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4938
중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5201
하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5536
* 신청자의 요구로 약간 추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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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별의 아이가 오르카에 들이닥쳐도(그 큰 놈이 오르카에 들어올 수 있는지는 둘째치고) 이보다는 덜 무서울 것이다. 린티는 와들와들 떨면서 무릎 꿇고 처분을 기다렸다. 그녀가 응당 받아야 할 처형식을.
“……”
그녀 앞에 팔짱 낀 프니르가, 평소의 쾌활하고 허당 같은 모습과는 영 딴판인 얼굴로 자신의 편대원을 내려다본다. 그녀 양 옆으로 도열해 선 리피, 하르페, 레스벨, 블하, 그리고 뮤즈도.
“고…고백할게에…”
이미 모든 것이 들통난 지금, 이 추상 같은 지엄한 얼굴들 앞에서 감히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나...사실...쪘어...살...”
“그렇게나 우릴 놀려놓고서…?”
약간 어이없다는 듯한 하르페의 힐난 앞에 린티가 할 말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녀는 그냥 멤버들의 처분을 기다리며 호달달 떠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팬티는 왜 안 입었어?”
“그...쪄버린 엉덩이에 끼어서...너무 땀이 차더라고...”
“도대체 얼마나 쪘는데? 어느 정도길래 벨트 버클이 풀린 거야?”
“으...파...팔 정도...”
기가 차다는 레스벨의 한숨이 들려왔다.
“8kg!? 우리 중에서 제일 많이 쪘잖아요?”
“미안…린티의 귀여움…지키고 싶었어…자랑하고 싶었어…”
회한에 몸서리치며(?) 울먹이는 린티와는 달리 그리폰은 자신의 오랜 의문이 해결되어 차라리 개운하단 표정이었다.
“그래, 안 찔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먹어댔는데. ”
다만 아직 안 풀린 의문이 남았다.
"아니 그런데 그럼 그동안 본 허리는 뭐야? 어떻게 지금까지 안 들킬 수 있었지?"
"그...벨트랑 코르셋 있는 대로 조이고...배에 힘 주고..."
생각보다 더 단순하고도 무식한 방법에, 그리고 그러고서도 그게 통했다는 얘기에 다들 어이가 없어졌다.
"못 믿겠는데. 해 봐."
평소같지 않은 블하의 고압적인 요구에, 이미 다 들키고 벼랑 끝까지 가버린 린티가 할 수 있는게 뭐겠는가. 보여줘야지.
"흐..흡!"
린티가 긴장 속에서 숨을 들이쉬며 복근에 있는 대로 힘을 주자, 그녀의 허리가 쏙 들어갔다. 물론 극한까지 조여든 그녀의 복부근육은 아 나 뒤지다고 아우성을 쳐댔지만, 그래서 이미 한번 파업을 일으켜 오늘의 비극을 일으켰지만, 어쨌든 허릿살이 안으로 다시 들어가 봐줄 만한 정도는 되었다....바깥에서 보면 살찌지 않았다고 느낄 만큼. 그걸 보고 뮤즈는, 감탄에 가까운 - 음악가인 자신의 표현을 빌려서 -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와. 복원불능일 정도로 엉망인 음원이 원상복구되는 기적을 보는 거 같애요"
"이게 된다고? 진짜 의지의 승리다 승리"
하도 기가 찬 그리폰이 린티의 옆구리를 간지럽혀 보았다.
"푸...푸흡! 하지 마!"
하지만 이미 한 번 예증되었듯, 극한까지 쭈그러든 린티의 뱃살을 유지하는 대는 한계가 있었고, 그게 쉬우 일도 아니었다. 옆에서 그리폰이 쿡, 찌르며 슬슬 간지럽히자 고작 그것만으로, 이미 지친 린티의 복근은 힘이 빠져버렸다. 푸르릉~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리고 거기 있던 모두는 다시 린티의 허리둘레가 신속하게 되돌아오는 걸 목도했다.
"...다프네가 보여줬던 성교육 비디오 생각난다. 임신 과정 초고속으로 보여주던 거."
하르페의 말이 뼈아프다. 임신한 적도 없건만.
"수도꼭지에 물풍선 매달아놓은 것 같네"
그렇게 돌아온 살을 만지작거리며 그리폰도 매콤하게 한줄 평을 날렸다. 린티는 울상 속에서도 할 말이 없었다. 기회는 이때다 싶은 놀림들은 끝나지 않았다.
