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버전이고, 노멀로 클리어했습니다. 51시간, 퀘스트 달성률 82%. 싱글플레이만 보고 씁니다.
- 전투
통상 제 rpg 플레이스타일이 전투를 즐기기보다는 스토리 진행에 주력해서 최대한 많은 대사를 보는 걸 위주로 하다 보니, 난이도는 이런 진행에 방해되지 않을 노멀로 잡았습니다. 그런데도 전투 자체는 굉장히 즐겁게 플레이했고, 연출, 타격감, 스킬셋 다양성 등 모든 측면에서 수준급이라고 느꼈습니다. 유일한 불만이라면 적 개체들의 종류가 적고, 패턴이 익숙해지면 특별히 보스라고 할 만큼 강한 놈이 없다는 정도(그나마 레벨 낮고 변변찮은 무기밖에 없을 때 진행한 아키텍처 1차전이 살짝 힘들었어요). 근데 이건 난이도 세팅을 올리면 해결되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스킬 초기화를 통해 다양한 전투 스타일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제 경우 처음엔 순수 바이오틱 지향으로 가다가, 샷건 타격감에 맛을 들이고서는 점점 뇌진탕샷 등 컴뱃을 섞었고, 나중에 피비가 렘넌트 펫을 붙여주고서는 아예 바이오틱을 버리고 컴뱃+테크에서 후자에 무게를 두고 샷건+스나이핑+쌍포탑으로 운영했습니다. 근데 이러면 중후반에 게임이 너무 쉽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어요. 아마 이 세팅으로라면 난이도를 한 단계 정도는 올려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투 동료로는 베트라가 가장 든든하긴 한데, 어차피 전투가 쉬우니 전 대화가 흥미로울 거 같은 자알+피비 조합을 가장 자주 데리고 다녔습니다.
- 파밍
하려면 무한정 할 수 있지만 전혀 안 해도 진행은 가능합니다. 초반에 뭣도 모르고 스콜피온 피스톨을 만들어서 들고 다녔는데, 너무 사기처럼 느껴져서 그냥 팔아버리고, 무기는 연구 없이도 상점에서 파는 N7 피라냐&블랙위도우 조합으로 끝까지 갔습니다.
아머는 상점표가 특별히 좋은 게 없지만 이것도 적 루팅&상자표 아머로 어찌어찌 해결은 됩니다. 제 경우는 근접해서 샷건을 쓰려고 방어력과 재생을 올려주는 렘넌트 헤리티지 세트를 만들어서 썼습니다.
- 그래픽, 연출
가장 욕을 먹고 있는 부분입니다... 전 그닥 이걸 문제삼고 싶진 않은 게, 사실 매스이펙트 시리즈는 전작이라고 딱히 특출난 연출을 보여주지는 않았잖아요?(추가: 1편이라면 당시에는 굉장한 연출이었을 것 같지만, 2편이나 3편의 경우 저는 연출이나 그래픽 자체의 퀄리티가 아닌 스토리상의 긴박감이나 입체적인 캐릭터성 등에서 점수를 덤으로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감정없는 국어책 읽기와 50시간짜리 핑구를 보는 것 같은 안면근육 움직임은 좀 깨긴 합니다. 하지만 훌륭한 안면근육 처리가 훌륭한 rpg의 조건이 아니라는 건 이미 폴아웃(특히 4) 시리즈가 보여주고 있죠. 물론 위처3 같은, 이쪽으로 잘 빠진 게임과 비교하면 정말로 볼품없기는 해도.. 전 그냥 매펙 스타일이 이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캐릭터 말고 행성 배경들은 그럭저럭 봐줄 만합니다. 역시 아주 새롭다고 할 건 없지만 3류 수준은 아니에요.
- 인터페이스
다 괜찮은데 시발 x같은 우주선 이동 애니메이션 스킵기능 좀 넣어달라고!!!!!!!
- 버그
플레이타임 전체에서 오직 버그 때문에 껐다 킨 적이 4번 정도 됩니다. 특히 게임이 돌아가고 있고 소리도 나며 esc키를 누르면 메뉴도 뜨는데 메인 인터페이스는 검은 화면이었던 경우와, 체력이 0인데 아군들은 계속 싸우고 있고 나는 아무것도 못하며 esc키도 안 먹히는 좀비상태가 가장 인상적이더군요. 게임 진행에 큰 무리는 없었고, 패치 몇 번 하면 중대한 버그들은 고쳐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버그는 아니지만 초반에 이오스에서 노마드 타고 다니다 실수로 비탈에서 물에 빠졌는데, 하필 떨어지기 시작할 때 재시작이 걸려서 세 번쯤 계속 죽었던 적이 있네요. e키 연타로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 스토리, 설정, 퀘스트 구성
전투와 반대로, 제가 이 게임이 메타크리틱 70점대 중반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전반적으로 엉성하고, 메인스토리는 재탕의 재탕에 간만 보다 만 듯한 어디 프롤로그 수준이에요. 그나마 사이드 퀘스트들은 조금 괜찮은 구석들이 있긴 합니다...만 주요한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교류하지 않고 다들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합니다.
렘넌트 유적 조사 부분에서 반복(외계인 스도쿠)이 좀 있긴 한데 전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갔습니다. 스도쿠로 깨는 부분은 굉장히 짧고, 메인 유적조사로 들어가면 각 행성이 다 다릅니다.
설정은... SF로서는 최악입니다. SF는 그냥 순전히, 전작들보다도 훨씬 더, 스킨에 불과한 느낌. 안드로메다까지 기껏 공들여 와놓고선 오크 병사들과 사이좋게 총질하고 있고, 조금 못생긴 엘프랑은 연애까지 됩니다! 와우 x발! 설덕질을 정말 1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군요.
매펙 2,3을 클리어한 입장에서(1은 스토리만 읽었습니다) 전작들을 떠올리게 할 요소들, 추리 퀘스트(그렇다고 능동적으로 추리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마커만 따라가면 모든 퀘스트 중 9할 이상은 해결됩니다) 약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정작 그 추리 퀘스트 중 스토리의 핵심에 관련된 몇 가지는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채로 끝나버립니다. 아마 dlc에서 해결될 것 같아요.
이런 미해결 떡밥들이 흥미롭기는 합니다...만 스포 방지를 위해 여기까지만 쓸게요. 전반적으로 평점을 매기면 전투 9/10, 그래픽/연출/인터페이스 7/10, 스토리/설정 5/10, 평균 7/10 정도가 적당하지 싶네요.
망작까지는 아니지만 수작도 아닙니다. AAA게임으로서 투자된 예산과 프랜차이즈 이름값을 고려하면 그냥 할만한 평작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게 많이 아쉽네요.
(IP보기클릭)175.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