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장 3
못생긴
세 글자들이
목도장 안에 모여 있다
셋이 이마를 마주 대고
아귀찜을 먹거나
한 냄비의 홍합 국물을 마시는 것 같다
항구의 맨 끄트머리 작은 마을로 들어서는 일 톤 타이탄
트럭 한대
짐칸에 탄 아이들 몇이 웃으며 내린다
멀구슬나무의 보라색 꽃이파리들이 아이들 웃음소리 곁
에서 환하다
어쩜 이렇게 못생겼을까
볼수록 신기해
막내 누나는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다
달이 환한 날 막내 누나가 창가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웃통을 벗고 달빛에 가슴 말리던 막내 누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막내 누나는 마산의 공장에 취직
했다
어느 해 추석 집에 온 누나는 마산에 바다가 있다고 했다
생일날 아귀찜을 먹고 홍합 국물을 마셨다고 환하게 웃
었다
막내 누나 부마사태 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생의 아무런 좌표도 없이
우연히 마산에 들러
언덕배기 허름한 도장집에서 목도장을 하나 팠다
젊은 아낙이 도장을 새기는 동안
아이가 젖을 달라고 칭얼거렸다
볼그레한 아낙의 목과 두 뺨
막내 누나의 옆모습이 보였다
목도장 안 못생긴 세 식구들이 나란히 누워 있다
글자들이 잠들기 전 아주 고요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어디에서 마산으로 왔을까
천희라는 여자아이를 만난 시인은 또 어디로 갔을까
꽃으로 엮은 방패
곽재구, 창비시선 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