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성인이 됬을때부터 막연히 가지고있던 꿈. '자전거여행'
전역 후 가장 여유로울때 실행에 나섰습니다.
친한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고 몇년간 농담으로도 꼬셔보고
몇달전부터는 진지하게 말해봤는데 아무도 가고싶어하질 않습니다.
이미 혼자가 익숙한 모쏠은 동성친구에게 마저 버림받고 홀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3박4일 일정의 나름 긴 여행이라 준비물을 챙겨갑니다.
썬크림,수리도구,보조배터리 그리고 각종 도핑 약물들
습하습하-
일기예보에 황사가 있었기 때문에 간지탬을 챙겨갑니다.
물론 실전에선 미세먼지가 어떻든 숨쉬기바빠 착용할 엄두도 못냈습니다 ㅜ
5월 24일 아침.
팔당역에 가는 기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팔당역 도착!
이제부터 4일에 거쳐 부산으로 향합니다.
이쁘게 녹이 슨 철교를 지나
꽃길을 지나고나서
밥을 먹습니다!
경의성 자전거 탑승시간제한이 있기때문에 팔당역 도착시간은 12시..
아직 갈길이 멀기때문에 연료를 채워둡니다.
배를 채우고 열심히 달려 미래형 비행기같은 이포교를 지나
737도 이착륙이 가능거같은 드넓은 무언가를 지나갑니다.
범람을 위해 만들어진 보인지,진짜 비상시 활주로용도로 쓰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지만
둘다 보고싶지 않은 광경이라 그냥 지나쳐 가는데
이런게 보입니다.
진짜 비상용 활주로인가?
게속 달려 여주보에 도착합니다.
저~기 멀리 여주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주를 지나 강천보에 도착합니다.
???
여주 자전거길이 둑 아래에 나있어 옆에 여주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쳐옵니다.
그렇게 여주를 뒤로하고 이런 멋진 풍경을 지나가면...
강원도가 나옵니다!
여기서부터는
눈을 돌릴때마다 절경이 펼쳐집니다.
경치는 참 좋은데 해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충주에서 숙소를 잡을 예정이라 마음이 급해집니다.
열심히 달려 비내섬에 도착하니 문닫은 휴게소...와 고양이가 반겨줍니다.
이제 달린지 100km도 넘어가 몸도 지치고 해가 진다는 부담감에 돈을 두배로 받더라도 저 게토레이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그림속의 음료수..ㅠㅠ
이때쯤부터 라이트를 키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계획보다 늦어져 맞이한 밤이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줍니다.
충주 시민분들은 매일 저렇게 멋진걸 보시던건가요?
이후론 어둠과 날벌레들과 싸우며 충주시내에 도착합니다.
으으 충주가기 전 10km 구간 도로상태가 너무 않좋아서 고생했습니다.
첫날 이동경로
핸드폰상으로 133km가 찍혔습니다.
출발시간이 늦긴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뎠던 진행속도.
이제 하루차인데 벌써 군대에서 고장난 무릎은 아프고 몸이 무겁습니다.
내일이 걱정이네..
호탤가격 뺨치는 6만원짜리 모텔을 잡고 첫날을 마무리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좀 피곤하긴 하지만 채력이 남아있어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하는데..
충주 시내를 벗어나기도 전에 함정에 빠집니다.
네이버 지도와 국토종우안내 표지판이 표시하는 경로가 달라서 표지판을 믿었는데...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뻘밭이었습니다.
돌아가기도 귀찮고 내 자전거도 MTB인데! 하는 부심을 부리다가 중도 포기합니다.
내려서 끌고가기 시작하는데 질척질척 축축..
역시 길이 안보이면 돌아가는게 빠른법입니다.
그래도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다시 멋진 풍경이 반겨줍니다.
콘트리트만 보이는 한강에서 다시는 타기 싫어질 정도네요.
소조령 이화령
그리고 산을 타기 시작합니다.
이 두 고개는 경사는 급하지 않지만 업힐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이화령은 오르막 길이가 5km..입니다.
꾸준히 증가하는 고도. 저 두 고개를 업힐만 1시간을 넘게 올라갑니다..
국토종주 시작후 처음 만난 본격적인 업힐
무정차로 올라온 기쁨에 여기저기 셔터를 누릅니다.
정상에 도착하니 정확히 점심시간이라 휴게소에 들어갑니다.
총각 운동한다고 밥을 곱빼기로 챙겨주시던 아주머니께 바닥까지 싹싹 비운 그릇으로 보답했습니다.
올라왔으면 내려가야 합니다.
