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소울1 세계관의 주축이 되는 곳은 신들의 세계 로드란이지요. 고룡을 몰아낸 후 번성하고 있었으나 최초의 화로가 꺼져가면서 불사의 저주가 일어나고 불사자들이 이곳저곳에서 난동을 피우는 소동이 일어나자 대왕 그윈이 최초의 화로로 향하게 되고 다른 신들은 로드란을 떠나게 되지요.
오늘은 이렇게 살기 힘든 로드란을 더 개판으로 만든 인물들중 시스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비늘없는 시스
자막에서는 백룡 시스라고 나옵니다만 등장인물들이 지칭하는 걸 보면 꼬박꼬박 Seath the Scaleless 라고 불러줍니다.
시스는 로드란에 공식적으로 남은 유일한 고룡이자 마법의 시초입니다. 고룡들과의 전쟁에서 고룡을 배신하고 그윈편에 서서 힘을 보탰으며 공작의 칭호와 서고를 받았으며 그윈이 떠날 때 그윈의 소울 일부까지 받은 인물입니다. 시스의 서고는 엄청난 장서와 지식이 보관되 있는 서고였고 아노르 론도의 정교한 기술이 총동원된 아름다운 건물이었지요. 플레이어가 시스에게 패한 후 갇히게 되는 대감옥 중앙에는 거대한 톱니바퀴와 발판이 망가진 상태로 있는데, 이는 서고가 제 기능을 하던 시절 이용되던 발판입니다. 아노르 론도의 황금기를 엿볼 수 있는 장소지요. 문제는 그윈이 떠난 후 시스는 광기에 빠져버립니다.
서고를 감옥으로 바꾸고, 생체실험에 빠져들어서 전도자를 시켜서 사람들을 납치시킵니다. 이후 만들어낸 피조물들을 보면 시스의 성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죠. 타락하기 이전 서고 곳곳의 장식품이나 계단등을 보면 아주 정교하게 움직이는 기계식 구조물을 좋아했습니다. 월광나비 또한 태엽과 톱니바퀴가 돌아가는데다가 생김새도 굉장히 이름답죠. 광기에 빠진 후에는 기계식 구조물이 아닌 생체실험에 몰두했습니다. 뱀인간, 대감옥의 촉수괴물, 결정망자 등이 그의 작품이죠. 대충 봐도 센스가 맛이 간게 돋보입니다. 아노르 론도에 남아 있던 성녀를 잡아서 생체실험의 재료로 썼는데 이렇게 만들어진게 대감옥의 촉수괴물입니다. 성직자를 어지간히 싫어했는지 성녀셋을 주는 시체도 서고 대감옥에 있고, 레아도 서고에서 망자로 발견되죠. 똑같이 성직자 싫어하는 하이에나 패치를 만나면 궁합이 잘 맞을지도 모르겠군요. 이 촉수괴물중에서 플레이어를 공격하지 않고 흐느끼는 촉수괴물이 둘 있는데 이 둘은 그위네비아와 계약을 맺은 성녀입니다. 시스가 아노르 론도의 주신을 신성모독하는 정도까지 미쳤으며 그런 그를 제지할 인물이 아무도 없다는 걸 보여주죠.
시스는 서고를 결정으로 뒤덮을 정도로 실험에 몰두했고 결국 실험에 성공해서 불사의 몸이 됩니다. 상처도 금방 회복되고 생명력도 무한한 몸이 되죠. 결정동굴 최심부에 있는 원시결정의 힘으로 이러한 불사를 이루고 있었지만, 이 점이 로건에게 뽀록나고 로건에게 정보를 받은 주인공에게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잘만 유도할 경우 이렇게 중요한 원시결정을 본인 손으로 박살내기도 하는데 마법의 시조에다가 본인 서고까지 보유한 지식룡이라고 보기 힘들정도로 멍청한 모습이죠. 덤으로 싸움도 더럽게 못합니다. 생체실험에 몰두하면서 광기에 빠진데다가 머리도 맛이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크소울의 다른 인물들이 그렇듯이 시스 역시 알려진 것이 적은 인물입니다. 행동의 동기가 명확하지 않죠.
광기에 빠진 이유, 불사가 되려는 이유, 고룡을 배신한 이유등이 말입니다. 비늘이 없고 돌연변이였기 때문에 고룡 사이에서 따돌림받고 있었고, 이후 비늘이 없는 콤플렉스때문에 결정으로 비늘을 만드려는 시도를 했다는 추측이 많이 보입니다.
제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시스는 창조적인 걸 좋아하는 예술가적 기질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룡의 시대는 무의 시대였죠. 거대한 고목과 바위, 냉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세계였습니다. 그러다 어둠에서 태어난 존재들이 문명을 세웠고 다양한 것들을 만들었죠. 시스가 매료된 것은 이러한 기술과 문명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고룡을 배신하고 잘 지내다가 최초의 화로 문제때문에 그윈이 아노르 론도를 떠나고 나서 신변의 위험을 겪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꼬리 문제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알다시피 용들은 꼬리를 자르면 특별한 무기를 주죠. 고룡과 전쟁을 하면서 그런 사실을 알게된 이들도 있었을 것이고 그윈이 사라져서 개판이 된 후 시스의 꼬리를 노리는 생기지 않았을까 합니다. 꼬리를 자르려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신변의 위험을 겪다가 결국 미처버리고 불사의 몸을 추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싸움을 호구처럼 하는 시스지만 꼬리 방어 하나 만큼은 철저하죠. 광기에 빠지기 전에는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지식인적 혹은 오타쿠스러운 그런 성격 아니었을까 싶네요.
-심심해서 써본 글입니다. 앞으로도 생각날 때마다 몇편씩 써볼 것 같네요. 아마 다음은 이자리스의 마녀일지도.