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길이 열리면서 3년치 여행 수요가 몰려 항공권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유독 항공권 가격이 저렴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오키나와인데요.
겨울의 오키나와는 기후 특성상 흐린 날도 많고 기온도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키나와라는 관광지의 강점이 많이 퇴색되어 일본 여행 붐인 지금도 수요가 많지 않아 항공권이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더욱이 신정은 일본의 공휴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여행 수요가 적고 실제로 현지에서도 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유난히 저렴했던 항공편이 코로나 이후 제 첫 일본 여행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이용한 항공사는 제주항공.
다른 저가항공사들은 아직 노선도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제주항공이 공격적으로 특가를 많이 내놓았죠.
오랜만에 온 공항은 아직 항공편이 많지 않아 그 큰 대합실에 이륙하는 노선이 겨우 하나일 정도입니다.
일본으로 여행을 갈 때의 장점은 창 밖으로 대한민국을 보면서 갈 수 있다는 것인데요
오키나와는 방향이 방향이다보니 서해쪽으로 가게 되어 진도와 해남을 밖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땅끝마을도 어렴풋이 보이네요.
그리고 제주도 상공을 지나 운이 좋게 눈이 쌓인 한라산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는 수학여행 이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그때는 한라산도 올라가지 않아서 태어나서 처음 보는 백록담이네요.
그렇게 제주도를 멀리한 채 오키나와로 향합니다.
약 세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오키나와.
동남아는 보통 겨울이 건기라서 날씨도 맑고 기온도 적당해 겨울이 성수기지만
오키나와는 작은 섬나라라서 그런지 겨울이 그다지 맑은 날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첫날부터 느끼게 되네요.
그렇지만 역시 남국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공항을 나오자마자 반겨주는 야자수들.
반팔 반바지로 다닐 날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춥지는 않은 적당한 날씨입니다.
오키나와가 좀 더 성장해서 레저 말고도 즐길 거리가 많았다면 겨울에도 많이 찾아올텐데 여러가지로 아쉽네요.
오키나와의 관문 유이레일 모노레일. 나하공항부터 오키나와의 중심도시 나하를 관통하는 대중교통입니다.
후쿠오카만큼은 아니지만 나하도 공항에서 시내까지 거리가 제법 가깝기 때문에 도시 접근성은 아주 좋습니다.
유이레일로 4~6정거장만 건너면 바로 국제시장이나 오모로마치 등 나하 중심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유이레일 겐쵸마에역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시선을 강탈하는, 그야말로 남국 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 바로 나하시청입니다.
역 이름은 오키나와 현청 앞이지만 현청 바로 옆에 있는 나하 시청은 외벽에 식물을 심어서 그야말로 오키나와다운 건물 느낌이 나네요.
겐쵸마에역은 현청과 시청 뿐 아니라 백화점, 터미널, 국제거리의 입구까지 모여있는 그야말로 오키나와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숙소를 이쪽에 있는 작은 호텔로 잡았습니다. 그래야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요.
이번 여행은 3박4일의 짧은 일정입니다. 거기다 일행도 없는 솔로 여행이죠.
오키나와는 보통 단체여행을 추천하는데, 나하 시내를 벗어나면 대중교통이 급격하게 열악해지기 때문입니다.
츄라우미나 만자모같은 대표 관광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관광지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때문에
렌트카가 필수이고 렌트카의 가성비를 높이려면 3~5인의 구성이 제일 적당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혼자 온 오키나와 여행은 중심지인 나하만 돌아다니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사실 여행 타입이 P이기 때문에 계획이라기보단 일종의 범위를 잡은 것이지만요.
그리고 나하 여행을 다니려면 필수로 들러야 하는 곳이 바로 국제거리입니다.
종전 후 오키나와에 주일미군이 들어서면서 미군의 상업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점가이죠.
오키나와의 상징인 시샤가 국제거리 한복판에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시샤가 이렇게 큰건 아니지만 오키나와에 있는 건물에는 이렇게 시샤를 장식한 곳이 많습니다.
액운을 쫓아내는 용도로 많이 장식해둔 것이죠.
국제거리에서 골목으로 빠지면 보이는 시장골목.
사실 국제거리는 음식점과 선물가게들이 메인이라면 정말 볼거리는 이 시장골목들이 훨씬 많습니다.
국제거리 주변으로 4~7개의 시장길이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일본의 지방 시장거리는 보통 신년 연휴때는 전날부터 사람이 없고 문을 닫아 한산한데 여기는 전날까지도 사람이 북적거리네요.
일본의 은근 명물인 짝퉁 브랜드 티셔츠들
신기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양한 짝퉁 브랜드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도 오키나와 명물인 시샤 패러디와 오키나와 특산 맥주인 오리온 맥주의 패러디도 볼 수 있네요.
시장골목 안쪽에 있는 선술집 거리. 2022년의 마지막을 즐기기 위해 오키나와 주민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메인인 국제거리와는 달리 여기는 현지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 일본어를 모르면 들어가기 어려운 곳도 많습니다.