오를땐 5km 였지만 내려가는 길은 6km!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1시간 걸려 올라온 길을 10분만에 내려갑니다.
사진찍는것을 깜빡한 불정역을 지나
상풍교에 도착합니다.
전날 야간라이딩에 고생한게 생각나 겨우 6시였지만 여기에서 숙소를 잡습니다.
이화령에서 피로가 가중된것도 있고 둘째날부터 엉덩이가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ㅠ
둘째날 잡은곳은 매일 100km씩 자전거를 타신다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부터 라이더셔서 이것저것 세세한 배려가 감사했습니다.
제 방은 8인실이었지만 다른 손님이 없어서 혼자 잘수있었던 행운도!
둘째날 이동경로
첫째날보다 일찍 출발했지만 꾸준한 업힐과 빠른 휴식으로 이동거리는 겨우 95km 정도.
3일차는 이를 만회하기위해 일찍 출발합니다.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꽃길이 펼쳐집니다.
상쾌한 아침바람을 맞으며 6km를 신나게 달리고 나면
갑자기 산악 트래킹코스가 나타납니다..
국토종주 업힐 중 최고인 22도 경사를 자랑하는 매협재입니다.
길이는 비록 4,500m밖에 안되는 느낌이나, 짧은 만큼 모든 스탯을 경사도에 투자한 상남자의 고개입니다.
종주 중 부가 목표가 모든 산을 무정차,자전거를 타고 넘어가기였는데 그 어떤 고개보다 힘들었습니다..
이 매협재만 넘으면 다시 고즈넉한 시골길이 펼쳐집니다.
햇살을 받으며 낙단보를 지나면
다시 그림같은 풍경이 지나갑니다.
오늘은 게속 이렇게 평탄한길이 이어집니다.
쭉 가다보면 멋진 다리와 함께 저 멀리 구미가 보이고
요렇게 시내로 들어가는듯 하다가 다시 둑 아래로 내려갑니다.
어제 못탄만큼 만회해야하기 때문에 구미를 끼고 휙 스쳐지나갑니다.
구미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칠곡보가 나옵니다.
이날 몹시 화창한만큼 더위도 상당해서 음료수 두캔을 원샷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에 여유가 없습니다.
다시 꽃길을 지나
대자연의 속살도 흘낏보다보면
저 멀리에 대구가 보입니다!
멋진 풍경도 좋지만 땡볕과 부족한 수분 때문에 우선 편의점이 보고싶어집니다.
대구 초입을 지키는 강정 고령보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이제는 익숙해진 끝없는 꽃길
대구를 지나 부지런히 발을 놀려 달성보에 도착합니다.
바로 편의점에 쳐들어가서 이온음료 600ml를 두개를 원샷합니다.
아까 한낮에 얼핏 본 온도계는 29도라고 알려줬는데 물이 이만큼 들어가는거보면 맞나봅니다.
해는 이제 떨어질 준비를 시작했고 점찍어둔 숙소는 30km 남았습니다.
얼굴로 달려드는 벌레들과 싸우기 싫으니 어서 출발합니다.
사전정보없이 갑자기 만난 유명업힐 다람재
그저 야간주행하기 싫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오릅니다.
위치를 몰라 마음의 준비도 안되있었고 이미 140km를 달려온 상태라 상당히 힘들었습니다...ㅠ
숙소앞에 도착해보니 팔뚝에 소금이 올라와 있습니다.
어쩐지 오늘 화장실을 한번밖에 안간거같긴 합니다.
3일차 이동거리
아침일찍 나온대다가 길이 평지위주이다보니 상당히 멀리 올 수 있었습니다.
핸드폰에는 개인 최장거리 기록인 153km가 기록됩니다.
조식 제공에 제 방만한 거품 욕조있는 화장실이 딸린 호탤!
그런데 가격은 충주 모텔보다 저렴한 5만원!
첫날 무턱대고 충주역에서 가까운곳으로 간 절 원망합니다...
국토종주 마지막날. 4일차
오늘은 무조건 부산에 도착하기로 마음먹었기에 일찍 호탤을 나옵니다.
호탤이 저렴한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산업단지라 주변에 공단뿐이고 아무런 인프라가 없습니다.
하지만 종주가 목적인 제겐 딱입니다.
주변에 음식점 몇개,편의점 하나있으면 완벽한 숙소죠.
오늘도 시작하자마자 유명한 업힐이 나옵니다.
'무심사'라는 절이 있는 야트막한 산인데, 걸어올라갈때나 낮지 탈것으로 오르기엔 경사도가 사악합니다.
그래도 전날 매협재의 엄청난 경사보단 덜해서 악명보단 수월하게 올라갔습니다.