"와, 살 손에 집히는 거 봐. 린티 너 나한테 이랬던 거 기억해? 근데 이제보니 너 쪽이 더 두껍다?"
"흐으음. 아까 단추 날아가는 거리는 신기록이었죠. 저보다 멀리 날아가던데요?"
"뱃살을 악기에 비유하면, 린티 씨는 흠, 튜바 정도? 질량 클수록 소리가 낮게 나오거든요."
"자, 정작 자기가 이래 놓고서 우릴 그렇게 핍박하셨겠다?"
다들 쌓인 원한을 푸는 듯한 이 무수한 조롱 속에서도 린티는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동료들에게 진 원한이 깊고도 깊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므로. 리피의 살의를 불러일으키고, 레스벨의 군인정신을 더럽히고, 블하를 알몸 도게자하게 만든…그녀의 귀여움과 우월한 몸매를 자랑하기 위해서, 허세까지 부려가며.
‘난….죽었다…’
이걸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프로듀서, 그러니까 사령관 앞에서 모두의 체면을 심해에 처박고 심지어 그 당사자인 프로듀서는 실려가 버리기까지 했으니까. 자, 이 모든 허영심의 대가는 무얼까. 어떤 복수가 자신을 기다릴까. 린티는 마음속으로 유언장까지 써가며 공포에 떨었다. 아, 배둘래햄, 원망스런 배둘레햄이여.
그런, 가엾게 떠는 그녀를 바라보던 프니르는 결국 피식, 웃었다.
“뭐야, 린티. 우리가 너 공구리쳐서 오르카 바깥으로 사출시키기라도 할 줄 알았어?”
엥 그럼 아닌가? 숙여졌던 린티의 고개가 자신도 모르게 홱 쳐들려졌다. 그런 그녀에게 스카이나이츠의 리더, 허당이긴 하지만 필요한 때는 믿음직하고 어른스러운 큰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가왔다.
“너가 짖궂게 군 게 어디 한두번도 아니고. 우리가 이런 걸로 뭐 너 증오라도 할 줄 알았니”
“그…그럼…”
뮤즈도, 그리고 나머지 스카이나이츠들도 표정은 부루퉁하지만, 흥,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슬레이프니르가 미소지었다.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는 린티의 눈이 순식간에 그렁그렁해졌다.
아아, 그렇다. 가끔 아웅다웅할지 몰라도, 스카이나이츠는(그리고 뮤즈도), 모두 친구다. 밝게, 꺄르르 웃고 재잘대는 십대 소녀들처럼, 서로간의 우정은, 그렇게 쉽게 저버리는 것이 아니다. 비록 리허설은 결국 웃기게 끝나버리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편대원을, 전우를, 아이돌 팀 멤버를 드럼통에 공구리쳐서 수중으로 내칠 수는 없지 않은가.
“헤, 시말서 써야겠네. 사령관 왼쪽 눈 멍들었으니. 뭐 리더인 내가 해명해야지. 휴”
어쩌겠는가. 린티가 원래 그렇게 장난치고 ‘자뻑’ 잘 하는 아이인 걸. 가족인 하늘기사들이 이해해 주지 않으면 누가 이해해 주겠는가. 자신을 용서해주는, 그리고 책임까지 져주겠다는 제비가, 오늘 린티의 눈에는 그 누구보다도 위대하고 경건하며 숭고하고 또한 성스러워 보였다.
“리더어어어---!”
린티가 울며 달려들었다. 제비가, 미소띄며 팔을 벌렸다. 린티는 그대로, 프니르의 그 – 어, 가슴은 별로 안 크지만 – 품에 안겼다. 어이쿠, 생각보다 많이 무겁네. 살찐 거 맞는듯.
“미안해! 놀려서 미안해! 으앙-!”
“아, 아 괜찮아. 우리가 괜히 한 팀이야?”
“요..용서해 주는 거야? 응?”
“물론이지. 이런 걸로 우리 진심으로 화내지 않아”
”린티가 잘못했어어!”
“알면 됐어.”
