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실력』 8
내 입장만 생각한다
20만원으로 세계일주 그리고 베스트셀러 출간
한숨을 쉬며 힘없이 이메일 창을 닫았다. 또 거절이구나.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일이다.
10년도 더 된 일이라니, 이거 진짜로 고대사를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대학교 3학년, 스물 네 살이었던 나는,
주변 모든 친구들이 취업을 준비하며 꽤 열심히 그리고 착실하게 스펙을 쌓는 동안 혼자 완전히 다른 짓을 하고 있었다.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으로 최근인 2022년 1월의 모습입니다)
모교가 있는 강원도 원주의 한 호수 앞 6평 남짓 작은 원룸에서 장편의 글을 하나 썼고,
그걸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 매일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보다 한 해 전인 스물 세 살에, 20만원만 들고 무작정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이때의 경험은 후술하겠지만 10년 뒤 '루프탑 카페하루' 운영으로 이어집니다.)
14년 전의 런던 모습
런던에서 반년 동안 한인 민박집의 머슴살이를 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다른 일들도 함께 했다.
환경미화원이었던 영국인 친구의 대타로 템즈 강의 북쪽 첼시라는 지역에서 동네 청소부 일을 했고,
런던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템즈강의 그 남쪽 버먼지라는 지역에서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영국 정통 펍(Pub)에서 무임금으로 매니저 일을 했다.
모두 무임금이었지만 팁(Tip)은 꼬박 받았기에 6개월 꽤 큰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이후 유럽, 북미, 중남미, 남미, 아프리카까지 6개월 간 세계여행을 다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생명력이 넘치고 있었다. 젊음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폭발했고, 순박하고 순수했다.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새로운 풍경과 낯선 이들을 한 없이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맨유의 절대 무적 챔피언 시절 (현수막 잘 보시면 박지성 선수 보입니다!)
첼시에서 /// 젊고, 어리고 몰랐으니깐 이런 짓이 가능했습니다.;;;
(당시의 사진 파일을 거의 다 소실했습니다... 이 글은 여행 글이 아니므로 사진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13년 전, 내가 쓴 글은 그 1년간의 여정을 담은 에세이였다.
23살짜리 청년이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1년 간 세계일주를 하고 왔다니. 이 얼마나 신선하고 재미있는가?
나는 일단 책이 출간만 되면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 자신하고 있었다.
세계여행이라는 작은 성공에 취해서 뭐든지 다 해낼 자신감이 생겼고,
그만한 에너지를 가득 품은 끈기 강한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과대평가 하고 있었다.
스물셋과 스물넷 사이 그 언저리에서 나는 대단한 사람인 냥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직후 내가 마주한 현실은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냉정했다.
분명히 출판사들이 앞 다퉈 책을 출간하자고 달려들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출판사들은 하나같이 난색을 표하며 아주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보내주신 내용은 편집팀 전원이 검토하고, 기획회의에서 출간 여부를 논의하였습니다.
그 결과, 출간은 어렵다는 답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216번째 출판사였다.
그렇다. 나는 2년 간 꼬박 216곳의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다.
도대체 왜 책을 안 내주는 거지? 내 글쓰기 실력이 그렇게 부족한가?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써 놓은 글을 ‘무한 퇴고’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끝없는 투고와 퇴고의 반복이었다.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원고를 출판사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담당자에게 메일로 보내거나 원고를 프린트해서 우편으로 보내거나, 출판사로 직접 찾아가거나. 물론 나는 이 모든 루트로 투고했다.
출판사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어디든 한결 같았다.
“죄송하지만, 어렵겠습니다.”
복사해서 붙여 놓은 듯해 보이는 성의 없는 문장이 담긴 거절이었다. 아니, 그렇게 거절 의사라도 전해주는 곳은 감사한 경우였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반년이 지나도 연락조차 없었다.
어떤 출판사는 13년이 지난 지금도 홈페이지에 ‘검토 중’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대단히 신중한 출판사가 아닐 수 없다.