무심사 쪽 경관이 꽤 좋은데 사진을 찍으려면 정차를 해야하는 구조라..무정차 등반이 목표라 바로 정상으로 갔습니다.
사실 정상에 사진 찍을 포인트가 있을 줄 알았는데 쓰레기로 가득한 쉼터 하나가 달랑...
무심사를 내려와 달리다보면 다시 멋지고 장엄하고 이젠 지긋지긋 해져버린 풍경이 나옵니다.
30분에 사람한명 볼까말까한 시골길이니 스피커로 노래 빵빵하게 틀고 달립니다.
게속 달리다보면
벽면에 수많은 국토종주 도전자들의 애환이 써있는 박진고개를 넘고
MTB가 아니라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자전거를 끌고 내려와야 할 영아지 고개를 넘어가고나면
국토종주 코스의 유명 업힐이 모두 끝이 납니다.
오전에 넘은 세 고개의 고도그래프를 보면
이전 이화령과는 다르게 급한 경사에 짧은 코스로 되어있습니다.
내려갈때도 그만큼 급경사에 굽이치는 코너가 많아서 내려오고나면 열심히 브레이크 잡은 손에 땀이 흥건해집니다.
국토종주 번외 목표로 모든 산을 무정차,무끌바로 넘는것으로 잡았는데
사실 꽤 무리한 목표였습니다.
자전거를 몇년만에 다시 타기 시작한것이 올해 3월달이었고, 국토종주 연습한다고 중장거리 라이딩다닐때
항상 군대에서 다친 왼쪽 무릎이 먼저 아파와 급한 업힐은 조심스러웠습니다.
결국 진통제덕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상없이 전부 올랐습니다.
앞으로 수십년은 더 써야할 관절이기 때문에 다음부턴 급한 업힐만나면 무리 안하고 끌바 하려고합니다.
남한강 4대 업힐도 다 올랐는데,난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거다! 라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영아지 고개를 내려오면 바로 남지리가 있습니다.
상당히 오랫만에 만나게되는 도시라 매우 반갑게 느껴집니다.
때마침 점심때라 백반집에 들어가 된장찌게를 시켰는데...
너무 맛있습니다.
역시 경상도 음식이 맛있다는건 틀린말이 아닙니다.
매운걸 못먹어서 피하는 고추빼고는 반찬부터 찌게까지 밥 두공기 비우고 나왔습니다.
수많은 후기대로 낙동강 하류쪽은 정말 심심합니다.
풍경이 바뀌는 일도 별로없고 이미 내려오면서 봐왔던 경관이 게속 이어집니다.
그래도 참고 진행하다보면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정도로 긴 낙동강철교를 만나고
곧바로 환상적인 자건거길이 이어집니다.
이쯤부터는 한강에 버금갈정도로 사람도 많아지고 좌측으로 경부선도 지나가기 때문에 다시 힘이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힘이 나는만큼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이 방해를 합니다.
바람을 참고 가다보면 저 멀리에 최종 목적지인 부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잠깐 건너는 것 만으로도 멀리가 날거같은 임시다리를 지나
광역시가 관리했다는 느낌을 팍팍주는 가로수길이 보이고
역시 안양이후로 본 적 없는 도심속 관리된 자연을 보며
엄청난 맞바람과 함께 최종 목적지 낙동강 하굿둑에 도착합니다.
저 다리만 건너면 !!!
진짜 최종 목적지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에 도착합니다.
마지막날 이동경로
147km
1일차 팔당역 -> 충주역 133.05km
2일차 충주역 -> 경북 상주 (상풍교) 94.62km
3일차 상풍교 -> 대구 달성 산업단지 153.4km
4일차 대구 달성 산업단지 -> 부산 낙동강 하굿둑 147.0km
+하굿둑 -> 사상 버스 터미널 8.23km
총 누적거리 - 536.3 km
아직 나이도 어리고, 사회경험도 없이 살면서 겪어본일들이 얼마 되지않지만
처음 대입에서 고배를 마시고 다시 공부해서 합격 했을때나, 얼마전 군인에서 민간인이 됬을때
그 어떤때보다 행복했습니다.
매일 아침 오늘도 자전거 탈 생각에 즐거웠고, 멋진 풍경들을 보며 행복에 웃었고
안장통에 지금도 앉으면 아프지만 일어서서라도 탈 수 있는것에 기뻤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홀로 떠나는'이 아닌 '가족과 함께 떠나는' 제목을 달고 후기를 쓸 수 있도록...
PS. 부산하면 그 음식. 먹었습니다
투톤으로 도색된 손가락,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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