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스포)라오어2고수님들 애비,레브 질문좀요

[꼬마가좋아]

애비가

아버지 잃고 파이어플라이 터지고...

울프라는 조직으로 흘러들어간걸로알고있어요

거기다

대장 아이작한테 인정도 꽤 받았던걸로 알구요

근데

애비가 왜 자기 목숨을 살려준 야라 레브한테 끌려서

결국엔 울프를 배신하는 지경까지 갔던걸까요...

제가 느끼기엔

게임상에서 묘사된건 레브를 지키느라 울프를 배신하고 대장 아이작이 죽은거에대해서

크게 슬퍼하지않고 자책하는거 같지도않고 그후로

레브한테만 더 집중하는거 같고... 심지어

마지막 샌타 바버리?? 에서 둘이 다닐때 사이도 더 돈독해져있는거같아서 보기 흐뭇하던데...

결론은 애비가 레비한테 마음이 갔던거는 목숨을 살려준거 말고 우리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을까요??

궁금한게 넘 많네요... 남친?(이름 갑자기 기억 안남) 걔도 애비랑 헤어지고 새 여친이랑 애기까지 생겻는데

둘이 은근슬쩍 서로 못잊어하는 느낌도 들던데....

라오어2에 모든게 제대로 나온거 같지는 않은....dlc냄세남...

[루리웹-9652837077]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라오어시리즈는 결국 '인간성회복'이 큰 주제이고 , 애비는 레브를 도와주면서 인간성을 회복한다고 봐요.
예를 들자면 우리가 기계처럼 일만 하면서 이게 사람 사는게 맞나.. 인생에 현타가 올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내가 한 일로 아무상관도 없는 타인이 도움을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힐링하는 경우도 있고,
연말에 기부나 봉사활동같은 거 하면서 재충전되는 경우도 있죠.
애비와 레브의 관계도 이런 맥락에서 시작된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레브에게 어떤 애착심이 있어서 도와줬다기보다
복수과정에서 인간성을 상실해버린 애비가,
어떻게든 인간성을 회복하려고 오언과의 관계에 매달려보지만 이미 불륜이고...
그런 상황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위해서 떠올린게 마침 어제 자기 목숨을 구해주고 위기에 빠진 야라와 레브였던거죠.

울프와 아이작은 비인간적인 전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오언과의 애정씬 시점에서 이미 애비는 울프의 비인간적인 삶은 포기한걸로 이해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애비의 레브에 대한 감정은 내러티브를 곱씹어볼수록 공감이 갑니다.
오히려 전 반대로 레브의 애비에 대한 감정은 뭘까 궁금해지더라구요.

[악규]

윗분도 잘 설명해주셧는데 애비파트대화에서 충분히 애비와 솔트레이크 다른 울프멤버들간의 관계가 다 나와있고 충분히 유추 가능합니다 한회차 더 돌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HummingBirds]

WLF vs 세라파이트라는 '집단의 대결'과 '개인들의 연대'를 대비시키면서 미움과 증오 대신 연대와 이해가 바른 길임을 애비의 경험을 통해 보여주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애비는 세라파이트를 적대시했지만 아이작의 방향성에 동의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거죠. 오언을 찾아나서면서 일탈했고 야라와 레브를 통해 집단 밖의 관점을 보게 됐습니다. 애비와 야라는 개인적인 이유로 집단을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게 된 유일한 구성원이었던 거죠.

애비의 이야기 자체가 라오어2의 테마입니다. 전 그래서 엘리와 애비 모두 주연이라고 보는 입장이고요.

[프라운마크니]

먼저 애비가 WLF와 대립하게 되는 과정을 다시 기억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비가 레브, 야라와 세라파이트 본거지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야라가 WLF에 의해 총에 맞아 쓰러지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알고 있던 WLF 대원을 때려서 .(죽이지 않고) 기절시킵니다.
그리고 WLF에 포위당하고 아이작을 만나게 됩니다.
애비는 먼저 총을 버리고 아이작에게 상황을 설명하려 하지만 아이작은 레브를 스카라고 부르고 죽이려고 하죠.
애비가 명령에 반대한 것은 레브를 살리기 위한 행동이었고 WLF를 죽이거나 배신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죽지 않고 쓰러져있던 야라가 아이작을 쏘고 WLF 대원들이 야라에게 무차별 사격하는 사이 애비와 레브는 도망자 신세가 되죠.
(이후 플레이에서도 애비는 WLF를 죽이지 않고 해당 지역을 넘어갈 수 있고 이후에도 전투는 세라파이트가 주를 이루죠.)

