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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2일 일본에서 발매된 이후 무서운 속도로 팔려나가면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다른 기종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 Wii는 닌텐도로 하여금 또다시 휴대용 게임기와 거치형 게임기 시장 동시 정복을 가능케 해준 기종입니다. 그런 Wii의 성공에 대해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몇 있습니다. 위모컨으로 액션 게임을 하면 플레이하는 내내 팔을 흔들어대야 해서 조금만 플레이해도 피곤하다는 것, 그리고 닌텐도 타이틀로 대변되는 아동용 게임 위주로만 발매된다는 것과 퍼스트 파티 타이틀을 제외한 서드 파티의 타이틀 중에는 하드웨어 판매량만 믿고 대충 만들어서 완성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타이틀이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는 독주 체제를 굳힌 1위 기종에 대한 시샘도 섞여 있겠지만 사실 아주 틀린 이야기들은 아닙니다. 실제로 발매 초기 몇몇 타이틀은 위모컨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가 힘들 정도의 조작 체계를 보여주었으며, 아동용 게임 역시 아이 어른 구분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연령층 타이틀에 가까웠지만 성인층의 입맛에 맞는 타이틀이 적은 것은 사실이었고, 한국 닌텐도의 정책으로 인해 한국 독자 코드를 사용하고 한글화되지 않은 타이틀은 아예 정식 발매조차 되지 못하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 이러한 소프트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7월 8일 정식으로 발매된 하나의 타이틀은 조작 체계의 문제점, 성인 취향 타이틀의 부족, 제한된 한글화 타이틀의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불식시켜주었습니다. 독특한 세계관으로 유명한 SUDA 51이 제작하고 CFK에서 발매한 노 모어 히어로즈가 바로 그 타이틀입니다.
일본에서 발매된 지는 조금 된 타이틀이지만 한국 Wii 시장에는 무척 고마운 타이틀인 노 모어 히어로즈. |
Wii 특유의 조작 체계는 분명 혁신적인 진화의 결과물이었고, 게임에 있어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E3에서도 알 수 있었듯 PS3와 Xbox360 역시 같은 성격의 조작 체계를 선보인 것도 단순한 가능성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확신했기에 가능한 발표였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장르에 따라, 혹은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Wii의 조작 체계는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에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어진 환경을 적절하게 이용하기보다는 어울리지도 않는 게임에 억지로 Wii의 조작 체계를 우겨넣다 보니 그 결과물은 참혹한 수준의 것이 많았으며, 유저들의 반응 역시 시원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노 모어 히어로즈의 경우에는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Wii 조작 체계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 아니라 포인트를 찍어줄 곳은 적절히 Wii의 조작 체계를 활용하면서도 게임 진행에는 전혀 불편함 없이 조작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은 제작사의 센스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부분입니다.
액션 게임이지만 최대한 유저를 배려한 조작 체계. |
사용해야 할 부분에만 적절하게 위모컨을 사용한다. |
일단 화면을 포인터로 찍어서 조작하는 부분은 완전히 배제했습니다. 덕분에 컴퓨터 모니터로 게임을 하는 유저의 경우에는 포인팅 거리 확보를 위해 의자를 뒤로 밀거나 하는 불편함 없이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한 이동과 조작이 가능해졌습니다. 캐릭터의 이동은 눈차크의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하고 시점은 자동으로 잡아주는 방식입니다. 게다가 게임 내내 과격한 액션이 펼쳐짐에도 일반적인 공격 자체는 A 버튼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플레이 내내 위모컨을 흔들다 진이 빠지거나 부정확한 입력이 발생할 여지를 없앴습니다. 게임 플레이의 대부분은 눈차크와 위모컨의 아날로그 스틱과 버튼을 이용하기 때문에 액션 게임으로서는 최고의 선택을 했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Wii의 조작 체계를 완전히 배제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강조할 부분만 Wii의 조작 체계를 활용하도록 만들었는데, 예를 들어 공격 자세는 위모컨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게 설정했으며, 상대방을 공격한 뒤 결정타를 먹일 때 화면에 나오는 방향대로 위모컨을 휘두르면 그 방향으로 공격을 하고 적을 던질 때에도 눈차크와 위모컨을 함께 교차하거나 휘둘러서 그 공격 방향에 맞는 기술로 적을 공격하게 됩니다. 위모컨을 휘두를 때의 판정도 확실하게 인식하고 전체적인 조작 시간에 비하면 위모컨과 눈차크의 활용 시간은 짧지만 그 순간 자체는 게임 상에서 굉장히 강렬한 순간이기 때문에 위모컨과 눈차크를 적게 활용한다는 불만은 원천적으로 봉쇄한 느낌입니다. 또한 빔 카타나의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한 입력도 위모컨을 짤짤짤 흔들어주는 액션으로 지정한 것도 게임 상의 패널티를 적절하게 표현한, 상당히 괜찮은 아이디어 중 하나입니다.
