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은 좀 더 느긋하게, 마음 가는 데로, 어쩌다 본 광경과의 만남을 즐기는 사람에겐 정반대의 여행 방식입니다. 또 그런데 무대탐방까지 염두에 둔다고? 아고고..
그렇지만 이번 겨울의 홋카이도여행에서 이동에 대한 걱정과, 또한 거기에 오랜만에 가족여행인지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패키지 여행을 택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오 말이죠. 지금까지 봤던 작품의 배경을 지나가는 식이라도! 비슷한 풍경이라도! 하다못해 분위기라도!!! 란 심정으로 여행가기전 봤었던 작품들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작품으론 삿포로 시를 배경으로 하는 카논. 이걸 실시간으로 봤다면 당신은...
게임원작보다는 눈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큰 저 눈만 적응한다면 지금도 재밌게 볼만 합니다.
두 번째로는 은색 아득히. 삿포로를 주 배경으로 눈 내린 풍경과 함께 중학생 때 시작된 인연이 성인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긴 호흡으로 표현한 게임. 한번 skip으로 진행했는데도 루트당 한 시간이 걸리는 무시무시한 분량을 자랑합니다.
세 번째로는 중2병 극장판. 주인공들이 사랑의 도피를 한답시고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는데 거기서 여주인공의 부모님을 뵈러 홋카이도로 갑니다. 삿포로시는 짧게 나오지만 명물을 압축해서 보여주기에 참고로 썻습니다.
과연 전 이번 비에이 - 오타루 - 삿포로 로 이어지는 패키지여행에서 얼마나 건질 수 있었을까요? 그 처절한? 분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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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째- 비에이로 가는 길
치토세 공항에 도착. 공중에서 내려볼때도 그렀지만 찻길 빼고는 전역이 눈에 덮여있는 듯한 풍경의 홋카이도.
하도 입국하는 사람이 많아 공항에서 빠져나가는데만 2시간은 서서 줄 섰던 것 같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 아마 평소엔 이자카야인것 같은 곳에서 된장 닭도리탕 같은 한상을 빠르게 먹고 비에이로 출발.
중간에 가는 길에 있던 조그만 휴게소에 어딘가 눈에 익는 귀여운 녀석이 있어서 바로 주워왔습니다. 별명으로 '눈의 요정'이라 적혀있는데 그 정체는
블루아카의 세이아가 한 손에 들고 있는 새이기도 하고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한 서번트x서비스에서도 잠깐 나오는 흰머리오목눈이입니다. 굉장히 작은 새인데 또 참새와는 다르게 통통하게 생겨서 귀여움 넘치는 새이지요.
여행 중 인형구매 팁으로는 지나가다가 맘에 든 녀석을 발견하면 바로 사야합니다. 1. 이번에 본 인형이 다른 곳에 없을 확률이 높고 2. 똑같은 인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어쩌다 득템한 감동도 잠시
많은 눈으로 고속도로가 막혀버려 국도를 통해 가느라 첫날에 비에이의 숙소까지 가는데 장장 6시간... 패키지는 그래도 버스 타고 멍 때리고 가니 몸은 편하겠지 하는 편견이 산산조각 난 하루였습니다. 허리랑 엉덩이가... 살려줘요.
그렇게 간신히 숙소에 도착해서 만난 호텔뷔페저녁. 일정을 보면 대부분이 호텔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호텔 뷔페야 그거가 그거라는 생각을 했기에 호텔뷔페엔 그다지 기대를 안 했는데..
오호?
오호!
중2병 극장판에서 니부타니가 입맛을 다시며 소개한 (먹지는 못한) 칭기즈칸 구이! 미리 계획된 패키지 음식엔 없어서 먹어볼 기대는 버렸었는데 이런 행운이!
아 맛은 단맛 없는 짠 간장 갈비구이였습니다. 한국은 맵기에 대한 정도가 없는 음식이 있는데 일본은 먹다 보면 여긴 짠맛에 대한 정도가 없을 때가 느껴져요.