투고를 한다. 답을 기다린다. 거절 의사를 듣는다.
이 과정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꼬박 1년이 지나갔다. 그 다음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 나는 대한민국에 있는 거의 모든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물론, 지금이라면 아예 직접 출판사를 차려서 출간해버리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때는 상상할 수 있는 것과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 분명히 한계가 있었기에 그런 일을 꿈도 못 꿨다.
여하튼 그만 둘 수는 없었다.
내가 쓴 글이 한 권의 책이 된 상상을 하면 가슴이 터질 듯이 벅차올랐다.
어느 작은 서점의 책장 한편에 내 책이 있는 모습,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름 모를 낯선 이가 그 글을 읽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면 갈비뼈 안쪽이 참을 수 없이 간질거려왔다. 그 정도로 간절했고 온 마음으로 그러한 일들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처음 원고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8번 계절이 바뀌었다. 꼬박 2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2년, 매일 거절만 당하며 보내기엔 결코 짧지 않은, 긴 암흑의 시간이었다.
2011년 8월 여름이 깊었던 무렵, ‘그 메일’이 왔다.
모든 게 혼란스럽고 어지러워 눈앞에 놓인 돌 다리들을 밟고 한 발짝이라도 나아갈 자신조차 없어졌을 때였다.
지도나 스마트폰 없이도 외부의 길은 잘도 찾아 지구를 한 바퀴 돌았건만 정작 내 마음의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었다. 첫 실패였다. 처참한 패배가 주는 좌절감과 무력감이 낯설기만 하던 그런 시기였다.
안녕하세요? 창비 인문사회출판부의 박00입니다.
당시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비 출판사의 인문사회출판부에 전화를 걸어 원고에 대한 투고 상담이 가능할지 정중히 문의했다.
전화를 받았던 편집자는 우선 원고를 보내달라고 했다. 그 편집자가 열흘 동안 원고를 꼼꼼히 검토해 보고 연락을 준 것이다.
그는 일면식도 없는 한 청년에게 성의와 진심을 가득 담은 편지를 보내줬다.
보내주신 귀한 원고와 기획안 등, 감사히 받았습니다. 1부 런던 편 샘플에서 느껴지는 패기, 겸손함 등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중략…
왜 자신의 이 경험을 많은 독자들에게 들려주려고 하시나요? 000 님의 경험이 기존의 수많은 여행기와 무엇이 다른가요?
한 사람의 한국인이 외국에서 고생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는 이것 말고도 많습니다. 서점에 가서 어느 여행기를 펼쳐보나 각각의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일반인들이 평상시에 경험하기 힘든 새로운 이야기들이기 때문이지요. |
메일의 본문 텍스트를 복사해 워드프로세서로 옮기고 프린트했다. 자세를 바르게 고치고 앉아 편지를 천천히 정독했다.
메일은 전부 합치면 A4용지로 열 장은 될 만큼 성의 가득한 장문이었다.
사람들은 여행을 다녀와서 그 기록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지요.
'부럽다' '즐거워 보인다' '나도 해보고 싶다' '글 잘 쓴다'…
그렇다면 그 기록을 반드시 책으로 남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게 바로 이것입니다. 00 님은 이미 몇몇 사람들과 이 기록을 공유했을 것입니다.
한 출판사가 어떤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했을 때에는 그 책의 판매만을 따지는 게 아니라는 말은 괜한 인사치레가 아닐 것입니다. 그 책이 지닌 생명력과 가치에 대한 평가가 기반이 된 것이지요. 말씀하신 유수의 출판사들이 000 님의 책의 출판을 어렵겠다고 결정한 이유도 저는 비슷하다고 봅니다. 중략…
아무튼 저는 기본적으로 어떤 책이 지닌 가치는 그 필자가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온 어떤 화두가 일상생활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갈고 닦아져 결국 어떤 '핵심'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꼭 이번 여행이 아니었더라도 또 다른 여행에서, 혹은 타지로의 여행이 아니라 바로 현재의 일상에서 같은 답을 찾아보시고 글을 써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건필을 기원하며, 이만 줄일게요. |
머리를 벽에 세게 부딪친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책을 내고 싶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으로 내 입장에서만 마냥 떼를 쓰고 있던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과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출판사의 입장, 그리고 수많은 책들 중에서 굳이 이 책을 택하고 구매하여 읽어 줄 독자의 마음 같은 건 조금도 고려를 안 했던 것이다.
