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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컴의 ‘듄: 어웨이크닝’ 이 비공개 베타 시연을 진행했다. 미디어와 인플루언서,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이번 시연에서 실제 게임의 초중반 부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듄: 어웨이크닝’ 은 기본적으로 샌드박스 게임이다. 그러나 게임 자체는 MMO 적인 느낌을 강하게 띈다. 지역별 중앙 서버가 존재하고 그 서버에 접속해 플레이하며 내 플레이 데이터도 서버에 남는다. 즉 MMO 의 플레이어 구성을 채택한 생존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듄’ 방식의 샌드박스 생존
게임의 무대, 아라키스가 가지는 환경적인 특성은 마치 생존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이런 게임플레이에 최적이다. 아라키스의 사막은 그 안의 사람에게 모든 면에서 위협이 된다. 강렬한 태양빛은 플레이어의 스테이터스를 깎아먹으며 일광 활동 시간을 엄격하게 제약하고 모래 사막을 무방비하게 걷다보면 거대한 샌드웜, 샤이 훌루드를 만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마주치는 적들은 홀츠만 방어막을 갖추기도 하여 까다로우며, 하늘과 땅에는 하코넨의 세력이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귀한 물, 깨끗한 음용수는 생명선 그 자체다.

살려면 일단 뛰어야 한다. 모래 걸음 같은건 없으니까
이러한 말 그대로의 극한 환경은 자연스레 생존 게임의 플레이 로직과 다양한 스테이터스, 관리 요소로 이어진다. 살인적인 태양빛을 피해 밤에 활동하는걸 선호하게 되고,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는 무조건 수분 게이지를 보고 어느정도 활동이 가능한지 가늠하게 되며, 적을 상대할 때에도 먼저 어떤 유형의 적인지 판단하고 대처하게 된다. 소름돋게도 이 게임에서 주된 음용수 수급처는 바로 적의 피를 정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몇 개씩이나 되는 피주머니를 들고 인간 사냥을 나서게 되기도 한다.

너 내 물주머니가 되라
이토록 원작의 설정을 이용해 생존 게임의 요소로서 활용한 부분은 매우 훌륭하지만, 그만큼 이 게임은 원작의 설정을 적당하게 받아들인 부분들도 있다. 그건 제작사가 ‘듄’ 을 존중하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애초에 ‘듄’ 의 세계관 자체가 창작적으로 매우 가혹하고 엄격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원작대로라면 모래 바이크는 어떠한 설정의 변경 또는 설정 면에서의 안전장치가 없다면 존립이 위태롭지만 게임에서는 적당한 타협 아래 등장하고, 홀츠만 방어막으로 인한 전투 문제도 애초에 사격 무기는 다트건만 등장시키고 방어막의 등장 빈도를 매우 낮춤으로서 해결했다. 방어막의 경우에는 주로 만나는 스캐빈저들은 당연히 가난하니 비싼 방어막을 쓰기 어렵다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어느정도는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듄’ 씩이나 되는 장대한 세계관을 가지고 이렇게 매우 엄격한 설정을 뚫으며 게임적인 요소들을 구성하는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고, 팬들의 반발을 가장 작격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일단 지금의 수준은 적당한 선에서 지킬 건 지키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는 식의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주어진 방향성이 명확한, 하지만 방법은 내가 정하는
이러한 ‘듄’ 의 설정을 게임에 맞게 변용하기 위한 노력들 이후에는 대체적으로 샌드박스 게임의 통상적인 흐름을 따라간다. 플레이어는 모종의 이유로 약간의 튜토리얼을 거친 다음 바로 아무 것도 없는 필드로 내던져진다. 가장 기본적인 칼을 들고 시작해 자원을 수집할 수 있는 커터레이, 적을 처리하기 위한 다트총, 피를 수집하기 위한 주사기 등 여러가지 도구를 제작해 자신의 거점을 구축하게 되며 약간씩 자원을 축적하면서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들이...
‘듄 어웨이크닝’ 은 요즘 생존 게임의 대세처럼 인 게임 내러티브와 일정한 목표를 꾸준히 제시하고 업데이트 한다. 주인공은 일정한 성장 배경을 고를 수 있지만 아라키스에 오는 목적은 같으며, 베네 게서리트와 왕가, 하코넨 가문과 아트레이데스 가문, 그리고 프레멘까지 다양한 세력과 접점을 맺게 된다. 튜토리얼에서 하코넨과 사우두카의 습격으로 떨어진 주인공은 어느 한 프레멘의 도움으로 생존의 길을 찾아 나선다.

