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편을 쓴 이후로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일을 하면서 집에 와서는 아무 생각없이 뻗고, 주말에는 계속 자느라 글 쓸 생각 조차 못 했었네요.
솔직히 지금도 많이 피곤하지만, 더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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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방 여행 6일차 (3월 24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친절한 캡슐호텔 직원들이 여행 마저 잘 하라면서 배웅해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히메지에서 볼 일은 이제 없으니 히메지역으로 바로 향합니다. 사진은 히메지역 바로 앞의 반지하 쇼핑몰 앞인데, 이런 데서도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네요.
오카야마 역을 분기점으로, 여기서부터는 상행(오사카, 교토 행) 열차에 타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개 오카야마 역부터 출발하는 신칸센은 도쿄까지 쭉 가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물론 이따금씩 쿠마모토에서 도쿄까지 가는 신칸센도 옵니다.
사람이 많아서 자유석에 앉지 못해 잠깐 복도에서 시간을 보낼 적에 찍은 사진입니다. 회사 이름은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광고가 말하려는 바는 와닿네요.
"위의 선들은 지난 올림픽, 패럴림픽 육상경기에서 갱신된 거리를 실측한 도식표입니다. 우리는 이 몇 센티미터 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큰 혁신을 봅니다."
인쇄 회사의 광고인데, 도쿄 올림픽 파트너로서의 광고와 함께 인쇄 기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유석에 앉지 못 하고 30분 정도를 달려 도착했습니다. 같은 효고 현이지만, 신고베 역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고베 여행입니다.
예정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코인 락커에 짐을 맡기고, 대합실에 있는 여행자 센터 앞에 앉아 창구가 열리길 기다립니다.
여행자 센터가 열리고, 이 버스에 쓸 수 있는 1일 승차권을 끊고 하루 동안 이동하기로 합니다. '고베 시티루프'입니다.
1일 이용권은 660엔, 한 번 승차하는 데 260엔이 들어갑니다. 세 번 이상 타면 이득이지만, 그 이하로 타실 분들은 여행자 센터에 '혹시 웰컴 쿠폰이 있나요' 하고 물어보시면 1회 정도 사용하실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제공합니다. 쿠폰을 쓰시면 200엔인가 220엔 정도에 탑승하실 수 있습니다.
굳이 여행자 센터가 아니더라도 버스 안에서도 살 수 있지만, 여행 가이드 같은 걸 몇 장 더 얹어주니 센터에서 사는 쪽이 조금 더 마음이 편합니다.
하루동안 편안히 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겠지, 싶었는데 생각을 못 한 게 있었네요.
이 날이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은 데다, 고베는 거의 대부분이 관광 구역이라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죠. 엄청 붐빕니다.
이 때문에 시티루프를 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국인들이 단체로 많이 타거든요.
첫 목적지인 고베 포트 타워입니다. 여태 들러봤던 후쿠오카 타워나 카이쿄 유메 타워보다는 체감상 조금 낮은 것 같았습니다.
시티루프 1일 승차권을 가지고 있으면 단체 입장료 수준으로 할인을 해줍니다. 들어가봅시다.
가장 꼭대기 바로 아랫층까지만 엘리베이터가 운행하고, 꼭대기로 올라갈 때는 가파른 계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올라가면 이런 전경이 펼쳐집니다.
전날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아 다리가 너무 아픈 상태로 겨우 걷는데, 한 두어 층 정도 내려가니 경비원으로 보이는 분이 '힘들면 잠깐 앉았다가 가요'라고 하셔서 앉았습니다.
최상층 기준으로 세 층 아래에 있는 회전관람석입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타워 주변을 한 바퀴 빙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한 바퀴 도는 데에 20분 정도 걸립니다.
너무 피곤해서 앉아서 잠시 졸았습니다.
왼편으로 보이는 산이 고베의 남과 북을 가릅니다. 관광 루트는 주로 항구가 있는 남쪽에 있습니다.
