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고영란
역자 - 윤인로
출판사 - 푸른역사
쪽수 - 420쪽
가격 - 28,900원 (정가)
출판으로 본 일본제국-식민지 조선사 다시 쓰기
“발매금지 먹지 않는 책은 시시껄렁해!”
식민지와 제국의 문화적 만남 재조명
“발매금지 먹지 않는 책은 시시껄렁해!”
식민지와 제국의 문화적 만남 재조명
일본에서 일본 근현대 문학을 강의하는 지은이는 그간 일본제국의 근대사 다시 쓰기를 주장해왔다. 그 결과 『전후라는 이데올로기』(한국어판 2013년 현실문화), 『검열의 제국』(한국어판 2016 푸른역사) 등의 성과물을 일궈냈다. 여기서 ‘전후’라는 프레임을 통해 구축된 일본의 근대사는 패전국 일본의 희생자 의식에 의해 성립되었고 한반도 ‘식민지민’들의 체험조차도 자신들의 희생 담론을 설명하는 비유로 사용해왔다는 점을 통해 식민지 지배의 기억이 어떻게 망각되었는지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책은 지은이의 연구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에서의 제국 연구는 제국 일본 전체를 넓은 시야에서 조망하고 일본어와 한국어 자료가 어떻게 복잡하게 얽히면서 교착하는지에 관한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 지은이는 양국의 자료를 세심하게 살펴 이런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출판 검열 등과 같이 피해와 가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일본어가 갖는 양의적 역할, 즉 일본어를 통해 일본에 대항하는 법을 배웠다는 점 등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잡아낼 수 없는 부분에 주목했다.
이번 책은 지은이의 연구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에서의 제국 연구는 제국 일본 전체를 넓은 시야에서 조망하고 일본어와 한국어 자료가 어떻게 복잡하게 얽히면서 교착하는지에 관한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 지은이는 양국의 자료를 세심하게 살펴 이런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출판 검열 등과 같이 피해와 가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일본어가 갖는 양의적 역할, 즉 일본어를 통해 일본에 대항하는 법을 배웠다는 점 등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잡아낼 수 없는 부분에 주목했다.
제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열쇠, 출판문화
190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출판사나 신문사의 경영인, 편집인의 회고록, 일지, 경영자료 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조사하는 지은이에 따르면 예나 지금이나 잡지나 출판 기획자는 시대변화에 상당히 민감하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출판 미디어를 사양산업으로 취급하지만 별다른 놀잇거리가 없었던 과거에는 세대, 젠더, 계층, 민족을 불문하고 책 읽기가 중요한 취미 생활의 하나였다. 그러기에 지은이는 제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출판문화만큼 훌륭한 재료는 없다고 믿는다. 일본제국이 전쟁 프로파간다를 위해 하야시 후미코 등 순문학 소설가들을 전장에 보내 종군기를 쓰게 하고 고단샤나 아사히 신문사 사장을 대외 선전을 위한 전쟁 담당 부서에 동원하는 이유를 촘촘히 그려냈다. 더불어 하야시 후미코와 소설가 최정희의 관련성, 1930년대 일본의 대표적 잡지 《개조》의 야마모토 사네히코에 대한 《동아일보》 간부들의 접대 등도 시야에 넣었다.
강력한 검열에도 살아남은 ‘불령’한 책들
지은이가 이 책을 관통해서 주장하는 것은 강력한 검열도 출판문화를 죽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일본제국은 내무성 산하에 출판경찰을 두고 있었고 사상검사도 활약했다. 지은이는 이러한 판매금지 명령이 떨어지더라도 감시망을 피해 수레를 동원한 ‘전도 행상’ 등을 통해 유통시키고 수익을 내는 출판 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더불어 일본제국의 합법/비합법 출판자본이 식민지 조선의 출판시장과 어떻게 만나는지를 파고들었다.
예컨대 일본제국의 정치 권력이 사회주의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면 할수록 사회주의 서적을 열망하는 독자가 늘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제국의 탄압이 자본생산의 동력이 되었음을 논증하려고 했고, 그 지점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힌트를 얻고자 했다. 일본어의 역할에 관한 설명도 눈에 띈다. 침략자가 강제하는 언어였지만 조선어 문헌에 대한 검열이 상대적으로 강한 현실에서 저항을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공급했던 것도 일본어 서적이었다는 것이다. 또 독서가 취미인 사람들, 식민지에서 출세를 꿈꾸는 이들에게 일본어 서적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러일전쟁에서 내선일체를 거쳐 한국전쟁까지
이 책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프롤레타리아〉에서는 러일전쟁 후에 간행된 최초의 《공산당선언》의 일본어 번역에서 proletariat의 번역어로써 ‘평민’이 선택 과정과 조선의 식민지화 과정을 논했다. 2장 〈도서관〉에서는 제국의 아카이브로써 조선의 도서관에 주목했고, 그것들이 어떤 말과 사람들을 포섭하고 배제했는가를 논증했다. 3장 〈불령선인〉과 4장 〈검열〉에서는 조선인 사회주의자들이 일본 본토에서 출판한 후 내무성 도서과에서 검열을 받은 후 한반도에 반입을 하는 전술을 전개했음을 논한다. 또 ‘불령’한 조선어 미디어를 만든 당사자들이 내무성의 ‘내열(사전 조율)’을 요구했던 사실에 주목한다. 그들은 사전에 자신의 정보를 당국에 제공하는 대가로 미디어 유통의 가능성을 확보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이것은 위험천만한 아슬아슬한 교섭이었다.