버튼을 눌러 공격 도중 방향 입력 마크가 화면에 뜨면… |
그 방향으로 공격하며 시원하게 피니시. |
던지기 공격 입력 역시 동작과 어울리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
참 짓꾸꾼여. |
이렇게 기본적인 공격은 A 버튼 위주로 흘러가지만 타격(B 버튼), 록온과 가드(Z 버튼)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으며 다운 공격과 상단/하단 자세 잡기, 긴급 회피, 모아 베기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액션을 사용할 수 있으며, 게임 진행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익히게 되면서 지루한 버튼 연타 플레이를 막았습니다. 또한 적을 해치울 때 화면 하단에 슬롯이 돌아가게 되는데, 이때 슬롯이 세 개 모두 동일하게 뜨면 다크사이드 모드가 발동되면서 다양한 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일정 시간 동안 발동되는 다크사이드 모드 중에는 주인공의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며 슈팅 모드와 같은 화면으로 바뀌면서 멀리 있는 적을 원거리 공격으로 날려 버릴 수도 있습니다. 슬롯의 종류에 따라 다크사이드 모드의 종류가 달라지는데다 화면 연출 자체가 확연하게 달라지면서 노 모어 히어로즈 특유의 감각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강조해주기도 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주인공에게 다양한 능력을 부여해주는 다크사이드 모드. |
제작사는 분명 일본이지만 캡콤의 데드 라이징과 마찬가지로 폭력적인 연출의 규제로 인해 일본판은 반쪽짜리 게임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에 정식 발매되는 버전은 북미판을 베이스로 한글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원작자가 의도했던 100%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정타를 먹일 때엔 화면 가득 적혈구가 흩뿌려지며 신체가 잘려나가는 연출까지 여과 없이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글로 적으면 굉장히 잔인하고 징그러울 법도 하지만 게임 자체가 시원시원하게 진행되고 과장된 연출이 가득하기 때문에 오히려 잔인하다는 느낌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 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닌텐도의 하드이다 보니 일반적인 게이머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연출에 대해서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과거 게임 큐브로도 킬러7이란 타이틀을 제작한 SUDA 51의 작품답게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내지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너무 과격하고 과장된 연출이 끊임없이 나오다 보니 무덤덤하게 느껴지기도. |
하지만 역시 그래픽 자체만을 두고 보면 그리 만족스러운 모습은 아닙니다. Wii라는 하드웨어의 성능을 감안해 보면 전체적으로 나쁜 편이 아닌데다 매력적인 캐릭터 일러스트를 제법 잘 살려낸 것도 사실이지만 중간중간 프레임이 들쑥날쑥한 부분이 여럿 나오고 시점이 엉뚱하게 잡힐 때도 간혹 있습니다. 시점이야 3D 액션 게임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 한다면 프레임 문제는 Wii라는 하드웨어의 한계로 인한 아쉬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액션 자체가 주가 된 부분에서는 만족할 만한 장면을 뿌려주는데다 다른 게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감각적인 연출을 한껏 보여주는 것은 만족스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부드럽게 돌아가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극명하게 갈리기도 하고 넓은 배경이 펼쳐지는 부분에서는 배경 자체의 그래픽 수준도 그리 좋지 않은데다 프레임 문제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민감한 유저라면 꽤 거슬릴 만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한된 하드 성능을 인상적인 연출로 만회한 느낌. |
시점 문제는 조금 거슬리는 부분. |
거리낄 것 없는 성격의 주인공이 멋진 여자를 만나 정신없이 술을 마시게 되고, 결국 그날 밤 이후 어찌저찌 전문 암살자가 되어 한 단계씩 올라가게 되는 스토리는 극히 비현실적이면서도 단순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뻔뻔하게 나아가는 캐릭터들의 개성 넘치는 모습과 어울려 제법 흡입력을 갖게 됩니다. 변기에 앉아서 세이브를 하는 모습이나 제발 한 번만 하게 해달라고(…) 애원을 하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 모닝 인사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때로는 천박하고 뻔뻔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겨주기에 충분하며, 그를 둘러싼 주조연 캐릭터들의 모습도 주인공 못지않은 카리스마로 유저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줍니다. 또한 감각적인 게임 분위기에 어울리는 캐릭터 디자인도 매력적이거니와 독특한 화풍으로 일러스트의 느낌을 적절하게 살려낸 게임 내의 그래픽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데드 라이징이 생각나기도 하는 참 볼품없는 세이브 연출. |
쫌. |