타워에서 아래쪽을 바라보니 결혼식 피로연으로 보이는 행사가 다른 건물에서 진행 중이었습니다. 얼굴도 잘 안 보이지만 다들 즐거워보입니다.
결혼하시는데 날이 맑은 걸 보니 앞으로 잘 되실 모양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지만 행복하시길.
왠지 새X깡을 주면 좋아할 놈들이 보입니다.
회전관람석에서 한 층을 더 내려가면 이런 곳이 나옵니다. 사람이 접근할 때까지는 창이 뿌옇지만, 어느 정도 접근하거나 창을 밟으면 투명해지는 방식입니다.
다 봤으니 슬슬 나갑시다.
나가는 길에 본 고베 해양박물관... 의 지붕입니다. 들어가보진 않았고 지붕이 인상적이라 찍어봤습니다.
고베항의 광장인 '메리켄 파크'를 지나다 보면...
여기에도 스타벅스가 나옵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조금 특이한 곳이라고 '가봐야 할 곳'이라고 홈페이지에 적혀있더라구요. 건물 모양이 특이한 거 빼곤 별 거 없습니다.
바로 앞에서는 건설노조 사람들이 파업집회를 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중일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탑입니다. 고베 차이나타운에 사는 상인들이 돈을 모아서 만든 탑이라네요. 별로 아름다워 보이진 않습니다.
차이나타운 얘기가 나왔으니 차이나타운으로 가봅시다. 포트타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닙니다.
먹거리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일부 점포는 줄이 너무 길어서 도저히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간단히 점심으로 때우려고 산 고로케(봉투에 가려서 안 보입니다)와 우육탕면입니다. 둘 다 고베규를 썼다곤 하는데 아주 눈꼽만큼만 썼겠죠?
그래도 배고픔을 반찬 삼는답시고 잘 먹었습니다. 여기서는 따로 앉아서 먹을 곳을 찾기 힘드니 서서 먹거나, 윗 사진에 나온 광장 누각에 앉아서 먹어야 합니다.
다 먹은 쓰레기는 음식을 샀던 점포에 갖다주면 알아서 처리해줍니다.
이번엔 고베 시청 신관 꼭대기의 전망대로 갑시다.
괜히 포트타워에 갔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적당히 둘러보고 다른 데로 갑시다.
고베 산노미야 상점가입니다. 이 상점가를 걷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거리를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뭘 비싼 걸 살 것도 아니고 하니 적당히 둘러보다 버스를 타러 나옵니다.
옛 외국인 상주구역 겸 각국 외교관저가 있던 동네인 '키타노이진칸' 사이에 있는 카자미도리노야카타(풍향계의 집)입니다.
옛 고베 대지진으로 이 구역의 절반이 넘는 구역이 사라지고, 지금 남은 건 당시 구역 규모의 1/3 수준입니다.
여기서도 JR 패스가 있으면 할인, 그리고 이 집이 찍힌 엽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전날 히메지 성에서 있었던 일이 똑같이 반복됐습니다.
세토우치 패스를 몰라보는 겁니다. 그리고 들이민 자료는, 히메지 성에서 똑같이 봤던 3년 전 자료. 효고현 관광국 잘못이 맞습니다, 망할 놈들.
그나마 이 쪽 직원은 말귀를 잘 알아먹어서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는 바로 할인을 적용시켜줬습니다.
들어가면 옛 독일인 가족들이 살던 자취가 남아있습니다.
이 집은 역사가 조금 기구한데, 독일인 무역상이었던 가족들이 살다가 딸을 여기서 낳고는 오손도손 삽니다.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딸이 먼저 독일로 돌아가고, 부모가 뒤를 이어 독일로 돌아가는데 항해 중 부모가 행방불명이 됩니다. 결국 사망 처리 됐죠.
딸의 행방도 묘연한 가운데 집의 소유자가 불분명해지자 고베 시에서는 이 집을 문화재로 지정하고는 개방합니다.
이후 70년 대가 되어서야 딸이 생존해있다는 걸 확인하는데, 이 딸이 죽기 전까지 일본을 수 차례 방문할 때마다 이 집을 찾습니다.
