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나는
두레박질은 서툴러요
대삿날
골방 묵은 디딜방아 쿵더쿵 떡살 치고
우물가 감나무 가지 까치밥 하나
샘물 위에 선들 단풍잎배 띄우고
녹두나물 숙주나물 정갈히 씻던
동네 아낙 나를 부르네
이보 광주양반 물 좀 길어주
산자 부쳐 모양내고
중돋 잡아 머릿살 비껴 썰고
일손 딸려 광주 놈팽이 두레박줄 잡고 섰네
아이고 나는 두레박질을 못해요
대학 사년 연애 육년
시 쓴다고 ㅁㅊㄴ 성생한다고 웃긴 년
아이고 아는 두레박질을 못해요
이끼 앉은 돌틈 새로 이리저리 부딪치며
두레박은 내려가서 물을 긷는다
반쯤만 넘어져서 한 통 가득 싣지 못하고
기둘려서 채운 얼굴 올라오며 다 쏟는다
그래도 신명나서 자꾸자꾸 던지는데
동네 아낙 잊지 않고 덕담 하나 던져준다
내년 가실 동네 대항 두레박질 시합 나가도 되겠수
그때에 광주 놈팽이 좋아서 하는 말이
아이고, 나는 두레박질은 서툴러요.
사평역에서
곽재구, 창비시선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