그래도 뭔가 이런 곳을 와야 외국 여행 왔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본어는 못하지만 노력해서 찾아가보고 있어요.
그렇게 어느 가게를 들어갈까 간을 보다가 뭔가 느낌이 딱 와서 들어간 야키니쿠 가게.
문 다 열어놓고 장사하는 노포 느낌도 좋았지만 특히 가격대가 저렴한 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주먹 크기에서부터 느껴지는 메가 하이볼의 위엄. 이게 600엔밖에 안합니다.
한국에서는 작은 맥주컵 사이즈에 담아주고도 7000원 8000원 받는 곳이 부지기수인데 말이죠.
예전에도 일본은 싼맛에 일본술과 일본안주를 먹으러 가는 느낌이었지만 요즘 물가도 오르고 환율도 떨어져서 훨씬 체감되네요.
저녁 메뉴로 주문한 500g 햄+호르몬 구이.
사실 부위 자체는 딱히 저렴한 것 없는 부위들이지만 양대비 가격이 무척 저렴해서 주문을 했습니다.
특히 간과 내장은 없어서 못먹는 저에게 저정도 양에 1000엔이면 정말 거저 먹는거죠.
베이컨 빼고는 햄과 다른 부위도 대체로 양념이 잘 돼 있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일본의 4차 한류붐으로 한국 음식이 예전보다 훨씬 본격적으로 일본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뭐든 철판에 구우면 겹살이고 간장에 담궈서 날달걀이랑 먹으면 육회인데
또다른 한류 조리 중 하나가 나물입니다. 뭐든 참기름에 깨 뿌리고 간하면 나물이라고 하는데 여기엔 고야나물도 만들어 파네요.
그렇게 나온 고야, 즉 여주 나물입니다. 사실 여주나물은 한국에도 은근 있는 메뉴라 그리 어색하지도 않고
여주의 쌉싸름함이 참기름과 소금간에 잘 어울려서 정말로 꽤 괜찮은 술안주입니다.
오키나와 특산물인 여주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기껏해야 챰프루 정도였는데 한국인에게는 오히려 이쪽이 훨씬 입맛에 맞겠네요.
그렇게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길에 호객행위(?)에 잡혀서 들어가게 된 바입니다.
사실 그냥 편한 분위기에 적당히 칵테일이나 사와같은거 마시고 싶었는데
사장님이 정리하시다가 한잔하실래요~ 하고 부르셔서 뭔가 느낌이 와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자기도 KPOP 좋아한다면서 BGM으로 한국 노래를 틀어주시더라구요.
노래 전반이 2010년대 노래들이라 오히려 진짜 팬인거같은 느낌.
적당히 사와 3종류 + 간단한 안주 하나에 1500엔이라 정말 가벼운 느낌으로 마시고 왔습니다.
그렇게 술기운이 살짝 오른 상태에서 지나가다 들른 블루씰.
블루씰은 오키나와 특산 아이스크림 + 크레페 가게입니다.
사실 그냥 오키나와에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정도로만 알았는데 미군이 들어오면서 생긴 꽤 유서있는 가게였네요.
일본에 가서 먹어야 정말 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크레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가격도 저렴한 곳을 찾기 힘들 뿐더러 그냥 크레페를 파는 가게 자체가 찾기 힘들죠.
어짜피 크레페에 크림과 과일만 넣어도 맛있는 음식이니 일본에서 싸게 먹는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어느 가게 앞에서 버스킹이 열렸습니다.
무료 버스킹은 아니고 가게에서 맥주를 팔면서 노래도 부르는 것이네요.
뭔가 소박하지만 특별하고 신기한 2022년의 마지막날을 보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이날은 2023년 1월 1일 신정입니다.
구름이 가득했던 어제와 달리 이날은 아침부터 날씨가 맑아서 확실히 남국의 느낌이 물씬 납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찾은 A&W
A&W는 미국의 대표적인 루트비어 브랜드입니다. 루트비어는 어떤 식물의 뿌리로 만든 콜라 비슷한 음료인데요
사실 그 향이 매우 독특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꽤 호불호가 갈리는 음료이며, 대충 미국의 맥콜 포지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저는 그 루트비어를 없어서 못먹는 쪽이고 그래서 지나가다가 이 가게를 보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햄버거 브랜드로 가게를 냈네요. 미국에서도 A&W 햄버거 가게는 본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뒤에 보이는 A&W 루트비어 플로트와 루트비어. 한가지 아쉬운건 크림소다를 팔지 않는다는 점이네요.
탄산음료 위에 크림을 올리거나 파란색의 크림소다 말고 미국식 크림소다가 역시 A&W 브랜드로 파는데 여긴 없더라구요.
그렇게 한국에서도 맨날 쉑쉑 가서 6000원 주고 마시던 루트비어를 200엔에 기본 음료로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진하고 뭔가 독특하게 코끝을 찌르는 향이 특히 매력적입니다.