고베 시가 멋대로 개방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는 후문이 있고, 오히려 고향 땅에 돌아온 기분이라며 올 때마다 좋아했다는 얘기가 남아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선위가 한 달 정도 남아있었지만, 이번에 일왕 자리를 계승한 나루히토 왕자 내외가 이 곳을 방문한 사진도 걸려있었습니다.
눈에 꽤 익은 종이인형들이 있는데 왜 이런 게 있는 지 몰랐습니다.
보아하니 애니메이션에서 여길 배경으로 쓴 적이 있는 모양입니다. 액자에 누가 사인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 봤으면 슬슬 나갑시다.
입장할 때 이 곳을 둘러보며 풀 수 있는 퀴즈를 한 장 주는데, 다 맞추면 이 집의 문양이 그려진 큰 스티커를 한 장 줍니다.
카자미도리노야카타를 나와서 언덕을 조금 내려가면 보이는 스타벅스입니다. 이 곳의 스타벅스는 좀 특별하죠.
스타벅스 키타노이진칸 점. 옛 건물을 복원한 곳을 그대로 사용하는 점포로, 건물 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되어있습니다.
워낙 유명하다보니 들어가서 제대로 주문도 못 하고 바로 나왔습니다.
버스를 타러 돌아가는 길에 길가에서 좀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커플 한 쌍이 안 그래도 좁은 길가를 떡하니 잡아먹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더라구요. 뒤에서 잠깐 서서 기다리는데, 눈치를 챘는지 비켜나면서 하는 말이...
"아, 먼저 지나가세요."
... 일본어로 한 말이 아닙니다. 분명 우리말이었습니다. 여기서 무슨 자신감으로 당당하게 (여기 기준으로) 외국어로 행인에게 얘기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덥니다.
제가 입은 옷이나 가방 어디에서도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릴 만한 게 없었는데 뭔가 싶어서 조금 언짢은 표정으로 "아, 예" 하고는 바로 지나갔습니다.
키타노이진칸 쪽으로 가기 전에 '장인의 집'이라는 곳도 잠깐 다녀왔는데 막상 가보고는 꽤 실망해서 바로 나오느라 사진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오르골 박물관에서 애니메이션 관련 곡들을 들을 수 있는 전시회가 있었는데, 신고베 역 기준으로 박물관까지 가는 데 편도 한 시간이라 포기했습니다. 아까 포트 타워에서 보신 산 너머 북쪽에 있거든요.
일요일 오후라 귀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역도 붐비기 시작하니 예정보다 일찍 돌아갑니다.
오사카 부 신오사카 역입니다. 여기에 들릴 건 아니고, 바로 환승하러 갑니다.
마침 이 날 고베-오사카-교토를 연결하는 선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더랩니다. 미리 신고베 역에서 보고 오긴 했지만 정말로 지연이 심하더라구요.
일부러 특급을 골라서 타긴 했는데, 이 날 신쾌속은 물론이고 선더버드도 30분 넘게 지연됐습니다. 제가 타려던 하루카도 20분 정도 지연됐었네요.
어쨌든 교토 부 교토 역에 도착합니다. 2년 전에 한 번 와보고 오랜만에 다시 오네요.
다음 날 버스를 타고 좀 돌아다닐 예정이니, 미리 교토 역 앞 버스 센터에서 1일 승차권을 구매합니다.
한 1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오늘의 숙소.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충격적인 곳이라서 다신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 이 당시 MtG 대회 때문에 오신 한국 분들을 만나서 여러 담소를 나눈 건 좋았네요.
얘기를 하다가 예전에 같이 게임을 하던 아는 형 얘기가 나왔는데, 이 형도 교토에 있대서 곧바로 연락해서는 자정 즈음에 만나자고 뛰어나갔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정말로 얼굴만 보고 헤어졌지만, 세상 참 좁네요.
교토 역 북쪽으로는 오락실이 좀 있지만 여긴 남쪽입니다. 근처에 오락실이 어디 없나 살펴보다가 이런 곳을 발견했는데...