노 모어 히어로즈의 게임 진행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프로 레슬링을 사랑하는 주인공 트레비스가 수수께끼의 미녀 실비아의 의뢰에 따라 암살자의 길을 걷는 것이 주목표로, No.11인 자신보다 한 단계 위의 있는 녀석들을 죽이며 랭킹을 올려나가는 식입니다. 랭킹 배틀에 등록한 뒤 등록 비용을 마련하고, 랭킹전에 앞서 해당 랭킹의 스테이지를 공략해야 하는 것이 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해당 랭킹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랭커와의 대결이 이루어지고, 승리하게 되면 랭킹이 인정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는 돈이 필요하게 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직업 불안정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아서 돈을 모아야 합니다. 이러한 아르바이트 중에는 고양이를 붙잡아 오거나 코코넛을 따오거나 풀을 베기도 하며 벽에 그려진 낙서를 지우는 등의 잡일을 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암살자답게 살인 미션을 맡아서 특정 인물을 찾아 죽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사람을 썰고 다니는 임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
주인공의 성장 개념이 있기 때문에 썬더 류의 흥행사무소에서 훈련을 통해 체력과 근력을 키워서 주인공을 강하게 만들 수 있으며, 나오미 연구소에서는 빔 카타나를 개조하거나 제작해서 보다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마을 곳곳에 있는 로비코프 볼을 7개 모아서 로비코프에게 가져가면 점프 다운 공격이나 뛰어들어 베기 같은 특별 기술과 빨리 달리기 등의 유용한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데다 비디오 가게 비프 헤드에서 구입한 테이프를 보면서 다양한 프로 레슬링 기술을 습득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위 랭커로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돈을 모으고 주인공의 체력을 단련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썬더 류 흥행사무소에서는 육체 단련이 가능하다. |
비디오를 보며 프로 레슬링 기술을 습득. |
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긴 하지만, 게임 초반부터 이리저리 오가게 하며 꽤 넓은 마을을 찍게 하는 부분은 오히려 호쾌하고 시원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게임에 있어 사족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 이곳저곳을 바이크를 타고 돌아다니며 자잘한 미션을 하고 돈을 버는 모습은 얼핏 보기엔 GTA 시리즈를 비롯한 오픈 월드 형식의 게임에 가까운 인상이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는 그 정도의 깊이까지 가지 못하며,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 약간의 오픈 월드 분위기를 첨가한 형태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Wii라는 하드웨어의 한계 덕분에 배경의 묘사는 그리 정밀하지 못하고 거리엔 사람이나 자동차가 거의 없이 한산한 모습인데다 결정적으로 바이크를 운전하는 것이 재밌다기보다는 불편하고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아 돌아다니고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스케일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그 부분을 돌아다니는 연출은 요즘 게이머에게 있어 조금은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넓은 듯 좁은 전체맵. |
바이크 조작도 생각한 것보다는 그다지…. |
한글화 작업은 북미판 베이스를 이용해 이루어졌지만 대사 번역 작업을 할 때 영문 대사와 일문 대사를 모두 참고해서 적절하게 번역 작업이 이루어졌기에 어색한 표현이나 이상한 내용으로 번역되는 대사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또한 엄마 아빠 앞에서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플레이하기엔 무리가 따를 듯한 과격한 수위의 대사도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하나 믿고 과감하게 지른 듯한 인상입니다. 그간 기종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타이틀을 적극적으로 한글화한 CFK답게 한글화 자체의 수준은 흠 잡을 데 없으며, 조금은 뻔뻔하고 막 나가는 게임의 분위기에도 무척 어울리는 번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꽤 독특한 느낌의 대화가 자주 나오는데다 보스전에서 흐르는 심오한 대사에서부터 시답잖은 상황일 때의 궁시렁대는 소리까지 플레이 내내 많은 대사가 흘러나오는 게임이기에 한글화라는 요소는 그만큼 고맙게 느껴집니다.
노 모어 히어로즈는 그간 발매되었던 Wii용 서드 파티 타이틀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을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닌텐도라는 거대한 벽이 Wii용 게임의 움직일 수 없는 기준을 만들었고, 상당수의 서드 파티가 그 길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었다면 노 모어 히어로즈는 과격한 주인공의 성격을 닮아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Wii의 엄청난 판매량을 믿고 대충 게임을 찍어냈다거나, 위모컨의 쓰임새에 대해서 깊은 고민 없이 부실하게 얼기설기 꾸며낸 것이 아니라 지루해지기 쉽고 피곤해지기 쉬운 Wii의 조작 체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제대로 된 Wii용 액션 게임을 만들어낸 것은 프로듀서 SUDA 51의 이름이 허투루 얻어진 것은 아니란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소 Wii용 서드 파티 타이틀에 대해서 의문점을 가졌던 유저라면 그러한 의구심을 날려 버릴 수 있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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