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와분식
시 쓰는 정병근 형은 박주택 시인 모친 상가에서
보니까
술 안 마셨을 때 모습이 촌집 새색시 같다
술에 취해서 원숭이 한 마리 잡종 개 한 마리 수탉
한 마리
금붕어 두어 마리 사마귀 한 마리 별안간 극장식
카바레 손님
벽에 매달린 거미줄 같던 모습보다는 한결 여백이
가벼워서
얼른 집에 돌아와 그의 시장기를 확인하게 된다
또또와분식에 가게 된다 그는 고등어자반이 놓인
싸구려 백반을 미역국에 후루룩 말아 먹고 나서
그 집 간판이 또또와분식이라는 것을 겨우 발견했
지만
또또와분식은 그런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한 30여 년이나 또 이듬해 전쯤
광화문 육교 지나서 머리 짧은 DJ가 전화를 바꿔
주던 집
비 오는 날 약속도 없이 서성거리던 집
박인희 집 옆에 있던 집
음식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거기 지나간 눈빛들과 까르르 쏟아지던 낙서와 슬
픔과
참새와 허수아비, 불씨, 잃어버린 우산, 갑자기 소
식 끊긴
연상의 소녀를 장맛비 내내 기다리던 집 또또와분
식은
식은 미역국에 밥이나 훌렁 말아 먹고 나서 목소
리 큰 아낙네를 보며
가슴 멀겋게 젖어서 돌아서는 곳이 아니다 절대로
그런 곳이 아니어서 아직도 내 가슴에 비가 내리고
전화벨이 울리고 어떤 흰 손이라도 붙잡고 울어야
하는
라일락꽃 지나 난 다음 날의 어느 가물거리는
음악 같은 것이다 음악 같아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이별
류근, 문학과지성 시인선 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