어디 구멍가게 같은 곳을 개조해서 오락실로 만든 곳입니다. 건담 EXVS가 많이 설치되어있었고, 제가 하는 게임도 있어서 잠깐 하고는 나왔지만 전 구역이 흡연석이라 10분 만에 나왔습니다.
밥 먹을 곳도 마땅찮아서 대충 허기를 때우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여태까지 쌓인 피로가 너무 커서, 이 날은 가져갔던 휴X시간을 남김없이 써버렸습니다.
#7. 지방 여행 마지막 날 (3월 25일)
숙소가 너무 불편해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히 씻고 채비만 마치고 체크아웃 했습니다.
교토 역 한 켠 코인 락커에 짐을 맡기고, 이 날 하루는 온전하게 교토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2년 전에 못 가본 곳을 중심으로 쭉 돌았습니다.
가려던 곳 근처에서 본 벚나무입니다. 만개 직전이었네요.
이 때 왠 외국인 커플이 와서는 저더러 벚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기에 찍어줬습니다. 잘 찍혔다고 좋아하더라구요.
대충 윗 사진에서 짐작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키요미즈데라(清水寺) 입니다.
현재 본당이 보수작업 중이라 딱히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마음은 없어서, 처음부터 주변만 둘러 볼 생각으로 왔습니다.
키요미즈데라가 언덕 위에 있어서, 교토 시의 전경을 어느 정도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멀리서 봐도 별로 들어가고 싶게 되어있진 않습니다. 나중에 보수 공사가 끝나거든 들어가봐야죠.
얼추 본 것 같으니 내려갑시다.
내려가는 길목에서 키요미즈데라를 바라보는 쪽이 훨씬 멋있네요.
잠시 다른 데로 이동하는 길에 교토 역에 다시 들렀습니다. 여기서 결혼사진 화보를 찍는 커플도 있네요.
우메코지 공원에 있는 교토 철도박물관에 가 볼 겁니다. 바로 옆에 '우메코지 교토니시' 역이 새로 생겨서 전철 타고 오시기도 편합니다.
이 곳에 역 개업에 맞춰서, 히메지 성에서 묵었던 캡슐호텔 체인의 새 점포도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히메지에서 자고 나올 때 알았네요.
저는 이미 JR 세토우치 패스의 유효기간이 이 전날로 끝나서, 교토 역에서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입장료 비쌉니다. 천천히 보고 가야겠습니다. 이후 사진들은 제가 지식이 없다보니 어지간해선 사진만 쭉 갑니다.
여기까진 야외전시장이었고, 이제 박물관 본관으로 들어갑니다.
운 좋게 디오라마 전시도 잠깐 봤는데... 이 때 졸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피곤해서.
JR 직원들이 일하는 패턴이 뒤에 나오는데... 아예 나라도 직종도 다르지만 제가 요즘 일할 때 저 정도에 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orz
박물관에서 근처 공원까지 왕복하는 편성입니다. 이 날 기관차를 직접 타진 않았습니다.
이제 다 봤으니 슬슬 나갑니다. 기념품 가게에서 뭘 좀 사올까 하다가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나와서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먹은 '교토풍 타누키 우동' 집입니다. 들어가니 TV에서 고시엔 고교야구 경기를 하고 있길래 '저거 지금 하는 거에요?'라고 물으니 그렇댑니다.
... 어째 고시엔에 가고 싶더라니... orz
이 날 이 우동을 먹으면서 입 안을 좀 많이 데여서 며칠 정도 고생했습니다. 국물이 좀 많이 걸쭉한 편이라 입에서 빠르게 안 빠지더라구요.
일단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는데, 처음에는 여기가 해당 장소인 줄 알았습니다. 들어가보고 나서야 아니라는 걸 알고 나옵니다.
이번엔 제대로 도착합니다. 니시혼간지(西本願寺) 입니다.
법당에 들어갔더니 전국에서 모인 신도들이 법당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스님 한 분을 뵙고 이야기도 좀 나눴습니다.
