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너무나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게임의 룰북조차 백과사전급인 TRPG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만큼, 자세한 공략을 적는 것이 무척 힘듭니다. 전작을 해봤거나 D&D룰에 빠삭한 분들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일반 게이머들에게는 부담스럽게 다가올 부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제일 큰 장벽인 언어가 완벽하게 해결되더라도 말이죠.
게다가 게임이 매우 불친절해서 핵심적 정보를 알려주지 않거나, 설명이 빈약하고 애매하게 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주문, 능력의 효과나 메커니즘에 대한 정보가 게임 내에도 인터넷에도 부족합니다. 당연히 저 역시도 오랜 시간 게임을 하면서 수많은 의문이 생겼고, 그걸 또 오랜 시간을 들여 해결하기도 하면서 ‘이 정도는 게임 처음 하는 사람이 알고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팁을 정리해서 올려볼까 합니다.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스토리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내가 게임 속 인물이 되어 흘러가는 대로 스토리를 즐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나 도전과제에 연연하시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못할 것이고, 이 글은 그런 분들을 위한 겁니다. 게임의 스토리를 순수하게 즐기시고, 예상치 못한 반전과 놀라움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안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코어 이상의 어려운 난이도에서 게임을 진행(2회차 이상에서만 권장)한다면 더더욱 스토리 관점의 롤플레잉보다는 OP 캐릭터 빌드, 아이템, 레벨업, 최적 루트 이런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에 공략을 보는 것은 필수가 됩니다. 그것도 대충 참고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공략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들이 종종 있기 때문에 이런 걸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은 분들은 애초에 도전과제나 어려운 난이도 같은 것에 신경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걸 신경 쓰려는 분들은 인내심, 시간, 꼼꼼함을 아주 넉넉하게 준비하셔야 합니다.
팁을 적으려고 했더니 내용이 엄청나게 길어져 버려서 이 글에서는 전체적인 진행 관련 팁만 적습니다.
- 동료를 포함한 중요 NPC(대화창이 따로 뜨는 모든 인물)과의 대화 선택은 항상 신중하게 하세요. ‘게임 스토리 따위 모르겠고, 거슬리면 다 죽인다’라는 마인드라면 상관없지만 게임의 스토리를 제대로 진행하고 싶다면 모든 대화를 허투루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전작보다도 더 대화 선택의 중요성이 커졌어요. 특히 엔딩 분기나, 연애분기, 스토리 진행 분기는 말할 것도 없고, 미씩 패스(신화의 길), 캐릭터 능력치, 십자군 운영, 아이템 획득까지 실제 게임 플레이에 중요한 모든 것이 대화 선택지 한 방에 어그러지는 함정 카드가 곳곳에 지뢰처럼 깔려 있고, 그 선택의 결과를 하아아아아아안참 지나서야 알 수 있기 때문에 100시간, 200시간 전의 세이브 데이터를 다시 불러와야 할 수도있습니다. (네…경험담) 그나마 세이브가 있으면 다행인데 없으면 그냥 망한 거죠. 따라서 세이브는 퀵세이브나 오토세이브에만 의존하지 마시고 반드시 수동 세이브를 여러 개 만들어 두시는 걸 추천합니다. 특히 레벨 업할 때, 스토리상 뭔가 중요하다 싶은 부분에서는요.
- 대부분의 동료 및 중요 NPC는 죽일 수 있습니다. 뜬금 없는 순간과 전혀 생각지 못한 상대에게도 ‘attack’이라는 선택지가 뜨는 걸 보고 실소를 터뜨린 적이 몇 번 있습니다만, 아까 말한 것처럼 ‘스토리 X까’라는 컨셉이 아니라면 아무 때나 선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정말로 죽이고 싶은 사람(동료 포함)이라도 이득을 보면서 죽일 수 있는 방법(최소한 퀘스트 중에 경험치 및 다양한 보상을 얻으면서)이 존재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다만 전작의 왕국 운영과 달리 이번 군대 운영에는 동료나 조언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전작처럼 ‘다 죽이면 나라가 망한다’정도의 위험 부담은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네요.