자본주의사회의 기본 매커니즘인 ‘생산-투자-소비’의 역학관계를 간과하고 생산자인 내 입장만 내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러니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할 수밖에.
처음부터 글을 다시 썼다. 풍경이나 배경 묘사 같은 건 최대한 자제하고, 순전히 ‘만남’에만 집중했다.
글의 모든 소챕터를 사람과의 만남과 그 일화가 나에게 줬던 ‘생각의 변화’에 대해 서술했다.
새로 쓴 초고를 국내에서 가장 큰 출판사 5곳에 보냈다. 며칠 뒤에 원고를 보낸 출판사 5곳에서 모두 전화가 왔다. 출간을 하자는 연락이었다.
그 중에 3곳과 미팅을 가졌고,
내 글과 나라는 사람에 대해 가장 큰 호감과 호기심을 품고 있던 박 대표가 있는 웅진리빙하우스와 출간 계약을 맺었다.
‘출판권 및 전자출판용 배타적 발행권 설정과 기타 저작권 사용 계약서’라는
길고도 어려운 제목의 계약서 첫 줄에 있던 ‘저작권자(작가)’란에 이름을 기입하는 순간엔 콧잔등이 시큼 거려왔다.
계약서에 사인했던 그 날, 출판사가 있던 대학로 거리를 기분 좋게 걷고 또 걸었다.
목덜미에 내려앉는 한여름의 햇볕이 따갑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기분 좋은 산책이었다.
이듬해 2012년 5월, 책은 『어쩌면 가능한 만남들-나를 키운 지구촌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출간 10년이 지난 현재, 해당 책은 '절판'했습니다.)
책은 수십만 부 이상의 초베스트셀러가 되는 판매부수는 아니었지만, 출판시장의 불황을 뚫고 5쇄까지 판매되었다.
그해의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들어갔고 ‘교보문고 광화문 본점’에서 저자 사인회라는 것도 했다.
“당신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그것을 만들어줄 사람과 그것을 소비해줄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봐라.”
10여년 전, 그때 만약 이런 조언을 아무도 해주지 않았다면 그래서 끝까지 생산자로서의 내 입장만 고수했다면,
과연 그 글은 한 권의 예쁜 책으로 출간 될 수 있었을까?
주변의 누군가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해보겠다고 하면,
이를테면 그게 책을 쓰는 일이든, 사업을 시작하는 일이든,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든,
그게 뭐든.
세상에 내놓을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당신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그것을 만들어줄 사람과 그것을 소비해줄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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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15년 전, 당시에 해당 여행기를 유일무이하게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던 게 이곳 루리웹 내사겔이었습니다.
책을 쓰던 과정에서 회원님들께 큰 응원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책이 출간된 후에도 루리웹 회원님들께서 많이 읽어주셨습니다.
10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감사한 마음 여전히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실패의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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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그것을 만들어줄 사람과 그것을 소비해줄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봐라 이건 정말 좋은 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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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마음은 장문의 편지로 당연히 당시에 먼저 전달 드렸고 책이 출간됐을 때 선물해드렸습니다. 찾아뵙고 인사드리고자 했는데 굉장히 부담스러워하시더라고요 ㅠㅠ 지금은 강원도에서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계시더라고요. 올초에 옛생각이 나서 찾아뵙고 인사드리고자 연락드렸더니 바쁘시다고 사양하셔서 아직 마음의 빚은 다 갚지 못하고 세월만 흐르고 있습니다. 언젠가 크게 보답 드릴 수 있는 날이 있겠죠?
