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져 본 내일
표지판들. 구불구불한 길들. 앰뷸런스가
마을을 지나치고 마을이 점점 멀어진다.
까마귀가 날고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와 버려진 음식점 주차장의 빨간
티코.
감기 몸살…… 나무 인간이 말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먹구름과 비⁃여름이 필수적입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앰뷸런스에 직접 타 보면
환자가 타는 뒤칸에 쿠션이 없어
차체가 받는 충격을 거의
흡수해 주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감기 몸살은 기본적으로 나쁜 도시 때문에 발병합니다.
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나쁜 도시를 벗어나야 합니다.
나무 인간이 계속 말했다.
나는 체온을 표시하는 것 같은 기계에 연결된 화면의
빨간 글씨가
빨간 불빛을 벽에 비추는 것을 봤다. 14.8도……
체온을 재는 기계가 아무 몸에도 연결되지 않고 허공의
온도를 재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앰뷸런스를 타고 아직 먹구름이 낀 땅으로 갔다.
나는 앰뷸런스를 타고 아직 여름이 오지 않은 땅으로
갔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구석의 작고 허름한 천막에서 의사 가운을 입고 나온 건
나무 인간이었다.
나무 인간은 집 정리를 깔끔히 할 것을 추천해 주었다.
물론 이사를 하는 게 제일
좋고……
그리고 다시 주차장, (돌아오는 길에도 빨간
티코를 봤다.)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구름 없는 밤. 푹푹 찌는 여름.
조명들.
검게 굳은 몸과 차와 마음들…… 이것들을 다 넣어 두
려면
더 많은 창고
더 많은 다락방
그리고 훠씬 더 많은 장롱들이
필요할
것
같았다.
완벽한 개업 축하 시
강보원, 민음의 시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