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니아 아니라도 좋아, RPG적 매력의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
나 자신이 손흥민 같은 축구 선수가 되어 경기장을 누비는 것도 흥분되지만, 감독 혹은 구단주로서 최강 팀을 꾸려가는 건 또다른 층위의 즐거움이다. ‘풋볼 매니저’로 대표되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장르가 바로 이런 기호를 충족시킨다. 한편, 일본에선 일찍이 저 ‘FM’과 달리 선수 육성에 훨씬 집중된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이 독자 발전했다. ‘프로 축구 클럽을 만들자!’ 줄여서 ‘사카츠쿠(サカつく)’라 부르며, 특히 최신작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은 콘솔·PC·모바일 크로스 플랫폼의 글로벌 라이브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과연 ‘사카츠쿠’의 매력이 세계 무대서 통할지, 세가 히사이 카츠야 프로듀서의 포부를 들어봤다.
※ 최근 출시 일정이 밀리며 게임 제목도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5’ → ‘…26’으로 바뀌었습니다. 본 인터뷰는 해당 발표가 있기 전 진행됐으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혼선이 없도록 변경된 제목으로 수정, 표기했습니다.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세가, 히사이 카츠야P
● ‘사카츠쿠’의 직전 작품이 콘솔로 2013년, 모바일로 2018년 출시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시리즈를 이어가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콘솔 타이틀로선 10년 이상 공백입니다만 ‘로드 투 월드’는 여전히 잘 운영 중입니다. 저는 ‘사카츠쿠’ 콘솔 타이틀 개발부터 참여했고 모바일 게임 운영이 7년 정도 되었네요. 그래서 앞으로 ‘사카츠쿠’의 전개를 고민했을 때, 다시금 콘솔 타이틀의 체험을 선사하면서도 더 많은 유저에게 가닿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 기획의 출발이었죠.
● 모바일 게임 ‘로드 투 월드’가 운영 중인 가운데 새로운 라이브 서비스가 나오면 자기잠식 우려가 들 법한데요. 그만큼 서로 지향점이 크게 다르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 그렇죠. 두 작품은 서로 완전히 다른 게임 체험을 제공합니다. '로드 투 월드'는 선수를 뽑고 컬렉션을 채워가는, 굳이 따지자면 꽤 옛날 방식의 모바일 게임이거든요. 반면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은 앞서 얘기했듯 콘솔 타이틀과 같은 체험,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완성도를 확실히 챙겨 만들었습니다.
● K리그에 신경을 많이 써줘 감사합니다. 이외에 홍콩, 동남아, 유럽 등 다양한 지역 리그의 라이선스를 가져왔는데요. 그만큼 글로벌 전개를 강하게 의식했다고 보여집니다
: 정확합니다. 지금까지 '사카츠쿠'는 일본서 꽤 역사와 인지도를 지닌 IP지만 해외의 경우 그렇지 못했어요. 홍콩서 약간 인기가 있는 정도였죠.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을 통해 이 시장을 전세계로 확대하고 싶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은 일본과 줄곧 라이벌 관계이고 축구 실력도 뛰어나니까요. 사실 제가 J리그 팬인데 K리그와는 서로 선수가 이적해 활약하는 등 평소 교류가 많습니다. 그래서 K리그 도입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의 J리그 팬들에게도 상당히 의미가 큽니다. ‘사카츠쿠’ 자체가 자국 리그서 성장해 차츰 전세계에 도전하는 컨셉인 만큼 K리그 팬 여러분도 꼭 그 묘미를 느껴주길 바랍니다.
● 게임 시스템상 유럽 빅리그는 계정 레벨을 얼마간 올려야 해금됩니다. 바꿔 말하면 유럽 유저들은 처음부터 자국 리그서 성장하기가 어렵다는 게 아닐까요
: 어디까지나 게임이므로 레벨 디자인상 일부 요소가 제한된 건 맞습니다. 대신 가령 잉글랜드도 2부 리그는 처음부터 선택 가능하고요. 그 2부 리그에 오리지널 클럽을 개설할 수 있습니다. 잉글랜드 어떤 도시든, 자기 고향을 연고지로 설정해서 말입니다.
● 같은 세가 식구인 스포츠 인터랙티브와 협력해 ‘Powered by FOOTBALL MANAGER’를 내세웠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선수 데이터 외에 도움을 받기도 했나요
: 앞서 말했듯 ‘사카츠쿠’를 전세계에 선보이고 싶어도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게 큰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함께 그룹에 속한 ‘풋볼 매니저’ 팀과 상의해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물었고 아주 환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거기다 실질적인 도움도 받았는데요. 스포츠 인터랙티브는 정말 방대한 선수 데이터베이스를 가졌거든요. 바로 그걸 열람할 권한을 얻었죠. 물론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고 우리 게임에 맞춰 조정합니다만.
