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적은 리뷰인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사실 어제 적은 글에서는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한 가지 빼먹은 내용이 있었는데,바로 최종전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제가 어디서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니 틀린 거 같다 싶으면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그럼 다소 장문이 될지도 모를 보충을 시작합니다 ~_~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건담 G 셀프 퍼팩트 팩 사양을 상대하는 마스크의 기체 카바칼리 말인데요
고놈 컬러링도 단순한 게 제법 멋있당ㅋ
G셀프도 아니고 왜 카바칼리부터 언급을 하고 넘어가냐 하면, 이 기체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를 파헤쳐야 제가 생각하는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쿤타라에 대한 언급을 피할 수 없죠.
쓰다보니 좀 기분이 나빠졌는데, 아무튼 읽어주세요.
쿤타라는 SF 소설에서는 의외로 자연스럽게 다뤄지는 소재입니다.
바로 인류에 의한 같은 인류의 가축화죠.
왜 가축화냐 하면, 번식을 통제해야 오래 잡아먹을 수 있으니까.
히익, 난 거세 안 해서 맛없어! ;ㅅ;(※실제로 그렇습니다.)
사실 인간이 같은 인간을 식량으로 삼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봤을 때 여러 가지 제약과 불편함이 있거든요? 낭비라고 하는 게 나을까? 아무튼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서 육종 대상이 자신과 같은 종족인―수명, 지능, 교감 가능성, 번식 통제, 개체수, 유지 비용 등―걸 비롯해 육질의 개량이라거나 단백질로 치우친 영양소 문제라거나…… 아니, 여기서 더 생각하면 기분 나쁘니까 입을 다물겠습니다만 아무튼 결코 밝은 소재는 아닙니다.
그러한 문명인의 식인이 버젓이 일어나는 건 자신과 같은 다른 인간을 죽임으로써 미래에 확보하게 될 식량이 잘게 쪼개지는 것을 막고 덤으로 이제까지 인간으로서 축적된 고기도 얻는―쉽게 말해 극한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최선이자 합리적인 선택이 전제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에는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반드시 전쟁이 포함되어 있죠.
아무튼 쿤타라 말인데, 리길드 센츄리로 분류되는 시대에서 이 쿤타라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보면 좀 골때립니다. 바로 우주세기 말기에 인류가 하도 전쟁을 해대는 바람에 나타난 거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알기로 현재 우주세기 끝에 위치한 작품을 따지면 V건담 쯤 되겠는데, 세기말 모히칸 똘마니들이 날아다니던 그 광기를 벌여놓고도 인류는 전쟁을 포기하지 못해 생물로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굶주림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태로 전락하고 만 겁니다. 모빌슈츠 같은 것도 날아다니고 우주에서 콜로니 같은 것도 만들어 생활할 수 있는 인류가 고작 식량난으로 인해 그 지경이 되고 만 거죠. 뭔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인류의 역사도 보다 보면 한숨 나오는 사건들은 많으니까 그렇다 칩시다.
이렇듯 식용 인간의 후손이라는 충격적인 설정인 쿤타라 출신 인물은 작중에서 제법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식용이 아닌 인간과 외견상 별 차이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노레도 정도가 새총으로 사람을 위협하는 반응을 보이는 게 전부였죠. 다만 선조가 쿤타라였다는 혈통은 남아있기에, G레코가 시작되는 작중에서도 차별은 은근히 남아있던 겁니다.
여기 나온 인물들 중에 쿤타라 출신은 분명 있습니다만,
눈으로 보기만 해도 차별 받을 대상을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은 정신이상자입니다.
어, 카바칼리 이야기하다 너무 새는 거 같은데, 요는 카바칼리는 다른 인류의 배를 채우기 위해 잡아먹힌 쿤타라의 혼이 안주하는 땅을 지키는 수호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기체였기에 쿤타라 이야기를 언급하고 넘어간 겁니다.
