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arm-That-Walks(걸어다니는 벌레 떼) 미씩은 사전에 여러 조건을 만족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했을 때 5장에서 선택 가능합니다.
적의 수장 중 Xanthir가 바로 이 걸어다니는 벌레 떼의 표본이며, 주인공이 스웜이 되는 과정에서도 바로 이 잔티르를 보고 영감을 얻습니다. 이전 작인 킹메이커에도 비슷한 컨셉의 적이 등장했는데, 이쯤 되면 패스파인더 TRPG 제작진이 벌레 떼에 어떤 특별한 애착을 가진 것 같습니다. 이번 작에 등장하는 가장 짜증나는 적 유형이 바로 스웜류인데요. 그래서 내가 스웜이 되면 얼마나 강력할까 싶은 생각이 1회차에 들기도 했습니다.
5장에서 스웜 미씩을 선택하려면 아래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며 진행해야 합니다.
- 2장에서 여왕을 군대에 머무르게 하지 말 것
- 문둥이의 미소에서 여왕 벌레와 전투 후 아네비아에게 벌레 체액을 채집하게 하여 드레즌 탈환 전투에 사용할 것(여왕이 함께 있을 시 못 함)
- 벌레 떼를 풀어 드레즌을 점령하면 3장 시작 시 발생하는 드레즌 내부의 여왕 벌레를 찾는 퀘스트를 완료할 것
- 잔티르 뱅과의 전투 후 어떻게 스웜이 되었는지 물어 보고 방에서 그의 기록을 챙긴 이후, 십자군 운영 화면에서 기록의 연구를 진행할 것.
- 연구가 끝나면 자동으로 진행되는 아네비아와의 대화 이벤트에서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라는 선택지를 제외한 다른 선택지를 고를 것
- 5장이 시작되면 앞서 3장에서 찾은 여왕 벌레(위치 같음)에게 다시 돌아가 흡수할 것.
모든 조건을 만족하면 미씩 랭크 8에서 스웜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5장 이전까지 몰입해서 했던 플레이어라면 굉장히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은 줄거리입니다만,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 미씩은 주변 인물들이 계속해서 경고하고, 하지 말라고 뜯어 말리는 미씩을 플레이어가 굳이 어려운 조건까지 맞춰 가며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그 나름의 맛(?)을 즐기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스토리를 배제하고 스웜의 특성과 성능에 대해서 간단히 표현하면
'처음에는 제일 약하고 성장은 느리지만, 잠재력은 무한인 미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미씩은 성장 한계가 있습니다. 캐릭터 레벨+미씩 랭크가 모두 최고치에 도달하면 사실상 성장이 멈추죠. 하지만, 스웜은 예외입니다. 적을 흡수(Swarm Feast를 켠 상태에서 적을 죽이면 자동 흡수, 또는 따로 시체를 흡수)하면 계속해서 스웜 크기 단계가 올라가고 그에 비례해서 강력해집니다. 또한 드레즌 내부의 광신도들이나 NPC를 흡수하면 AB나 AC에 계승 보너스를 받습니다. 또한 피곤과 탈진에도 면역이 됩니다.
이렇게만 보면 스웜이 가장 강할 것 같지만, 문제는 이 스웜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정말 정말 어렵다는 것에 있습니다. 특히 언페어 같이 어려운 난이도라면... 초반보다 더한 지옥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동료가 '전부' 없어지고, 혼자 남기 때문이죠. 용병도 고용 불가능하고 솔로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물론 스웜의 분신도 있고, 버그인지 졸지에 안면 인식 장애에 걸려 버린 그레이보를 모두 떠난 텅 빈 술집에서 다시 돈 주고 고용할 수도 있으니 진정한 솔로는 아닙니다만... 예전에는 버그나 시스템의 결함(특히 엘리멘탈 버라지나 케이브 팽...)을 이용한 언페어 솔로 플레이가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기도 했습니다만, 이제 대부분의 꼼수는 막혔고, 대비 없이 혼자 남는다면 매우 당황스럽죠. 특히 파티원과 배분하던 버프나 주문을 혼자서 다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애로 사항이 무지막지하게 꽃핍니다. 주문 사용자가 아닌 클래스라면 정말 약으로만 버텨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는 것이죠. 제가 볼 때 언페어에서는 이전부터 솔로 위주의 빌드로 플레이하지 않은 이상(솔직히 언페어 솔로 플레이는 치트나 모드를 쓰지 않고는 초반에 무한 레벨 노가다를 했다 하더라도...미친 짓입니다만) 스웜 초반 플레이는 정말 빡셉니다. 낮은 난이도라면 모르겠지만요.
