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분들을 위한 3줄요약
1. 청소 잘하고, 물걸레질 잘함, 그런데 신경 안써도 자기가 혼자 다함
2. 바닦만 잘함, 아주 가끔 못미더움, 결정적으로 비쌈
3. 생각해보면 백색가전 가격이랑 별 차이 없음. 그냥 백색가전 하나가 더 추가된것 뿐이라고 생각하면 편해요
Intro.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거창하게 첫 멘트를 꺼냈지만 실상은 “손하나 까딱 안하고 집안일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어찌 보면 저게 사람으로서 할말인가 싶은 한심한 꿈이죠. 참고로 최종 목표는 메이드 로봇입니다. 한심해 보이지만 본인은 언제나 진심입니다.
결혼 9년차, 지금은 육아휴직으로 육아까지 추가한 집안일을 집도하는 평범한(?) 딸바보 아빠로서 이 끝나지 않는 housekeeping의 웨이브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력보다는 기계문명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구매의 필요성과 재정에 의문을 가지는 지갑님과 내무부 장관님을 20년간 단련된 기적의 논리(?)로 허락을 구하고 구매한 가전제품이 8개, 어느새 신혼 때 구매한 가전보다 제가 물어오는 가전이 더 많았으며, 어느새 LG영맨에게는 분기마다 출몰하여 상담도 없이 물건을 일시불로 구매해가는 우량 흑우로 각인되었습니다.
구매한 모든 가전이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애매한 성능이 늘 눈에 걸리던 한 가전이 있었습니다. 바로 6년전에 구매한 로봇 청소기입니다. 청소를 잘 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애매한 알고리즘에 1주일에 2일정도는 어디에 껴서 파업중인 애증의 로봇청소기. 결국 몇번의 이사와 집안 가전 개편, 결정적으로 갓난아기의 육아환경에 부적합으로 결정되어 퇴역(?)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내무부 장관님의 친우분의 가정으로 파견을 갔는데… 아무래도 말년병장처럼 은신중인 듯합니다.
아무튼 바닥청소를 로봇이 아닌 귀차니즘 알고리즘을 탑재한 바이오닉 청소봇(?)이 청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바이오닉 청소봇은 귀차니즘 알고리즘과 필요 이상의 뻘짓이 결합된 이상한 녀석이기에 어디서 물어온 스팀 청소기까지 병행하여 청소 퀄리티는 훌륭하였으나 그 빈도가 부족하였고, 불행하게도 이 집은 분명히 강아지를 키우지 않음에도 집안에 웰시코기가 있다고 착각할 정도의 흔적이 자주 보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이 가능해진 어느 날, 이 상황을 방관할 수 없었던 바이오닉 청소봇은 한가지 결론에 도달합니다.
“로봇 청소기를 다시 구매하자.”
이 글은 에코백스 디봇 X1 OMMI 리뷰글입니다.
Description and Reason
에코백스 디봇 X1 OMMI를 결제하고 얼마 뒤 도착한 제품은.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12인용 식기세척기와 비슷한 크고 아름다운(?) 자태로 택배를 받았을 최초의 순간을 표현하자면 “내가 로봇청소기가 아니라 청소용 안드로이드를 구매했나…?”싶을 정도로 착각이 드는 거대함을 선사합니다. 사실 그 거대한 박스의 태반은 도킹스테이션이 차지하고 있고, 로봇 청소기는 20%정도의 비중이지만, 제품 패키지의 크기 자체가 무시무시하기에 별 위안은 되지 않았습니다.