이때 '신도'라는 말이 얼른 생각이 안 나서 '교인'이라고 얘기했는데, 발음 잘못해서 한 번 큰일 날 뻔했습니다;
법당을 청소하는 덕분에 내부 불상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도 있었습니다.
일단 법당이니 청소가 끝난 뒤에 저도 잠시동안 합장 후 앉아있다 나왔습니다.
법당 자체는 두 곳으로 이뤄져있는데, 두 곳 모두 일반에게 공개된 법당이지만 약간 성격이 다른 것 같았습니다. 앞에 검정 옷을 입고 지나가는 분들이 이 곳의 스님들입니다.
잠시 나와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동안 본 '혼간지 전도원'입니다. 현재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폐쇄돼있습니다.
가까이서 찍어서 별 느낌이 안 나지만, 멀리서 보면 얼핏 이슬람교 사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로 갑니다.
전체적으로 니시혼간지와 건물 구조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날 히가시혼간지는 법당의 불상을 개방하지 않아서 내부의 차이를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옛날 옛적 신도들이 기부한 모발을 엮어 만든 대형 밧줄입니다.
물론 좋은 뜻으로 엮은 종교적 산물이지만, 예전에 아우슈비츠를 다녀왔던 기억이 있고 해서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했습니다. 다만 히가시혼간지는 곳곳에 '가르침'을 중시하는 문구들이 많이 적혀있더라구요.
방금 다녀온 니시혼간지와는 꼭 대승불교와 소승불교를 보는 듯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히가시혼간지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가는 길에 왠 학생들이 길가의 비둘기들을 찍고 있었습니다. 왠지 심상찮아서 저도 찍어봤는데...
움짤로 찍었어야 했습니다. 이건 분명히 새... 생수... 짝짓기였습니다.
중간에 시간이 많이 남아, 예정에 없던 다른 곳도 가보기로 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상경(상략)할 때 썼다던 니죠 성(二条城) 입니다.
원래 '니죠성'이라는 지명은 교토에 여럿 있었다곤 하는데, 현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썼던' 니죠성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요새를 위한 성이라고 보긴 어려워서, 천수각(혼마루) 같은 건물은 없는 평성(坪城)으로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고...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위키피디아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건축 양식이 얼마 전에 봤던 쵸후 모리 정원에 있던 건물과 비슷한 걸 보니, 여기도 근대에 몇 번 개축을 한 모양입니다.
아무리 도쿠가와 시절에 상략 후 그저 '거처'로만 쓴 성이라곤 하지만 기본적인 방어 기능은 있어야 하니 해자 정도는 갖추고 있습니다.
근데 보수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 아니, 보수 공사 팻말 같은 것도 없었는데...
여긴 입장료도 좀 되는 곳이고 할인도 안 먹히는데 이럴 수가...
슬슬 폐장시간이라 하니 나갑시다.
니죠 성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던 장소로 보입니다.
이제 마지막 일정만을 남기고 있는데 시간이 좀 넉넉하게 남았으니 주변에서 밥을 먹자... 싶었는데 안 먹었습니다.
시간이 애매해서 오락실에 좀 갔다가 바로 다음 장소로 갔네요.
저녁입니다. 지방 여행 마지막 일정, 토지(東寺) 입니다. 이름 간단하네요.
야간 개장이 있대서 가봤습니다. 저녁 시간대에는 이 쪽으로 가는 버스편을 찾기 힘들어서, 교토 역부터 걸어서 갔습니다. 걸어서 30분 정도 걸립니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홈페이지에서 봤던 토지의 간판급 건물이 저어기 보이네요.
들어갑니다. 불빛이 수수한 게, 히로시마에서 봤던 야간개장 전경보다 훨씬 마음에 드네요. 여기서부턴 쭉 사진만 갑니다.
슬슬 나갑시다.
교통편이 애매해서 교토 역까지 다시 걸어갑니다.
우리나라에도 진출해있는 어느 속옷 회사의 본사 건물입니다.