동료가 사라지는 것 말고도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미씩 랭크 9가 되기 이전에는 스웜의 크기를 키워도 본체가 강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스웜의 크기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스웜의 크기에 비례해 주인공의 능력치가 상승하고 각종 면역과 공격력 강화 효과까지 얻기 때문인데 이렇게 되려면 미씩 랭크 9를 최대한 빨리 달성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른 미씩과 마찬가지로 스웜도 미씩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게 많이 어렵습니다.
스웜의 미씩 트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웜은 매우 직관적이면서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벌레 떼를 조종하고 그 벌레 떼의 크기를 키우는 게 전부라고 봐도 될 정도죠. 기본적인 스웜의 모드는 두 가지입니다. 스웜 폼은 벌레를 몸에 불러들여 본체를 방어하는 모드이고, 스웜 피스트는 벌레를 풀어 주변의 모든 적에게 매턴 데미지를 입히는 모드죠.
또 중요한 것이 바로 분신인데, 처음 스웜이 되면 분신을 하나 만들 수 있습니다. 분신은 능력치, 스킬, 피트까지 모두 똑같이 복사되며, 소환수가 아니라 동물 동료처럼 취급됩니다. 다만 여기서도 문제가 있는데, 아이템은 복사가 안 됩니다. 따라서 아이템을 따로 채워줘야 합니다. 특정 아이템 위주의 빌드로 캐릭터를 키웠다면 여기서도 애로 사항이 꽃피게 되죠. 물론 제일 강한 주인공의 분신이라 다른 동료보다 낫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파티 조합 상 강한 주인공 둘보단 조금 약한 다른 클래스의 동료가 있는 게 서로 보완을 해 주기 때문에 더 강하기도 하고요.
미씩 랭크 9가 되면 Eye of the Swarm이라는 능력을 얻어 진정한 스웜이 되기 시작합니다. 스웜의 크기에 비례해(4+스웜 크기) 힘과 민첩이 증가하고 독, 질병, 마비, 스턴에 면역이 되며, 스웜 폼 상태에서는 모든 공격에 추가 데미지(4+스웜 크기)가 붙고, 플레이어에게 근접 공격을 하는 적은 4+스웜크기 d6만큼 데미지를 입습니다. 그리고 분신을 하나 더 만들 수 있게 됩니다. 게임 내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정보지만, 미씩 랭크 9를 달성하면 스웜 피스트 상태일 때 모든 밀리 공격이 50피트 사정거리의 원거리 터치 공격이 됩니다. 밀리 마샬이라면 말 그대로 사기라고 부를 수 있는 능력입니다. 멀리 있는 적을 그냥 풀어택으로, 그것도 접촉 AC에 대한 밀리 공격을 하게 되는 겁니다. 트릭스터였던 투핸디드 파이터라면 분신들과 함께 말 그대로 화면에 적이 보이기도 전에 터뜨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버프를 제대로 못하는 밀리 마샬의 보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너무 사기적이라 버그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냉기와 밀리 데미지에 면역이 됩니다. 무척 좋아보이지만 사실 본작에서 무서운 건 물리 데미지 보단 각종 마법 데미지이므로 그다지 큰 메리트는 아닙니다. 물리 공격은 어차피 AC로 다 피하면 되니까요. 게다가 스웜은 화염, 전기, 산성, 부정, 신성 데미지 등에 약화 디버프를 받습니다. 따라서 해당 데미지를 입으면 데미지가 2배 넘게 들어오므로 밀리 데미지 면역 대신에 얻는 페널티 치곤 대가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손해에 가깝죠.
미씩 랭크 10에는 완전한 스웜이 되어 4+스웜 크기만큼 지능, 지혜, 카리스마가 증가하며 25+스웜 크기의 주문 저항을 얻고, 대부분의 해로운 상태에 면역이 됩니다. 그리고 분신을 5명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분신으로 풀파티...)
이상의 주요 특징 외에 스웜 크기에 비례하는 지속 재생 능력과 추가 생명력이 주어지며, 대상을 지정하여 벌레를 보내 타격을 주고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히고 눈을 멀게 하고 의지 세이빙에 실패하면 패닉 상태로 만드는 스웜 인페스트라는 기술이 있습니다만, 게임의 후반에 해당하는 시점을 고려하면 별로 유용하지 않습니다.