근데 그 카바칼리를 만들어 제공한 세력이 비너스 글로브의 G-IT단이죠? 선조들이 대가를 지불하고 겨우 얻어낸 세계의 평화로움에 좌절해서 자극을 바라며 다른 세계에 안주하기 위해 전쟁을 걸어온 젊은이들의 집단. 이 G-IT단 세력도 조금 웃긴 게 등장했을 때부터 기존 세력보다 훨씬 기술적으로 앞서나가고 있었지만 알고 보면 보다 발전했던 과거의 기술들을 발굴해내서 쓰는, 그러니까 지구와 달 문명과 별다를 바 없었던 세력입니다. 그런데 그 리더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지구인들을 쿤타라로 삼겠다느니 어쩌니 하다가 결국 분노와 혐오감에 빠져 삽질하는 바람에 사망했습니다만(…) 아무튼, 카바칼리는 그런 비너스 글로브 측으로부터 건네받은 겁니다.
그리고 그동안 별다른 전과를 내지 못했던 마스크는 이 기체를 타고 마구 학살극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살인은 다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발생하게 되는 최후이자 최악의 차별입니다.
그리고 카바칼리는 원래 차별받은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던 수호신입니다.
겨우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서서 차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마스크는 그러한 신의 이름을 방패로, 차별받았던 역사를 칼로 삼아 자신의 정체성을 억지로 확립하려는 전쟁에 뛰어든 것입니다.
즉, 카바칼리는 핍박을 받아 억눌려 있던 서러움과 한이 폭발한 차별의 화신입니다.
최종전에서 벨리의 G셀프와 대립하게 된 게 결코 우연은 아니라는 거죠.
최종전 직전에 빠진 생명의 위기에서 겨우 자기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으나
그 위기가 지나가자 곧바로 차별받았던 과거의 자신을 드러내는 루인 리.
음, 가볍게 쓰려던 것이 좀 길어졌는데 아무튼 계속 나아가 봅시다. 카바칼리가 차별의 화신인 이상 그걸 상대하는 G셀프는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화신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로 콕 집어 말할 수 없기에 저렇게 표현했습니다만, 실제로 뿌리 깊게 내려박힌 차별은 단숨에 없앨 수 없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종전 돌입 전의 G셀프의 행적, 즉 벨리의 행적을 알아볼까요?
퍼펙트 팩이라는 공전절후한 힘을 손에 넣어 포톤 토피도를 시범삼아 썼다가 위력에 질려 봉인해 두번 다시 쓰지 않았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빠져 단독으로 대기권 돌입을 했다가 메가 파우너의 위기 때 대처하지 못해 "이런 고성능기를 갖고 난 대체 뭐하는 거야!" 하고 자책하며, 전쟁으로 인해 누구도 죽게 하지 않기 위해 포톤 서쳐로 포톤 에너지가 가장 높은 대상을 찾아다녔으며, (비록 당시 시점에서는 모르지만)뱃속에 새 생명을 품었음에도 전쟁의 광기에 빠져 자기를 돌보지 않는 어머니 쿤 슨이 탄 기체를 트랙터 빔으로 제압하여 "나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아요!" 라고 설득해 투항케 했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시행착오입니다. 증오의 역사를 딛고 평화를 쟁취하려는 시행착오. 그 수단으로서 벨리가 선택한 것들은 압도적인 무력으로 타인을 굴복시키거나, 타인을 배제하고 자기가 올바르다는 믿음을 밀어붙이거나, 싸움을 조장하는 자들을 찾아내어 없애는 것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수단은 각각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타인의 완전한 파멸로 인한 투쟁의 가속화, 자기과신으로 인한 실책, 이미 자기 뜻으로 싸움에 몸을 담가버린 사람들의 광기)로 인해 실패합니다. 결국 대화와 상호이해라는 수단을 찾아내 상대방을 파멸시키지 않고 투쟁을 멈출 수 있게 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포톤 배터리가 뚝 떨어져 기체 성능이 저하된 상태로 아직 증오에 사로잡혀 있는 카바칼리의 기습을 받죠.
만전의 상태에서도 없애지 못했던 증오의 싹이 터야 할 때를 기다렸다가 고개를 쳐든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벨리는 자기 뜻을 굽히지 않고 증오를 해소하려 하죠.
포톤 배터리가 떨어져서 그런지 실드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파손되고
그래도 트랙 핀으로 백팩을 파괴해 기동성을 낮췄지만
카바칼리는 포기하지 않고 접근하여 퍼펙트 팩을 파괴한다.