A&W 브랜드는 일본에서도 오직 오키나와에만 있습니다. 아마 미군의 수요 덕분에 오키나와에 진출한 것 같네요.
그리고 엄청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볼륨과 구성이 상당해서 맘에 들었던 A&W버거.
오키나와에만 있고 일본 다른 지역에서도 찾을 수 없는 오키나와의 또다른 특산물입니다.
지나가다 만난 츄라우미행 버스에 새겨진 오키나와의 또다른 자랑 아무로 나미에
오키나와 곳곳에 있는 벤자민 고무나무.
가지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기근(공중에 달린 뿌리)들이 단연 압권입니다.
한국에서 벤자민을 기를 때에는 저렇게 키우기가 쉽지 않은데 특히 인상적이죠.
어제의 북적북적했던 국제거리 시장이 오늘은 문 연 가게도 거의 없고 한산합니다.
주말의 낮시간대는 어쩌면 국제거리의 피크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죠.
그래서 신년의 일본 여행은 보통 추천하지 않습니다. 비단 상점 뿐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도 다 문을 닫으니까요.
그래도 날씨만큼은 정말 끝내줍니다.
적도 느낌 나는 야자수 가로수와 일본어가 공존하는 이런 풍경이야말로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풍경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게 국제시장을 방황하다가 정말 이대로는 아무것도 볼게 없겠다 싶어서 무작정 버스를 탔습니다.
원래 목표는 새로 개장한 DMM 수족관을 가는 것이었는데요. 거기까지 가는 여러 버스 중에 TK02 노선 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가 제법 놀라운 버스입니다.
사실 일본에서 대중교통에서 와이파이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버스는 무려 버스내 와이파이가 됩니다.
그리고 이 버스노선을 하루종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패스도 판매하는데 이걸 웹으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이런 정보를 버스 안에서 얻게 되어서 뭔가 충동구매처럼 일일 패스를 구매했는데요.
패스 가격 1000엔 첫 구매시 가격이 700엔인데 수족관까지의 편도가 420엔이기 때문에 왕복으로만 이용해도 무조건 이득입니다.
겐쵸마에에서 DMM 카리유시 수족관으로 가는 길은 나하항을 거쳐서 공항을 들렀다가 갑니다.
TK라는 노선명에서 알 수 있듯 이 노선은 도쿄버스가 운영하는 버스인데요.
도쿄버스는 비단 도쿄 뿐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에 노선을 가지고 있는 전국구 시내버스 회사이기도 합니다.
오키나와에서는 나하에서도 나하현청에서 나하공항, 세나카지마, 이토만, 류큐호텔 등 나하 남부에 있는 일부 유명 호텔을 잇는 노선만 운영하고
그 외에는 운영을 하지 않지만 그 노선에 비교적 관광지라고 할 만한 곳이 많아서 생각보다 실속이 있는 패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패스도 생긴 겸 수족관만 다녀오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버스의 종점에 가까운 이토만시에 들렀습니다.
이토만시는 오키나와 최남단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인데 오키나와 전통 건축양식을 사방에 둘러싼 시청의 건축 양식이 인상적입니다.
오키나와 전쟁 관련 평화기념탑이나 한국인 위령비 등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오키나와에서는 관광지로써는 다소 인지도가 떨어지는 편이죠.
오키나와를 다니다보면 자주 볼 수 있는 건축양식입니다.
더운 날씨때문에 항상 바람이 잘 불 수 있도록 벽에 구멍이 잔뜩 있으면서도
태풍이 워낙 자주 오는 곳이기 때문에 태풍에 날라오는 잔해물을 피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벽을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건물마다 구멍을 내는 패턴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벽을 보고 다니는 것도 오키나와 여행의 재미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이토만에 들른 목적은 별거 아니고 이곳에 있는 수플레 팬케이크를 먹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수플레 팬케이크를 워낙 좋아해서 여행이던 아니던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먹는 편인데
이날은 신년이라 나하 시내에 있는 왠만한 카페들은 다 문을 닫았고 겨우 구글맵에서 찾은 가게가 여기입니다.
이토만시에 있는 전원주택단지인 시오자키초 한복판에 있는 하와이풍 카페 및 펍입니다.
하와이풍답게 열대과일로 만든 소스가 뿌려진 두툼한 수플레 팬케이크가 나왔습니다.
수플레 팬케이크는 재료만 보면 무조건 실패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음식같지만 가끔 부푸는게 안돼서 찌그러진 걸 먹게 되는 경우도 있죠.
그래도 이정도면 다른데서 보기 힘든 제법 독특한 풍미를 가진 수플레 팬케이크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시킨 망고와 패션후르츠 음료.
사실 하와이를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말 하와이에서 이렇게 먹는건가? 싶은 느낌은 듭니다만
꼭 하와이라고 하지 않아도 충분히 오키나와에 어울리는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게에서 보이는 경치는 정말 좋습니다.
