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열받는 게임은 요 몇 년동안 해 본 적이 없네요.
진행에 필요한 아이템 입수조건이 랜덤한데, 재수없으면 저처럼 두 시간 노가다 해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원래 얻었던 루트가 닫혀서, 전투를 통한 랜덤드랍을 노렸습니다만, 결과는 ㅋ). 그럼 다음 주차로 넘어가야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봅시다. 본작은 [RPG의 형식에, 구성은 퍼즐] 입니다. A라는 아이템을 B라는 캐릭터에게 주면 퀘스트가 해결됩니다. 전투나 던전탐색 등의 RPG 요소는 "최소한의 구색"만 갖추고 있습니다. 그냥 RPG의 탈을 쓴 퍼즐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A라는 아이템의 입수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으며, B라는 캐릭터가 A가 아닌 C라는 아이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템의 입수루트가 랜덤하게 사라진다는 겁니다.
진행에 필요한 조작이 그저 버튼 클릭에 불과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라도 선택지가 랜덤하게 출력된다면 귀찮고 황당하다고 느낄 터인데, 그게 전투와 길찾기라는 작업이 수반되는 rpg에 적용된 거죠.
이러면 귀찮은 정도가 아니에요. 부조리함에 분노가 끓어오릅니다. 다회차 플레이에 따른 단조로움을 탈피하려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어버렸습니다.
제 경우를 테트리스에 비유하자면, 가장 오른쪽 한 라인만 비워놓고 있는데 수십웨이브동안 작대기가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테트리스는 다른 블럭으로 작대기를 대체할 수 있지만, 이건 그것도 안 된다는 점이 더욱 악질적이죠. 아니, 오히려 대체는 커녕, 뜬금없이 ㄷ모양의 블럭을 갖고오라는 꼴이니.
공짜겜이라고 함부로 도전하지 마세요.
아무 이유 없이 플래그가 꺾여도 다음 회차에 하면 되지 - 라는 넉넉하고 너그러운 마음가짐을 가진 분에게만 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걸 감내할 수 있는 분이라도 게임 자체도 딱히 재미가 있다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리뷰를 통해 그조차도 아님이 입증되어 있지요.
저는 스토리가 다크하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습니다만, 정말 별 것 없었습니다. 물론 진엔딩은 봤습니다.
애초에 피처폰용 게임이 원작이라더군요. 많은걸 기대하는 거 자체가 무리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