내재된 증오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이 숨막힐듯한 공방 중에 잘라낸 카바칼리의 팔에서 빔을 맞고 G 셀프가 파손되죠? 이 장면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흐름은 상징이 엄청나게 압축된 장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워낙 빠르게 전환되어서 좀 천천히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떨어져 나간 팔로 쏘는 빔 라이플은
과도한 기술발달의 결과물이 사람의 손=의사를 벗어났을 때 그 자체로도 위험이 된다는 뜻이고,
그걸 맞고 G셀프가 파괴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후손에게 죄를 물린 선조=레이헌튼 가문 또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뜻이고,
과거 "스코드!" 라는 종교의 이름을 감탄사로 외쳤던 벨리가
"레이헌튼!"을 외치며 G 셀프로부터 탈출해 날아가는 장면은
전란 속에서 겨우 찾아낸 자신의 뿌리=정체성을 간신히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마자 그로부터 독립하는 것과 동시에
스코드 교라는 종교의 굴레, 즉 파멸의 가능성을 두려워해 인류에게 걸어놓은 제약으로부터도 벗어나
올바르게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며
마스크가 대파된 카바칼리에서 나와 벨리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오열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누적된 증오의 껍질을 부수고 겨우 밖으로 나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자신에 대한 실망과 한탄이자
자기 또한 벨리처럼 하늘,
즉 언젠가 증오를 극복해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평화로운 세계에 발을 디딜 자격을 얻어내리라는
루인 리라는 개인으로서 하는 오기 섞인 다짐
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뭐, 아닐 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고 받아들인 것은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상으로 G레코 리뷰 보충설명을 마칩니다.
보충인데 그래도 내용이 길어서 송구하네요
PS. 지금 안 쓰면 잊어먹을 거 같아서 생각나는 대로 즉석에서 썼습니다. 좀 창피하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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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 : 너, 내 제자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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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옹 : 난 너같은 녀석들이 정말 좋아, 내가 하나 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되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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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후대까지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만들고 싶다는 의도가 있었던 거라 깊게 생각할 필요는 있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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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레코를 보면서 나름 이것저것 생각해본 점은 많지만, 이건 또 이것대로 신선하고 좋은 해석이네요. 지난 번 분석글도 그렇고 이 분 토미노 작품 네편 밖에 안 보셨다고 하셨으면서(ㅋㅋㅋ) 진짜 좋은 글 쓰시는 것 같아서 감탄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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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해석도 좋군요. 전 전투 뒤 크레센트에서 뜨개질 하는 네 여자와 크림닉의 기행을 이렇게 해석했었습니다. [특히 아이다와 라라이야, 그리고 지트단 생존자 쿤슨 이 세 여성은 뜨개질을 합니다. 평화로운 이 모습은 신화적 상징주의로 보자면 보통 메시지가 아닌데요..... 이건 "운명의 세 여신"이란 고전적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Moirai) :제우스와 테미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클로도(Klotho) 는 생명의 실을 뽑아내고, 라케시스(Lachesis)는 운명을 나누어주며, 아트로포스(Atropos)는 가위로 생명의 실을 끊었다. 양아버지 구시온 스루건에 대해 이미 냉엄한 평가를 내린 아이다 레이헌튼. 그 아이다에게 실타래를 건내받아 쿤슨에게 뜨개질을 가르쳐주는 위치의 라라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대"를 태중에 기르면서 뜨개질을 완성시켜 가는 쿤슨. 특히 역사정치학을 배워보란 링고의 충고를 잘 받아들인 노레도는 뜨개질 삼인방 옆에서 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거의 확인사살이죠. 크림 닉의 "대통령을 깔아뭉개라!" - 명령과 그걸 "지켜 보는" 운명의 상징과 책. 이건 "역사의 심판"을 의미합니다. -http://gaia.ruliweb.com/gaia/do/ruliweb/default/hobby/1208/read?articleId=24957018&bbsId=G005&itemId=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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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후대까지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만들고 싶다는 의도가 있었던 거라 깊게 생각할 필요는 있긴 해요. | 15.05.28 21: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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