뭔가 아쉬워서 걷던 길을 다시 돌아가 라멘을 한 그릇 먹었습니다.
'라멘연구소'라고 적혀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세트에 980엔이었습니다. 지방 여행 마지막 끼니로 괜찮았습니다. 잘 먹었네요.
다만 제가 돈코츠를 잘 못 먹는 건 여기서도 여전해서 완식은 못 했습니다.
여러모로 힘들었던 지방 여행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일정한 거처를 두지 않고 혼자 유랑하듯 돌아다니까 참 재밌네요. 언제나 재밌었던 건 아니지만요.
#8. 뒷 이야기 (~ 4월 3일)
바로 윗 사진에 있는 야간버스... 전 처음에는 꽤 기대를 하고 탔는데 이런 생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누워서 갈 수 있다는 말은 말 그대로 그냥 누워서 갈 수 있다는 얘기였고... 저는 거의 웅크리다시피 하면서 이동했습니다. 너무 좁아요. orz
3월 26일. 교토에서 7시간을 달려 요코하마에 도착해서...
2년 전처럼 히요시로 갑니다. 이번 거처도 이 곳이고, 예전처럼 주인장 아조오오오씨가 저를 재워주기로 했습니다.
이 날은 피곤해서 주변에 있는 카와사키 정도만 다녀왔는데... 나름 무서운 컨셉을 한 오락실이 있었네요. '웨어하우스 카와사키 구룡성' 점이었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어느 게임 때문인지 굉장히 자주 밤샘 영업을 하는 곳인데, 도쿄도 조례(오락실 심야영업 금지) 때문에 정확한 일정이 공개되어있진 않습니다.
3월 27일. 스타벅스 메구로 점에 들렀습니다. 여기서만 파는 머그컵이 있다길래 샀습니다.
걷고 걸어서 잠시 딴데로 갑니다. 메구로 역에서 에비스 역까지 걸어갑니다. 이 날은 맥주 박물관 때문에 걸은 건 아니고 다른 이유였습니다.
에비스 역에서 다시 나카메구로 역까지 걸어갑니다. 벚꽃 축제 중이었네요.
잠깐 여기를 들릴 목적으로 왔는데 이 때 대기열이 심상찮아서 포기하고 다음 날 재도전했습니다.
2년 전에 와봤던 라멘집에 다시 들러봤습니다.
2년 전과는 다른 메뉴를 주문해봤구요. 당시에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면서 '예전엔 바로 윗층에 있었던 것 같은데, 자리를 옮기지 않았냐'고 물으니 주인장이 좋아했습니다.
3월 28일. 재도전합니다. 이 때가 아침 9시를 조금 넘긴 때였는데 대기열 번호가... 아이고.
공휴일도 아닌데 사람이 많습니다. 이번엔 40분 만에 입장.
전세계에 아직 몇 군데 없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의 도쿄 점포입니다.
스벅 매출 순위로 보면 어지간한 곳 쌈싸먹는 곳이 우리나라인데, 다음에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데가 생기겠죠?
이게 아침 9시의 내부 대기열입니다. 성업중이죠... 바로 앞에 보이는 게 여기서 생산돼서 일본 전역으로 나가는 '도쿄 로스트'의 로스팅 작업 구간입니다.
일부는 로스팅하자마자 여기서 쓰기도 하고, 일부는 패키징 됩니다.
이런 데 한 번 대청소하려면 얼마나 빡셀까, 하고 생각했다가 눈이 질끈 감기덥니다.
일단 들어왔으니 뭔가를 시켜봅니다. 근처에 있던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에게 '여기서만 마실 수 있는 거 혹시 있어요?'라고 물어보니 추천해준 것과 함께, 점원에게 '여기에 어울리는 빵이 뭐가 있을까요'하고 물어서 좀 더 주문합니다.
빵은 됐다 치고... 왼쪽 음료의 모양새가 심히 범상찮은데, 첫 모금 들이키고 난 뒤에 제 표정이 딱, 그 뭐냐... 수저로 뭐 떠먹으면서 실실 웃는 어린 아이 움짤이 있는데 그 정도입니다. 뭐라고 찾아야 하는 지 몰라서 못 찾았네요.
