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작이 많지 않은데 공교롭게도 사자비, 샤아자쿠에 이어 본 시난주까지 3연속 빨간 기체군요.
딱히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그리 되었는지. 다음엔 하얀 기체를 해야 겠어요.
일반적으로 어떤 걸 해야겠다 라고 정하면 작업하려는 대상 기체를 머리에 떠올리며 그 기체의 디자인적 특징에 대해 구상을 해 봅니다.
각자 여러가지 특징들이 있거든요. 누건담의 경우 '피트감이 좋은 정장 느낌' 그런 식으로 말이죠.
시난주를 떠올리며 들었던 느낌은 중세유럽 귀족의 화려하고 세련된 의복 느낌이 물씬 풍기더군요. 앙드레김 선생님의 느낌도 조금 ^^;
금장 포인트들이 특히 그런 느낌을 강하게 들게 하죠.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신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먼저 개조포인트에 들어간 것이 그 금장들을 좀 더 세련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 이었습니다.
가슴문양 입니다. (사진출처:달롱넷)
단순화되었지만 독수리 날개와 깃털을 형상화한 문양이란 걸 알 수 있죠. 이 문양에 대한 리터칭을 위해 배경을 살펴보면 뜬금없이
고대~중세 미술사의 영역으로 넘어가는데 말이죠. ^^; 간단히 설명하면 로마제국의 상징에서 비롯되어 그것이 비잔틴문명을 거쳐
유럽으로 건너가 중세 왕실을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사용되게 됩니다.
이 중세풍 왕가 스타일이 샤아 및 그 클론으로 추정되는 캐릭터의 이미지와 바로 매칭이 되죠?
그런 의미에서 이런 포인트들이 시난주의 디자인에 다양하게 차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좀 더 구체적인 독수리 이미지를 넣어줄까 했었는데 전면에 가장 크게 위치한 문양에 그런 느낌을 주기엔
메카닉적 이미지와 크로스 오버가 좀 부담스럽더군요. 그래서 일단 단순화 한 형태에서 주변 라인에 디테일을 넣어 준 정도로 마무리 했습니다.
가슴에서 포기한 독수리를 여기서 살려 주었습니다. ㅠㅠ 저 문양이 가슴에 있었으면 많이 오버스럽고 아찔했겠죠.
참고로 저 쌍두 독수리는 오른쪽은 왕권을, 왼쪽은 교권을 상징합니다. 물론 중세의 디자인에 해당되었던 얘기구요.
시난주 팔의 라인에 어울리게 독수리를 디자인하는데 미술적 감각을 요하는지라 제법 애를 먹었습니다.
그리기 힘들어 그냥 원래 오리지날 디자인대로 단순화 해버릴까 싶었는데.. 그놈의 작가적 욕심이란..
그와 함께 금장라인 역시 디테일을 살려 주었구요.
팔의 안쪽과 무릎의 금장에 해당하는 디자인입니다. 시난주 원래 문양은 팔메트라고 해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된,
야자나무 또는 활엽수를 형상화한 것에서 유래합니다. 이것은 애니상에서 단순화 되었다기 보다 원래 디자인이 이렇게 생겨먹긴 했는데
이왕 개조하는거 좀 더 화려하게 해주려고 이 부분을 Fleur de Li라고 백합의 단면을 형상화한 프랑스 왕가의 문장을 가져와
바꿔 주었습니다. 물론 중세유럽풍 왕실 디자인의 우주세기화 라는 부분에 맥락이 일치하는 방향에서 무리가 없지 말입니다. ^^;;
날개의 느낌으로 깃 부분에 표현해 봤습니다. 또한 넝쿨문양 역시 당초문이라고 해서 최초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발견되어
로마로 이어진 문양입니다. 기계공학도인 주제에 왜 이런걸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_-;
시난주 킷에는 이 넝쿨문양이 상당히 단순화 되어있습니다. 아마 애니메이션 및 제품화 과정에서 그것을 살려 주기엔
무리였기 때문에 최종 디자인 단계에서 단순화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쨌든 저는 개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단순화된 넝쿨을 그대로 재현할 필요는 없으니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해 주었습니다.
프로포션 비교를 위해 찍어 본 모습입니다.
제 취향이 그런건지 모르겠습니다. 반다이는 허리를 왜 그렇게 짧게 내놔서 상체 비율을 답답하게 하는 걸까요. 원가절감도 아니고.
결국 이번 작도 여지없이 허리를 늘려 주었습니다. 또한 상체폭을 약간 키우고 고간 부위를 돌출시켜 주었습니다.
아.. 목도 늘려주고 어깨 축에 비해 처진 팔도 위로 좀 더 치켜올려 주었구요.
허리만 늘이면 될 줄 알았던 비례였는데 의외로 손을 많이 댔었군요.
외형상 티는 안나는데 머리도 너무 동글동글 해서 폭을 줄여 주었습니다.
늘어진 볼살 같은 파이프는 과감히 컷. 챙이 연장된 느낌으로 프라판으로 둘러주고 프라 각재를 조각해서 안테나 같은 몰드도 추가.
마스크는 에칭 작업한 것으로 모노아이가 좀 더 시원하게 드러나게 하고 헤드발칸도 디테일업.
금도금한 에칭문양이 너무 화려해서 시선을 잡아먹어 다른 작업들이 눈에 띄지 않네요 ㅠㅠ
허리는 3중 프레임을 만들어 봤습니다. 아이언맨 수트의 프레임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입니다.
