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19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97039?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087654
-----------------------------------------------------------------------------------------------------------------------
한편. 황국군 쪽에서는 늘 그렇듯 소완과 네오딤이 전선에 나섰다. 그리고 한 바이오로이드가 두 사람의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바로 네오딤을 보호하고 있던 레이시였다.
“황제 폐하께서 굳이 당신까지 나서지는 말라고 하셨는데 말이옵니다.”
소완은 왠지 모르게 레이시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한편으로 아무 보답도 받을 수 없는 자신에 비해, 확신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그녀에게 질투도 피어올랐다.
“예. 네오딤까지 나온 이상 저는 전투로는 별 가치가 없으니까요.”
확실히 블랙 리버의 파벌 중에서는, 이미 네오딤도 양산하게 되면 레이시가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쪽도 있었다.
아직 그 반대 파벌의 힘이 더 강해서 남아있는 것이지만, 레이시를 유지하자는 파벌의 대표 중 한 명이 사살당한 후로 반대파의 힘이 강해지는 중이었다.
“그래서 네오딤을 보살피는 것으로 처분당하지 않고 남게 되었죠.”
그럼에도 좌절이나 절망 같은 것에 잠기지 않는 레이시의 모습에, 소완은 다소 가시가 돋은 투로 한마디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위험한 곳에 나오려는 이유가 무엇이옵니까.”
하지만 그 말에 들어간 가시는 결국 더욱 날카로워진 채 소완에게 돌아오고 말았다.
“꼭 만나야만 하는 이가 있어서 그렇거든요.”
결국 그녀는 레이시에게 도발하는 걸 포기하고 순순히 질문을 건넸다.
“혹시 그게 스파르탄 부머 기종 아니옵니까?”
레이시는 소완이 거기에 관심을 가질 리 없다는 생각에, 깜짝 놀라면서 물어봤다.
“그걸 어떻게?”
소완은 슬그머니 웃으면서 대답했다.
“당신 외에 폐하와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바이오로이드가 누구이겠사옵니까?”
소완은 슬며시 웃는 와중에도 정작 함께 대화할 수 없는 시아누크를 떠올렸다.
“그렇군요. 저는 부머를 꼭 만나야만 하거든요.”
레이시의 대답에 소완은 네오딤을 힐끗 쳐다보며 안쓰럽다는 듯 한마디 했다.
“정작 네오딤 양은 부머를 굉장히 미워하는 것 같사옵니다.”
“저도 그것만큼은….”
자신 역시 블랙 리버에서 심어준 거짓 기억 때문에 부머를 적대했던 과거가 있어,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특히 자신을 처분할지 말지 의견이 분분한 이유 중 하나가, 거짓 기억이 깨져 버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국 어느 한쪽을 확실히 선택해야만 하옵니다. 레이시 양. 그렇지 않으면 모두 다 잃어버리게 될 테니 말이옵니다.”
레이시는 그때 소완의 눈빛에서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을 눈치채고 질문했다.
“혹시 그건 당신 이야기 아닌가요?”
이에 소완은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레이시를 빤히 쳐다봤다.
“더 물어볼 필요는 없사옵니다. 후후. 당신의 처지는 충분히 동정해드릴 수 있사옵니다만, 저는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사옵니다.”
그리고 레이시의 목에 칼을 들이밀면서 차갑게 한마디 던졌다.
“특히 당신이 부머를 따라간다면 당신에게도 칼을 겨눌 것이옵니다.”
하지만 레이시는 그런 소완의 행동에 화를 내거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눈에 깊은 슬픔이 담겨 있는 걸 알아차리고 절박한 투로 한마디 했다.
“소완 당신도 정작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지 않나요? 대체 어째서 그에게 칼을 겨눠가면서 이런 일을 하는 건가요?”
레이시의 한마디에 소완은 칼을 거두면서 눈물을 감춘 채 질문을 던졌다.
“신기하군요. 당신도 전투 병기가 아니옵니까? 저 같은 가정용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라?”
소완은 레이시를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물어봤고, 거기에 레이시는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전투 병기 이전에 바이오로이드니까요.”
“바이오로이드라. 그게 답이 되는 것은 아니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소완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담긴 웃음소리를 흘리고 말았다. 그때 네오딤이 깨어나 둘 다 하던 이야기를 중단했다.
“레이시 언니. 이번에도 군인들을 다 죽일 수 있지?”
극도로 군인을 미워하게끔 세뇌된 네오딤. 확실히 능력만 놓고 보면 전투 병기로서의 가치는 높았지만, 저래서는 전장에 투입할 수도 없는 모순까지 떠안고 말았다.
‘대체 블랙 리버는 왜 저렇게 좋은 바이오로이드를 생산해놓고, 정신 모듈 조정에서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이지?’
사실 전장은커녕, 레이시가 없다면 일상생활조차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를 정도였다. 전투 데이터 수집용이라고 해도 저런 성격이면 오히려 데이터 수집이 힘들 게 확실했다.
‘마치 다른 누군가를 실험하기 위해 만든 것 같아. 저런 상대랑 싸워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소완은 자기가 떠올려놓고도 정말 억지 같은 생각이라고 여기며 피식 웃었다. 그 사이에 네오딤이 제멋대로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 버리고, 소완과 레이시가 그 뒤를 쫓아갔다.
“군인! 군인들이야! 전부 죽여버릴 거라고!”
“어서 쫓아가는 게 좋을 것 같사옵니다. 레이시 양.”
소완의 한마디에 레이시는 진짜 자신의 어린 동생이 멋대로 나간 것처럼, 황급히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소완은 레이시가 서로 상반되는 마음이 교차하는 것을 눈치챘다.
-----------------------------------------------------------------------------------------------------------------------
이제서야 그녀의 등장이네요. 너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IP보기클릭)121.143.***.***
아 빨리 레이시 행복해지면 좋겠당...
(IP보기클릭)121.143.***.***
아 빨리 레이시 행복해지면 좋겠당...
(IP보기클릭)58.143.***.***
아직은 멀었네요. 3.4부가 남아있으니까요. | 21.04.05 19:43 | |
(IP보기클릭)58.227.***.***
(IP보기클릭)58.143.***.***
실험체 04도 보내야 하고 캄뮤도 끝장내버려야죠 역시 | 21.04.05 19:43 | |
(IP보기클릭)211.201.***.***
(IP보기클릭)58.143.***.***
이건 그러네요 이번주 안에는 나올 것 같습니다. 기다려주세요 | 21.04.05 20: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