실제품의 크기는 로봇 청소기가 362X362X103.5mm 도킹스테이션이 430X448X578mm인데, 도킹스테이션과 비슷한 크기는 일반적인 가정과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책상 하단에 들어가는 바퀴가 내장된 서랍장과 유사한 크기입니다. 이런 덩치의 녀석이 집안 한구석을 당당히 차지하는 모습은 모 가전제품 리뷰 유투버가 표현한 “낭낭한 두바이 건물주느낌”이 허언이 아닌 진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시무시한 크기는 도킹스테이션의 기능으로 납득할 수 있는데, 먼지 흡입은 기본이요, 물걸레 자동 세척 및 물 보충, 심지어 청소 후 물걸레 열풍건조라는 바이오닉 청소봇에게 이러한 업무를 매일 지시한다면 파업을 선언할 무시무시한 기능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사용자가 수행할 유지보수는 기껏해야 아주 가끔 하는 더스트백 교환과 로봇청소기 육안점검 및 간단한 클리닝, 1주일에 한번씩 물통을 유지 관리하는 것으로 끝입니다. 청소가 완전히 끝난 뒤 수행하는 물걸레 청소는 이후 열풍건조가 진행되는데, 열풍건조시간이 약간 있지만, 소음 자체가 크지 않습니다
.
로봇청소기는 6년전과는 천지개벽수준으로 변했는데, 초음파와 상부 카메라 센서로 모든 것을 감당했던 것과는 달리 진보된 dTof 센서 및 전방 카메라 센서, 충돌 방지센서 등을 중무장한 덕에 듬직한 모습을 줍니다. 스마트폰의 전용 앱으로 인한 조작은 생각보다 꽤 직관적이기에 청소를 명령하거나 자동청소 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로봇청소기를 다시 구매하고자 했을 때 우선적으로 생각한 것은 ‘편리성’입니다. 구매하고 배치했다면 특별한 상황이 없는 이상 필자가 직접 조작하는 일이 적어야 하며, 오작동 또한 최소로 발생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추려본 제품이 에코백스 x1옴니와 로보락의 s7max 울트라 단 두개였는데, 로보락는 물걸레청소가 냉풍건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구매 소요 발생시 미출시상태에 가격이 180만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루머는 에코백스로 손을 들어주고 결제하게 된 원인이 되었습니다. 로보락의 명성과 카펫청소기능, 마지막으로 정작 가격이 150만원대로 출시했다는 사실에 약간의 복통이 유발되긴 했으나, 결정을 후회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장점1. 물걸레 청소
로봇 청소기 제조사가 늘 강조하지만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기능 no.0이 바로 물걸레 청소 기능입니다. 하루라도 물걸레 관리를 안 하면 특유의 걸레냄새가 발생하고 여차하면 그 냄새나는 물걸레로 집안 바닥을 코팅하는 눈물나는 상황이 발생하기에 보통은 곱게 분리하여 어딘가 창고 직행이지요
“손하나 까딱 안하고 집안일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일념으로 태운 150만원은 나름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초기 세팅부터 지금까지 물걸레 키트를 장착한 상태에서 물통과 오수통을 1주일에 한번 유지 관리하는 것 말고는 유지관리한 것이 없습니다. 그만큼 편리하지요. 이 물걸레 청소기능은 후술할 아쉬운 점 말고 제품 사용 중 물걸레로 문제가 발생한적 또한 없었습니다. 스페어로 같이 딸려온 여분의 물걸레를 사용할 날이 과연 올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유일한 고민이 될 듯 합니다.
