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를 기점으로 해서 90년대와는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대흥행을 일으켰고, 정부 주도하에 인터넷이 보급됐고, 그 스타크래프트 열풍과 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피시방들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게임 대회'라는 것도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뭐 아직까지는 보수적이었던 90년대 분위기가 남아있었고 IMF의 침울함도 남아있긴 했지만 어쨌건 주변의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죠
그 와중에 종이 잡지를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했던 게 바로 이 '전자 게임잡지' 일 것입니다. 이 시절엔 뭔가 이런 물건들이 많이 나왔었습니다
아무튼 이것도 서점 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던 것을 발굴해 가져와봤습니다
옆면 밑면 뒷면 사진
이 물건을 만든 이게임즈라는 회사에 대해서는 검색해보니 몇 가지 정보가 나옵니다
KGL운영사인 ㈜이게임즈측은 "올해는 인터넷 게임방송(http://www.game-q.com)을 확대하고 CD로 배포되는 디지털 잡지 'eGamez' 를 창간하는 등 수익구조 안정화에 노력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게임 리그 업체인 이게임즈(대표 박호영)가 최근 CD롬 형태로 제작된 신개념의 디지털매거진 「이게임진(eGamez)」을 창간, 화제가 되고 있다. (중략) 「이게임진」 CD는 자사의 인터넷 사이트(http://www.game-q.com)를 통해 온라인으로 판매되며 카드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이용해 결제할 수도 있다. (출처: 전자신문)
즉 KGL(2000년 프로게이머 코리아 리그(PKL)가 창설한 초창기 스타리그)인 이게임즈가 인지도를 넓히고 시장을 넓히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내용물입니다. 디스크가 4장이나 있습니다
앞의 2장은 내용이고 뒤의 2장은 부록인 스타크래프트 경기 디스크입니다
그나저나 박스 구성이나 생김새를 보시면 알겠지만 당시 흔히 발매되던 '패키지 게임' 과 꽤 흡사하죠
내용물들은 모두 동영상인데 CD안에 그냥 영상 파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즉 말하자면 VCD 4장인거죠. 아무래도 좋지만 292x240이라는 처참한 해상도를 자랑하고 프레임도 낮은 편입니다
뭐 1024x768 해상도가 보편적이던 20년전엔 지금보다 보기 편했겠죠. 지금은 화면이 너무 작습니다
애초에 CD는 용량 문제때문에 최대한 여러 동영상을 우겨넣으려면 이렇게 극한으로 줄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래는 CD를 넣으면 오토런으로 실행됩니다만 최근에는 오토런을 막고 있기 때문에(오토런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가 많아진 이유로) 직접 실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기 보이는 egame1.exe를 실행시키면 되는데... 이거 플래시입니다. 정말 시대가 느껴지죠
시작하면 간지나는 로고가 뙇 나오... 는데 작습니다
위에 썼듯 해상도 292x240입니다
메뉴 화면... 도 작습니다
당시 RTS가 굉장히 인기있었던 시절이기 때문에 대부분 컨텐츠들이 RTS관련 이야기들만 있습니다
저 영상은 RTS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인데 듄2부터 시작을 하죠. 얼마 전에 듄 영화 개봉했던 거 생각하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개발사를 찾아가서 인터뷰 한 영상도 있습니다
월드 워 2: 포화속의 유럽 이라는 게임인데 '세계 최초의 2차세계대전 테마 RTS'라면서 엄청나게 띄워줍니다
사실 실제로 당시에는 2차세계대전 테마의 RTS는 없었기도 했고 여러모로 특이한 게임이긴 했습니다
당시 게임잡지에도 자주 얼굴 내밀던 기대작이었고요
하지만 결국 이 게임은 발매되지 못했습니다
원래 2000년 9월 발매 예정이었는데 그게 계속 미뤄져서 이 물건이 나온 2001년 3월 시점에도 발매는 안 됐었습니다
(여기 나온 영상들 자체는 2000년부터 만들어져 있는 것들도 있는걸보면 꽤 오래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걸 만든 드림엔터프라이즈는 2002년 문을 닫습니다
소문에는 저기 나온 대표가 투자금을 횡령해서 스포츠카를 샀다는 둥 흉흉한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앞의 두 CD는 이런 인터뷰나 리뷰 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부록 CD 2번째인 스타크래프트 경기입니다
당시 인기 있던 여러 선수들을 초청해서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제작사가 프로리그 운영사라 가능했던 호화 라인업이었겠죠
20년전의 엄재경 해설과 최은지 캐스터입니다. 프로게임리그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죠
이 영상은 라이벌리 맵에서 7시 테란(임요환)과 11시 프로토스(기욤 패트리) 경기를 담고 있습니다
기욤이 초반에 패스트 리버로 리버슈팅을 시도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옵니다만 결국 임요환에게 패배하죠
여기서 엄 해설도 지적하는 부분인데 패치로 인해 리버는 셔틀에서 내리면 스캐럽 발사에 자체 쿨타운이 걸리게 되어 리버슈팅이 어려워졌었습니다
근데 기욤은 그걸 노리고 일부러 안할 것 같은 전략을 찔러봤던 거죠
...아니면 그냥 정말 몰랐을 지도 모르고... 기욤은 현재도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데 혹시 이 경기를 기억할까요?