후식으로는 당시에도 지금도 화두였던 수성의 마녀 콜라보 제품인 달달한 팝콘과 삿포로 캔 생맥주(홋카이도에서만 판다고) 및 오이시이우유. 우유 제목에 어그로가 끌려서 집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팝콘은 그냥 팝콘과 딸기맛으로 달달하게 코팅된 팝콘이 섞여있는데 안주로 꽤 괜찮았습니다. 아 빨간 딸기... 빨간 토마토....... 토마토...
... 다행히 막방을 방영하기 전에 가서 다행이군요?
왔으니 노천탕 한번 가다가 온천무스메와 만났습니다. 어째서 온천대표 캐릭터인지 모를 디자인이 일품입니다. 저런 옷인 주제에 신발만 털부츠인 것이 묘하게 킹받는 디자인. 분명 외부인은 모를 선정과정이 있었으리라.
밖이 워낙에 추워서 노천탕에 가기전에 20분은 실내에서 몸을 데운뒤에 나가니 좀 괜찮더군요. 눈을 바라보며 나무욕조속에서 노천탕을 즐기며 버스의 피로를 없애가며 첫날은 이렇게 종료입니다.
- 2일째 - 비에이
비에이에선 너른 언덕위 평원에 펼쳐진 눈부신 설경에서 사진을 찍고
눈을 뚫고
사진 찍고
눈을 뚫고
사진 찍는 여정의 연속 이였습니다. 중간에 러브 래터의 배경이 된 곳이 있다 하지만 전 러브래터를 본 세대가 아니어서 슬프게도...
그렇게 오늘은 무대탐방이라 할만한 게 없다 싶었는데
오 눈이 이쁘게 쌓여 있는 이 열매는?
카논에서 나온 눈토끼에 (아마도) 쓰인 마가목의 열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주변엔 침엽수 잎만 좀 살아있고 저런 잎은 없어서 나중을 위해 일단 열매만 챙겼습니다.
...어떻게든 작품과 연결을 만드려는 처절한 정신승리.
그리고 또 눈보라가 엄청나서 거의 화이트 아웃돼버린 눈 덥힌 고속도로를 무려 시속 80km로(feat 구글맵 gps속도측정) 달리는 버스를 타고 다음 숙소로 갑니다. 아니 어제 고속도로 폐쇄했을땐 대체 얼마나 온거래?
다 와갈 때가 돼서야 눈보라가 멈춰줬네요. 해가 다 지기전 한순간 눈이 멈추고 보여준 맑고 푸른 하늘이 멋졌습니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하고 저녁뷔페! 그리고 또 뜻밖의 만남! 바로 오른쪽 아래 구석에 있는 삿포로 미소라멘 입니다!
중2병 극장판에서 (먹지는 못한) 나왔던 홋카이도 미소라면! 이번에도 호텔에 직접 만드는 미소라멘이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혹시 중2병에서 나온 3대 음식을 호텔뷔페로 클리어할 수 있나?
아 근데 맛은.. 분명 국물은 된장베이스인데 왜 짠맛이 더 돋보이는 걸까요. 분명 뷔페라서 오래 졸였나 봅니다. 그랫겠지. 그랫어야해.
이후 노천탕을 즐긴 뒤에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나오는 푱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리는 우유와 함께 오늘 하루는 종료합니다. 오른쪽 우유는 기대와 달리 바나나맛이 아니여서 실망했습니다.
- 3일째 - 오타루와 삿포로
아침의 호텔뷔페 서프라이즈로 의외로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초밥의 기원. 발효과정에 나오는 젖산을 통해 보관성을 높이는 방법이라 들어 시큼할까 했는데 오히려 젓갈하고 비슷한 느낌이더군요. 짭짤하고 물렁물렁.
다시 환상적으로 눈 덮인 산들의 풍경을 보는 길을 지나서
드디어 바닥에 '눈 없는' 찻길로 들어서면
오타루 운하에 도착!
그리고 드디어 성지순례라고 할 수 있는 장소에 도착! 가이드말로는 여기가 굉장히 오래된 창고래나요
은색 아득히에서 유즈키를 쫓아갔던, 그리고 어렸을 때 추억이 있던 장소로 등장합니다. 분위기 있는 가로등이 게임에선 추가됐네요.