이러한 편안한 사용은 ‘물걸레 자동세척’과 ‘물걸레 열풍건조’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걸레가 어느정도 더러워지면 자동으로 스테이션에 도킹하여 물걸레를 세척하여 일정 이상의 청결도를 보장하며, 청소 이후에는 세척 이후 열풍건조기능이 작동하여 기본 2시간동안 열풍으로 물걸레를 건조합니다. 비록 열풍 온도가 40도정도지만, 결과물로서 물걸레의 상태는 매우 청결한 상태를 매일 유지하기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 물걸레청소의 강력한 기능 덕분에 요리중 거실 바닦에 여러가지 오염물이 묻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되었으며 로봇청소기가 미처 청소하지 못하는 부분만 핀포인트로 청소해주면 되기에 청소시간이 매우 줄어들어서 필자의 농땡이(?)시간을 더욱 확보하게 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장점2. 청소 잘 하고, 문제 덜 일으킴
로보락과 더불어 로봇청소기의 양대산맥인 에코벡스, 그 중에서도 플레그쉽 제품 답게 이 제품은 청소를 위해 필요한 모든 기능을 아낌없이 탑재하였고, 그렇기에 그 청소 퀄리티 또한 높은 편에 속합니다. 물론 다년간의 배우자의 갈굼으로 성장한 휴머노이드 청소봇이나 연륜이 묻어나오는 집안일의 스페셜리스트들의 청소 능력이 더 훌륭할 수도 있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평균 이상을 청소하는 로봇청소기의 압도적인 청결유지도를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청소기의 흡입 능력 또한 훌륭한데, 보통으로 설정하면 비교적 정숙하면서도 높은 청소수준을 보여줍니다. 만약 필요에 의해 흡입능력을 MAX로 둘 경우, 5000파스칼이라는 경이로운 흡입능력을 보여줍니다. 말 그대로 경이로운 흡입능력이기에 소음도 경이로우며, 이 기능을 사용할 날이 있을까 싶긴 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틀림없는 장점이겠지요. 여기까지는 다른 중급기에서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150만원대의 로봇청소기라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문제를 덜 일으키는 것입니다.
사회인이라면, 후배에게 업무 중 교육(이하 OJT)를 시켜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이때 후배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OJT이후 해당 업무를 잘 하는 것보다는 사고를 덜 일으키기를 바랍니다. 해당 업무를 잘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디봇 X1은 그런 후배를 보는 느낌입니다.
이 로봇청소기에는 전방의 물체를 인지하는 카메라 센서가 탑재 되어있습니다. 여기에 수준 높은 AI가 결합하여 장애물을 인식, 회피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따라서 벗어 놓은 옷가지나, 전선, 슬리퍼, 기타 등등을 물어서 끌고 다니다가 정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극단적으로 줄어듭니다. 결과적으로 매번 정해진 시간에 청소를 수행하고 복귀하는 일련의 루틴 중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극단적으로 적으며, 사용자는 로봇청소기에게 안심하고 청소를 맡길 수 있게 됩니다.
장점 3. 생각보다 유용한 추가기능들
하드웨어를 아낌없이 부었다는 느낌은 소프트웨어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전용 앱에서 제공하는 여러가지 기능들은 생각보다 꽤 유용합니다. 집이 자동으로 스캔 되어 있기에 해당 방만 따로 청소하게 작동시키거나, 잔여 수명 체크, 청소 이력 확인 등은 유지보수에 꽤 유용합니다. 전면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기능은 통화기능까지 탑재하였기에 간단한 통화도 가능하지요. 원격 HOME CAM으로 사용 또한 가능합니다만, 이것을 제가 사용할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단점1. 결국 청소는 해야 한다.
로봇 청소기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환상은 바로 “내가 이걸 구매하면 난 바닦청소랑 안녕이겠지?”입니다. 불행하게도 2022년에도 로봇청소기는 사람보다는 청소를 못합니다. 오염도를 확인하면서 청소하는 것이 아닌, 전체를 청소하는 방식이기에 오염도가 심한 구역이나, 접근이 어려운 경우 청소를 포기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물걸레 청소의 경우, 청소기의 전체 면적 대비 물걸레의 청소면적이 적기 때문에 그 면적 차이만큼 구석 물걸레질이 불가능합니다. 전면 카메라 센서는 장애물을 잘 회피하지만, 장애물이 일정 이상이라면 그 구역 전체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청소기를 사용하여 따로 그 부분을 청소하게 됩니다. 만약 당신이 철저한 완벽주의자거나, 사람이 하는 것 만큼의 청소능력을 기대한다면, 이 청소기 또한 실망적일 수 있습니다.