딱 '뭐ㅋㅋㅋㅋㅋ야ㅋㅋㅋㅋㅋ' 수준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맛볼 수 있는 나이트로(니트로) 콜드브루에 단맛을 좀 더 첨가한 뒤에... 위에 육포(!!!)를 올린 겁니다.
딱 '단짠 콜드브루' 수준이었는데 이게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단걸 먹고 있는데 코로 육포의 짠 향이 들어오는 그런 신박한 경험이었습니다.
다 마신 뒤에 육포를 집어먹어보니 맛있어서 더 웃겼습니다. 아주 조화스러운(?) 부조화 커피였습니다.
왜 여기에 대기열이 환장해 날뛰는 지 알 것 같았습니다.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제한시간도 없는데 벚놀이까지 가능합니다. 아아니... !!!
로스팅을 하는 곳이 한 군데만 있어서는 수요를 계속 공급해내기가 어렵죠. 윗층에 한 군데 더 있습니다.
여기서는 전국으로 나가는 원두의 패키징 작업을 합니다.
각각 로스팅 된 원두들이 매장 곳곳으로 퍼지는 방식입니다.
이런 관을 타구요. 중앙 관에는 대형 펌프가 있어서 순조롭게 원두를 옮기고 있습니다.
... 진짜 어떻게 청소하나, 싶은 생각만 들었습니다.
이 날 저녁, 일본에 오랫동안 살고 계신 아는 분과 함께 호르몬야끼를 먹습니다. 제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같이 먹자고 하시더라구요.
분명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막창구이인데... 여러모로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해장용 오차즈케.
3월 29일. 뭔가 살 게 있어서 키치죠지로 갑니다. 근데 품절이었습니다. 어흑 마이 깟.
고쿠분지까지 쫓아가서 라멘을 먹습니다. 라멘 무타히로 2호점의 탄탄멘... 인데 좀 더 가미가 돼서 마라탄탄멘이 됐습니다.
지금도 맛이 기억나는 아주 기분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 그릇 가지곤 모자라다! 싶어서 곧바로 찾아간 라멘 무타히로 3호점의 토리마제소바 곱배기.
이걸 먹으면서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하는 생각만 쭉 들었습니다. 양이 너무 많습니다. orz
2호점에서나 3호점에서나 VIP 스티커를 보여주면서 토핑까지 추가했는데... 보여주니까 어디서 왔냐고 묻긴 하더라구요.
해당 스티커는 예전에 홍대에 있던 점포에서 받은 거였습니다.
저녁에는 아키바에 잠깐 놀러가는 길에 오챠노미즈에 내려서 블루보틀 점포를 잠깐 가보기로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주에 서울에 생겼죠.
마시면서 '음? 이게 뭐지? 맛은 있는데 대체 뭘 섞은거지?' 하는 생각만 계속 들었던 블렌딩 카페오레. 정확한 이름은 까먹었습니다.
3월 30일. 저 대신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사 줄 특산 과자를 잔뜩 사들고...
이틀 전에 호르몬야끼의 맛을 선사해주신 분께 저녁을 대접해드렸습니다. 오래 전부터 알던 분이라 계속 장난치면서 먹었습니다.
3월 31일. 나카노 브로드웨이입니다. 잠깐 놀러 갔었는데 별 소득은 없었습니다.
4월 1일. 마찬가지로 여기서 오랫동안 살며 일하고 있는 아는 동생에게 저녁을 먹이러 갑니다. 타지에서 일하면서 많이 괴로워하는 것 같더라구요.
동생 더러 알아서 고르라고 해서 간 아키바의 어느 스테이크 집인데, 자리에 앉아서 둘러보니 한국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4월 2일. 할 짓이 없으니 아키바에 또 가서 츠케멘을 먹고...
다음 일정을 위해 쭉 걸어가기로 합니다.
