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병방위권, 80년대 소녀 만화 + 중장비형 로봇
바닐라웨어의 프로듀서인 야마모토 아키야스라고 한다. 이전에는 '오딘 스피어', '드래곤즈 크라운', '오딘 스피어: 레이브스라시르', '드래곤즈 크라운 프로' 등 아틀라스x바닐라웨어 타이틀의 프로듀서 및 프로젝트 매니저를 담당했다.
● 바닐라웨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횡스크롤 액션 RPG 장르가 연상되지만 13기병방위권은 드라마틱 어드벤처 게임이다. 어떤 경위로 본작의 개발을 시작하게 됐나?
이 작품의 기획 입안은 2020년에서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 2013년 바닐라웨어의 연하장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디렉터인 카미타니 씨의 연하장에 사용할 비주얼을 연초 최초 영업일에 보내오는 것이 매년 관례였지만 그 해에는 게임의 기획 비주얼이었고, 아틀라스 이외의 회사에 카미타니 씨가 보낸 후 기획 개요를 정리한 9KB 정도의 텍스트 데이터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의 아틀라스x바닐라웨어는 PS3/PSVITA의 '드래곤즈 크라운' 개발이 한창이었으며, 각종 사양이 정해져 네트워크 게임으로서의 디버깅/튜닝을 진행하면서 프로모션 준비를 시작하고 있을 때였는데, "드래곤즈 크라운이 완성되면 다음 기획도 제일 첫 번째로 제안해 달라고 약속했던 상태였는데 경쟁사에 가지고 가다니 너무해!"라고 전해 와서 "죄송해요, 약속을 잊고 있었습니다."라는 답변을 거쳐 기획 입안을 세우게 된, 요란스런 소통으로부터 시작된 기획이다.
● 게임을 어드벤처 파트, 배틀 파트, 아카이브 파트로 구성하게 된 모티브가 있다면? 또 기병을 이용한 배틀 파트를 타워 디펜스 형태의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이유는?
당시 받은 텍스트 데이터에도 'ADV 파트'와 '전투 파트'로 나뉜 사양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었으며, 개발 직후부터 "PS2 '그림 그리모어'의 전투 파트를 업데이트 해서 재밌는 것을 만들겠다."라고 카미타니 씨가 이야기하곤 했다. 마구잡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토대가 있고, 완성형 이미지가 있는 '도전'이라 할 수 있었던 것과 자주 "스타 크래프트를 좋아한다."라는 말을 들었기에 'RTS를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심플하게 구성한 타워 디펜스를 만들고 싶다.'라는 열의에 공감, 진행하게 됐다.
'탐구편'이 구성으로 더해진 것은 각 캐릭터의 에피소드가 정해진 개발 막바지 타이밍에 진척을 관리하던 내가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다, 그런 배경에서 처음 본 플레이어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며 해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개발 현장에서 높아져서, 결국 실제로 적용되는 경위가 되었다. 발매 후의 고객의 반응을 보면서 "탐구편이 있어서 천만 다행이야."라고 몸소 느끼고 있다.
● 바닐라웨어 특유의 아름다운 그래픽과 일러스트도 빠뜨릴 수 없다. 본작의 비주얼적인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바닐라웨어의 스탭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쭉 제작 과정을 봐온 내가 인상 깊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중세 판타지와 달리 '현대'가 무대이기에 콘크리트로 구성된 무기질한 풍경으로 구현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어떻게 바닐라웨어다운 배경으로 아름다우면서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 비주얼을 재현할 수 있을까 라는 점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달하게 된 연극 무대와 같이 고정된 시점이면서 3D 공간에 배치된 오브제와 그 깊이가 있는 공간으로 파고 들어 비치는 역광의 표현이 본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회상편에서 향수와 동경을 체감하는 파트로 그것을 강하게 의식한 연출이 철저히 구현된 것은 눈으로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테마를 결속시키기 위한 장치로서 실제로 유효하게 기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 주인공을 무려 13인으로 설정하게 된 이유는? 또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가는 주인공은?