- 이번 작의 특징 중 가장 큰 것이 미씩 패스입니다. 이 선택에 따라 게임 진행, 캐릭터 빌드, 스토리, 엔딩, NPC 및 동료들과의 상호작용까지 모든 것이 바뀝니다. 캐릭터 레벨과는 별개로 미씩 레벨이 존재하는데 이 미씩 레벨은 스토리 진행에 따라 해금되며 미씩 레벨 3이 되는 3챕터 초반에는 미씩에 맞춰 성향이 고정되어 버립니다. 만약 팔라딘(질서선) 주인공이 데몬 미씩을 선택하고 미씩 퀘스트를 진행하면 혼돈악 또는 중립악으로 성향이 고정되며, 아무리 성향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절대 이 범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성향 초기화 스크롤도 무효). 이렇게 되면 팔라딘 레벨을 더 이상 올리지도 못할 뿐더러, 팔라딘 능력(스마이트 이블, 레이 핸즈)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물론 찍먹이 아닌 진성 팔라딘이라면 데몬을 선택할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다른 미씩도 마찬가지죠. 아자타는 혼돈선(중립선) 성향이기 때문에 질서 성향 제한을 가진 직업(ex. 팔라딘, 몽크) 레벨을 올릴 수 없게 됩니다. 물론 미씩 퀘스트를 거절(미씩 레벨 진행 막힘)하고 ‘X까’를 시전할 수 있습니다만, 이러면 캐릭터 빌드건 게임 진행이건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게임 내에 이런 선택에 대한 설명도 없어요. 미씩을 바꿀 기회는 후반에 한 번뿐이며, 그때에만 선택할 수 있는 미씩이 존재합니다 미씩은 게임 진행에 크게 영향을 미치므로 본인 성향에 맞는 걸로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착하게 살고 싶은데 리치나 데몬 같은 거 선택하면, 롤플레잉 측면에서 계속 안 좋은 경험을 하게 되니까요.
- 악 성향의 미씩 패스들은 아주 흥미로운 게임 진행을 경험할 수 있는데요. 악 성향의 미씩 패스에는 리치, 데몬, 스웜, 데빌이 있습니다. 이중 데빌과 스웜은 게임의 후반이 되어서야 선택이 가능하고, 특히 스웜은 게임 초반부터 특정 조건을 만족하며 게임을 진행해야 중반 이후에 선택 가능합니다. 리치, 스웜같은 경우 아예 동료가 바뀌거나, 없어지고 군대 운영까지도 싹 바뀌는 등 게임 진행에 있어 매우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니 선택에 주의해야 합니다. 거기다 (당연하지만) 로맨스도 다 끝장……납니다만 전형적인 왕도적 스토리 진행보다 흥미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거기다 리치는 캐스터 직업으로 강력하게 키우고 싶을 때 추천 1순위에 들어갈 정도로 강력한 미씩이니 악 성향의 주인공으로 진행하신다면 해볼만 합니다. 악 중의 악, 제일 쓰레기 같은 플레이를 하고 싶을 때는 스웜을 추천합니다. 스웜의 경우에는 아예 그 전에 올렸던 미씩 능력까지 없어지고 다른 능력들로 대체가 되니 참고하세요. 미씩 패스 별 성능 차이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만, 성향과 현재 캐릭터 빌드,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선택하세요. 모든 미씩은 각자 강점과 재미가 존재하니까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미씩 성능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오래 됐고 패치가 여러 번 된 상태(주로 밸런스 및 버그 패치)라 예전의 정보와 다른 점이 많다는 것도 알아두세요.
- 초반에 가장 신경 써서 진행해야 할 곳은 Leper’s Smile입니다. 여기는 무려 3개의 미씩 패스 해금 관련 아이템과 이벤트가 나오고 이걸 모르고 지나치면 한참 뒤에 미씩 패스 선택에 제약이 생깁니다. 물론 이걸 놓친다고 게임 진행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원하는 미씩 패스를 못하는 건 큰 손해지요. 또 초반에 쓸만한 아이템들도 몇 개 얻을 수 있으니 여기만은 공략을 보시면서 꼼꼼히 진행하는 걸 추천합니다. 여기를 진행하기 전에 무조건 수동 세이브도 만들어 두세요.