스웜의 크기는 하단 스킬 바 오른쪽 상부에 위치한 숫자 표시로 알 수 있으며 일반 레벨업과 흡사하게 일정 흡수 수치를 채우면 크기가 한 단계씩 증가하는 방식입니다. 이 흡수 수치는 흡수하는 적의 CR(챌린지 레이팅)만큼 올라갑니다.
CR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도 있을 텐데요. 간단히 말하면 레벨과는 별개로 4~5명으로 구성된 파티가 2~4번의 전투 후 휴식을 취하기 전까지 상대할 수 있는 적을 그 파티의 평균 레벨과 비교하여 어려움 랭킹을 매긴 수치입니다. 예를 들어 평균 레벨 1인 파티가 고블린 한 마리와 전투를 연속으로 3번 하고 자원이 떨어져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면 그 고블린은 CR 1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CR 개념은 정확히 어떤 공식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제작자가 정하기 나름이며, 수치가 게임 내에 표시되지도 않습니다. 다만 모든 적은 게임 내부적으로 플레이어가 알 수 없게 CR이 매겨져 있으며, 이 CR만큼 흡수 수치가 올라간다는 말입니다.
스웜 크기 단계가 올라갈수록 필요한 흡수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정확한 계산식은 모르겠습니다만... 12단계 쯤 되면 10000이 넘어가는 흡수 요구량을 채워야 합니다. 스웜은 필수적으로 랜덤 인카운터를 통해 레벨 노가다 같은 흡수 노가다를 해야만 살아 남는 데 유리합니다. 또한 The Treasure of Midnight Isles DLC가 있다면 더욱 흡수 요구량을 채우는 데 좋고요. 이 스웜의 크기는 이론상으로는 무한대로 올릴 수 있으므로 근성만 있다면... 100단계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하는 분은 없기를 바랍니다)
스웜 크기는 플레이어의 능력치 뿐 아니라 스웜의 데미지도 올려주기 때문에(4+스웜 크기 d6) 10단계가 넘어가면 스웜 데미지 만으로도 모든 적에게 쏠쏠한 데미지를 입히며, 분신들도 똑같이 스웜 피스트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데미지가 훨씬 커집니다.
부가적이지만, 스웜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전투가 아니라 군대입니다. 애초에 스웜이 되면 군대 운영 자체가 사라지기도 하고, '데몬 군대를 골라리온에서 몰아낸다'라는 목적의식 자체가 의미 없어진 상황이긴 합니다만, 용병이든 징병이든 아무 병력도 모집할 수 없고, 오로지 벌레떼 군대 단 하나만으로 데몬 군대를 상대해야 합니다. 이 군대에는 15레벨 대장이 있는데, 건물 보너스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약합니다. 제대로 된 병력도 없고 벌레만 가지고 데몬의 강력한 군대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이고, 드레즌을 방어하는 수준으로만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또한 자잘하게 버그가 많습니다. 특정 버프(Inevitable Excess DLC를 완료하면 얻을 수 있는 능력)를 건 상태에서 분신을 만들면 그 분신은 영원히 해당 버프가 달려있다든지, 파이터의 웨픈 트레이닝 보너스를 주는 장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분신을 만들면 그 보너스가 더해진 상태로 분신이 만들어 진다든지 하는 능력치 관련 버그가 많습니다. 앞서 말했던 밀리 공격이 원거리 접촉 공격이 되는 건 버그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플레이어에게 이득(?)을 주는 버그기 때문에 딱히 문제 삼고 싶지 않기는 합니다.
이상으로 스웜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솔직히 당할 때는 스웜이 정말 X같은데 내가 하면 약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동료가 없다는 약점을 덮기엔 강점이 좀 약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 10랭크의 능력은 무척 강하지만 실질적으로 남은 적이 마지막 보스 밖에 없는 시점이라... 하지만 미씩 랭크 10을 달성한 상태로 진행할 수 있는 Inevitable Excess DLC에서는 가장 강한 미씩입니다. 분신 풀파티에 능력치도 최강에 50피트 사정거리의 근접 공격까지... 적절한 빌드라면 대부분의 적이 아무 위협도 되지 않을 겁니다. 아무튼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스웜도 이니그마 진행 가능합니다. 그러나 스웜으로 이니그마 최상층의 보스와 전투 후 해당 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버그가 있습니다. 수정 패치가 되기 전에는 보스방으로 진입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이전까지는 정상적으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