(IP보기클릭)116.34.***.***
보통 게임 쪽 컨퍼런스 강의를 듣다보면 성공후기라는게 99% 벼락치기 & 운빨이고 그걸 되려 자랑(?)하는 내용들이 너무 많아 배울 점 하나 없단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어느샌가 그런델 안가게 된지 오래 되었는데요, 갑자기 이런 말을 왜 먼저 꺼냈냐면 이 글 앞 부분만 봐선 '이 글도 그런 류일 것이다~'라는 삘이 왔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읽다보니 글쓴 이가 왜 실패했었고, 어떤 계기가 전환점이 되었고, 어떻게 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게 명확하게 잘 나타나 있는 것 같아서, 또 읽는 저에게 잘 전달해주신거 같아 앞서 예를 든 벼락 성공기들과는 뭔가 다르단 걸 눈치챘고, 끝까지 보고, 댓글에 창비 담당자분께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글을 보자마자 로그인했습니다 ㅎㅎ; 글쓰신 분께 먼저 선입견으로 들여다봐서 죄송하다고, 그리고 좋은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댓달고 싶었네요. 아직 더 성공하실 수도 있고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기실 수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더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IP보기클릭)220.87.***.***
자비 출판이 가능해지면서 최근까지도 글쓴이께서 첫 책을 낼 때, 처음 하셨던 생각처럼 본인의 욕망에 의해 인쇄되는 책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20대에 세계여행(?)을 하면 으례히 겪게 되는 과정인지? 제 주위에도 굳이 본인의 여행기(경험)을 책으로 만든 그런 동생들이 몇 있네요...
(IP보기클릭)59.6.***.***
곧 오른쪽으로 가게 될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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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닐 드럭만에게 보여주고 싶어지는 말 입니다.... | 22.06.10 13: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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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 출판이 가능해지면서 최근까지도 글쓴이께서 첫 책을 낼 때, 처음 하셨던 생각처럼 본인의 욕망에 의해 인쇄되는 책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20대에 세계여행(?)을 하면 으례히 겪게 되는 과정인지? 제 주위에도 굳이 본인의 여행기(경험)을 책으로 만든 그런 동생들이 몇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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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고등학교 교장이, 자기가 쓴 동화책을 학생들한테 강제로 사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속으로 겁나 욕했었는데, 아직도 버젓하게 활동중이네요. 퍽이나. | 22.06.09 17: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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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eya
감사의 마음은 장문의 편지로 당연히 당시에 먼저 전달 드렸고 책이 출간됐을 때 선물해드렸습니다. 찾아뵙고 인사드리고자 했는데 굉장히 부담스러워하시더라고요 ㅠㅠ 지금은 강원도에서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계시더라고요. 올초에 옛생각이 나서 찾아뵙고 인사드리고자 연락드렸더니 바쁘시다고 사양하셔서 아직 마음의 빚은 다 갚지 못하고 세월만 흐르고 있습니다. 언젠가 크게 보답 드릴 수 있는 날이 있겠죠? | 22.06.09 18: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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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관련자도 아닌게 같잖은걸 묻고 있어 짜증나게 | 22.06.10 11: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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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게임 쪽 컨퍼런스 강의를 듣다보면 성공후기라는게 99% 벼락치기 & 운빨이고 그걸 되려 자랑(?)하는 내용들이 너무 많아 배울 점 하나 없단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어느샌가 그런델 안가게 된지 오래 되었는데요, 갑자기 이런 말을 왜 먼저 꺼냈냐면 이 글 앞 부분만 봐선 '이 글도 그런 류일 것이다~'라는 삘이 왔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읽다보니 글쓴 이가 왜 실패했었고, 어떤 계기가 전환점이 되었고, 어떻게 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게 명확하게 잘 나타나 있는 것 같아서, 또 읽는 저에게 잘 전달해주신거 같아 앞서 예를 든 벼락 성공기들과는 뭔가 다르단 걸 눈치챘고, 끝까지 보고, 댓글에 창비 담당자분께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글을 보자마자 로그인했습니다 ㅎㅎ; 글쓰신 분께 먼저 선입견으로 들여다봐서 죄송하다고, 그리고 좋은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댓달고 싶었네요. 