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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국이 SBS를 그만둔 이유 #4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만큼이나 큰돈이 필요하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적게는 회당 7~8억에서 많게는 10~12억의 돈이 들어간다. 넷플릭스 등 OTT의 경우는 스케일에 따라 회당 15~20억의 자본을 투입하기도 한다. 누구의 관심과 흥미도 끌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씁쓸히 퇴장하는 그저 그런 드라마들도, 대부분 100억이 넘는 총 제작비가 투입된다는 뜻이다.
이 천문학적인 돈들이, 실제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적절히 쓰이고 있는가?
작가 고료와 연기자 출연료. 촬영과 조명, 동시녹음을 비롯한 각종 스텝 인건비와 고정 장비 및 세트 임차료. 장소 섭외, 소품 등 미술 세팅, 단역과 스턴트, 특수효과와 의상 분장 미용, 보조출연자 인건비와 차량 운용. 편집, 음악, 효과 믹싱, CG, 색보정, 종편에 이르기까지의 후반 작업.
계약서 작성에서 실 지급에 이르는, 일련의 제작비 흐름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일을 ‘제작 프로듀서’라는 직책이 맡고 있다. ‘제작 총괄’을 필두로 막내급인 ‘라인 프로듀서’까지 진용이 갖춰지는 소위 ‘제작부’라고 불리는 팀.
한 편의 드라마가 한 마리 생물이라면, 팀에 흐르는 돈은 피와도 같다. 제작부가 제대로 혈행을 짚어주고 뚫어주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혈액 공급 부족으로 탈이 난다. 때로 어딘가서 부족해진 돈들이, 과잉된 흐름으로 잘못 흘러 애먼 인간의 주머니를 불리기도 한다.
사람과 돈, 그 사이를 복잡하게 헤집고 개입해야 하는 일인 만큼 제작비 규모가 큰 작품일수록 경험 많은 제작PD가 현장을 살뜰히 챙겨야 한다. 그래야 쓸 데 없이 돈이 새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이 돈들이,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다.
2019년 4월, 빅이슈 촬영 현장은 혼돈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A팀의 촬영 진행 양상은 여전히 전쟁에 가까웠지만, 이를 진두지휘하고 서포트할 제작부 인력은 도통 현장에 보이지 않았다. 20대 막내 라인 프로듀서 한 명만 동분서주하며 현장을 지켰고, 총괄을 포함한 중견급 제작PD 누구도 A팀 현장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명백한 비상식이었다. 빅이슈의 명목 제작비는 회당 7억 5천. 제작부가 매일같이 서넛은 현장에 붙어줘야 하는 규모다. 심지어 매일 같이 대규모 군중, 액션 씬들을 소화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당장 내 눈에 띄는 낭비만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처에서 돈이 줄줄 새는데 아무도 손을 쓰지 않았다.
현장에서 필요 이상의 스탠바이는 모두 낭비다. 필요 이상의 미술 세팅, 필요 이상의 무술 스턴트 스탠바이, 필요 이상의 보조출연자 숫자 ... 연출자도 신이 아니기에, 이 모든 ‘돈 들어가는 일들’을 상의하고 조율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공동 연출로 합류하기 이전, 팀의 메인 제작 프로듀서였던 Y PD는 B팀으로 옮겨가 P감독의 심기를 살피며 그녀의 어린애같은 불편사항들을 보좌하기에 바빴다.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 출신으로, 현재 스튜디오S의 정규직 자리를 꿰차고 계신, 당시 빅이슈 담당 김시환 제작 총괄에게 ‘현장 좀 챙겨달라’며 몇 번이나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늘 한결 같았다.
‘일손이 없다.’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정 일손이 없다면 본인이 나와야 될 일 아닌가? 게다가 당시 팀에는 회계와 정산을 맡았던 P프로듀서도 있었다. 그녀는 앞선 팀의 수장이었던 L감독과 갈등을 빚은 뒤로 현장을 떠나 있었는데, 내가 메가폰을 넘겨받은 상황에야 현장을 챙기는 일이 껄끄러울 일이 없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김시환과 P가 공적인 관계를 넘어선 묘한 관계가 아니었던 다음에야. 김이 P를 그토록 싸고 돌 이유가 뭐가 있었을까?
제작비는 줄줄 새나간 끝에 회당 8억을 훌쩍 넘어 9억에 가까워졌다. 광고 수익은 처참한 수준이었고 제작 지원 문의도 끊겼다. 어떻게든 예산을 아끼고, 손해를 줄이는데 집중해야 할 제작부가 현장 관리를 손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개인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제작비 초과와 적자의 책임을 L감독에게 돌려 그를 확실히 징계하고 경질하기 위함.
둘째는, 그런 아비규환의 혼란 속에서, 보다 쉽게 남의 눈을 피해 주머니를 불리려는 누군가의 음흉한 획책.
참으로, 더럽고 치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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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루리웹 회원 여러분. 35년차 고인물 게이머, 루리웹 이용 20년차, 말년병장의여유 (고현국) 입니다.
최근 퇴직한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경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SNS와 제가 주로 활동하던 커뮤니티를 통해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루리웹에 올려두었던 게시글은 권리침해로 삭제됐습니다만, 미디어오늘에서 감사하게도 기사화를 해 주셨네요.
혹시 관심가져주실 분들이 계실까 싶어 올려둡니다.
* <고현국이 SBS를 그만둔 이유> 시리즈는 아래 제 인스타그램 계정에 계속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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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감사드립니다! | 22.04.30 21: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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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화이팅 하겠습니다!! | 22.04.30 21: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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