하긴 빨간 벽돌로 된 건물의 색감이 오타루 운하에 있던 건물들에선 돋보이게 이쁜 건물이라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듯합니다. 가이드도 여길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라고 하네요.
그리고 작중 주인공으로부터 선물 받고 고장 나버린 오르골을 고치러 갔던 오르골관으로 갑니다.
수많은 오르골들이 있지만 곡들은 거의 오르골에 쓰이는 클래식이 주류이고, 애니메이션 음악은 그나마 지브리 정도나 있을까 말까 합니다. 아는 음악은 어디 없을까 하고 돌아다니다가 너의 이름은 음악 코너를 발견했습니다.. 하도 유명하고 오는 사람들이 한 번씩 다 돌려봐서 그런지 사진 아래처럼 손잡이가 빠진 채 고장 난 것들도 많아서 어찌 멀쩡한거 하나 찾아서 주어왔네요.
그런데 이 정도 사이즈 오르골로는 주요 멜로디의 반 정도나 간신히 연주될락 말락. 덕분에 끝맺음이 미묘한 채 멜로디 앞부분만 반복되는 음악을 계속 듣다보면 공포물같습니다. 으앙 내가 영상매체들에서 듣던 오르골 소리는 이러치 안아
그러면 좀 더 큰 오르골이면 될까? 했더니 가격이 와우.. 앤티크 오르골당이라 더 비싼 감도 있기야 하겠지만 오르골당 가격 보면 오르골 선물해 준 주인공들이 다 정말로 큰맘 먹었던가 아니면 그냥 오르골 음악을 연주하는 장치던가 하는 거 같습니다. 역시 주인공들은 어릴 때부터 떡잎이 달라.
앤티크 오르골당에서 엄청난 크기의 오르골을 연주하는 공연이 있는데 한번 들을만 합니다. 오르간은 미묘합니다만 피아노와 타악기가 융합된 오르골은 꽤나 재밌었어요.
이제 오타루를 나와 삿포로로 와서 아직 눈과 눈 치운 흔적이 남아있는 삿포로 시내를 지나
어디선가 본 듯한 눈 덮인 공원을 지나면
홋카이도 신궁에 도착합니다.
직선으로 높고 곧게 솟은 나무사이 길이 인상적인 곳인데
은색 아득히에서 새해참배 가는 곳으로 늘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죠. 중딩-고딩-성인까지 다루다 보니 다른 만화에선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새해참배를 몇 번을 가는 건지
신사에 볼게 많진 않으니 잠깐 짬이 생겨서 이전에 챙긴 마가목 열매를 써서 카논에서 나온 이 눈토끼를 연성해보려고 했습니다.
...
일단 눈이 굉장히 잘 바스러지고 뭉쳐지지 않아서 모양 잡기도 힘들기도 했지만, 토끼의 귀여움의 지분을 담당하는 귀를 담당할만한 넓은 잎이 하나도 없습니다. 녹색 잎이 붙어있기라도 한 것은 침엽수들밖에 없으니 사용했습니다만 많이 모자라네요.
에잇.
신사를 나와서 야경을 보러 모이와야마 전망대로 향합니다
올라가다 보면 골든 카무이를 통해 접했던 아이누족 문화를 작게 전시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같은 곳에서 골든 카무이 굿즈도 보이더군요.
케이블카를 타고 무시무시한 추위 속에서 일본 신 3대 야경이니 뭐니 하는 삿포로 야경을 담아낸 뒤 내려와 다시 삿포로 시내로 들어가면
은색 아득히에서 데이트 장소이자 약속 장소이자 별별 이벤트가 다 벌어지는 바람에 지겹게도 본 TV 타워가 있는 오도리 거리 공원에 도착! 마침 한창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온갖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되어 있고
은색 아득히에서 빵구경하러 다녔던 뾰족뾰족한 크리스마스 노점상이 가득한 거리도 설치되어 있어요. 한국에서도 광화문 광장에서 하고 있었더군요.
여러 장식들 사이에서 사진 찍다보니 좀 추워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출국 전날 마지막 저녁!
대게!
대게 회!
대게 맑은탕!
대게 마키스시!