날씨가 흐린걸 빼면 바로 앞에 공원도 있고 모래사장도 있어서 어째뜬 하와이풍이라고 부를 수 있으니까요.
오키나와의 상징인 에메랄드빛 바다도 날씨가 흐린데도 얼핏 보이기도 하고요.
바닷물은 정말 맑고 잔잔합니다.
러브라이버가 모래사장에 오면 꼭 해야 하는 것
아...
그렇게 이토만에서 디저트로 배도 채우고 다시 수족관에 갈까 하다가
이 버스노선에서 들르는 곳 중 세나가지마가 요즘 오키나와에서 핫하다고 해서 들렀습니다.
수족관을 먼저 갔다가 가도 되지만 여기가 일몰 명소라고 해서 해가 질 시간이라 수족관을 스킵하고 여기부터 오게 됐는데요.
세나가지마는 나하공항에 착륙할 때 오른쪽에 앉아있으면 창가에서 눈에 띄는 곳인데요.
이곳 우미카지 테라스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호텔만 있던 곳에서 호텔 아래 언덕을 테라스 상점가로 만들었는데
여기서 석양과 함께 나하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들을 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구름때문에 해가 지는 모습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확실히 석양 직전의 풍경도 엄청 멋있습니다.
중간중간 나하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들은 또다른 별미고요.
확실히 날씨 좋은 날 저 멀리까지 구름이 끼지 않는다면 엄청난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곳의 명소 중 하나라는 아이스바.
여기서 보면 그냥 평범한 테라스바처럼 보이지만
밑으로 내려가면 얼음으로 만들어진 실내 바가 보입니다.
겨울의 오키나와는 20도 내외라서 사실 이렇게 추운 곳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서 손님도 거의 없지만
이제 여름에 찾게 된다면 여기는 아마 돈을 내고 들러볼 생각이 들 것 같네요.
아까 말했던 도쿄버스 패스를 구매하면 우미카지 테라스 가게 중 한 곳에서 200엔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방금 디저트도 먹었고 곧 저녁시간이라 사실 뭘 먹기는 되게 애매하긴 한데 사진 찍는 용도로 적당히 딸기 소다를 시켰습니다.
매장 내부에 있는 영상을 보니 오키나와에 전용 카페 농장을 만들고 직접 공수한다고 하네요.
그렇게 오늘의 목적이었는데 밤이 다 돼서야 도착하게 된 DMM 카리유시 수족관
사실 오키나와에서 수족관은 츄라우미를 가는게 보통이지만 저처럼 나하 인근에서만 돌아다니게 된다면 선택하기 제일 좋은 수족관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생기기도 했고 대형 쇼핑몰에 위치해 있어서 쇼핑과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오키나와까지 와서 나하에서만 머물 사람은 아마 거의 없겠지만요...
DMM 수족관이 위치해 있는 쇼핑몰은 이아스라는 쇼핑몰입니다.
근처에 아시비나 아웃렛도 위치해 있고 오키나와 남부에 쇼핑 전용 공간으로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도로사정은 아직 개발되기 전이라서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도 차가 너무 많아서 엄청 밀리네요.
DMM 카리유시 수족관의 입구는 순백색의 매우 깔끔한 구성입니다.
처음 들어가면 프로젝터로 3D효과를 내면서 오키나와 전역을 훑어서 보여주는데 확실히 최신 수족관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3D 영상을 보고 수족관 내부에 진입하면 상당히 디테일하게 꾸며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동물에 대한 설명을 간판으로 해놓지 않고 앱을 설치하고 NFC태그를 하면 핸드폰으로 볼 수 있게 해놨는데
모바일앱으로 만들었으면서 언어지원이 일본어밖에 없는건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물고기를 볼 때마다 태그를 해서 핸드폰을 봐야 한다는게 생각보다 몰입을 해치더라구요.
수족관의 규모는 큰 편은 아니지만 동선을 복잡하게 하면서도 전시된 물고기들이 많아서 의외로 알차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테마 자체가 아기자기해서 물고기 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고 구경하는 맛이 있네요.
특이하게 수족관 내에 동물원도 있습니다.
새나 거북이, 나무늘보, 아르마딜로 등 평소에 보기 힘든 꽤 희귀한 동물들을 엄청 가까이에서 볼 수 있네요.
다만 새같은건 꽤 위험할거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요즘 수족관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중 하나인 해파리존.
다양한 해파리를 본다기보다 해파리에 빛을 비추어서 거울과 함께 환상적인 분위기를 내는 것이 최신 트랜드죠.
여기도 원통형 어항을 여러개 배치해서 신비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수족관을 나와서 이아스 쇼핑몰에 있는 푸드코트에 갔습니다.
1층과 2층이 연결되어 있는데 신년에 늦은 시간까지 여는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꽤 도움이 되죠.