린티, 늘 허세부리는 말썽쟁이 귀여운 비룡은 다짐했다. 목놓아 울며. 다시는 뱃살 갖고 친구들을 놀리지 않으리라고. 바보같아도 늘 그녀들을 책임져주는 큰언니 같은 제비, 늘 밝고 똑똑한 하르페, 퉁명스러워도 사실 속 깊은 그리폰, 늘 착하고 부드러운 블하, 가끔 틱틱대고 차갑지만 사실은 재미있는 레스벨, 그리고 그녀들과 새로운 우정을 쌓은, 수줍어하는 뮤즈까지. 자신의 귀여움을 자랑하려고, 스스로의 허영심을 채우려고, 우월감을 느끼려고, 외모로 친구들을 낮추는 짓은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고. 이런 좋은 친구들에게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는...
“아, 물론 살은 뺴야겠지.”
“어?”
갑자기 린티를 껴안은 제비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꽈아악.
“방금 마이티랑 통화했어. 너한테만 개인적으로 초단기 스파르타 철인PT를 지도해주겠대”
린티는 와락 겁이 났다. 도망치고 싶어졌지만,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포근하게’ 껴안은 슬레이프니르의 팔이 그녀를 놔주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그녀 주위로 미묘하게 싱글벙글 웃는 나머지 스카이나이츠들과 뮤즈가 모여들었으므로. 이, 이거, 아, 아무리 봐도…뒤끝….부….분명히 화 안 낸다고 했으면서…!
아이돌의 리더, 스카이나이츠의 전대장, 비행단장 대리가 편대원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음울한 미소와 함께.
“단기간에 빼야 할 테니깐, 좀 많이 힘들겠다?”
업보는 되돌아온다.
<. E N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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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잡담
1) 에필로그의 이름인 '전후처리'는 말 그대로, 전쟁이 끝난 후 승전국과 패전국 사이의 전후 사태 수습을 의미합니다. '뱃살과 자존심'의 전쟁에서 패배한 린트블룸은 승전국에게 그 응분의 대가를 받게 되는 것....!
2) 원래 계획에 없던 소설이었는데, "자하추"님이 소설을 신청해 주셔서+쓰면 그림을 그려주시겠다 하셔서 진행해 보았습니다.
3) 원래 한 번 업로드한 소설은 낙장불입이라 생각해서, 오타나 문장 단위의 수정을 제외하면 내용의 추가나 수정은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신청자님이 내용의 추가를 요청해주셔서 빠르게 작업해 보았습니다.
4) 뮤즈가 언급한 튜바는 관현악에서 쓰이는 금관악기로, 대충 이런 물건입니다.
(출처: 국제뉴스)
...네. 성인 남성 음악가의 덩치와 비교해 봐도 알겠지만, 커요. 엄청나게 큽니다. 금관악기 중에서 가장 크고 무겁고 육중한 악기에요. 그래서 음역대도 엄청나게 낮아요.
언제나 제 뻘글들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추천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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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레오나 살빼는 소설이 생각나는군요 ㅎㅎㅎ 뭐, 그래도 (그간 살 빼려고 노력은 했던) 승전국(?)들보다 린티의 상태가 제일 심각한 건 사실이니, 즐거운 시간이 기다릴 것은 확실하군요 | 22.01.07 03: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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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돌이 되어서 돌아오는 린티!? | 22.01.07 13: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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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응보...! | 22.01.07 13: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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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신청해주셨는데 만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은 미리 감사합니다 ㅎㅎ | 22.01.07 13: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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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티가 제일 많이 찐건 살짝 의외네요 애들이 린티 뱃살 만지면서 한마디씩 하는 장면도 있었음 괜찮았을거 같아요! | 22.01.07 15: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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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티 뱃살 만지며 놀리는 건 에필로그에 넣었으면 좋았을 뻔했군요..ㅋㅋㅋㅋ 너무 길어지지 않을까 해서 생각하다 제외했는데... 린티가 제일 많이 찐 건...정확히는 다른 애들은 그동안 조금이라도 뺐는데 린티는 허세 부리느라 그러질 못해서 그렇습니다. | 22.01.07 16: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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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 22.01.07 16:16 | |
(IP보기클릭)22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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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 22.01.07 16: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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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그렇다고 정말로 돌 매달아서 오르카 바깥으로 사출시킬 순 없으니까요 ㅋㅋㅋㅋㅋ 당분간 스카이나이츠 방 청소 혼자 시키고 마이티 지옥훈련 돌리는 정도면 되겠죠. 그렇다고 그녀들의 뒤끝이 사라질지는 또 모르지만....ㅋㅋㅋㅋㅋ | 22.01.09 01: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