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gamer.ne.jp/gp/yurimaster/shortstory2.html
차갑고도 건조한 도시의 밤바람.
심야 23시 5분의 고속버스 터미널.
입술이냐 가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내겐 타치바나 나나라는 친구가 있다.
나는 아무래도 좋다. 금방 잊어버려도 상관없다.
어차피 나는 성우가 되는 걸 꿈꾸고 제도에 상경하여, 보기좋게 꿈이 박살나, 지금 그야말로 풀이 죽어 시골로 도망가려고 하는
성우 지망생……아니, 성우 지망생 "이었던" 재능도 없고 근성도 없는 그냥 여자니까.
3월의 시작, 밤, 야외의 터미널은 아직까지도 춥다. 그런데도, 나나는 초코바나나 같은 메이드복 차림으로 코트도 걸치지
않은 채였다. 사무원으로서 알바를 하고 있는 게임회사(유레카인지 뭔지)에서도 그 차림으로 생활하고 있으니까 기합이 들어가있다.
나는 무리지만.
――배웅하러 와줬구나.
――넵. 일단은, 말이지. 회사에서 돌아가면서 그대로 왔슴다용.
23시에 마침 모습을 보인 나나에게 말했더니, 메이드복의 치마를 살짝 들어올리고 「니히히」라고 웃었다.
와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라고 난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넌지시 날짜나 출발시간까지 알려주다니. 꼴 사나웠다.
나와 나나는 야간 버스의 출발 지머에서 조금 벗어난 자판기 옆에 서있다. 주변은 사무실 빌딩에 둘러싸여 있다.
아직 불이 켜진 층도 잔뜩 있었다. 역시나 제도다.
――나나는 전우가 1명 줄어드는 걸, 유감스럽게 생각함다.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아직 지금부터인데―라고 생각함다만―본인이 정한 것에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건 촌스럽슴다만! 촌스럽슴다! 메이드 반성!
농담을 섞으며, 하지만 정말로 유감스러운 듯이 말해줘서, 나는 기뻤다.
나와 나나가 알게 된 건 2년 전, 어느 애니메이션 방송의 오디션이었다. 같은 역을 두고 다투는 라이벌이기도 했지만,
어쩌다보니 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후일 『떨어졌어』 『나나도임다』라고 짧은 대화를 나누고서, 그 뒤로 어쩌다보니 친구같은 사이가 되었다.
나와 달리, 나나는 외형도 좋고, 목소리도 특색이 있어 귀엽고 재밌는 아이이고, ……거기다 가슴도 크고, 분명 금방 팔릴 거라 생각했지만.
이 업계는 그리 만만하지 않은 듯 하다.
나나도 좀처럼 제대로 된 역할을 받지 못한 채, 오디션에 붙지도 못하고, 고생을 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보이지 않는다, 보여주려고 하지 않지만.
다음달에, 나는 나나에게 고백하고, 차였다.
――아, 나나에게도 책임 일부분이, 있었던가?
자판기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조금이지만 말을 꺼내기 힘든 것처럼 나나가 말하고서, 그게 나나답지 않아서 (사실은 굉장히
신경 써주는 아이란 걸 알고 있다)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나를 좋아해. 키스해도, 될까?』
연애의 철칙. 고백은 OK를 받을 거란 확신이 들 때만, 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나는 차였다. 친구로 밖에 보지 않는다고, 진부한, 하지만 제일 확 다가오는 대사로. 그런 진부한 대사를
연기자에게 말하게 하는 게 면목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나나에게 있어 친구 이상이 될 수 없단 걸, 알고 있었는 데도.
계속해서. 계속해서.
(그야, 나나는――……)
계속해서.
――그건 관계없어. 진짜 진짜.
실제로는 어떠할까, 나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나나는 「으음」이라고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고서, 라고 생각했더니 확하고 내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
――입술과 가슴, 어느쪽이 좋슴까?
――……하?
――헤어지는 기념임다. 1번만, 키스인가 그게 전에 농담을 반쯤 섞어서, 나나의 가슴을 만져보고 싶다고 말했잖슴까.
이별 선물임다! 라고 나나는 가슴을 폈다. 『출렁』하고 메이드복에 싸여진, 그것이야말로 애니메이션에서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은, 나나의 훌륭한, 훌륭한 흉부가, 가슴이 흔들렸다.
……입술이냐 가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Select-B
웃을 게 뻔하잖아, 라고 생각했다.
『가슴, 만져도 돼?』
나나에게 그렇게 말한 건, 우리가 친구같은 관계가 되어,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의 일이다. 항상 하는 술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성우, 연기자는 연기력으로 승부해야 해! 아이돌 같은 딴따라 같은 녀석들은 전부 죽어야 해! 라고 생각했던 내게 있어서,
나나는 그야말로 그 화신이었다. 구현이었다.
어째서 메일 주소를 교환한 걸까. 뭐, 상관없나.
――너 말야, 엄청난 가슴 갖고 있네…….
――어깨가 결리고 어깨가 결림다 니하하.
――만지겠다! 그 가슴!
아, 『만져도 돼?』라고 묻는 게 아니었다. 명령형이었다. 심한 말이었다.
――……괜찮슴다만. 메이드의 가슴을 만질 각오는 되어있슴까? 메이드의 가슴은 주인만의 것, 나나의 주인이 될 각오가
돼있다면 만지게 해주겠슴다. 그렇슴다, 좋아하는 만큼!
나나가 메이드복을 입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 바보같은 대사에 나는 흥이 깨져, 역시 됐어라고 물러났다. 겁쟁이 같았다.
「……가슴, 만지겠다」
「응, 좋아하는 만큼」
「이건 뭐야. 나, 주인인 거야? 난 나나의 주인이 못 돼.」
「응~, 하룻밤의 과오임다. 괜찮슴다」
호이, 라고 메이드복에 싸여있는 훌륭한 가슴을 들이대는 나나에게, 나는 양손을 뻗지 못하고.
「메이드의 가슴, 아래에서 만질까 옆에서 만질까!」
「뭘 극장 애니메이션 같이 말하는 거야, 바보 아냐, 옆에서 같은 건 없어」
나는 양손으로, 아래에서 들어올리듯이 나나의 흉부를, 가슴을 만졌다.
주물주물.
「나 참 웃기지, 뭘 하고 있는 걸까. 꿈이 부서지고 지금부터 야간 버스를 타고 시골로 돌아가려 하는 이 때에, 전우였던 성우 동료의 가슴이나 만지고 있다니……」
「실컷 만져두십쇼. 기념임다.」
「뭘 기념하는데」
「나나네의 우정임다. 나나의 "좋아"는 줄 수 없었으니까. 처음으로 가슴을 만지게 해주는 검다. 레어임다――그쪽에 가서도 잘 해내길 바람다」
바보, 라고 중얼거리고, 나는 울었다.
울고 또 울고 어쩔 수가 없었다. 나나, 너는 너무 좋은 녀석이라고, 말을 꺼내지 못했다. 좋아했다. 나는,
안 됐지만. 언젠가 나나가, 나나도 좋아할만한 사람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나나의 가슴을 만지는 손은 멈추지 않은 채로.
주물주물.
주물주물. ……역시 조금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