진짜 오랜만에 전통식 츠케멘을 먹어봤습니다. 저 두껍고 쫄깃한 면발이 츠케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국물도 진하고 돼지고기 잡내가 강렬하게 풍기는 정통 츠케멘 국물인데 멸치육수를 넣은건지 뒷맛이 깔끔하고 맛있었습니다.
배고파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 먹었던 츠케멘 중 꽤 맘에 들었던 츠케멘이네요.
그렇게 TK버스를 타고 다니는 여행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현청 앞에 위치한 류보 백화점이 무지개로 라이트를 켜놨네요.
하루종일 맑았던 어제와 달리 다음날은 아침부터 구름이 가득 꼈습니다.
다음 목적지인 오노야마공원을 가는 길에 편의점을 갈 겸 들른 나하 버스터미널.
관광지보다는 오키나와의 각 지역으로 가는 시외버스 터미널이라 관광객은 생각보다 올 일이 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보통은 렌트카를 타고 다니니까요. 버스비도 꽤 비싸기도 하고요.
아침에 들른 오노야마 공원. 야구장, 육상경기장, 축구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이 있는 오키나와의 종합체육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식 프로 경기가 열리는 수준의 규모는 아니고 대체로 야외의 간이 경기장 수준입니다.
저도 여기가 대단한 관광지라 온 것은 아니고 아침 산책겸 숙소 근처에 있어서 들른 것에 가깝고요.
근데 돌아다녀보니 이곳에 있는 신사에서 신년 마츠리를 열고 있습니다.
마츠리가 생각보다 볼거 없고 먹을거 없다는건 알지만 그래도 축제라 사람이 몰린 것을 구경하는건 제법 즐거운 일이죠.
지나가다 발견한 또다른 한류(?)
오키나와에서 방탄소년단의 입간판을 보게 될 줄이야...
지나가다가 또다시 한국 푸드코너를 보게 됩니다.
코로나 전에 마츠리를 가도 한국 음식은 보통 찾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지나가던 마츠리에서 보게 되니 신기하네요.
첫날은 도보, 다음날은 버스, 그리고 오늘은 본격적으로 유이레일을 타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유이레일도 일일 패스권을 판매합니다. 관광객 전용 그런거 없고 그냥 매표소에서 일일권을 뽑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일권 가격이 800엔인데 국제거리 즈음에서 슈리성까지가 270엔이기 때문에 슈리성 왕복하고 다른 곳 하나 더 가면 무조건 이득이죠.
그렇게 유이레일 일일권을 타고 맨처음 간 곳은 겐쵸마에. 사실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만 목적지는 국제거리에서 정반대편에 있는 중국식 정원 후쿠슈엔입니다.
이미 입구 외관부터 오키나와나 일본과는 전혀 다른 건축 양식을 보여주고 있죠.
내부에 들어서면 중국식 정원이란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저 원형 문들이 말이죠.
오키나와에 뜬금없이 왜 중국식 정원이 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사실 오키나와는 원래부터 중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애초에 거리도 중국과 더 가깝고 류큐 시대의 건물도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고루 받아서 어느쪽과도 닮지 않았죠.
중국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돌산 위에 있는 정자.
그 앞에 있는 중국식 술잔을 기울이는 선인까지 정말 중국에 온 느낌입니다.
재밌게도 가운데에 있는 저 구멍으로 돌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돌 안에 들어가면 이렇게 폭포 안쪽도 구경할 수 있고 정자 위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일본여행을 가면 각지에 있는 오래된 정원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중국식 정원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중국식 정원을 구경하게 된 것이 매우 흥미롭고 왜 이런 정원이 있는지 궁금해졌는데요.
사실 정원에 자란 나무라던지 건물의 구조 등을 보면 마치 사츠마번에게 정복당하기 전부터 있던 백년 넘게 보존된 정원같지만
이 정원은 나하시와 중국의 도시가 자매결연을 맺은 것을 기념해 만든 정원입니다.
헤이세이 시대에 만들어졌으니 아무리 오래돼도 30년이 되지 않은 꽤 최근에 만든 현대식 정원인 것이죠.
그렇게 후쿠슈엔을 돌아본 뒤 마키시 주변을 돌아다니는데 콘크리트식 도심 속에 어울리지 않는 오래된 건물이 보입니다.
가게 이름도 "고민가" 차야. 오키나와 전통 건물을 카페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주변의 아파트숲 속에 이런 작은 건물이 달랑 있는 것이 너무나도 이색적입니다.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 확실히 오래된 건물이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건물 구조가 예전에 가정집이었던 것을 카페로 바꾼 것 같습니다.
목조주택이고 건물 외벽도 대단히 얇지만 1년 내내 온화한 오키나와이기 때문에 가능한 건축양식이겠죠.
그렇게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원부터 해서 꽤 많이 걸어다녀서 제법 땀이 났기 때문에 시원한 빙수를 시켰습니다.
오키나와 전통 잔자이 빙수와 과자 세트입니다.