5장 〈자본〉과 6장 〈식민지〉는 일본 내지와 조선의 미디어 자본이 ‘불령’함을 생성하는 씨앗을 배태하면서 독서환경과 시장을 재편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7장 〈번역〉에서는 중일전쟁 당시 미디어 통제가 제국의 중심인 도쿄와 식민지 조선에서 위계관계를 재생산하면서 연동함으로써 일어나는 문화 현상에 주목했다. 8장 〈전쟁〉에서는 일본 미디어의 한국전쟁 보도가 구 일본제국의 지적 체계와 경제력의 부활(한국전쟁 참전)이라는 현실을 은폐하면서 폭력에 가담하지 않는 ‘중립적인 평화국가, 일본’의 자화상 그리기에 부심하는 모습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일본 전문가들이 꼽은 ‘지금 꼭 권하고 싶은 책’
이 책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일본어로 쓰인 책이면서 식민지를 전면에 내세운 단행본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일본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마이니치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그리고 교도통신사(23개 지방신문 전재)에서 서평을 실었고, 《도서신문》ㆍ《주간 독서인》 등 서평 전문 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24년 상반기를 대표하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 책은 식민지 조선의 출판 유통을 조망하면서 ‘내지’와 식민지의 복잡한 교섭과 갈등을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다……근대사를 트랜스내셔널하게 재해석한 좋은 책”(후쿠마 요시아키 교토대학 교수), “문학사, 문화사, 사상사, 미디어사, 사회운동사 등 복수의 영역을 포괄하는 연구서”(고미부치 노리츠구 와세다대학 교수), “한국과 책 전문가 45인이 ‘지금 꼭 권하고 싶은 책’으로 선택”(마츠이 리에 아토미학원대학 교수) 등의 서평이 이 책의 가치를 분명하게 드러내 준다.
190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출판사나 신문사의 경영인, 편집인의 회고록, 일지, 경영자료 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조사하는 지은이에 따르면 예나 지금이나 잡지나 출판 기획자는 시대변화에 상당히 민감하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출판 미디어를 사양산업으로 취급하지만 별다른 놀잇거리가 없었던 과거에는 세대, 젠더, 계층, 민족을 불문하고 책 읽기가 중요한 취미 생활의 하나였다. 그러기에 지은이는 제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출판문화만큼 훌륭한 재료는 없다고 믿는다. 일본제국이 전쟁 프로파간다를 위해 하야시 후미코 등 순문학 소설가들을 전장에 보내 종군기를 쓰게 하고 고단샤나 아사히 신문사 사장을 대외 선전을 위한 전쟁 담당 부서에 동원하는 이유를 촘촘히 그려냈다. 더불어 하야시 후미코와 소설가 최정희의 관련성, 1930년대 일본의 대표적 잡지 《개조》의 야마모토 사네히코에 대한 《동아일보》 간부들의 접대 등도 시야에 넣었다.
강력한 검열에도 살아남은 ‘불령’한 책들
지은이가 이 책을 관통해서 주장하는 것은 강력한 검열도 출판문화를 죽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일본제국은 내무성 산하에 출판경찰을 두고 있었고 사상검사도 활약했다. 지은이는 이러한 판매금지 명령이 떨어지더라도 감시망을 피해 수레를 동원한 ‘전도 행상’ 등을 통해 유통시키고 수익을 내는 출판 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더불어 일본제국의 합법/비합법 출판자본이 식민지 조선의 출판시장과 어떻게 만나는지를 파고들었다.
예컨대 일본제국의 정치 권력이 사회주의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면 할수록 사회주의 서적을 열망하는 독자가 늘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제국의 탄압이 자본생산의 동력이 되었음을 논증하려고 했고, 그 지점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힌트를 얻고자 했다. 일본어의 역할에 관한 설명도 눈에 띈다. 침략자가 강제하는 언어였지만 조선어 문헌에 대한 검열이 상대적으로 강한 현실에서 저항을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공급했던 것도 일본어 서적이었다는 것이다. 또 독서가 취미인 사람들, 식민지에서 출세를 꿈꾸는 이들에게 일본어 서적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러일전쟁에서 내선일체를 거쳐 한국전쟁까지
이 책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프롤레타리아〉에서는 러일전쟁 후에 간행된 최초의 《공산당선언》의 일본어 번역에서 proletariat의 번역어로써 ‘평민’이 선택 과정과 조선의 식민지화 과정을 논했다. 2장 〈도서관〉에서는 제국의 아카이브로써 조선의 도서관에 주목했고, 그것들이 어떤 말과 사람들을 포섭하고 배제했는가를 논증했다. 3장 〈불령선인〉과 4장 〈검열〉에서는 조선인 사회주의자들이 일본 본토에서 출판한 후 내무성 도서과에서 검열을 받은 후 한반도에 반입을 하는 전술을 전개했음을 논한다. 또 ‘불령’한 조선어 미디어를 만든 당사자들이 내무성의 ‘내열(사전 조율)’을 요구했던 사실에 주목한다. 그들은 사전에 자신의 정보를 당국에 제공하는 대가로 미디어 유통의 가능성을 확보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이것은 위험천만한 아슬아슬한 교섭이었다.