대게그라탕!
대게튀김! 대게 가이세키입니다. 아무래도 그동안 호텔식으로 절약한 것을 여기에 다 쏟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네요.
유루캠프 극장판에서 대게먹방씬마냥 말없이 하나씩 클리어하며 삿포로에서 마지막 밤을 보냇습니다.
- 4일째 - 삿포로 마무리
이번 호텔 뷔페 조식에서도 반가운 음식이 등장. 오른쪽 위에 있는 것이 그 홋카이도 수프카레입니다.
결국 호텔 뷔페에서 어찌저찌 중2병 극장판에서 소개한 홋카이도의 3개 음식을 다 찍먹해보네요. 맛은.. 이름 그대로의 카레탄 맑은 비프스튜?
마지막 행선지는 공항으로 가는 길에 시계탑을 버스 안에서 지나치듯 보기.
중2병 극장판에서도 잠깐 나오는데
1905년을 배경으로 하는 골든카무이에서도 나온 만큼 굉장히 오래된 건물입니다. 잘 보면 삿포로 맥주에도 있는 붉은 별이 있죠.
다만 은색 아득히에서도 러시아에서 온 베슬리가 벙찌듯이 관광지? 느낌의 아담한 건물.
시계탑은 관광일정에 차창관광이라 길레 그래도 관광버스가 잠깐 멈추기라도 하고 갈 줄 알았는데 그냥 쓱 지나가기만 해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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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그래도 패키지여행치고 매체에서 접했던 홋카이도의 눈이 가득한 겨울 분위기를 잔뜩 체험하고 온 것 같습니다.
제한된 코스 속에서 반가운 장소를 만났을 때 재미는 더 했고요. 한 달 만에 간신히 작성한 여행기지만 여전히 그때 눈이 가득했던 풍경이 떠올려집니다.
언젠가 다시 가서 게를 더 많이 먹고 왔었으면.
- 번외 1 -
왜 홋카이도에서 왔는데 한국이 더 추운 거죠? (홋카이도보다 한국 서울이 5도정도 더 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 번외 2 -
promega 치즈 과자, 눈의 연인 과자, 멜론과자, 등등 먹을거리를 이것저것 많이 샀는데 이 바움쿠헨이 제일 맛있었습니다. 너무 달지도 덜 덜지도 않은 절묘한 단맛이 일품.
은색 아득히에서 품절을 걱정할만하네요.
---230226
옹 이번 여행기도 오른쪽에 걸려보는군요.
이왕 이렇게 된거 저번에 쓰고난뒤 오른쪽에 걸렸던 옛날 여행기도 홍보합니다!
빙과, 너의 이름은,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 나고야 지역 무대탐방 여행기!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261/read/30562873
이때는 정말 마음먹고 가서 사진량이 상당합니다ㅎㅎ 여기도 한번 같이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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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내내 눈과 떨어질 수 없는 여행이였네요 ㅎㅎ 여름에는 저 비에이 언덕이 꽂밭풍경이 또 좋다고 하더군요 | 23.01.21 18: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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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아득히에선 삿포로가 아닌 호로로시라고 해서 저도 찾기전에는 떠올리지 못했었네요 ㅎ. 사실 일본 매체에서 갑자기 춥고 눈덥힌 곳이 나오면 거의 홋카이도인데 알아차리지 못 할 줄이야. 아쉽게도 작중 자주 나왔던 전망대는 이번에 올라갔던 곳하고 또 다른 곳이라 조금 아쉬웠네요 ㅎㅎ 그래도 뭐 삿포로에서 데이트하는 커플들이면 한번 쯤 여기도 와봤겠지요? | 23.02.06 22: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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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가보시면 꼭 저 눈 토끼를 고퀄로 부탁드립니다. 어흑... | 23.02.06 22: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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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같이 떠나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23.02.06 23: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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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지역을 돌아다는데에는 괜찮더군요 ㅎ 다만 중2병에서 나온 JR역 앞 장소 처럼 바로 저기있는게 보이는데 루트와 시간상 못가는 장소가 있다는 점은 내심 아쉬웠습니다 ㅜ | 23.02.06 23: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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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 후라노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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