● 아무래도 일본인이자 현역 클럽 팬으로서 J리그에 대한 이해도만큼은 스포츠 인터랙티브보다 윗길일 텐데요. 주로 그런 부분에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실제로 일본인으로서 J리그를 보는 감각과 살짝 다른 부분이 있더라고요. 특정 선수의 포지션 적성이라든지 말이죠. 그래서 데이터를 가져올 때 몇 가지 조정을 가했습니다. 역시 J리그는 일본인이 더 잘 알 테니, 이렇게 고친 데이터는 역으로 ‘풋볼 매니저’ 팀에 공유합니다. 그들이 받아들일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중입니다.
● 클럽 육성 모드는 확실히 콘솔 타이틀에 가까운 체험입니다만, 여러 시즌을 반복하려니 다소 지치더군요. 주기적으로 신규 이벤트를 추가하는 식의 변화가 필요하겠습니다
: 장기간 플레이 시 가중되는 피로감에 대해 CBT서 많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일단 클럽 육성 과정이 너무 반복적이지 않도록 스토리 이벤트를 꾸준히 업데이트한다는 게 첫번째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CBT 빌드는 각 팀 선수 구성이 거의 고정된 채였거든요. 몇 년이 흘러도 홀란드가 계속 맨체스터 시티에 머무는 식이죠. 알다시피 현실은 이적이 훨씬 자주, 많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보다 역동적인 선수 이적이 나타나도록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중입니다. 얼마간 게임이 진행되고 나면 그 선수가 저런 곳에 갔네, 같은 놀라움과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 ‘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죠. 그 어떤 강팀과 약팀이 맞붙더라도 결과를 100%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본작은 선발 멤버 종합 능력치가 높은 팀이 거의 무조건 승리하는 듯합니다만, 뭔가 변수가 될만한 요소는 더 없을까요
: 기본적으로 파라미터가 높은 팀이 이기기 쉽도록 설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BM으로 유료 상품이 판매되니 파라미터와 실제 경기력이 너무 엇나가도 문제가 되죠. 다만 자이언트 킬링이랄까, 파라미터상 약팀이 강팀을 잡아버리는 상황이 실제로 꽤 발생합니다. 거기다 감독으로서 영향을 끼치는 것도 가능하고요. 전략, 전술을 세심히 고르고 포지션 배치에 공들여 유리한 상성으로 경기에 임하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반드시 이기는 건 아니지만 강등이나 승격이 걸렸다든지, 컵 대회 결승전처럼 중요한 순간은 직접 플레이하길 추천합니다.
● 스포츠 매니지먼트는 아무래도 마니아 장르라는 인식이 강하죠.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이 축구를 잘 모르거나 가볍게 즐기는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 ‘사카츠쿠’ 시리즈는 약 30년 전, J리그가 생긴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 처음 나왔습니다. 아직 일본서 축구를 향한 대중의 이해도가 그리 높지 않은 시대였죠. 그럼에도 게임이 곧잘 받아들여진 건 시뮬레이션이라기보다 캐릭터를 육성하는 RPG 성격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즉 뿌리부터 캐주얼한 방향을 지녔기에 오히려 축구를 그렇게까지 잘 모르는 분들이 즐기기 좋은 게임이라 봅니다.
● F2P 라이브 서비스인 만큼 지나친 과금 유도가 우려됩니다. 스페셜 선수 및 훈련 카드를 뽑기(가챠, ガチャ)로 얻는 식이라, 자칫 유저들에게 큰 부담이 될 텐데요
: BM 관련으로도 CBT서 많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특히 스페셜 선수를 반드시 1명 이상 넣지 않으면 클럽 육성 모드를 즐길 수 없다는 부분이 크게 지적받아서요. 스페셜 선수 없이도 플레이 가능하도록 개선을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이렇듯 앞으로도 피드백을 살피며 필요한 부분은 적절히 완화하려 합니다. 모든 유저가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을 기분 좋게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추가로 유료 상품은 그에 걸맞은 가치를 드리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 라이브 서비스이니 계속 새로운 년도의 데이터가 갱신될 터입니다. 이 업데이트는 연중 어느 시점에,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질까요
: 우선 클럽 육성 모드는 시즌마다 선수 데이터를 교체하려 합니다만, 업데이트 시점은 리그마다 다릅니다. 가령 유럽이라면 여름이죠. 대체로 8월에 이적이 완료되니 선수 데이터도 그때 바뀔 겁니다. J리그와 K리그는 봄이니까 4, 5월 정도에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고요. 이와 별개로 뽑기로 얻는 스페셜 선수는 25-26, 26-27처럼 각 시즌에 맞춰 상품을 냅니다.
