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도 2분기 작품중 가장 재밌게 보고 있는 혈계전선입니다.
특유의 쌈마이한 분위기와 정서는 ‘보고 즐긴다’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켜주고 있지요.
근데 그런 혈계전선이 이번주 휴방한댑니다.
원래 페스나 분석글이나 쓰려고 했는데 이쪽은 완결을 한화 앞두고 휴방한다니 혈계전선 분석글이나 써볼게요.
혈계전선을 보다보면 상당한 양의 일상 겸 개그 파트에서 자주 나오는 연출이 있습니다.
2화 초반 레오의 피자 배달 씬에서 가는길마다 재프가 피자를 강탈해가는 모습을 중간과정을 생략하고 뺏기는 모습만을 쭉 늘어놓는다던가,
4화 초반 파티 씬에서 배경은 고정된 상태로 다수의 인물이 술을 마시고 점점 꽐라가 되어가는 모습을 뚝뚝 끊어가며 보여주는 연출이죠.
▲전 움짤같은거 못만드니 직접 영상으로 보세요. 꼭 보세요.
이런걸 더러 ‘점프컷’ 이라고 합니다.
급격한 장면전환으로 하여금 연속성이 갖는 흐름을 깨뜨리는 편집을 말하는 용어지요.
영화가 본격적으로 예술성을 가지고 인정받으면서 영상을 좀 더 그럴듯하게 보이게 만드는 각종 기법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 기법들은 모두 ‘각 장면과 장면의 연속성’ 에 기반을 둔 기법이었죠.
(기본적으로 매치컷이 그렇습니다. 점프컷에 완전히 대비되는 용어.)
약 두시간 남짓한 제한된 시간 내에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그런 장황한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쉽고 빠르게, 그리고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전달하기 위해선 각 씬의 연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라고 불리며, 각종 시상식에 편집상이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각 장면 사이의 연속성은 영상의 편집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걸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작품은 큰 위화감이 들었죠.
이런 편집 기법의 판을 뒤집어버린게 예술영화의 본거지인 프랑스의 영화감독 장 뤼크 고다르입니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1960)의 인물간 대화 장면에서 기존의 단선적인 편집을 싸그리 무시해버리고 장면 사이사이를 과감히 뛰어넘는 점프컷을 대담히 시도했죠.
당시 시공간적 연속성을 추구하던 할리우드는 큰 충격에 빠졌다나요..
딴얘기가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패한,혹은 못 만든 영상으로 치부되던게 단 한사람이 새로운 연출 기법으로 승화시켜버렸다는거죠.
그럼 점프컷의 효과에 대해 알아봅시다.
▲5화 10분 17초~10분 27초. 직접 보세요. 꼭 보세요(2))
위 사진을 보시면 델도로가 건물에 쳐박힌 상태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영상으로 보시면 하나의 배경, 고정된 카메라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발버둥치는 인물의 모습이 단편적으로 잘려서 등장합니다.
배경은 고정돼있지만 공간속 인물의 동작은 시간을 뛰어넘는듯한 모양새죠.
이런식으로 점프컷으로 쇼트를 연결하면 관객,시청자들은 편집의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잘못 사용했을 경우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여 관객은 자신이 영화속에 있다는 현장감이 아닌 무언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눈으로 보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됩니다.
반면, 적절히 사용했을 경우 스토리 진행을 빠르게 유도하여 극의 전개에 활력을 듬뿍 불어넣어주고요.
현재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영화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영화는 다음과 같네요.
쉰들러 리스트의 여비서 면접씬
올드보이의 경찰서 난동씬
여고괴담의 복도씬 (우리나라 점프컷 연출중 이만큼 유명한게 또 있을까요.ㅋ)
여고괴담을 제외한 나머지를 살펴보자면 일상+유머가 결합된 장면이죠.
점프컷이 가장 단순하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게 저런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죠.
혈계전선에서의 점프컷 활용은 전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딱! 저 느낌의 장면에서만 사용됩니다.
뭔가의 위화감은 분명 느끼지만, 그런 위화감이 이해와 몰입을 방해하도록 작용하지 않는 이유가 저런 효율적이고 현명한 연출 기법의 사용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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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인상깊었던 연출 입니다.
▲이 약빤 시퀀스는 제 설명충놀이와는 상관없이 그냥 한번 보시는걸 추천.
위 장면에선 개별적으론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단편적 정보들이 뭉치고 뭉쳐 전체적으로 봤을땐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법을 몽타주 라고 합니다.
몽타주 기법은 너무 유명해서 더 말할 것도 없고 자세하게 파기엔 밑도끝도없이 길어지니 간단하게만 언급해 볼게요,
영화,애니에서의 몽타주란 기본적으로 영화 내부의 각 컷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또다른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을 뜻합니다.
몽타주 기법으로 유명한 감독은 소련의 영화학자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이 있는데,
‘전함 포템킨’의 오데사 계단 시퀀스는 몽타주 이론의 시초이자 전설로 남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BwwaYzHFO4
(전함 포템킨의 몽타주기법 활용)
위 영상을 보시면 대략 어떤 느낌의 기법인지 감이 바로 잡히실 겁니다.
이런 몽타주 기법은 관객의 공감과 흥미를 효과적으로 끌어내줍니다.
편집왕의 편집 장면(...)은 그 이름도 그렇고 영상도 그렇고 몽타주 기법이 뭔지 아주 제대로 알려주는 대목이지요.
저 외에도 몽타주 기법을 적극 활용하여 재기발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는 있지만 저만큼 인상적이진 못했으니 넘어가도록 하죠.흠흠
(사실 몽타주기법은 요즘 거의 모든 영상매체에서 알게모르게 엄청 쓰이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톡톡 튀는 장면이 아니라면 크게 두드러지진 않습니다.