잔자이는 오키나와 특제 콩으로 만든 잼인데 오키나와에서 많이 나는 사탕수수로 콩을 졸여 만든 것입니다.
사실 엄청 달 것 같은 색에 비해서 실제로 당도는 낮아서 엄청 달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달게 먹으라고 연유 시럽도 같이 나오는 편이죠.
게다가 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콩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너무 달지 않아서 깔끔해 제법 괜찮았습니다.
그렇게 디저트로 기운을 차리고 다시 도착한 슈리성.
거대한 성벽에 자라난 소철이 뭔가 엄청 이국적인 느낌을 풍깁니다.
슈리성은 오키나와의 대표 관광지이고 성곽의 규모도 크고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지만
지금 가보면 예전에 가보셨던 분이라면 뭔가 전혀 다른 풍경에 낯설어하실 수도 있습니다.
성이 있어야 할 위치에 거대한 조립식 창고가 위치해 있으니까 말이죠.
원래 가장 큰 본성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그림만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2018년에 발생한 슈리성 대화재입니다.
슈리성 본성과 매표소 일부를 불태우고 끝난 화재이지만 사실 슈리성에 건물이라 부를 수 있는게 본성뿐이기에 거의 다 탔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로 인해 사실상 슈리성에서 볼게 거의 없어졌다보니 입장료도 800엔에서 420엔으로 거의 반 가까이 할인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본성을 제외하면 거의 볼게 없기 때문에 반값 입장료도 돈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026년을 목표로 열심히 재건 공사를 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에 선뜻 입장료를 내고 입장했습니다.
본성이 없어졌으니 볼게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슈리성 재건 과정과 방법, 건축 방식 등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실제 복원이 이뤄지는 곳에서 전문가 분들의 1:1 입간판을 세워둔 것은 작업중이 아닐 때에도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2026년까지만 있을 복원 설명 자료도 한국어로까지 잘 번역이 되어 있어서 비교적 알찬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보통 슈리성 관광은 여기서 끝나지만 사실 슈리성 뒷쪽으로 가면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하게 나무로 둘러쌓인 한적한 뒷골목입니다.
돌계단을 내려가는데 식사시간이 되어서 중간에 문을 연 가게에 들어가봅니다.
신정연휴에는 문을 연 가게가 매우 귀하기 때문에 왠만하면 보이면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게다가 여기는 언덕 아래에 있는 슈리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전망도 나름 좋았고요.
오키나와에 왔으니 오키나와 소바를 먹어봅니다.
사실 오키나와 소바는 엄청 맛있다!!고 할 정도의 음식입니다.
오키나와식 챠슈는 확실히 맛있지만 국물이라던지 면이라던지 특별하다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죠.
아무래도 오키나와는 너무 작은 섬마을이라 식문화가 크게 발전하기는 어렵습니다.
식당에서 보이는 건너편의 언덕에 옹기종기 모인 주택들.
해안가에 위치해 대부분 평지인 나하 지역과 달리 슈리 지역은 대부분 언덕입니다.
슈리성도 비교적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고 주변 마을들도 경사가 심한 지형에 위치해 있죠.
과거 오키나와의 중심지였던 슈리와 현재 오키나와의 중심지인 나하가 통합해서 현재의 나하시가 되었습니다.
국제거리라던지 이런저런 문화시설이 많은 나하에 비해 슈리는 슈리성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문화시설이 없어서 지역 차이가 크기도 하죠.
가게를 나서는데 신년 액막이와 손소독제를 들고 있는 고양이가 귀여워서 한컷.
가게를 나서서 아까 내려간 돌계단을 계속 걸어내려가다보면 순식간에 골목의 풍경이 변합니다.
아까는 평범한 현대식 돌계단이었는데 어느새 과거로 온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죠.
이곳은 바로 긴조 돌다다미길입니다.
말그대로 돌로 다다미처럼 길을 만든 것이죠. 이 길은 슈리성에서부터 긴조가와까지 이어지는 내리막길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에 선정되어서 생각보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만 만들어진지 꽤 오래된 돌길이라서 돌의 많은 부분이 침식되어 미끄럽게 되어 있고
또 예전에 만들어진 계단길이다보니 계단이 경사도 있고 가파라서 내리막길로 갈 때에는 부주의하면 제법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올라가게 된다면 마찬가지로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꽤 힘들 수 있고요.
하지만 길을 내려오면서 보이는 슈리 지역의 경치는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힐만 하다고 생각하네요.
슈리성에 가신 분들이라면 여기도 한번 들러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긴조 돌다다미길을 내려온 뒤에 다시 길을 따라서 언덕을 넘어가면
과거 류큐왕조의 별장으로 이용된 왕실 정원 시키나엔에 도착하게 됩니다.