주인공은 폴 아트레이데스가 아니며 사실상 플레이어를 투영한 제 3의 창작 인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지만, 그럼에도 스파이스 멜란지와 감응하여 환영을 보는 등 범상치 않은 잠재력을 보인다. 그리고 이것, 주인공이 스파이스의 환영을 보며 프레멘에 동화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정말이지 마치 폴 같은 여정이 주된 이야기다.
이 게임은 많은 면에서 이미 영상화된 드니 빌뇌브 버전 ‘듄’ 의 장면이나 설정을 고스란히 채용한 흔적이 많이 있다. 폴이 곰자바로 위협받으며 교모에게 시험받는 장면, 추격을 피해 폭풍 속으로 달려드는 옴니솝터, 폴의 환영 등등. 정말이지 수많은 장면이 영화와 똑같다. 솔직하게 좀 과하지 않나 싶은 장면도 있지만 일단은 그게 공식 제작 작품의 힘이니 당연한듯 하기도 하다.


내러티브는 이정도 하고 이제 본격적인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앞서 설명했듯 이 게임에서는 신경써야할 생존 게이지, 자원이 많다. 가장 첫번째인 물, 목마름은 맵 곳곳에 있는 꽃 이슬을 먹고 최소한까지는 채울 수 있지만 어느정도 제대로 된 실외활동을 하려면 안정적인 수분 공급이 필요해지며, 이를 위해서는 역시 혈액을 수집해 정제해야 한다. 또 낮에도 햇빛을 피하고 자원을 모으며 연구, 제작을 진행하려면 집이 필요하니 집도 당연히 짓기 마련이다.
■ 제법 훌륭한 퀄리티의 건축 툴
집, 거점은 전통적으로 마커를 놓아 일정 범위를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그 안에서 건축을 자유롭게 하는 방식이다. 건축 툴의 완성도와 건축 파츠는 이 게임에서 상당히 칭찬하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찰싹 잘 달라붙는다 라는 느낌
건축 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자유로움과 규격화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소린가 하면,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배치하고 구성하고 조립할 수 있게 하되, 그것이 하나의 규격으로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심미적, 효율적 배치를 완성하기 위해서 딱딱 떨어지는 규격화와 자로 잰듯 반듯한 배치가 동시에 가능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듄 어웨이크닝’ 은 기본적으로 건축 툴이 자유롭게 회전과 이동이 가능하되, 이미 설치된 다른 오브젝트를 인식해 여기에 맞춰 자동으로 정렬되는 기능을 넣음으로서 배치의 딜레마를 해결했다. 이미 건물 안에 벽을 세워둔 상태로 가구를 배치하려고 한다면 적당히 방향과 위치, 각도를 맞춘 채 벽에 가져다 대면 벽에 딱 붙어 정렬된 상태로 약간의 범위가 유지되며 이 상태에서 배치하면 반듯하게 배치할 수 있다. 자유롭게 배치하고 싶다면 조금 거리를 두고 떼어내면 다시 자유롭게 지정하여 배치할 수 있다.



