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닉 슈퍼스타즈, 새로운 세대를 위한 클래식 소닉
1990년대 게임패드 좀 쥐어본 왕년 꿈나무라면 십중팔구 마리오나 소닉, 혹은 둘 모두를 사랑했을 터이다. 당시 삼성 알라딘보이로 즐겼던 최신 게임 ‘소닉&너클즈’가 이제는 공식 명칭마저 클래식(Classic, 고전) 소닉이라 불리는 구년묵이가 됐다. 허나 연일 신기술이 발표되고 점점 더 크고 복잡한 게임이 만들어지는 오늘날에도 그 시절 감성과 손맛이 퇴색되는 건 결코 아니다. 근래 가장 고평가 받은 두 소닉이 오픈월드로 도약한 ‘소닉 프론티어’와 클래식한 게임성을 계승한 ‘소닉 매니아’인 것만 봐도 굳이 신, 구의 우열을 논함은 무의미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달 초 ‘섬머 게임 페스트’서 베일을 벗은 ‘소닉 슈퍼스타즈’는 세가가 자사의 마스코트격 IP인 소닉을 어떻게 확장해갈지 보여주는 이정표 아닐까 싶다. ‘소닉 프론티어’처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소닉의 미래를 타진하는 한편, 하이스피드 액션 플랫포머로서 수십년간 갈고 닦은 게임성도 오롯이 이어가겠다는 것. 이미 크리스천 화이트헤드라는 걸출한 개발자의 도움으로 소싯적 물리엔진을 재현한 ‘소닉 매니아’가 나왔지만, 여러 신작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세대에게 선택 받으려면 3D로 한 차원 더 나아갈 필요가 있었을 터이다.
클래식과 모던 소닉, 우열을 논할 수 없을 만큼 둘 다 매력적이다
클래식 소닉으로서는 최초로 Full 3D화된 신작 '소닉 슈퍼스타즈'
클래식 감성과 물리 시스템 담아낸 3D화
오랫동안 소닉과 함께 해온 팬들에게는 다소 새삼스럽겠으나, 우선 클래식 소닉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자. 일단 가장 도드라진 특징인 외형을 보면 1998년작 ‘소닉 어드벤처’서 훤칠하게 리파인되어 여태껏 활약 중인(소닉 붐은… 그만 잊어라) 쪽이 모던 소닉이다. 그러니 그전까지 등장한 아담한 녀석은 클래식 소닉이란 명칭이 붙었다. 단순히 모습만 바뀐 게 아니라 여러 설정이 다시 쓰이거나 추가됐고 게임성도 계속 조정됐다. 역사가 긴 IP 으레 그렇듯 소닉 역시 계속해서 발전의 압박을 받았기에 신규 시스템을 더하여 성공 혹은 실패하곤 했다.
즉 클래식 소닉은 그저 생김새만 귀여운 게 아니라 시리즈 초창기의 게임성을 유지한다는 정체성을 지녔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시스템 복잡성이 커져간 모던 소닉과 달리 거의 원버튼 플레이에 가깝다.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만큼 게임 자체가 쉬운 편이다. 다만 그렇다고 너무 깊이가 얕아도 곤란하므로 레벨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인다. 조작계는 간단한 반면 스테이지 구조는 유기적이며 복합적이라 어디로 달리던 자연스레 골인 지점에 닿는 것이 클래식 소닉이 자랑하는 레벨 디자인. 아마도 개발하는 입장에선 이쪽이 더 난해할 터이다.
그저 작달막한 게 아니라 게임성에서도 모던 소닉과 차이가 있다
모던 소닉이 신메뉴 개발에 열심이라면 클래식은 원조 국밥집이랄까
‘소닉 슈퍼스타즈’는 클래식 소닉의 정통 속편답게 이러한 게임성을 충실히 잇는다. 주인공은 당연히 소닉, 그리고 테일즈와 너클즈, 여기에 에이미가 합류했다. 기본 조작계는 (듀얼센스 기준)L스틱 무브와 X버튼 점프가 전부다. 스핀 점프 후 한 번 더 점프를 눌러 캐릭터별 고유 액션을 취하는 점도 기존과 같다. 소닉은 착지와 함께 곧장 발진하는 드롭 대시, 테일즈는 비행, 너클즈는 활공 및 등반, 에이미는 피코피코 해머 휘두르며 이단 점프다. 소닉이 좀 특이한데, 고유 액션으로 인스타 실드가 아닌 드롭 대시를 쓰는 건 ‘소닉 매니아’ 사양이기 때문.
이외에도 ‘소닉 매니아’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지점은 역시 특유의 물리 시스템이다. 클래식 소닉은 조작계가 단순한 대신 질주할 때 운동량과 방향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 물리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이를 원조 개발자 나카 유지조차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걸 어찌어찌 성공한 재야고수 크리스천 화이트헤드가 세가에 초빙되어 만든 작품이 ‘소니 매니아’인 것. ‘소닉 슈퍼스타즈’의 경우 개발사가 아제스트로 바뀌긴 했으나 물리 시스템에 대한 조언 내지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지 싶다. 두 작품의 플레이 감각이 무척 유사하다.