최근 애니중에선 페스나에서 아처 과거를 체스말과 회상을 섞어가며 설명한 장면이 톡톡 튀는 몽타주 기법의 또다른 예가 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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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설명드릴 부분은 앞서 언급한 몽타주 기법의 일종인데,
혈계전선을 감상하다 보면 엄청 심각한 상황인데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던가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생각해보면 정 반대의 분위기가 서로 부딪히니 결국 시퀀스 전반의 텐션을 확 죽여버릴수도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그런 완전히 대비되는 분위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큰 위화감 없이 분위기를 전달받으며, 도리어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정서가 고조되기까지 합니다.
▲음악이랑 영상이랑 같이 봐야하는 장면이니 틀어놓고 직접 보세요. 꼭 보세요(3)
편집왕의 차량(?)이 개발살나서 수많은 파편을 흩뿌리며 날아가고, 그 파편에 건물이 맞아 또 엄청난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절체절명의 상황입니다.
근데 BGM은 아주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고 있죠.
이런걸 딱 지칭하는 용어는 없던 거로 알지만 대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위에서 언급한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주 이론중 “일원적 앙상블”입니다.
일원적 앙상블이란 비일치의 원리를 말하는데, 요즘 영화에선 주로 영상과 음악이 서로 상충되도록 씬을 구성하는거죠.
정 반대의 요소를 동시에 배치하여 공감각적 충돌을 유발시키게 되는데, 충돌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두 가지의 요소 이외의 새로운 정서가 생겨나거나, 혹은 단순히 두가지 정서중 하나의 의도적 강화(혹은 약화)를 보여주게 됩니다.
혈계전선의 저 장면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볼까요.
수억개의 파편이 떨어져 엄청난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긴장감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과 감미로운 선율이 서로 상충되는 동안 두 가지 정서에서 느낄 수 없는 ‘유머러스함’이 새로 생겨났습니다.
이 상태로 쭉 진행된다면 유머러스함이 지속되고, 지속 시간이 길어질 경우 시청자들은 저 상황에 대한 불편함을 느낄 여지가 있어요.
그렇기에 마치 일기를 쓰는 듯한 레오의 후일담격 내레이션을 첨가함으로서 내레이션의 내용과 비슷한 정서인 ‘느긋함’을 가진 음악의 선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는 거죠.
느긋함과 유머러스함으로 저 상황에 대한 현실적이고 비판적인 감상을 누그러뜨리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한편, 일원적 앙상블은 정말 잘 사용해야 본전이라도 뽑는 기법중 하나입니다.
방금 언급했듯이 잔인한 장면에서 흐르는 느긋한 분위기의 곡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정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잘 가리는게 중요한데, 그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명경시 풍조라던지,각종 차별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지죠.
따라서 일원적 앙상블은 주로 B급 영화를 표방하고 나온 작품들과 그런 작품을 보고 자라온 감독 세대의 영화에서 많이 등장합니다.(그렇지 않은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지만 빈도가 그렇다는 얘기)
아주 대표적인 예가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이고, 킥애스,킹스맨 등으로 요즘 한창 흥하고 있는 ‘매튜 본’ 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두 감독 특유의 똘끼 충만한 미장센과 분위기는 작품마다 최적의 상태로 변주되어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불러일으킵니다.)
매튜 본의 킹스맨을 보시면 교회 학살씬, 폭죽놀이(...)씬 등 극중 가장 인상적인 두 장면에서 모두 일원적 앙상블이 사용되었습니다.
교회 학살씬에선 엄청나게 잔인한 장면과 신나는 음악을 충돌시켰고, 후자의 ‘신나는’정서를 고조시켜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냈었죠.(이 경우엔 잔인함을 과장된 몸짓과 카메라워크로 가렸습니다.)
다음으로 폭죽놀이씬에선 머리가 터져나가는 잔인함과 그 이름대로 위풍당당함이 느껴지는 위풍당당 행진곡을 충돌시킴으로써 각각의 요소와는 전혀 관계없는 유머러스함을 만들어 내었고요.(이 경우엔 머리가 터지는 묘사를 폭죽으로 바꾸어서 잔인함을 가렸으나 관객의 입장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혈계전선 역시 매튜 본,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과는 거리가 좀 잇지만) 마냥 B급 정서를 잔뜩 싸들고 나온 작품입니다.
전개에 대한 현실적인 비판과 비판적인 감상 자체를 유도하기보단 작품이 추구하는 취향과 방향성이 분명하고 그런 코드에 맞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최대한 끌어내어 작품 자체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거든요.
여기서 혈계전선의 감독이 굉장히 현명한게
그런 정서를 단순히 인물의 대사,화면 구성 등의 기초적이고 직접적인 요소를 통해 보여주기 보단
점프컷,몽타주,일원적 앙상블 등 톡톡 튀는 기법의 적극적 사용을 통해 한껏 고조시켜 주고 있습니다.
저런 방식은 코드가 딱 맞는 사람들은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고,
코드가 잘 맞지 않는 사람들 또한 적당히 보고 즐기는 차원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해주지요.
무릇 모든 영상매체 흥행의 필수조건은 타겟층을 넓히는 것인데, 마이너 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혈계전선이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저런 노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굉장히 좋은 작품이에요.
완결만 제대로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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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진짜 영상학과 재학 중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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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만 제대로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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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지막 연출 방식인 일원적 앙상블을 잘 사용했다고 생각되는 장면 중 하나가 eoe에서 인류보완계획이 시작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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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은 추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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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튼 저 편집왕 화가 진짜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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