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사실 레어 아이템 갤러리에 올렸던 고룡전기 퍼시벌과 같은 곳에서 발굴했습니다
원래 세상엔 빛과 어둠이 있는 법입니다. 물론 이쪽이 어둠이죠
일단 저는 해본 적 없는 게임인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똥게임으로 악명이 자자하더군요
그걸 보고 가슴이 웅장해졌습니다. 원래 악명도 명성인 법입니다
명작 게임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흔하지만 똥게임은 아무나 안가지고 있기때문에 가치있는 법입니다
저는 영화관에서 드래곤볼 에볼루션을 직접 관람한것을 자랑으로 삼는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상자 앞부분이 꽤 빛에 바래있습니다
완벽공략집 포함이라는 저 믿음직한 문구를 보세요
원래 이시절 게임들은 다 불친절했기 때문에 매뉴얼을 몇번 읽어보고 하는게 보통이었습니다
요즘 게임들은 게임 내에서 자연스러운 튜토리얼을 제공하죠. 기술의 발전에 감사하십시오
심지어 대만 수출작이랍니다. 90년대 중반까지도 대만산 PC게임들이 한국에 많이 들어왔었습니다
근데 이제는 한국에서 수출을 했다 이겁니다. 지금이야 생소하지만 그때 대만은 꽤 큰 게임시장이었습니다
패키지 뒷면입니다. 정가 19800원. 그래도 90년대 중반에 나온것들보다는 저렴합니다
90년대 중반에 나온 게임들은 가격이 무슨 3만원 4만원 합니다
사이드를 보시면 서점 판매용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아마 90년대쯤 태어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원래 이 시기 서점은 게임 유통망을 겸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잡지 광고 보면 '가까운 서점에서 찾으세요' 같은 문구들 적혀있기도 했죠
물론 지금은 안 팝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서점에서 게임을 사본 게 듀크 뉴켐 포에버를 예약했을때였던 것 같습니다
내용물입니다. CD 2장과 사용자 설명서 및 완전공략가이드라는 책자 하나
아닙니다. Khan은 몽골어로 왕이라는 뜻입니다
한반도의 상고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부분에서 대충 눈치까셨을 겁니다
이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전한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환단고기같은 뻥도 나름대로 먹혀들어가고 있던 시대였습니다
당장 이시절 베스트셀러였던 퇴마록만 봐도 그런 내용 나오죠
이 게임은 처음 시작하면 아무 설명도 없이 캐릭터 고르라고 던져주고
캐릭터를 고르고 나면 뜬금없이 생일을 입력하게 합니다. 생일에 따라 바이오리듬이 달라진다고 하는군요
바이오리듬은 90년대에 유행했던 사이비 과학 중 하나입니다
근데 이때는 그냥 사이비 과학이 아니라 꽤 크게 여기저기 영향을 끼치고 있었죠. 지금의 MBTI랑 거의 비슷한 급이었습니다
예를들면 아구선수가 성적이 부진하면 바이오리듬상 뭐가 안좋아서 그랬다고 분석(웃음)하는 정도의 급
바이오리듬 -> 혈액형성격 -> MBTI로 이어지는 사이비 과학의 계보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 바이오리듬에 의한 스탯의 증가/감소폭이 얼마나 큰지는 잘 모르겠지만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이시절 게임들은 단순해서 레벨을 올려 물리로 때리면 대부분 해결됐기 때문입니다
인게임 화면의 설명입니다. 당시 유행했던 디아블로1의 인벤토리 시스템을 그대로 따왔죠
게임적으로도 그냥 디아블로1입니다. 근데 그래픽이 좀 더 유치하고 조잡한
스토리도 그렇고 뭔가 디아블로의 영향을 받았으면 다크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을법한데 실제 게임에선 전혀 없는 것 같더군요
아무래도 좋지만 해골 버튼이 메뉴 부르기인것도 신경쓰입니다. 해골은 보통 위험의 아이콘 아닌가요? 자폭버튼이라던가...
이 부분은 좀 이상합니다. 주인공의 동작 종류 및 효과라는 목차 아래에 '동작' '설명'은 대체 왜 있는 것인지
템플릿을 깜박하고 지우지 않은 것인지? 근데 템플릿은 저거랑 완전 딴판이잖아요?
실제 밑에 내용은 동작-설명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동작 엔터치고 설명 쓰는게 아니라
검수를 똑바로 안 했나봅니다
여기서부터 캐릭터 소개입니다
근데 배경이 상고시대라면 '파이터'같은 영어단어는 넣지 않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됩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설명이 그냥 5줄 내외로 끝입니다. 아니 뭐 캐릭터에 대해 알고싶은건 이런게 아니잖아요?