● 지금은 은퇴한 레전드 플레이어나, 그 해 큰 활약을 펼쳐 발롱도르 수상 등 커리어 하이를 찍은 경우도 별도의 스페셜 선수로 출시할 계획인가요
: 그렇습니다. 은퇴한 레전드 플레이어들과 적절한 콜라보레이션은 물론, 발롱도르 수상 같은 특정 시점에 맞춰 스페셜 선수를 낼 수 있겠죠. K리그는 월간 MVP를 선정하니까 그 시점에 관련 픽업을 준비한다든지, 현실에서의 리그 경과를 살피며 실시간 반영할 계획입니다.
● ‘FM26’은 이번에 프리미어 리그 라이선스 계약이 화제인데, 데이터베이스 공유와 이러한 계약은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겠죠
: 계약 자체는 별개의 사안이 맞습니다만, 유럽서 라이선스 업무를 총괄하는 분이 있어서 매주 소통하며 관련 상황을 공유 받는 중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할 경우 두 작품이 공동으로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죠.
● ‘FM26’의 또다른 큰 변화는 35,000명이 넘는 여성 선수가 나온다는 거죠.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니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도 언젠가 여성 축구 리그가 추가될까요
: 아뇨, 현재로선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에 여성 리그를 추가할 계획이 없습니다.
● 일본에선 혼다 케이스케가 홍보 모델로 발탁됐죠. 한국 역시 박지성 같은 은퇴 선수가 대외 활동을 펼치기도 합니다만, 이러한 방식의 마케팅 계획이 있나요
: 사실 이미 발표된 내용입니다만, 울산 HD FC와 수원 FC서 뛰었던 박주호 선수가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 대표 크리에이터로 계약을 마쳤습니다. 앞으로 함께 재미있는 콘텐츠와 마케팅 활동을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 콘솔·PC·모바일을 아우르는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라 최적화가 무척 중요할 텐데요. 특히 상대적으로 성능이 제한된 낮은 모바일에서의 권장 사양이 궁금합니다
: 동남아시아 전개도 준비 중이라 가능한 한 권장 사양을 낮추려 무진 애썼습니다. 다만 역시 높아진 그래픽 품질에 맞춰 어느 정도 사양은 필요하기에, iOS 기준으로 아이폰 12나 그 이상을 권장합니다. 안드로이드 역시 삼성과 소통하며 최적화에 대한 조언을 받기도 해서 잘 돌아가도록 조정 중입니다.
● 2025년 출시 예정으로 발표된 채입니다만, 구체적으로 몇 월 며칠이라든지 혹은 연내 테스트를 한 번 더 진행한다든지 등등 세부 정보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 인터뷰 당시 공개 불가였던 내용으로, 하기 답변은 16일 출시 연기 발표를 인용했습니다.
: CBT 피드백을 받으니 역시 작품의 퀄리티를 더 높이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컸습니다. 그래서 브러시업에 전력하다 보니 결국 어쩔 수 없이, 연내 출시가 어려워졌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제목 역시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로 서비스될 예정입니다. 지난 5월 혼다 씨와 함께 발표회를 갖고 연내 출시를 확언했음에도 이렇게 되어버려 정말 송구합니다.
남은 기간 브러시업에 전력해 정식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는 팬 여러분이 역시 이거지 ‘사카츠쿠’는, 그리고 새롭게 입문하는 분들도 뭐야 재미있네, 또는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게임이야, 라며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그걸 위해 개발 및 운영진 일동 전원이 열심히 일하는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2026년 초반 출시라는 것만은 약속드립니다.
● 끝으로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을 성원하는 한국 축구팬 및 게임 유저들에게 전하는 인사 메시지 부탁합니다
: 한국은 축구가 활성화된 무척 중요한 시장임에도 그간 ‘사카츠쿠’가 좀체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FM’ 등 유명 축구 게임이 자리잡은 건 알지만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 2026’이 지닌 또다른 매력을 꼭 선보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K리그를 이만치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회사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니까요. 모쪼록 자국 팀을 성장시켜 전세계에 도전하는 묘미를 느껴주길 바랍니다. 저 역시 기회가 닿는 대로 한국에 방문해 유저 여러분과 직접 소통하려 합니다. 어쩌면 지스타가 될지도 모르죠. 그렇게 된다면 정말 기쁘겠습니다.
공식 웹사이트에 개시된 'CBT 설문조사 결과와 향후 대응'도 읽어볼 만하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