클래식 소닉의 조작계는 단순하다. 스핀점프 후 고유 액션을 쓴다
레트로 엔진의 기술을 유용했는지, 특유의 물리 시스템이 재현됐다
직관적인 조작체계, 결코 얕지 않은 게임성
서두에서 클래식 소닉을 3D화하는 이유가 신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고 짚었다. 솔직히 필자로선 픽셀 그래픽도 나름대로 풍류라 보지만 어디까지나 소수의견일 뿐이니. 옆집 ‘록맨 11’처럼 클래식 플랫포머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3D화한 선례도 있고. 다만 천하의 소닉팀이 그저 보기 좋으라고 3D화했을 리는 없으니, 과거 2D 시절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아주 어려웠을 기믹을 여럿 추가했다. 화면 저편에 스테이지가 한 겹 더 존재하여 특정 장치를 통해 좌우로 오가는가 하면, 자유로운 시점에서 플레이하는 스페셜 스테이지도 건재하다.
금번 '섬머 게임 페스트’ 데모서 플레이 가능한 존은 브리지 아일랜드와 스피드 정글 두 곳. 브리지 아일랜드는 첫번째 존답게 소닉 팬덤에게 친숙할 풀밭, 하얀 돌, 각종 가속장치와 송곳함정 등으로 구성됐다. 배드닉 역시 많이 보던 녀석들이라 반갑다. 그러면서도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바꿔가며 돌 때마다 새로운 루트를 발견할 만큼 레벨 디자인이 뛰어났다. 스피드 정글은 명칭 그대로 덩굴을 타고 질주하기 좋으며 중간중간 시야가 어두워져 빛나는 나비에게 의지해야 하는 기믹이 돋보였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중후반 존에 대한 기대감도 더불어 커졌다.
신규 존이지만, 도입부인 만큼 친숙한 풍광을 택한 브리지 아일랜드
보다 자유로운 시점에서 진행되는 스페셜 스테이지도 여럿 나온다
보스전은 어떻게 난타전 일변도를 벗어날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상술했듯 클래식 소닉은 조작계가 단순하여 특정 스킬로 패턴을 파훼하는 보스전은 성립되기 어렵다. 대신 ‘소닉 슈퍼스타즈’는 보스 공략 자체를 일종의 퍼즐 플랫포머 플레이로 풀어냈다. 적이 발사하는 와이어를 적절한 궤도로 유도한 뒤 그 위를 트랙삼아 달린다든가, 아예 직접 타격이 먹히지 않아 상대 공격을 역이용해야 하는 상황도 나온다. 스피드 정글의 보스가 그러한데, 화면 좌우에서 뻗어오는 기계팔을 유인하며 높이높이 뛰어오르다 보면 그게 자신의 본체를 꿰뚫고 만다.
끝으로 소닉이라면 역시 카오스 에메랄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처럼 존 곳곳에 자리한 거대 링을 만지면 스페셜 스테이지로 이동한다. 자유 시점으로 전환되고 마치 스파이더맨 웹스윙하듯 움직이는데, 저 멀리 보이는 카오스 에메랄드가 목표다. 모든 카오스 에메랄드는 저마다 특수기능이 있으며 R스틱 선택 후 □버튼으로 발동한다. 물의 형상이 되어 폭포를 오르내리거나 분신을 잔뜩 소환해 돌진시키는데, 의외로 쓰든 안 쓰든 진행에 무리는 없었다. 뭔가 중요한 퍼즐 기믹의 일부라기보단 어디 한 번 재미있게 가지고 놀아보라는 의도인가 싶다.
보스전은 플랫포머 플레이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 공략법이 중요하다
폭포를 오르내리거나 분신을 소환하는 카오스 에메랄드의 특수기능
무릎 올라탄 아이와 함께 즐길만한 소닉
겨우 한 시간 남짓, 네 캐릭터로 두 개의 존을 체험했을 뿐이라 여전히 ‘소닉 슈퍼스타즈’에 대해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럼에도 첫인상을 전하자면 클래식 소닉다운 감성을 유지하며 말끔히 3D화했고, 가장 우려했던 특유의 물리 시스템이 잘 재현되었고, 향후 고수들이 기록 단축에 목을 매기 시작하면 어떨지 몰라도 일단은 쉬운 편이다. 카오스 에메랄드를 통한 특수기능은 맛만 살짝 보여준 수준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본작의 또다른 강점인 협동 플레이(CO-OP) 역시 이번에는 누군가와 함께 즐길 상황이 못됐다. 닌텐도 스위치와 궁합이 잘 맞을 듯하다.
지난해 ‘소닉 프론티어’는 여러모로 과감하고 야심 찬 실험작이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다만 게임성으로 보나 서사로 보나 포옹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형태로 클래식, 모던 소닉의 요소를 일부 차용했으나 어디까지나 서브 콘텐츠였다. 또한 그보다 몇 년 앞선 ‘소닉 매니아’는 클래식 소닉을 다시금 소개하기보다 오랜 팬덤을 향한 헌사에 가까웠다. 이들과 달리 ‘소닉 슈퍼스타즈’야말로 그 시절 소닉을 추억하는 부모가 무릎에 올라탄 아이 손에 게임패드 쥐여주고 세대를 초월하여 즐길 만한 작품이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변한들 소닉의 손맛이 먹히지 않을리가
CO-OP을 지원하니 부모와 아이, 혹은 형제자매에게 적극 추천한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