주인공이 13명인 이유는 2013년의 연하장을 핑계 삼아 '13기병방위권'이라는 타이틀로 정했기 때문에 라는 것이 그 이유다. 완성 후 다시 돌아봐도 참 ‘많은’ 수이지만.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는 행동은 열혈남이면서 소중한 추억은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미우라 케이타로'이다. 예절을 중시하는 캐릭터이므로 한국분들께도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면 좋겠다. 본작은 캐릭터성은 물론 각각의 주인공으로 즐길 수 있는 이야기의 테이스트(탐정물/서스펜스/소녀 만화 등)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테이스트의 이야기가 좋은지가 따라 플레이 하시는 분들이 주목하는 주인공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유려한 캐릭터 디자인과 달리 메카닉 디자인은 날렵하다기보다 육중하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도 2013년의 연하장 일러스트 이미지와 함께 나열한 텍스트에 적힌 '80년대 소녀 만화 + 중기를 모티브로 한 로봇'이라는 카미타니 씨가 당초부터 내걸었던 컨셉을 철저하게 답습하여 완성에 이르렀다. 그런 조합에는 '다른 데 없는' 차별화의 관점과 더불어 카미타니 씨가 좋아하는 로봇의 테이스트가 중후한 디자인에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 스토리 중심이 되는 각각의 시간대마다 상징적인 사건들이 있다. 어떤 기준으로 각 시간대를 선정한 것인지?
카미타니 씨는 지금까지의 중세 판타지와 다르게 '학원 쥬브나일'의 세계관, 그리고 시나리오/캐릭터를 만드는 부분에 있어 자신이 학생이었던 1980년대가 축이 되는 것을 먼저 염두에 두었다. 자신이 모르는 학생 시대는 그릴 수 없다(거짓말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소녀 만화'도 현대의 것이 아니라 80년대를 모티브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를 아는 유저에게서 "아아, 그랬었지.", "그립다."라는 문맥의 공감을 얻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 세대를 모르는 유저로부터도 직접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세계나 시대가 있었구나."라는 일종의 판타지로서 받아들여진 것 같아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 과거/현재/미래에 여러 시간 축이 있는 이유는 본 작품의 큰 수수께끼로 직결되기 때문에 직접 게임을 통해 알게 되셨으면 좋겠다.
● 시간대가 달라도 서로 영향을 미치는 군상극 및 키워드가 연계되는 클라우드 싱크 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클라우드 싱크는 당초부터 카미타니 씨가 제안해 주신 것으로 게임 내 캐릭터가 놓인 상황을 플레이어가 선형적으로 파악하고 직감적으로 게임에 개입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부르는 스토리가 중심인 본 작품에 있어 미심쩍게 생각한 일이 키워드로 암시, 갱신되어 가기 때문에 템포감 있게 이야기를 쫓아 갈 수 있는 것과 "지금, 뭐하고 있었더라."를 즉시 알아챌 수 있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 게임을 제작하면서 특별히 의식한 작품이 있나?
게임을 플레이 해보면 아시겠지만, 본 작품은 각 캐릭터의 회상편 한 에피소드 당 약 10~15분 정도의 플레이를 체험할 수 있다. 각 에피소드마다 수수께끼가 제시되고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그 수수께끼들이 궁금한 채로 "저 수수께끼가 혹시 전에 봤던 애니메이션 ○○과 같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정보가 붕괴편과 탐구편을 통해 계속 제시되어 간다. 오마주한 작품도 80년대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므로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어떤 작품과 연결시킬지는 플레이어에 따라 제각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유저가 SF에 대한 조예가 깊으면 깊을수록 "저 작품과 같을까?", "이거 XX 아냐?"라고 시사하는 수수께끼의 가능성이 점점 커져가는 것, 그 자체가 자신만이 맛볼 수 있는 체험으로 승화되어 가는 것이다. 나 또한 공사를 불문하고 본 작품이 ALL TIME BEST인 작품이 되었지만, 그 이유는 게임 속 행간에서 자기 마음대로 펼치는 망상을 포함해 이 작품이 나에게 하나의 체험이 되었던 것이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 선행 발매된 일본에서는 스토리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다. 이렇게 복잡한 스토리 구조를 만들어내는데 어느 정도의 인력과 기간이 투입되었는지 궁금하다.