중간에 도쿄대 치대도 보이고...
순천당 병원도 보입니다. 찾아보고서야 병원인 줄 알았고, 그 전까진 사이비 교단 건물인 줄 알았습니다.
오차노미즈 분수로 표지석입니다.
걷고 걷다보면 목적지가 나옵니다.
해질녘이 잘 찍혔네요.
저는 이 때 어느 아이돌 게임에 나오는 키 작은 어느 아이돌과 함께, 우리나라 TV에서 끽하면 돔구장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어느 해설위원님이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이상하게 예전부터 핸드폰으로 하늘 사진이 잘 찍혀요.
??? : 서기 20XX년, 세계는 핵의 화염에 휩싸였다.
도쿄 돔입니다. 수도권으로 넘어온 이후에 갑자기 야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히 표를 끊었었습니다.
전 이 날이 홈 개막전인 줄도 몰랐습니다.
사람 많습니다.
누군지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누군지 모릅니다.
초장부터 점수판이 처참합니다. 이 날 한신 선발이었던 외국인 투수가 정말 처참할 정도로 뚜까 맞았습니다.
잠깐 찍어봤던 3루 쪽 한신 원정 응원석. 데드볼 한 번 나오니까, 홈팀 관객보다 숫자가 훨씬 딸리는데도 홈팀보다 몇 배나 더 무서운 소리가 나오는 걸 보고 기겁했습니다.
교토에서 타누키 우동을 먹을 때 주인장에게 '일본 야구가 재밌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잘 모르겠어요'라고 얘기하니 첫 마디가 '그럼 타이거즈 응원하세요' 였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는 건 뻥이고 한신 타이거즈가 우리나라 롯데 자이언츠 포지션인 거 정도는 알고 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아 팬...
어... 올해는 롯데건 기아건 둘 다 야구를 개판치고 있죠... 눈에서 땀이 납니다.
7회 말에 승리가 거의 확실시되니까 공수교대 타이밍에 단체 응원을 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 날 홈런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러고 한신은 내리 원정 3연패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돔구장에서 나올 때 구장 안에서 불어나오는 엄청 강한 바람 때문에 좀 무서웠습니다. 대체 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4월 3일. 귀국일입니다. 이 날은 뻘짓을 해보기로 합니다.
역시나 할 짓이 없으니 아키바에서 놀다가... 마지막 날이니 만큼 칸다를 거쳐 도쿄 역까지 걸으면서 주변 풍경을 쭉 찍기로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의 전신(정확히는 '경성점'이 신세계 본점의 전신)으로 알려진 미츠코시 백화점입니다.
이제 헤이세이 32년은 없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캐리어를 끌고 왔으니 좀 지칩니다. 슬슬 돌아갑시다.
예약한 리무진 시간보다 한 타임 앞이었는데 그냥 타도 괜찮다고 해서 탑니다.
도착하니 줄이 기네요. 조금 일찍 도착하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미리 좌석지정까지 끝냈고, 필요한 부가서비스도 사전에 모두 사놨으니 짐만 부치면 됩니다.
이렇게 여행이 끝났습니다. 이번엔 온전히 쉬러 간 거였는데 어쩌다보니 참 전투적인 일정을 돌고 왔네요.
여행을 마친 바로 다음날, 나름 산길을 많이 걷기도 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근길에 빠르게 세탁소에 신발을 맡기러 갑니다.
지난 여행 때는 '곧 다시 올 수 있겠지' 싶었지만, 그 말을 하고도 2년 만에 다시 왔고... 이제는 정말 언제 다시 올 지 모를 그런 곳이 됐습니다.
앞으로는 살기 바빠서 어디 여행 가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고, 그런 가운데 어딜 고르더라도 이젠 일본을 갈 기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별 거 없는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여행이 끝나고도 그 뒤를 생각하자는 마음에 여행경비를 꽤 줄이게끔 노력해봤는데, 지금 수치를 살펴보면 그리 많이 아낀 것 같진 않다 싶네요.
나중에는 좀 더 아끼고 싶습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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