아직 더 성공하실 수도 있고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기실 수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더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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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도 정말 예쁘답니다. ^^ | 22.08.02 12: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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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홍선기 님께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겠습니다만, 결국 홍선기 님은 그 조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을 걸러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창비의 편집자께서는 '독자 생각도 해야지, 네 생각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 같은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팔리지 않을 책은 출판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신 것도 아닙니다. "한 출판사가 어떤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했을 때에는 그 책의 판매만을 따지는 게 아니라는 말은 괜한 인사치레가 아닐 것입니다." 판매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조언이 어떻게 '자본주의사회의 기본 매커니즘인 ‘생산-투자-소비’의 역학관계를 간과하고 생산자인 내 입장만 내세우고 있었다' 로 전회되어 읽힐 수 있는지... 저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 댓글이 홍선기 님에게 닿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편집자께서 보내신 조언을 초심으로 다시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 22.06.10 15:34 | |
(IP보기클릭)49.167.***.***
좋은 의견과 말씀 감사합니다. :) 내사겔 게시판 특성상 텍스트가 너무 많은 건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 당시 받았던 편지(이메일) 내용도 정말 많이 축약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말씀하신대로 조언과 리액션의 인과관계가 안 맞게 보이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분께 받은 조언의 요지는, 조금 특별했던 개인적 경험, 여행 이야기를 단순히 여행 이야기에 그치지 말고 그 경험 속에서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 교훈, 사회적 고민에 대해 더 집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에 어디를 가서 뭘 봤고, 뭘 먹었고, 어떤 감정을 느꼈고 이런 것들보다는 오롯이 '만났던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서 마치 '지구촌 다양한 사람들의 삶 인터뷰' 같은 형식으로 '만남'에 맞췄습니다. 만남에는 14년이 지난 2022년 현재까지도 좋은 관계로 가까이 지내는 친구부터, 정신적 멘토가 된 사람 뿐만 아니라 사기를 치려고 했던 사람, 노동자를 괴롭히는 악덕사장, 큰 범죄를 저지르고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사람, 아마존의 원주민이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나이키 티셔츠로 옷을 황급히 갈아입던 사람들까지. 말 그대로 다양한 삶에 초점을 맞춰봤고요. 제가 생산-투자-소비의 역학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내 입장에서나 책으로 내면 좋을 법한 재미있는 이야기'였지만, 사회적 담론이나 고민, 공감대가 될 수 없는 그저그런 이야기는 투자자(출판사), 소비자(독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못한 처사였기 때문이지요. === 모든 경험은 각자의 것이지만, 경험 자체보다 그 경험을 통해 형성된 각자의 이야기가 있어야만 그것이 다시 공유될 자격을 얻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아무튼, 이 좋은 교훈을 늘 잊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좋은 말씀과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장문의 덧글 감사합니다! | 22.06.10 18:18 | |
(IP보기클릭)39.7.***.***
그 사이에 치열한 고민을 하신 결과였을텐데, 성급한 댓글이 아니었나 하는 후회가 조금씩 들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대댓글로 주신 말씀을 보니 역시나 그렇네요. OTL 많은 독자들이 공감해 주신 것도 그럼 고민과 사유의 시간들이 가져온 결과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간을 읽지 못한 섵부르고 시답잖은 물음에 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2.06.10 19:38 | |
(IP보기클릭)211.246.***.***
(IP보기클릭)27.117.***.***
(IP보기클릭)115.86.***.***
아직 재학생이신가요? 쪽지로 연락처 남겨주시면 내가 매지리에서 밥 한 번 사줄게요 ^^ | 22.08.02 12:00 | |
(IP보기클릭)121.137.***.***
현재 재학중은 아니고 휴학중입니다! 매지리 좋은 동네죠 한적하고 가마우지도 많고... | 22.09.07 00:5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