이 복잡한 스토리는 디렉터이면서 시나리오 라이터이기도 한 카미타니 죠지 씨가 혼자 작성했고, 기안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2013년이다. 게임 제작은 팀에서 제작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분담을 전제로 하였으며, 앞서 나온 텍스트 기획 개요서에도 "메인은 카미타니, 메인 이외에는 다른 분의 도움을 받을 생각으로 구조를 분리하여 만듭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다 시행착오를 거쳐 "다양한 시대와 13명의 시점을 넘어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부르는 연기를 한정된 무대 장치에서 그리는 것은 분업할 수 없다!"면서 카미타니 씨 혼자서 스크립트부터 짜내려 갈 것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 2017년 초반이었다. 그리고 2018년 가을 이후, 아틀라스에서도 새로운 에피소드 작성을 시작할 때 마다 기존의 에피소드와 모순되지 않을까 정합성에 대한 체크, 서포트를 거쳐 완성하게 됐다.
● 예약 특전으로 '프린세스 크라운 복각판'을 제공하게 된 경위는 무엇인가?
2019년 TGS에서 '퓨처상'을 수여 받고 업계에 계신 분들로부터 전해지는 큰 기대에 부응하고자 본 작품의 디렉터인 카미타니 씨의 첫 작품이자 아틀라스x바닐라웨어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린세스 크라운 복각판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해상도가 당시 그대로인 채에 일본어 상태로 제공하게 되어 한국 팬 분들께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플레이 해주신다면 감사하겠다.
● 닌텐도 스위치나 PC, 모바일 등 다른 기종으로의 이식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
현 시점에서는 타 기종 대응 예정은 없다.
● 일본 반응도 뜨거웠지만 세계관이 워낙 매력적이라, 혹시 13기병방위권의 속편 또는 게임이 아닌 다른 미디어를 통한 전개 계획은 없나?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나에게는 정말 최고의 게임 체험을 얻을 수 있었던 최고의 작품이 되었다. 이 감동을 전 세계의 보다 많은 분들과 공감, 공명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 가치관을 공명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면, 게임만이 아니라 그 목적을 다하기 위한 계획을 욕심을 가지고 전개해 나가고 싶다.
● 아직 플레이 해보지 못한 한국 팬들을 위해, 이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매료될 만한 스토리의 키워드를 뽑아달라.
본 작품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시스템으로 디자인된, "○○의 아틀라스x바닐라웨어 버전이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저 게임이 좋았는데 현 시대의 느낌으로 구현해 보았다."와 같은 부류도 아니다. 밑바탕이 '게임'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어서는 '해외 드라마'나 'TV판 에반게리온' 같은 영상 작품을 보았을 때 "뭐가 뭔지 모르겠어! (하지만 뭔가 설렌다)", "어이, 어이, 이거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야! (완전 기대됨)" 같은 체험을 게임이라는 포맷으로 구현시킨 작품인 것이다.
한국의 TV 드라마는 방송과 제작이 동시에 진행되고 시청자의 반응을 보면서 대본을 수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한국의 TV 드라마처럼 몰입감이 강한, 롤러 코스터 같은 스토리를 좋아하는 분들이야말로 13기병방위권을 제대로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3기병방위권은 일본의 인기 SF 작가 와타나베 코지 씨에게도 보증 받은 스토리이므로 지금 일본에서 가장 핫한 SF물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여러분, 게임을 좋아하는 여러분, SF물을 좋아하는 여러분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며, 2020년 13기병방위권의 이야기가 국경을 초월하여 뜨겁게 토론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면 멋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