- 연애는 다양한 동료 및 NPC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두는 아니고요. 연애는 대부분 상식선에서 인물의 성격과 성향에 맞게 대화를 잘 풀면 됩니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연애를 하고 싶은 동료는 웬만하면 늘 데리고 다니세요. 특정 장소에서의 이벤트 및 필드에서의 캠핑 이벤트(월드맵 말고)가 발생합니다.
2) 남자 동료 중 연애 가능한 캐릭터는 Daeran, Lann, Sosiel입니다. 이들 모두 잘해주면 알아서 연애 찬스가 생깁니다. 더군다나, Lann을 제외하면 성별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싫다면 선을 그어야 합니다.
3) 반면 여성 NPC와의 연애는 매우 공을 들여야 합니다. 만족시켜야 하는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도 많고, 그 조건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플레이어가 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주의해서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 반영 오지죠….
4) 제일 조건이 까다롭고,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연애를 망치기 쉬운 캐릭터는 동백이(카멜리아)와 웬두악입니다. 동백이는… 너무나 섬세한 여성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즐기며 공략 없이 이 여성과 연애하기는 (심지어는 공략을 보더라도)쉽지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 아이와 연애하려고 공략을 보는 것은 게임에서 제공하는 놀라운 스토리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1회차 때는 공략을 절대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연애 가능한 여성 캐릭터는 Arueshalae, Galfrey(네, 여왕요), Wenduag(-_-)와 동백이며, 그 외에 진행에 따라 일회성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NPC들이 존재합니다.
- 여러 스토리 이벤트, 아이템, 퀘스트 및 도전과제는 십자군 운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군대 운영을 옵션에서 자동으로 바꾸면 모두 빠이빠이입니다. 이 선택은 되돌릴 수도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 어비스로 무대가 바뀌는 4챕터는 여러가지로 크고 중요한 변화가 많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여기서부터 스펙이 엄청나게 올라가며 레벨업도 빨라지고(입수 경험치가 늘어나므로) 장비 교체도 가장 많이 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적들도 엄청나게 강해지며, 많은 동료 퀘스트들과 로맨스에 큰 전환점이 생깁니다. 따라서 진행에 더욱 신경을 쓰시기 바라며, 세이브를 여러 개 만드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4챕터에서는 여러 상인이 파는 장비 및 아이템 중 좋은 것이 굉장히 많습니다. 따라서 3챕터에서 돈을 매우 넉넉히(최소 100만 골드 이상, 200만이상 추천) 준비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후반에는 돈이 남아돌 테지만 여기서는 돈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쓸 곳은 항상 있기 때문에 이전 챕터에서는 돈을 최대한 아끼시고 모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4챕터에서는 늘 상인이 파는 아이템을 주의 깊게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전작과 달리 시간의 압박이 많이 줄었습니다. 전작은 게임 내의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면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유리했지만 이번에는 극초반을 제외하면 빠르게 진행한다고 해서 크게 유리한 곳이 없습니다. 오히려 특정 이벤트(퀘스트나 왕국 운영 관련)와 연애 관련 대화가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특정 시점이 되어야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너무 빨리 챕터를 넘겨 버리면 해당 이벤트를 못 보게 되거나, 연애에 실패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차근차근 휴식을 해가면서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연애 관련해서는 여러 이벤트가 특정 사건이 일어난 후 며칠이 지나야 다음 이벤트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쓸데없이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도 좋지 않지만,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 엔딩은 전작과 같이 텍스트와 대사로 결과를 말해주는 수준에 그칩니다. 굉장히 긴 플레이 시간을 감안하면 많이 허무하죠. 따라서 엔딩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이 게임에는 진엔딩 같은 비밀 엔딩이 존재합니다. 이 엔딩은 굉장히 많은 조건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고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 조건을 신경쓰면서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공략을 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치명적 스포일러를 당하기 때문에 2회차 이상에서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1회차는 하고 싶은대로 그냥 진행하세요. 솔직히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엔딩은 시크릿 엔딩이 아니라 레전드 미씩 엔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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