참 이렇게 보면 별거 아닌데 저거 그렸다 지웠다 하며 며칠을 밤샜는지.
에칭으로 뽑혀나와 이리저리 접고 붙이고 해서 만들어 놓고 나니 제법 모양이 나오는 듯 해서 뿌듯합니다.
도색하는게 아깝..
분리하면 이런 구조로 되어 있구요. 최대한 도색 편의를 위해 분할 설계한 구조입니다.
보통 개인적으로 좀 의아해 하는게, 어깨는 횡축으로 디테일을 넣어 주는게 어울려 보이는데
많은 작례들이 종축으로 디테일을 넣더군요. 음.. 내 취향이 그냥 그런건가.
흰색, 빨간색 색대비가 커서 이미지가 언뜻 들어오지 않습니다. 서페 뿌리고 도색해 봐야 뭔가 그림이 나올듯한.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한 독수리인데.. 팔 뒷쪽에 있어 잘 안보여 정말 아쉽습니다. ㅠㅠ
잘 눈에 띄지 않는데 왜 그리 작업량이 늘었나 싶은 이유가 작업기를 쓰면서 생각나네요.
킷 자체에 디테일이 전무합니다. 디테일에 몰드는 커녕 패널라인도 거의 전무합니다. ㅋ 아.. 그거였구나 싶네요.
화려한 금장과 곡면 라인으로 시선을 압도하여 디테일이 없는 것이 눈에 띄지 않았던 거군요.
개인적으로 패널라인이 많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살짝살짝 파주면서 입체감을 살려주는 디테일 작업에 주력.
다리 또한 꽤나 썰렁합니다. 신나게 몰드넣고 라인파주고 종아리 전면 장갑은 아예 에칭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디테일을 넣다보면 주의해야 할 것이, 적어서 문제가 아니라 많아서 문제인 경우가 발생하죠.
개조 하다보면 뭔가 하나씩 덧붙여 지는 재미에 자칫 오버하기 쉽상이거든요.
과도한 디테일과 라인이 시선을 분산, 킷의 디자인이 가진 매력을 반감시켜 버리게 됩니다.
이 종아리 사이드 장갑도 꽤나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던 부분. 후우.. 사실 아직도 긴가민가 합니다. 이 모양이 과연 최선이었나 하는.
아, 참고로 저게 다는 아닙니다. ^^; 옆에 붙는 날개같은 장갑은 깜박하고 떼어놓고 붙이지 않은 상태.
저 뭐라고 해야 하나.. latch lock 같은 몰드는 하나 만들어 복제해 놓고 정말 요긴하게 써먹고 있습니다 ㅋ
근데 이제 다 떨어져 간다는.. 저거 또 깎으려면 아으 ㅠㅠ
뒷스커트는 딱 뭔가 넣기 좋게 생겼습니다. 한마디로 형태에 비해 정말 초라하게 썰렁했던 부분이란 얘기.
개인적으로 이런 비행기 플랩같은 디테일 좋아합니다. 디자인하면서도 재밌었던 부분.
본체에서 넘어와.. 백팩입니다. 이번 작업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파츠.
사실 좀 오버한 듯 해서 라인을 단순화 할 걸 그랬나 싶습니다. 뭐 그래도 메카닉적 느낌이 물씬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백팩이고
또한 에어로 모형을 좋아해서 그런지 날개에 대한 집착도 있는지라 한껏 힘을 준 부분.
날개부분의 내부 프레임. 도색하면 제법 볼만할듯.
백팩 엔진블럭 입니다. 에칭이 3중으로 겹쳐진 부분이라 치수 설계에 상당히 고심한 부분.
에칭이 어려운 점이 테스트를 할 수 없어 설계상에서 아무리 주의를 해도 결국 뽑아서 접어봐야 안다는 것이고,
0.1~2mm 오차에도 상당히 민감하게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 입니다.
에칭의 단점인데, 단면이 얇아 볼륨감이 부족해서 여러장 겹친 형태로 만들어야 볼륨이 나오는 소재의 한계가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장 겹쳐지다 보니 2~3중 프레임 구조를 만들 수 있기도 하죠.
나름 설계 이상으로 나온 결과물에 뿌듯했던 부분. 패널의 개/폐 구조나 플랩처럼 움직이는 느낌이 잘 살아 나온듯... 싶지 않나요? ^^;
에칭과 프라 부품을 붙일 때 서로 어색하지 않게 해주는 것 또한 포인트고 고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자칫 괜히 디테일만 현란한 채 따로 노는 경우가 생기죠.
생각보다 제작에 시간을 많이 소비했네요.
뭔가 그냥 넘어가긴 너무 아쉬운데 구상이 잘 안떠올라 꽤 힘들었던 녀석.
만들기 전까지 별 생각 없었는데 생각외로 시난주가 상당히 매력있는 킷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잘 뽑아내고 싶었는데 과연 어떨까 모르겠어요.
혹시 문의나 질문은 blog.naver.com/dearhunter 로 부탁드립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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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내가 뭘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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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칭이 적극적으로 사용되니 정말 자비없네요. 레진을 능가하는 디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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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에칭 장인이시네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에칭을 사용하는 작례는 참 보기 드문데 정말 멋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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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백팩 버니어에서 고기구워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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