5장 〈자본〉과 6장 〈식민지〉는 일본 내지와 조선의 미디어 자본이 ‘불령’함을 생성하는 씨앗을 배태하면서 독서환경과 시장을 재편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7장 〈번역〉에서는 중일전쟁 당시 미디어 통제가 제국의 중심인 도쿄와 식민지 조선에서 위계관계를 재생산하면서 연동함으로써 일어나는 문화 현상에 주목했다. 8장 〈전쟁〉에서는 일본 미디어의 한국전쟁 보도가 구 일본제국의 지적 체계와 경제력의 부활(한국전쟁 참전)이라는 현실을 은폐하면서 폭력에 가담하지 않는 ‘중립적인 평화국가, 일본’의 자화상 그리기에 부심하는 모습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일본 전문가들이 꼽은 ‘지금 꼭 권하고 싶은 책’
이 책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일본어로 쓰인 책이면서 식민지를 전면에 내세운 단행본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일본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마이니치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그리고 교도통신사(23개 지방신문 전재)에서 서평을 실었고, 《도서신문》ㆍ《주간 독서인》 등 서평 전문 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24년 상반기를 대표하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 책은 식민지 조선의 출판 유통을 조망하면서 ‘내지’와 식민지의 복잡한 교섭과 갈등을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다……근대사를 트랜스내셔널하게 재해석한 좋은 책”(후쿠마 요시아키 교토대학 교수), “문학사, 문화사, 사상사, 미디어사, 사회운동사 등 복수의 영역을 포괄하는 연구서”(고미부치 노리츠구 와세다대학 교수), “한국과 책 전문가 45인이 ‘지금 꼭 권하고 싶은 책’으로 선택”(마츠이 리에 아토미학원대학 교수) 등의 서평이 이 책의 가치를 분명하게 드러내 준다.
목 차
- ⚫ 한국어판 서문
⚫ 머리말 일본제국의 문화사, 식민지 조선의 시각에서 다시 쓰기
제1장 프롤레타리아
1. 〈공산당 선언〉과 평민
2. 정보전 시대의 슬로 미디어 《평민신문》
3. ‘러시아 스파이露探’와 싸우는 평민 행상들
4. ‘신新/평민’과 조선인의 애매한 경계
제2장 도서관
1. 분서焚書와 ‘도서무관圖書無館’의 시대
2. 문화정치와 조선어의 규범화
3. 제국으로부터/제국으로의 향상심을 부채질하다
4. 야시장·노점이라는 공간
제3장 불령선인
1. 조선총독 정치의 신조어
2. 제국 미디어와 암闇미디어의 공방전
3. 법역法域의 간극과 불온한 정보전
4. 가네코 후미코·박열과 ‘후테이센징’들
제4장 검열
1. 〈비 내리는 시나가와역〉: 조선어와 일본어의 서로 다른 운명
2. 일본 본토와 일본어의 양의적인 역할
3. 검열제국의 탄생
제5장 자본
1. 발매금지라는 부가가치: 잡지 《전기戰旗》와 《게 가공선》
2. 잡지 《전기》와 비합법 상품의 자본화
3. 비합법 상품의 카탈로그, 《전기》
4. 이동 미디어로서의 ‘불령선인’과 식민지 시장
제6장 식민지
1. 야마모토 사네히코의 만주·조선
2. 《개조》와 《동아일보》의 연회
3. 개조사로부터 사회주의를 배우다
4. 개조사의 전향
5. 만주·조선이라는 신상품
제7장 번역
1. 내선일체의 표상으로서의 번역
2. 잡지 《문장》과 일본 본토에서 온 ‘전선문학선’
3. 제국의 소설가 하야시 후미코의 전선
4. 여자들의 내선일체
5. 조선의 하야시 후미코, 최정희
제8장 전쟁
1. 옛 제국의 총력전과 군수 주가의 폭등
2. 《광장의 고독》과 식민지-일본
3. 한국(인) 없는 한국전쟁
4. 장혁주의 한국전쟁 종군기
5. 일본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 맺음말 일본 근현대 문화사에 질문을 던지다
⚫ 옮긴이 후기
⚫ 주
⚫ 초출 일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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