단점 2. 중간이 없는 물걸레 청소 정도
물걸레의 유량은 3단까지 있는데, 2단으로 설정해도 청소중에 물자국이 적나할 정도로 물을 적셔가며 청소를 합니다. 심지어 일정한 조건(2단 이상에서 정지 후 방향전환시)이 발생하면 물을 아예 흩뿌리기까지 하죠. 그래서 1단으로 줄인다면, 군데군데 미처 닦지 못한 얼룩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바닥이 마루인 집이라면 마루의 수명을 고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추가로 본인의 집에 카펫이 많이 있다면, 이 제품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물걸레 청소중, 카펫은 아예 장애물로 판정해서 회피해서 그 부분은 아예 청소가 안됩니다. 차라리 로보락 S7 울트라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단점 3. 보안
전면 카메라센서로 인한 높은 수준의 청소 장애물 회피능력은 필연적으로 보안이슈로 연결됩니다. 카메라로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고 심지어 저장까지 가능하다는 점은 사용자에게 민감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 제품이라도 걱정할 정도인데 이 제품은 무려 중국산, 빅브라더를 꿈꾸는 누구씨 덕분에 백도어는 당연하게 설치되는 바로 그 국가의 제품이기에 걱정을 안할 수 없습니다. 제조사는 해당 기능에 대하여 보안인증까지 받았다고 하고 경쟁사 제품은 도킹시 카메라가 노출되지 않게까지 하면서 소비자를 안심시키려 하지만, 믿음을 주기 어려운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단점 4. 가격
150만원, 이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너무도 많습니다. 코인판도 나락이기에 평소에는 엄두도 못했던 그래픽카드를 노려볼 수 있고, 끝내주는 화질의 OLED TV를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즐거운 주당생활을 위한 맥주제조기를 구매할 수도 있지요(실제로 추가 구매를 고려해본 필자). 기회만 된다면 배우자의 허락은 둘째 치고 PS5와 XSX를 동시에 구매하고도 남는 돈이지요. 사실 물걸레 청소만 포기한다면 더 가성비 있는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고, 그 기능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사용은 만족스럽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가슴 한 켠이 쓰라린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총평. 편하게 노는 비용 150만원… 결혼은 하셨는지??
“편하게 먹는 비용 150만원.. 결혼은 하셨는지?? 동네 할인마트 가면 만원 조금 남는 비용으로 빗자루와 쓰레받기, 걸레까지 삽니다. 그거 사서 그냥 청소하면 150만원이 아니라 만원으로 청소하고 남습니다. 조금 불편해도 몸 좀 쓰면 청소하고 149만원 남는데.. 쯔..쯔.. 그 정도 수고 없이 세상 살기 참 힘들죠? 그쵸??”
전설의 댓글을 각색해봤습니다. 다시 봐도 정말 걸작입니다.
첫 로봇청소기를 구매한 뒤 6년, 그동안 로봇청소기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더욱 정확한 알고리즘과 청소능력, 심지어 인공지능비서까지 탑재할거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가격도 올라갔지요.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만, 플래그쉽 로봇청소기가 백색가전급의 가격대와 어깨를 나란히 두는 상황이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해야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로봇청소기가 드디어 백색가전류에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백색가전은 하나하나 정착할 때마다 집안일을 수행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업무를 대신해주었습니다. 냉장고가 그러했고, 청소기가 그러했고, 세탁기가 그러하였으며, 건조기가 그렇게 해주었지요. 당시에는 기계보다 직접 하는 것보다는 못미더웠지만, 지금은 견주거나 더 낫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로봇청소기가 그 자리에 합류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요. 결혼초기 혼수를 장만할 때 자연스럽게 같이 구매해도 이제는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1인가정이라면 애완동물이 있거나, 집의 크기가 일정 이상이 되기 전이라면 굳이 구매할 필요는 아직은 없을 것입니다.
1인가구가 로봇청소기를 구매할 수 있을 날은 아마도 바닥 이외에도 청소가 가능한 로봇으로 발전한다면 가능하겠지요. 따라서 그 끝에는 메이드 로봇이 있을 것입니다. 그 날이 올때까지 필자는 열심히 귀여운 딸내미를 키우면서 구매에 대한 정당성을 내무부 장관님을 설득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필요 이상의 긴 글을 읽어준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올리며 이번 글은 여기까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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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로 파는 물건인데 백도어 있으면 벌써 걸리지 않았을가요? | 22.06.01 11: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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