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의혹은 추가되고 해명은 뒤엉켜 또 다른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검찰을 향한 청와대와 민주당의 견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국 정국' 때보다 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린 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에서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해 "기습적 군사작전하듯, 조직폭력배 일망타진하듯" 했다는 비유가 나오고 불순한 여론몰이와 망신 주기, 악랄한 정치행위를 한다는 의심 등 강도 높은 검찰 성토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6일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경찰청 차장 등 검경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수사 과정을 짚고, 필요하다면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추미애 전 대표가 정식 취임하면 윤석열 검찰 견제에 힘이 되어 주리라 기대하는 눈치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한국당의 공세는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장관을 비롯한 10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사건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지만 의혹의 요체는 명료하다. 청와대를 위시한 집권 세력의 부당한 공권력 동원을 통한 선거 개입 여부를 가려내고 실정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러 갈래의 갈등이 심화하여 정국 혼란을 가중하고 있으나 기본에 충실해 서둘러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상 이번 사건의 키(key)를 쥔 검찰이 공정하게, 무엇보다 정직하게 수사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도 눈치 보지 말고 수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권고를 듣고 임명된 윤석열 총장 체제 아래서 독립성을 상당 정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은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직진하되, 개혁에 저항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할 절제되고 엄정한 수사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여권은 섣불리 특검을 운운하기 보다는 공정한 검찰수사와 검경 공조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옳은 시점이다. 필요한 검찰개혁 과제를 올곧게 추진하되 검찰의 수사환경을 '옥죄는' 행태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첩보 최초 제보자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목, 이른바 '하명수사' 의혹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청와대도 5일 관련 의혹에 적극 반박하면서 진화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김 전 시장과 관련한 첩보는 외부에서 온 제보를 정리해 이첩한 것으로, 숨진 특별감찰반 출신 수사관과는 무관하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했다.
이 수사관이 첩보 제작이나 이첩에 관여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확실하게 선을 긋는 브리핑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외부 최초 제보자'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울산시장에 당선된 송철호 시장의 최측근인 송 부시장이라는 점이 드러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일부에서는 김 전 시장과 경쟁한 여권 후보 캠프에서 일한 인사가 제보의 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의혹과 논란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청와대는 'A 행정관은 2017년 10월 스마트폰 SNS 메시지를 통해 (송 부시장에게)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송 부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먼저 연락이 왔기에 알려줬을 뿐"이라고 말하는 등 '진실공방' 양상까지 벌어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전날 청와대 브리핑을 두고 '혹을 떼려다가 혹을 붙인 격'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靑 "하명수사 의혹 사실 아니라는 점 밝혀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5일에는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다시 브리핑에 나서 의혹 보도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윤 수석은 "전날 브리핑은 첩보가 외부에서 왔다는 것, 고인이 된 수사관은 고래고기 사건으로 울산에 내려간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고인이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수집했다는 무차별적 보도가 모두 허위란 사실이 드러났다. 하명수사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당연히 밝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 브리핑에서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혔다면 불법이 됐을 것"이라면서 의도적으로 제보자의 신원을 가린 것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도 반박했다.
윤 수석은 특히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일부 언론은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고인에게 '유재수 수사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한국당 의원의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다"며 "언론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또 청와대가 경찰청에 이첩한 제보에 야당의원 네 명의 이름이 포함됐다는 취지의 보도에도 "제보에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 전형적 허위조작 보도"라고 날을 세웠다.
이처럼 청와대가 일부 언론 보도를 겨냥해 날을 세운 데에는 잘못된 보도가 여론의 악화로 직결되면서 사태를 눈덩이처럼 불릴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의원을 새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이를 통한 분위기 쇄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확대·재생산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국 전 장관이 사퇴 당일 법무부 간부들에게 '저보다 더 개혁적인 사람이 올 것'이라는 언급을 한 바 있다. 그 결과 낙점된 것이 추 의원"이라며 "인선 직후인 지금부터 분위기를 잘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적극 해명에도 핵심 쟁점 여전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한계
다만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연이틀 브리핑을 가지며 적극 해명에 나서기는 했으나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청와대는 제보자에 대해 "특정정당 소속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야권을 중심으로는 송 부시장이 송철호 시장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사실상의 여권인사라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송 부시장이 먼저 행정관에게 제보한 것인지(청와대 설명), 정부 측에서 먼저 김 전 시장 측근의 비위 관련 정보를 물어본 것인지(송 부시장 설명)는 여전히 입장이 엇갈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저희가 파악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파악된 바를 여러분께 말씀드린 것"이라며 "누구의 말이 참말인지는 수사기관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가 거짓을 사실처럼 발표하지 않는다"며 "청와대 발표가 사실인지, 일부 언론의 추측 보도가 사실인지, 머지않아 수사 결과가 나오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하명수사 의혹, 檢 개혁 방해 위한 정치적 행위"
더불어민주당은 5일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수사를 두고 '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총공세를 폈다.
검찰의 수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 법안을 추진하는 현 정권을 향한 공격이라는 대응 논리로 방어막을 쳤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각종 의혹에 여권 인사들이 점점 더 얽혀드는 것 같다는 우려를 표하며 수사 추이를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개혁 입법을 눈앞에 둔 매우 중대한 시기에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수사권을 가진 세계에 유례없는 슈퍼 검찰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균형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할 일"이라며 검찰개혁 완수 의지를 강조했다.