벽과 바닥, 그리고 다양한 가구를 배치하는건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중요한 건 각 부품이 어떻게 잘 맞아 떨어지고 형태를 다양하게 하여 모양은 더 이쁘게, 효율성은 더 높게 할 수 있냐하는 부분이다. 우선 가구 배치 외에 별도로 전선을 이어주어야 하거나 하는 등의 요소가 없고, 일단 건물에 발전기를 붙이면 그 안에서 무엇이든 작동하는 형태이기에 신경쓸 부분은 적은 편이지만 작동하는 기계류는 꽤 준비되어 있다. 또 테라스, 외부를 타고 오르는 비탈길 등 거점을 단순히 사각사각한 종이상자가 아닌 여러 형태로 지을 수 있는 부품들도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지어진 거점은 플레이어가 수많은 위협에서 안전한 피난처가 된다. 필드에는 여러가지 건물과 요소가 많다. 스캐빈저들의 기지, 다른 플레이어의 거점, 중립 거래소, 우주선 추락지점, 사다우카의 기지 등등. 모두 위협이 되기도 하며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플레이어는 여러 개의 거점을 지을 수 있으니 맵 곳곳에 피난처를 건설하면서 지역 전체를 탐험하게 된다.
■ 무난하며 약간의 킥이 들어간 전투
이 게임의 전투는 한편으로는 평범하게 근접과 사격이 섞인 액션이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홀츠만 방어막 같은 설정 때문에 조금씩 다른 부분이 추가되어 있다. 우선 근접 무기는 평범한 공격, 방어, 회피가 있지만 공격 버튼을 길게 눌러 방어막에게 유효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아주 느린 찌르기를 쓸 수 있으며, 사격 무기는 다트건처럼 방어막 설정을 거스르지 않는 수준의 물건들만이 있다. 물론 진행도를 높임에 따라 빔 병기, 화염 방사기
같은 중화기도 다룰 수 있게 되지만 그건 꽤나 뒤로 갔을 때의 일이다.

그러나 이처럼 장비가 제한된다고 해서 전투가 재미없지는 않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 게임에서는 여러가지 다른 장비와 스킬을 추가했다. 모든 스킬을 사용해보지는 못했지만 적을 당겨오는 그래플링, 빠른 돌진 같은 기초적인 액션부터 주변 일대를 모조리 띄워버리는 반중력 수류탄 같은 강력한 장비들도 존재한다. 그래서 전투는 예상보다 전술적이고, 페이스도 빠르며, 근접과 사격을 오가면서 싸운다.
향후 대규모 교전이나 PVP 에서는 다른 양상이 보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기초적인 액션을 유지하고 거기에 몇가지 큼직한 변수를 섞어 재미있게 만든 느낌이다.


이 게임은 MMO를 지향하는 만큼 각 플레이어들이 어울리는 커뮤니티 요소가 강하게 있고, 그만큼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다양한 NPC 팩션이 존재한다.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거래소는 이러한 세력들이 한데 모이는 중립지대로서 아트레이데스 뿐만 아니라 여러 가문이 모여있고, 여기서 거래를 하거나 각 팩션과 계약하여 임무를 진행할 수 있다.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는걸 느끼지 못했는데, 베타 버전인 만큼 이따금씩 느껴지는 프리징을 제외하면 게임 전체의 퍼포먼스 문제는 없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이런 간헐적인 프리징은 출시버전에서 수정될 수 있는 정도로 보였다.
■ 나오면 할만하겠는데? 라는 생각
종합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듄: 어웨이크닝’ 은 MMO 샌드박스라는 이름에 충실하다. 가장 비슷한 예시로는 ‘아크: 서바이벌’ 시리즈가 있을 것이다.


월드에서는 항상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성장할 요소도 장비와 스킬트리로 여러가지 준비되어 있으며 단순히 전투능력 뿐만 아니라 모래 바이크를 위시한 이동 장비, 각종 연구와 시설로 제작하는 고급 장비들, 그리고 스캐빈저의 기지를 털어 얻는 고급 아이템까지 여러가지 방향성을 추구할 수 있다. 더불어 샌드박스 면에서도 여러모로 생존에 위협이 되는 요소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 목적성과 초중반의 방향성을 강하게 제시하기 때문에 길잃은 미아가 되지 않는다.

비록 게임 내 모든게 무한정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세계는 계속해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돌아가고 있으며, 그 안에서 내가 적응하고 살아남는다는 그 감성에 충실하다. 무언가 목적을 위해 움직이다가도 순찰중인 적, 거대한 우주선, 샌드웜에 의해 얘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원작 팬들의 시선에서 봤을 때 다소 아슬아슬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는 어떤 세계관을 확장하고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원전을 거스르기보다는 일종의 평행 세계에서 ‘듄’ 의 설정과 세계관을 마음껏 활용하며 펼치는 또다른 상상의 나래라고 받아들이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듄: 어웨이크닝’ 은 오는 6월 10일 정식 출시된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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