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혁명은 압도적이고 일상적인 폭력의 시대였습니다.
혁명의 죽음의 천사라고 불렸던 앙투안 생쥐스트는 게오르트 뷔히너의
희곡 <당통의 죽음>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혁명의 물길이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마다 시체를 쏟아내는 게 놀라운 일입니까?
겨우 수백명의 시체만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지 않습니까?
모세는 홍해를 건너 민중들을 황야로 이끌어 부패한 구세대가
몰살될때까지 떠돌게 했지만...의원들이여! 우리에겐 홍해와 황야가 없습니다,
단지 전쟁과 단두대만이 있을 뿐입니다."
만약 기계가 있었더라면 더 나았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게 바로 '보나파르트: 기계 혁명'의 주제입니다.
- 플레이어는 세자르, 혹은 셀린느 보나파르트를 선택하여
국왕충성파, 온건파, 자코뱅 중 하나의 편을 들게 됩니다.
이 게임은 다양한 모드를 번갈아가며 플레이하게 되는데,
엑스컴 스타일의 전술모드에선 병사와 전쟁 기계들을 배치하여 적과 싸우게 되며,
더 넓은 전략 모드에선 프랑스의 여러 지역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심으면서
다른 세력과 땅-따-먹기 경쟁을 하게 됩니다.
- 두 모드 모두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선사합니다.
전술 모드는 어느 정도 아군의 능력과 위치를 고려해야하고,
공격 시 적의 반격을 피하기 위해 후방 공격을 노리게 됩니다.
반면 전략 모드에선 적의 지역을 직접 침공하거나, 자신의 영토에서
선전 활동을 통해 지원군을 모집하게 됩니다.
- 세 번째 모드는 내러티브 모드로 비주얼 노벨이 연상되는 장면에서
플레이어(=나폴레옹)는 그 시대의 저명인사들과 만나 얘기하고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부결시키기 위해 투표를 해야합니다.
- 우뚝 솟은 전투 로봇에서 알 수 있듯이, 이건 대체역사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프랑스 혁명 당시의 모습과 인물들
비교적 충실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르투아 백작(원역에선 프랑스의 마지막 국왕인 샤를 10세로 즉위)은
불쾌한 반동주의자의 모습 그대로였고, 로베스피에르(유명한 공포정치의 수장)는
여전히 미덕과 공포에 매우 집착합니다.
라파예트(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으로 입헌군주제를 지지하다가 몰락함)는
여전히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 게임 내 사건들은 필연적인 결말로 꾸준히 이동하지만, 플레이어가
보나파르트가 되어서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 게임의 전술적, 전략적인 요소들을 좋아하는데,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몰입할만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깊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자신만의 혁명 서사를 적어내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혁명의 주요 세 세력, 자코뱅과 온건파, 그리고 충성파 중 어느 세력이라도
가입해서 프랑스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기 위해 싸우는 것 말입니다.
역사소설에 푹 빠진 괴짜로서, 또한 크킹 3나 유로파 4에서 자신만의 나라를
만드는 것을 즐기는 필자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말 만족스러운 게임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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