이 '전자 게임잡지'는 신기한 물건이기는 한데 '잡지'로써는 치명적인 단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잡지의 최대 장점인 '내가 원하는 곳에서 본다' 는게 불가능합니다. 컴퓨터가 있어야 볼 수 있는데 당시는 노트북도 잘 없던 시대였습니다
게다가 컴퓨터가 있어도 컴퓨터 사양에 따라 영상이 느려질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붙어있습니다
당시 저는 게임잡지 보던 세대였습니다마는 개인적으로 게임잡지의 가장 큰 장점은 '나한테 없는 게임들을 보는 재미'라고 생각하거든요
침대에 누워 그런 것들을 보면서 플레이 장면을 상상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일종의 대리만족이죠. 사실 대부분 그랬을걸요?
근데 그게 안됩니다. 컴퓨터 앞에 정좌하고 앉아야만 볼 수 있습니다
제 기억으론 2000년대초에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긴 했어도 컴퓨터까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보급된 건 아닙니다. 컴퓨터는 여전히 비쌌거든요
친구랑 스타건 디아2건 퀘이크건 제대로 한판 하려면 PC방(당시엔 게임방이라고 불렀습니다)에 가야했고 집에서 멀티를 즐기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환경적인 제약이 너무 큰 거죠
게다가 컴퓨터 켜면 이거 말고도 할 수 있는게 훨씬 많지 않습니까? 경기만 보는게 아니라 진짜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요즘 같으면 이런 건 유튜브로 올라왔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나름 의욕적으로 스타트하긴 했는데 뭔가 착오가 많았던 물건이라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이 '창간호' 이후 다른 호가 나왔다는 소식 자체가 검색이 안 되는군요
요약하면 굉장히 과도기적인 물건이고, 잡지로써는 꽝이지만 2000년대의 시대상을 나타내는 물건으로는 꽤 훌륭하다고 봅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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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2는 출시 직전에 베타까지 했었는데 뜬금없이 회사가 없어졌습니다. 당시 유통사도 몰랐다는 말이 있더군요. 게임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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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프로 동감합니다 글 전체적으로 뭔가 불편한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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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디스크스테이션 이라는 게임겸잡지가 생각나네요 밴치마크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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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에 멀티미더어 붐이 일면서 저런 CD형태의 월간지가 생겼던 걸로 기억납니다. 지금은 버렸는데, 유게에 95년 출간된 디지털 잡지에서 추출한 사진을 올린 게 남아 있네요.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4407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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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2는 출시 직전에 베타까지 했었는데 뜬금없이 회사가 없어졌습니다. 당시 유통사도 몰랐다는 말이 있더군요. 게임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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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가 매우 마려운 제목이네요. | 22.01.01 12: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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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안되는 소릴 2010년물건이 아니라 2001년물건임 | 22.01.02 07: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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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이면 비디오 cd가 아니라 divx 포멧이 유행하던 시절 맞습니다. cd1~2장에 dvd를 맞춰서 리핑하던 시절이고. godrdian knot 같은 프론트엔드 프로그램, doom9.org같은 리핑 사이트에 관련 정보가 많았고. 얼마나 깍두기 없이 비트레이트 조정하느냐가 관건이었던 시절이죠. | 22.01.02 18: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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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시디롬 라이터로 시디 좀 구워봐서 아는건데 뭘 모르시는군요 | 22.01.05 12: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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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구
100프로 동감합니다 글 전체적으로 뭔가 불편한 말투 | 22.01.01 09: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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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디스크스테이션 이라는 게임겸잡지가 생각나네요 밴치마크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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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에 멀티미더어 붐이 일면서 저런 CD형태의 월간지가 생겼던 걸로 기억납니다. 지금은 버렸는데, 유게에 95년 출간된 디지털 잡지에서 추출한 사진을 올린 게 남아 있네요.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4407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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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년전" 이야기가 되어 버려서.... 몇년 차이는 구분도 잘 안되는데... 그때는 어마어마한 세대차이였죠. 몇년전만 해도 4K 동영상 재생이 버거웠던 때가... | 22.01.03 12: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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