슈리성은 류큐왕국의 보존 문화재로써 세계유산에 등록되어 있는데 이곳 시키나엔까지 함께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다만 시키나엔은 슈리성과 거리가 제법 있고 유이레일도 가지 않고 주변에 다른 관광지도 없다보니 보통 여기까지 오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시키나엔은 류큐왕국의 별장이면서 사신들을 대접하는 곳으로도 사용된 곳인데
과거 류큐왕국은 중국과의 교류가 많았기 때문에 중국 사신이 많이 이용해서 정원 곳곳에 중국 정원의 느낌이 많이 묻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소실된 이후에 복원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일본 정원 느낌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죠.
그러다보니 정원을 거닐다보면 오키나와와 일본, 중국 세 나라의 문화가 융합되었다는 느낌을 받아서 꽤 재밌네요.
이날은 유이레일 패스를 끊었기 때문에 유이레일 말고는 다른 대중교통을 타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슈리성에서 시키나엔까지도 일부러 걸어간건데 이제 문제는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갈때는 그래도 돌다다미길도 따라가고 내리막길이라 그럭저럭 갔는데 그 길을 다시 돌아가려니 막막하더라구요.
결국 언덕을 올라가지 않는 큰길을 따라서 한참을 걸어 다시 슈리역으로 돌아오니 힘들어서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슈리역 바로 앞에 있는 문을 연 카페로 빨리듯 들어가게 됩니다.
정말 다른 이유 없고 가장 가까운 카페였는데 생각보다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정말 맛있었네요.
같이 나온 초코테린느도 적당한 당도로 지친 몸을 풀어주고요.
역시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지나가다 들어간 곳에서 찾는 행복이 아닐까요?
사실 이날 숙소는 정하지 않아서 저렴하게 게하를 갈까 호텔로 갈까 하다가 너무 많이 걸어서 욕조에 몸을 담구고 싶어서
온천을 운영중인 호텔을 검색해서 그 호텔이 위치한 오모로마치로 이동하게 됩니다.
오모로마치는 사진처럼 가운데 공원이 길게 이어진 현대식 도시 설계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실제로도 이곳을 신도심이라고 부를 만큼 야심차게 나하의 새로운 중심지로 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호텔과 백화점, 쇼핑몰, 현립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위치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게 호텔에서 가볍게 목욕탕으로 몸을 푼 다음에 오모로마치 바로 옆동네인 아사토로 이동합니다.
국제거리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 오모로마치는 신도심으로 젊은 사람과 가족이 모여드는 곳이라면
아사토는 나하의 가장 서민스러운 풍경을 가진 시장 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늦어서 시장거리는 대부분 문을 닫고 식당도 거의 술집만 문을 열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만석이더라구요.
그렇게 3~4개의 가게가 만석이라 쓸쓸하게 나오고 거의 마지막으로 들어간 야키토리집.
정말 우연히 딱 한자리가 카운터석에 남아있어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미리 가보고 싶던 평점 높은 가게도 아니고 가격대는 꽤 있는데 주문하고도 한참을 안나와서 적당히 술 한잔만 마시고 가야지 했는데
여기는 엄청난 맛집이었습니다.
제가 앉고 만석이 된 뒤에도 여러 팀이 자리가 있냐고 들어왔지만 자리가 없어서 다시 나갈 정도였죠.
심지어 그 중 한 팀은 한국인이었는데 며칠전에 오고 또 온거라고 합니다.
특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부타야키. 적절하게 간을 한 삼겹살인데 그 간과 구이의 정도가 너무나도 절묘했습니다.
돼지고기를 먹고 입에서 녹는다는 표현을 한 적이 별로 없는데 그 중 하나가 여기가 되었네요.
본메뉴인 야키토리도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이렇게 꼬치구이 5개 오마카세로 2000엔인데, 실제로 나온 꼬치들 가격을 합치면 2000엔을 훌쩍 넘더라구요.
처음에 오마카세인줄 모르고 고르려다 아니라고 해서 죄송했는데 나온 메뉴들이 너무 훌륭해서 결국 한 잔 더 마셨네요
깔끔하게 완식. 여행의 마지막날에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아름다운 음식을 만나게 되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까도 말한거같은데 여행지에서 유명한 곳을 찾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정말 전혀 계획에 없던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찾는 행복도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가 아닐까 싶네요.
그렇게 3박4일의 짧았던 나하 여행도 마무리됩니다.
마지막날은 어짜피 반나절 뒤에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무슨 대단한 관광을 하지는 않습니다.
오모로마치에 있는 중앙공원을 적당히 거닐어봅니다.
오모로마치 중앙공원을 걷다보면 거대하고 독특한 건축물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오키나와 현립미술관입니다.
오키나와같은 작은 동네에 이렇게 거대한 미술관이 있다는 것도 놀랍고 그 건축양식이 오키나와 건축양식이 모티브인 것도 놀랍네요.
하지만 가장 놀라운건 여기가 신정 연휴라서 영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
원래 이날은 여기만 보고 공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딱 이날까지 휴무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미술관 맞은 편에 있는 나하 메인 플레이스로 갑니다.