생년월일, 키, 몸무게, 나이 뭐 이런 시시콜콜한 것들도 있고, 사용가능한 무기나 장비나 마법이 뭔지도 알고 싶고
근데 별로 알고싶지도 않은 '모든 일을 힘으로만 해결하려 해서 실수를 자주한다' 같은걸 알게 되는 겁니다
뭐 저런 설정대로 게임 내의 이벤트나 스크립트가 변할 리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위에도 썼지만 이시절 게임들은 단순했습니다
특히 디아블로1의 클론이라면 더 말할것도 없죠
그러니까 '싸이코'같은 단어를 안 썼으면 좋겠다 이거에요
그리고 캐릭터들 일러스트 구도가 하나같이 뭔가 이상합니다. 저렇게 뭔가 대각선 위에서 내려다보는듯한 구도로 그려져있죠
죄다 어깨깡패맨들이고. 뭐 어깨깡패는 90년대 트렌드였으니까 그러려니 합시다
여기서부턴 몬스터의 소개입니다
위에서 '완벽공략집'이라고 썼던 것을 기억하십시오. 이게 뭐 완벽 공략집... 이라는 느낌이 드나요? 너무 허전하지 않나?
몬스터 설정따윈 아무래도 좋고 우리가 알고 싶은건 이 몬스터가 레벨은 몇이고 어떤 아이템을 드랍하는가, 체력과 공격력은 얼마인가 이런 겁니다
이런게 쓰여있는걸 '완벽 공략집'이라고 하는겁니다
스켈톤과 흡사하지만 동굴에서 발견된다는 문장은 사소하지만 뭔소린지 모르겠습니다. 해골처럼 생겼으면 동굴에 있으면 안돼????
이런 식으로 몬스터 설명들이 전부 애매한 문장으로 쓰여있습니다
대체 왜 설인이 자기복제 능력을 갖고 있는가같은 미스테리도 있고
마(馬)인이라고 하고 하체가 말같다는데 생김새를 보면 전혀 말같지 않죠. 일반적으로 떠올리는건 켄타우로스 같은거 아냐?
이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이 하나 있는데, 실제로 켄타우로스를 만들고 싶었지만 무산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얘네 기술력으론 2X1칸을 차지하는 몬스터 같은걸 만드는게 무리였던거죠. 그래서 '하반신이 말'인게 아니라 '다리가 말다리처럼 생긴' 몬스터를 만든거고
아니면... 우마뾰이일지도 모르고...
얘넨 대체 뭔데 갑자기 설명을 끊고 넘어가죠? 누가 설명 좀 해줘!!!!!!
여기도 환 문학을 봤다면 많이 봤을법한 지명들이 나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등학생때 물리 선생이 생각나는군요. 수업은 안하고 웬 환단고기를 가져와서 일장연설을 하고
수메르가 사실 우리말로 수밀이국이라는 환국의 영역이었고 그 증거로 수밀이국에서도 짚신을 신었다는 내용의 비디오를 틀어줬습니다
그렇게 수업은 안하고 딴소리만 하는주제에 시험은 더럽게 어렵게 냈기때문에 저는 그 선생 싫어했습니다
교육청에 찌르면 아마 가만 안있었을텐데 그때는 그런걸 몰랐기에 넘어갔거든요
그게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원통(cylinder)합니다
마법에 대한 설명입니다. 앞에서 배경스토리 쓰는데 힘을 다해버렸는지 이것도 몬스터 도감 만큼이나 부실합니다
그래서 대체 이 마법이 무슨 효과고, 반경 몇타일에 효과가 있고, 소모 MP는 몇이고, 레벨은 몇이고... 그런 걸 좀 알려줘야지...
스탭롤입니다. 겉멋들어서 쓸데없이 영어로 써놓은거 보십시오
정 예이진(Jeong Yeijin)이나 강 티원(Kang Teawon)같은 조선천1지에 있을 수 없는 이름도 막 나오고 그러는군요
이름이 COMA라니 정말 잘 지었습니다. 게임을 코마 상태에서 만든게 아닌가 의심되는 수준이거든요
저는 이렇게 매뉴얼에서부터 진하게 똥냄새가 나는 게임은 처음 봤습니다
아무리 똥게임이라도 매뉴얼이 그렇게까지 부실하진 않았거든요. 게임은 안해봤지만 디아블로1 스타일이라고 하면 대충 감은 잡힙니다
리뷰나 플레이영상도 봤고... 결과적으로 전혀 매력적이진 않은 게임으로 판단됩니다
회사 주소가 굉장히 특이합니다. 고려대학교 산학관 6층이라니?
찾아보니 여기입니다. 96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는군요
원래는 대학교 안에 세운 건물을 기업들에게 임대해주는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그게 불법이라고 판명나는 바람에 연구실을 기업에 임대해주는 형태로 운영됐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건물의 6층 구석을 임대해서 쓰던 회사...? 였던거죠
아무튼 패키지 오픈은 이게 끝입니다. 내용물이 CD와 매뉴얼밖에 없어서 사실상 매뉴얼 리뷰가 되어버렸군요
위에도 썼지만 굳이 해볼 필요는 없는 게임입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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