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청와대의 거부에 가로 막혀 관련자료를 임의제출 받는데 그쳤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청와대를 향해 청와대 압수수색을 허용하라고 소리치던 현 여당과 정부에 대해 또다시 ‘내로남불’이라는 논란이 제기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대 로스쿨 교수 시절인 지난 2017년 1월 2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특검, 영장유효 기간 동안 청와대 앞을 떠나지 말고, 하루에 몇번이고, 그리고 매일 청와대 문을 두드려야 한다”며 당시 박영수 특검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압박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현 자유한국당 대표)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승인 안하면 탄핵사유”라며 청와대의 압수수색 허용을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형사소송법 차원에서 보면 법원에서 검토를 해서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했지 않느냐”청와대 안에 있는 군사 비밀시설을 압수수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뇌물죄 등으로 피의자로 입건돼 있는 박근혜씨에 대해 범죄를 입증하기 위한 특정장소, 특정물건을 압수수색하는 것이다. 압수수색은 군사 비밀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전했다. 즉 군사비밀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청와대에 대한 강제 압수수색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 말 ‘국정농단’ 사건 수사 때는 검찰과 특검팀의 청와대 압수 수색은 모두 3차례 실시됐지만 모두 임의제출을 받는데 그쳤다. 2016년 10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경호처에 막혀 수색을 벌이지는 못했지만 경내에 있는 연무대에서 자료를 제출받았다. 청와대 측은 당시 ‘압수 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하며 정면으로 거부했다. 이듬해 2월 박영수 특검팀은 5시간 동안 청와대 경호처와 대치한 끝에 청와대의 불승인 사유서를 받았고, 결국 압수 수색에 실패했다. 수색 대상은 비서실장실,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의무동 등이었다.
역대 청와대가 내세운 형소법 110조와 111조는 각각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와 ‘직무상의 비밀’에 대해 압수수색과 압수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들 조항은 동시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날 유 전 시장에 대한 수사와 관련한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도 이 조항에 막혀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데 그쳤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압수수색을 거부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두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 명은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고, 한 명은 황교안 권한대행이다. 누가 실제 최종 명령권자인지 밝혀지면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뿐만이 아니다. 이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미애 후보자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때인 2017년 2월 6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못하게 하면서 판도라의 상자를 끌어안고 공안검사 기질을 발휘하면 대통령 후보조차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당시 황 권한대항을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추 후보자는 “청와대 압수수색 승인 권한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에게 있다”며 “황 대행은 친박의 예쁜 늦둥이라는 낯 뜨거운 칭송에 들뜰 것이 아니라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즉각 승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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