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두 갈래로 찢어지는 듯한 굉음 소리.
지축을 흔드는 거대한 진동.
마치 그것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 투콰아아앙!!!!
- 콰콰콰과아아아아앙!!!!!
“델타 님, 델타 님!!!! 괜찮으십니까?!?!?!”
“나 귀 안 먹었어, 이 년아!!!!”
“그나저나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야, 리스트컷?! 지진이라도 난 거야?!?!”
“그게 아닙니다...!!! 저희 방공망이 뚫렸습니다!!!!”
“방공망이 뚫려?!”
“철충이라도 침공했단 거야, 뭐야?!”
“처, 철충이 아닙니다!!”
“폭격입니다!! 정규군의 공습입니다!!!!”
“저, 저, 저...!”
“정규군이라고...?!?!?!”
델타의 부관인 테일러 리스트컷도 갑작스러운 소동에 진땀을 빼며고 겨우 진정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델타에게 보고하였다.
정규군의 공습. 리스트컷의 그 한 마디의 말은 아닌 밤중에 난데없는 지진(?)으로 단잠에서 깨어난 델타를 다시 한 번 충격에 빠뜨리게 하기에는 매우 충분했으리라.
델타는 리스트컷의 보고를 받자마자 곧장 시내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로 향했다. 자신의 별장, 그러니깐 정확히 말하자면 문리버 그룹의 회장이 만든 버치힐 휴양지 언덕에 만든 별장은 오로라가 특히나 잘 보이는 버치힐 언덕 위에 지어졌기 때문에 페어뱅크스의 시내를 한 눈에 다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테라스로 나가니, 평소라면 마리오네트들을 생산하기 위해 가동되어지는 공장에서 나오는 야경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을 도심이 마치 핵폭탄이라도 맞은 것 마냥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총 면적 약 379.7km2의 작지 않은 크기의 도심은, 마치 구약성서에 나오는 유황비 맞은 소돔과 고모라마냥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문리버의 모든 생산설비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문리버 군대의 주요 전력인 마리오네트들을 생산하는 공장은 물론이고 제타가 지어준 AGS 생산 공장에 문리버 그룹의 옷감 생산 공장, 그리고 오로지 델타의 사치와 향락을 위해 만들어진 와인이나 치즈같은 사치품들을 찍어내는 공장이나 저장창고 등도 검붉은 화마에 휩쌓여 잿더미로 변해갔다. 비행장의 그녀의 고급 전용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레모네이드 세력의 공동관할구역인 만큼 그녀의 시설 뿐만 아니라 오메가나 다른 인원들의 시설도 있었지만, 델타에겐 전혀 신경쓸 일이 아니었다.
“아, 안 돼...!”
“내 옷감들이...!! 내 하나 뿐인 와인 공장이...!!! 내 전용기가...!!!!”
“안 돼!!!!!!!!!!!!!”
“델타 님, 이러실 시간 없습니다. 어서 대피하셔야만 합니다!!!!”
델타는 불길 속에서 잿더미로 변해 폭삭 무너져 내리는 자신의 시설들을 보며 절규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절규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길은 잦아들긴 커녕 점점더 치솟아 올랐고, 급기야 별장이 있는 버치힐까지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도심에서부터 시작된 불길이 눈 깜짝할 새에 언덕 아래의 나무들부터 집어삼키자, 그 모습을 본 리스트컷은 무너져가는 문리버 시설들을 보며 엎드려 절규하는 델타를 강제로 일으켜 세워 빠르게 번져가는 화마로부터 대피하였다.
하필 폭격으로 공항마저 무너지고 하늘길을 사용할 수 없게되어버렸기에 리스트컷은 델타를 데리고서 지하 차고로 내려갔다. 벤틀리에 마히바흐, 맥라렌에 람보르기니, 페라리, 캐딜락, 링컨 등등. 다 몰지도 않을 거면서(애초에 델타 그녀는 면허 조차 없으면서)차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또 차고는 어찌나 넓은지, 급하게 챙겨온 차키 중 어느게 맞는 차인지 일일이 버튼을 눌러가며 확인을 해야만 했었다. 리스트컷은 그녀의 허영심이 일분일초의 촉각을 달리는 이 상황에서조차 발목을 잡는다며 속으로 혀를 찼다.
특히나 그녀의 허영심이 자매들이 흘린 피로 채워졌음을 생각하노라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선 저 화마를 향해 그녀를 내던지고 싶었지만, 리스트컷은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살려서 도망쳐야만 했다. 아직 별장 안에는 미처 도망치지 못한 이들도 남아있었다. 제 발로라도 도망쳤노라면 좋았을테지만, 그녀들은 스스로 도망칠 수가 없었다. 아마도 별장과 함께 화마에 집어삼켜져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 죽을 것이다. 죽어야 할 사람은 정작 따로 있는데, 잔인한 현실에 리스트컷은 속으로 울분을 삭혀야만 했다.
“별장이...!!!! 내 별장이!!!!”
“회장님과 나의 별장이!!!!”
“아아~...”
- 툴썩!...
“... 하...”
“어이가 없네...”
델타는 뒷자리에서 화마에 집어삼켜져 별장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끝내 혼절해버리고 말았다. 백미러에 비춰진 델타의 모습에 리스트 컷은 어이가 없는지 분노를 억누르는 어조로 조용히 읊조렸다. 누구는 지금 몇 세기 째 자매들의 죽음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는 것 조차 허락받지 못하는데, 자기 별장도 아니고 엄연히 다른 사람의 별장을 무단으로 점거하여 사용하는 주제에 불타올라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고 혼절이라니.
고작 별장 무너진 정도로 혼절해야 하는 거라면, 자신은 죽어서도 편히 죽지는 못하겠다 싶었다.
“일단 워싱턴으로 가야겠지.”
“유미 씨가 지금 연락이 되려나?”
별장이 타들어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홀로 기절해버린 델타를 뒤로한 채, 리스트컷은 차 안의 통신 단말기로 어디론가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바로 앳되지만, 다소 피곤함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송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 “네, 리스트컷 씨.”
“아, 유미 씨?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
- “저야 뭐 항상 24시간 풀근무니까요.”
- “하암~... 잠이란 걸 언제 자봤는지 모르겠네요.”
- “하여튼 무슨 일이세요?”
“알래스카가 공격당했습니다.”
- “네?!”
- “누, 누구한테요?! 철충이요?!”
“아니요, 아시아의 신생 바이오로이드 조직입니다.”
“일단은 그래서 워싱턴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 “델타 님은요?”
“뒷자리에 잠시 기절해있습니다.”
- “...”
- “... 오메가한테는 제가 보고하죠.”
-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일단은 몸조리 잘 해서 내려오시길 바랍니다.”
“... 알겠습니다.”
---------------------------------------------------------------
https://novelpia.com/viewer/3148604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되어준답니다!
가시는 길에 댓글 꼬옥! 추천 꼬옥 한 번 부탁드리겠읍니다!
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슬슬 이번 챕터도 끝이로군요.
이제는 사실상 후일담 밖에 남지 않았습니당.
(IP보기클릭)119.206.***.***
(IP보기클릭)125.179.***.***
정확합니당. 유미야 뒤에서 델타가 듣고 있을 테니 님 자를 붙히겠지만, 오메가야 뭐 리스트컷한테 반말로 말해도 말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 23.12.26 12:33 | |
(IP보기클릭)119.192.***.***
(IP보기클릭)125.179.***.***
| 23.12.26 23:3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