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500m 금메달 이어 승전보
韓 선수로는 역대 최고 성적 거둬
김민선(23)은 2017년 스피드스케이팅 무대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2017년 9월 캐나다에서 치러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폴클래식 여자 500m에서 세계주니어기록보다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면서다. 당시 18세였던 김민선은 2007년 이상화가 기록한 37초81보다 0.11초 빠른 37초70을 기록했다. 3개월 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치러진 ISU 월드컵 4차 대회에서도 37초78로 경기를 마치며 이목을 끌었다. 2019년 ‘빙속여제’ 이상화가 은퇴를 선언했지만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암울하지 않았던 것 역시 김민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민선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국내에선 김민선보다 빠른 선수가 없었지만, 세계무대에서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왔다.
김민선이 부진을 털고 ‘포스트 빙속여제’를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김민선은 13일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2022∼2023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1000m 디비전A(1부리그)에서 1분15초82로 2위를 차지했다. 유타 레이르담(네덜란드·1분15초61)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김민선은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은메달을 따냈다. 이상화조차 월드컵 1000에선 동메달 2개를 딴 게 전부였다.
그동안 김민선은 허리 통증에 근력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대신 지구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중장거리 훈련에 매진했고, 이후 허리 통증이 사라지면서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치기 시작했다. 2월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7위를 차지한 뒤 지난 3월 ISU 월드컵 파이널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확보하며 자신감을 회복했고, 이번 대회에서 이상화 은퇴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내 선수가 ISU 월드컵 여자 500에서 우승한 건 2015년 12월에 열린 2015∼2016 월드컵 4차 대회 이상화 이후 약 7년 만이다. 여기에 김민선은 1000m 은메달까지 따냈다. 지구력 향상 훈련에도 땀을 쏟았기 때문에 가능한 결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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