이상민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매우 경악스럽고, 이례적이고, 통상적이지 않은 일들이 자꾸 벌어진다"며 "적정한 절차와 방식을 넘어 과잉적이고 변태적인, 극히 상식적이지 않은 방법이지 않냐는 의심이 든다"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도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검찰을 성토했다.
특히 홍영표 의원은 "검찰의 고위 관계자가 여야 할것 없이 다니면서 최근 사건에 대해 엉터리 같은 해명을 했다고 한다"며 "그렇게 몰래 하지 말고 떳떳하게 직접 나와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에는 국회에서 검경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하명 수사' 의혹 수사 과정 등을 짚어보기로 했다. 특위는 이날 간담회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당 "靑·與, 검찰수사 겁박 당장 멈추라"
자유한국당은 5일 청와대 및 여당이 '청와대 게이트'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 점을 들어 "적반하장"이라 비판하며 "검찰수사 겁박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특위를 구성하고 국정조사나 특검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정권은 검찰을 일제히 공격하고 있다"며 "적반하장이다. 이제라도 문재인 정권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 측근 정치인 당선을 위해 청와대 하명이 있었고 그에 따라 검찰이 동원됐고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에 대한 공작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우리 당에서 특위를 구성해 국정농단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한 특검이나 국정조사 등 모든 대응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검찰개혁의 요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과감히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례 최고위원도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을 조국 사태 때와 같이 수사를 방해하고 법치를 교란시키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팀에 강압수사는 없었는지 즉각 특별감찰로 구명할 것을 법무부에 촉구했다"며 "문 정권 허물을 덮으려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게 아닌지 묻고싶다"고 힐난했다.
김 최고위원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은 범죄 관련 어느 정도 소명됐다는 방증이다. 이것은 법원이 이런 소명에 대한 부분을 인정해준 것이라 생각한다"며 "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한다며 몰아치던 검찰 칼바람을 칭찬하던 청와대와 민주당 모습은 어디에 있나"라고 비꼬았다.
그는 "법을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는 아부하지 않는다는 고귀한 정신 되살려 검찰이 수사하는데 칭찬은 고사하고 청와대와 여당이 나서서 겁박하고 여론 몰이로 방해해서 되겠나"라며 "청와대는 검찰 수사 겁박을 당장 멈춰라. 문 대통령은 윤석렬 검찰총장 임명 시 말했던 것을 지켜나가라"라고 촉구했다.
김광림 최고위원은 "이 땅을 온통 수사판으로 뒤덮은 끝에 유명을 달리하신 분이 한 두분이 아니다. 또 누가 유명을 달리하실지, 강요받을지 걱정된다"고 비꼬았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 전진'에서는 민경욱 의원이 "청와대는 문건 작성해서 경찰수사를 지시한 적 없다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는데 청와대 행태가 바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일을 꾸미고 있길래 고인이 민정비서관실에서 일하는게 위험해서 겁난다며 펑펑 울기까지 했겠나"라고 힐난했다.
이어 "청와대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이번 사태를 덮으려고 하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명명백백하게 수사해 관련자를 밝혀야 하며 신 적폐행위의 핵심이자 몸통이 누군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승주 의원도 "청와대와 정부는 셀프감사, 셀프조사, 셀프변명 대신 국정조사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진실규명에 앞장서야 한다"며 "잘못한게 없다면 특검까지 받아 철저한 진상규명에 앞장서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송언석 의원도 "살아있는 권력이라 하더라도 위법 엄중수사하라는 기조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철저히 파헤쳐서 정말 국민들께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검찰이 수사해야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김기선 의원도 "거짓과 위선, 이것이 이 정권 실체란 점을 국민들은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국민들이 바로 알게 해줘야 한다. 그리고 심판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래고기 사건' 놓고 검경 양측 논리 팽팽하게 맞서
한편 '고래고기 사건'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사건 발생 3년이 더 지난 지금 이 사건이 재조명받으면서 과연 검사의 고래고기 환부 결정이 타당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새삼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고래연구센터에 의뢰한 DNA 검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검찰이 서둘러 불기소처분을 내리고 압수물을 돌려준 조치의 적법성 문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적법성 여부를 칼로 무 자르듯 판단키는 어려워 보인다. 검경 양측 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검찰압수물사무규칙'은 우선 불기소처분이 내려지면 수사기관은 압수물을 당사자에게 돌려주도록 한다. 다만 불기소처분된 사건이라도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 사건의 압수물은 공소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계속 보관하도록 한다. 압수된 고래고기 일부가 불법포획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불기소처분을 했더라도 추후 유전자 검사로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면 계속 압수·보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일견 해석된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검찰의 압수물 환부조치가 위법하다고 지적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고래 불법포획 사건에서는 고래연구센터의 DNA 검사를 기다렸다가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통상적인 과정"이라며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압수물을 돌려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반면 검찰은 사무규칙의 다른 조항을 거론한다.
'검사는 사건처리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압수물은 공소시효 완성 전이라도 처분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또 불필요한 압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검찰 압수 및 압수물 처리지침'도 근거로 댄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고래연구센터가 확보한 고래고기 DNA는 시장에서 적법하게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63.2%에 불과하기 때문에 '압수한 고래고기 DNA가 합법으로 포획된 고래고기 DNA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와도 불법포획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불법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원칙대로 압수물을 제출인에게 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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