나하 메인 플레이스는 오키나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쇼핑몰로 도큐핸즈와 영화관까지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이죠.
여행 마지막날 쇼핑과 함께 식사와 휴식을 하기에는 제일 적당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쇼핑을 마친 뒤에 공항을 가기 위해 역까지 걸어가는 길.
확실히 일본에는 길에서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이 많습니다.
나하시내를 관통하는 하천. 슈리성에서 본 긴조가와가 운하로 분리되어 나하항까지 이어집니다.
신기할 정도로 물이 초록색인 것이 인상깊네요.
돌아오는 날에도 날씨는 그다지 맑지 않았는데 덕분에 비행기 위에서는 해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구름의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네요.
그리고 비행기 시간이 절묘해서 덕분에 하늘 위에서 석양도 볼 수 있었네요.
사실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는 여러가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신년이라고 문을 열지 않는 곳이 상상이 상으로 너무 많아서 가지 못한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많았고
날씨도 예상보다 더 흐린 날이 많아서 사진도 더 이쁘게 나오지 않은 것도 많았고요.
하지만 그 덕분에 평소라면 전혀 갈 생각을 하지 않은 곳도 가보게 되고 아마 평생 보지 못했을 풍경도 본거겠죠.
그런 의외성을 생각한다면 정말 오랜만에 흥미진진하고 도전욕구가 넘쳤던 여행이었습니다.
223.62.***.***
덕분에 대리여행 잘했습니다
223.62.***.***
전형적인 관광객 느낌보다 지역주민이 동네소개하는 느낌이라 너무 좋습니다
223.62.***.***
덕분에 대리여행 잘했습니다
175.113.***.***
그런 느낌을 받게 되시니 너무 뿌듯하네요 ㅎㅎ | 23.01.26 10:17 | |
121.137.***.***
175.113.***.***
저도 저때 엄청 추웠는데 따뜻함을 느낀 것만으로 너무 만족스럽더라구요 | 23.01.26 10:17 | |
223.62.***.***
전형적인 관광객 느낌보다 지역주민이 동네소개하는 느낌이라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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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라 문을 다 닫은게 이런 효과가 있었네요 ㅎㅎ | 23.01.26 10:18 | |
6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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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후쿠오카는 확실히... 저도 예전에 신년에 후쿠오카 갔는데 밤 되니까 가게도 다 문닫고 길거리에 다 한국인밖에 없더라구요... | 23.01.26 10:52 | |
61.97.***.***
정말 거짓말을 한 꼬집만 섞어서.. 길 가다가 한국어로 말 걸었는데, 일본인인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한국인들이 잔뜩 있더군요.. | 23.01.26 11:06 | |
175.113.***.***
가뜩이나 후쿠오카에 사람이 많은데 신년에는 일본인들은 다 집에 들어가니까 길거리에는 진짜 한국인들뿐이더라구요 ㅋㅋㅋㅋ | 23.01.27 14: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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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라 문을 연 가게가 거의 없더라구요 ㅜ 특히 빵집 디저트 카페 이런건 거의다 연휴에 문을 닫았더라구요 | 23.02.07 16: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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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ㅜㅜ 평점보다는 지나가면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사장님 얼굴(?)을 보는게 더 정확한거같더라구요 | 23.02.08 00:39 | |
218.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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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신정에 가는 것만 아니면 겨울의 오키나와도 의외로 만족하실 수 있을거에요~ | 23.02.08 00:39 | |
21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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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난죠시까지 가서 정말 남쪽을 다 보고 오고 싶었는데 4일로는 조금 빡빡하더라구요 ㅎㅎ 다음 겨울에는 신정 기간 피해서 제대로 즐기고 와보려구요 ㅎㅎ | 23.02.08 00:38 | |
210.104.***.***
와 현지 관광관련일을 하시는 분도 계시는군요. 투어상품 관련 문의드리면 연계로 할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 23.02.08 10: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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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가격이 세더라구요 ㅜ 나중에 부유한 컨셉으로 다시 오키나와에 오면 꼭 가고싶더라구요 | 23.02.08 12: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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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제가 음식이나 풍경 이런거엔 소질이 없어서 여행에 있던 일 위주로 적게 되었네요 이제 코로나도 끝났으니까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시 다녀봐야죠 | 23.02.08 12:49 | |
210.104.***.***
175.113.***.***
ㅎㅎ 감사합니다 내년 겨울에 다시 한번 제대로 리벤지 여행을 해보려고요 그 때 이 여행기랑 비교하면서 다니면 정말 재밌을 것 같네요 | 23.02.08 12:48 | |
222.97.***.***
175.113.***.***
솔직히 루트비어가 이렇게 쌀 줄 몰랐어요 AW에서도 200엔인데 마트에 가면 98엔 막 이렇게 팔더라구요 다른거 말고 루트비어 마시러 또 오고 싶을 정도에요 | 23.02.08 12:53 | |
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