세라파이트 본거지에서 아이작이 야라와 레브를 죽이려던 장면은 아이러니하게 세상을 구하기 위해 엘리의 목숨을 필요로 했던 솔트레이크 파이어플라이의 선택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실 아이작은 단순한 악당이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 목적을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냉혹한 성격과 세라파이트와 싸워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명분을 가진 냉전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죠.
과거 애비가 조엘을 쫒기 위해 오언을 찾았을 때 아이작이 정의로운 사람이니 조엘을 쫒는걸 허락해줄 거라는 말하는 회상장면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애비를 플레이해보면 세라파이트 포로들을 잔혹하게 고문하는 아이작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애비가 아이작에 대해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평가한 이유는 애비의 기대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작이 그 나름의 명분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레브와 야라를 만나기 전에 애비도 일정부분 동의했던 태도이겠죠)

저는 라오어2의 진행에서 그래서 특히 이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애비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조엘을 찾아가 결국 그를 죽였지만 결국 본인이 레브를 구한 대가로 조엘과 같은 신세가 되어버렸죠.
저는 라오어2가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결국 비극적 세계관에서 인간성을 놓지 않으려는 인물들이 부딪히는 아이러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엘리가 애비를 통해 조엘의 모습을 발견하는데에 이야기하시지만 반대로 애비의 입장에서도 조엘의 입장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애비 입장에서 보면 WLF와 레브를 비교해서 한쪽을 배신하고 다른 쪽은 선택했다기보다 한쪽을 살리려는 선택이 이 비극적 세계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도망자 신세가 되어버렸으니 배신이라고 말해도 되겠지만 애비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상황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엘리는 복수의 과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애비는 복수한 후에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이야기를 돌아보면 생각할 것이 많습니다)

[우드빌]

라오어는 인물의 심리에 대해 매우 깊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생각 하는데요. 위에서 많은 분들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기에, 조금 다른 관점으로 말씀 드려 볼게요.

프로이트 정신 분석 이론에서 방어기제라는 게 있어요. 방어 기제는 "내부/외부의 위험상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아의 무의식적 기능"인데요. 방어 기제는 여러가지가 있어요. 익숙한 개념 중 합리화, 승화, 유머도 이 방어기제 중 하나에 속합니다. 이 외에 전치, 해리, 신체화, 전환, 동일시 ,반동 형성 등등.... 많구요.

그 중 성숙한 방어기제로 분류 되는 것 중 하나가 "이타주의"입니다. 이 건, "남을 건설적으로 도와 내재화로 대리만족"하는 거에요. 예를 들면, 악덕 기업가가 말년에 사회환원을 하고 기부를 하는 행동 같은 거죠.
에비가 울프를 등지고 레브를 돕는 건, 울프에 몸담으며 스카를 학살하고 죠엘을 잔인하게 죽이며 인간성도 잃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막장으로 치닫는 에비의 삶속에서 구원을 찾는 무의식적인 심리라고 봐요. 게임상에서 레브가 "왜 우리를 도와주는 거냐"고 물어볼 때, 에비는 "나도 모른다. 죄책감 때문이"고 하고, 야라가 물었을 땐 "그러고 싶으니까, 그래야만 햇어" 라며 스스로도 명확한 대답을 못하죠. (대사 자체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네요)

[달달한 팬케이크]

1. 애비는 솔트레이크 크루 외에 다른 울프 멤버들하고 별로 친하지 않습니다

2. 애비랑 오언은 은근슬쩍 서로를 못 잊는게 아니라 서로 겁나 좋아하는데, 애비가 멜 절교선언 듣고나서야 정신차리고 선을 긋습니다

3. 애비가 울프를 배신했다고 확신하시기 전에 하나만 가정해봅시다.
만약 아이작 죽은 이후, 울프들이 애비를 그냥 보내줬다면 애비는 어떻게 했을까요?
아냐 니넨 이제 내 적이니까 싸우자! 하고 총 갈겼을까요?
애비가 레브를 챙긴 이유는, 야라가 아이작을 죽였으니 거기 가만히 있으면 다음 타겟은 당연히 레브가 되기 때문에 레브를 살리는 선택을 한 것이고
울프를 배신할 의도는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일이 그렇게 꼬여버린 것입니다.
애비는 울프가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냥 조용히 지나갔을 것입니다.

4. 제가 예전에 정리해둔 글들 읽어보시는건 어떠신가요?
애비에게 소중한 솔트레이크 크루들 정체 : https://bbs.ruliweb.com/game/85357/read/9083
애비,오언,멜 관계 (중간쯤에 있음) : https://bbs.ruliweb.com/nin/board/185357/read/9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