘RE:4’ 까지 진행된 리메이크 프로젝트와 함께 이 긴 전통의 시리즈에 입문하기 위한 좋은 타이틀이 될 수 있다.
설정 배경의 연결성은 있지만 이는 게임을 모두 플레이해보지 않았더라도 입소문을 통해 알고 있는 몇몇 설정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며, 게임 내에서의 이야기와 사건은 전작에서 기폭되었더라도 독립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플레이하는 내내 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보다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전체적인 설정 정리 역시 리메이크작들과 동일한 노선을 타고 가기에, 레온의 액션 플레이에 맛들렸다면 ‘RE:4’ 를, 레온과 타이런트의 악연, 그리고 파괴 전 라쿤 시티를 둘러보고 싶다면 ‘RE:2’ 를 플레이하는 식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
|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